만두
아청 박혜정
한국 문협 밴쿠버 지부회원/순수문학 등단
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막내는 음악가이면서 유튜버(You Tuber)이다. 게임, 연주, 요리 등에 대해 동영상을 올린다. “히카리(Hikari)” 라는 목관5중주 팀도 만들어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연주도 하고 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페이스 북과 유튜브를 자주 찾아본다. 그 중 게임보다는 연주와 전 세계의 팬들이 보내주는 선물(Fan Mail)을 공개하는 영상을 재미있게 보고는 한다. 최근에는 한국 요리도 올리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떡국,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국식 만두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관심 있게 보니 그대로만 따라하면 누구나 제대로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설명을 해 놓았다. 언어는 영어로 하고, 또 유튜브라는 전 세계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영상을 통해 전달하므로 관심만 있다면 한국인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한국 요리를 만들어 볼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았다. 한국 음식에 대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서 댓글을 보니 “만두는 식당에서 사 먹는 것인 줄만 알았다. 여기에서는 한국 만두피를 구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중국 만두피를 구할 수 있어서 해 먹어 보니 맛있었다. 등등”
만두 만드는 것을 보니 옛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매년 12월 31일에는 무조건 만두를 온 가족이 만들었다. 피곤하다고 꾀를 부리는 남편도, 잠이 온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에게도, 그 날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하면서 만두를 만들었다. 혹시라도 잠이 들면 밀가루 반죽을 눈썹에 붙이는 장난을 하기도 했다. 그 다음 해 부터는 다들 자지 않으려고 했다. 또 제야의 종 치는 것을 보면서 새해가 되는 카운트다운을 다 같이 하고서야 잠을 잤다.
어느 해부터는 동해로 해 뜨는 것을 보러가기도 했다. 가면서 길이 막혀 우리가 도착하는 것보다 먼저 해가 뜰까봐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하늘과 해 뜨는 시간을 보면서 가기도 했었다.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저 멀리 바다 속에서 서서히 뽀얗고 불그스레한 얼굴을 내미는 것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과 더불어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길이 막혀 중간에 돌아가지 않고 힘들어도 온 보람이 있구나!’ 푸른 바다를 힘차게 헤치고 나오는 해를 보며 멋지고 행복한 새해가 될 수 있도록 기도 해 보았다.
이민을 와서도 그 전통은 이어갔다. 마침 한국 슈퍼가 가까이 있어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 한국에서처럼 만두도 만들고, 보신각 종 대신 미국의 타임 스퀘어에서 카운트다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새해를 맞이했다. 해 뜨는 것은 한국처럼 길이 막히며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 가까운 산에서도 가능했다.
큰 딸 가족과 연말연시를 같이 보낼 때는 만두를 만들었다. 큰 손녀가 태어나 3살이 되면서 만두를 같이 빚었다. 만두를 만드는 도구 안에 만두피를 넣고 주위에 물을 빙 둘러 바르고 그 안에 만두속을 넣으면 쉽게 완성이 되어 함께 할 수 있었다. 올해도 함께 만두를 만들었다. 그런데 큰 애가 내가 있는 밴쿠버 가까이 온다고 시애틀로 이사를 오면서 만두 만드는 기구가 없어졌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녀가 어른처럼 해 보려니 손이 작아 만두속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만두가 허술해 보이자 마음을 바꾸어 자기 아빠를 응원하기로 하고, “고 고 대디(go go daddy), 고 고 대디” 를 외쳤다.
새해 아침에 먹으려고 준비를 한 것이지만 만들면서도 먹고 싶다고 해서 군만두로 먼저 먹었다. 만두 속이 엄청 뜨거워서 호호 불면서 추운 겨울과 새해의 정취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들고 먹으니 입도 마음도 뜨끈뜨끈 한 것 같다. 아침에는 어제 빚은 만두를 넣은 떡만두국을 먹고 아이들은 한복을 갖추어 입고 세배를 했다. 세뱃돈을 주니 이런 풍습이 없는 미국에서는 낯설어 한다. 손녀와 사위에게는 우리 집 가풍처럼 되어버린 만두 만들기, 세배하기가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각 가정마다 이런 전통적인 것을 하나는 지켜나감으로써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고, 또한 가족으로서의 연대감과 우리와 다음 세대를 연결 해 주는 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