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달 (KOAMI 2011년 5월호)
5월은,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가장 어린이에게 어울리는 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봄의 기운이 한창 무르익어 여기저기서 밝고 힘찬 기운이 샘솟는 때이기 때문이다. 물론 5월 중에는 어린이날 도 있고, 어버이날 도 있고, 스승의 날도 있지만, 역시 기후적으로 볼 때 5월은 어린이의 달이라고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우리 어린이들을 어떻게 키우느냐 하는 양육 문제는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제가 되었다. 이에 필자는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건강관리법 몇 가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다.
1. 태교부터 시작하라.
조선시대의 왕비는 좋은 후손을 맞이하기 위해 뱃속의 아이에게 태교를 하였다. 태교는 태임과 태사라는 중국 여성이 모델이었다고 한다. 유학자들이 성인으로 추앙하는 문왕과 무왕의 어머니인 태임과 태사는 임신하는 순간부터 정결한 생각만 하고 부정한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렇듯 태교를 실천한 결과로 문왕과 무왕 같은 훌륭한 아들이 태어났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조기교육과 사교육의 열풍이다. 심지어 조기유학과 기러기아빠는 사회문제로까지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말 훌륭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면, 당연히 임신 전부터 적절한 준비를 하여야만 할 것이다. 엄마의 몸은 아가가 앞으로 열 달 동안 그 안에서 생활하고 성장할 집이며, 특히 자궁은 열 달 동안 아기가 바로 거주할 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새로이 집을 장만하고 이사를 갈 때에는 반드시 미리 예쁘게 집 단장을 마치고 입주하지 않는가. 살면서 인테리어하기보다는 살기 전에 미리 인테리어를 하고 살기 시작하면 훨씬 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아가가 열 달 동안 살아갈 집과 방을 아름답고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 준 다음에, 아가를 입주시키는 것은 아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자 배려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임신기간에는 엄마의 몸과 마음상태가 항상 편안하고 행복해야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과학적으로 다 밝혀졌지만, 뱃속의 아가와 엄마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상통하고 있다. 따라서 임신기간 동안 엄마가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지의 여부에 따라, 그 안에서 성장한 아가의 건강과 심리상태가 결정 나는 것이다. 항상 방긋방긋 웃고 건강한 아가를 원한다면, 엄마가 항상 즐겁고 행복하며 건강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입덧을 포함한 임신부의 각종 질병의 경우에는 반드시 주치 한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양약은 임신시간에 해롭지만, 한약 중에는 임신 기간에 사용가능한 것들이 있다. 감기나 부종 설사 입덧 등의 증상은 한약복용이 가능하며, 효과도 매우 좋은 편이므로 꼭 치료하여야 한다. 엄마가 고통스럽지 않게 치료를 하는 것이 바로 직접적인 태교인 셈이다.
2. 어지간하면 저절로 낫게 내버려두어라
<동의보감>에는 조호가(調護歌)라고 하여 아이를 잘 기르고 보호하는 법에 관한 구절이 있는데, 너무 아기에게 지나치게 과잉보호를 하면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아기에게 너무 많이 먹이면 오히려 소화불량이 오고, 너무 따뜻하게 입히면 저항력이나 면역성이 떨어져 반대로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실제 임상에서 보면 부모들의 과잉보호 때문에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조금만 감기 기운이 있으면 바로 항생제가 들어 있는 감기약을 남용해서 감기를 달고 살게 만들어 놓는다든지, 설사나 변비를 조금만 하면 바로 지사제나 좌약을 써서 바로 해결해버려 본인의 회복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려 놓는 경우 등을 접하게 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어린이들은 한창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성장 발육하는 기운이 무척 강하며, 질병의 자체회복능력 또한 대단히 강하다. 따라서 심각하게 위급한 병이 아니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자기 스스로 병을 회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가가 설사를 한다고 하자. 필자는 2-3일간은 그냥 설사하도록 내버려두라고 한다. 물론 탈수현상을 일으킬 만큼 위급한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부분의 장염이라고 일컫는 소화불량의 경우에는 위장(胃腸) 스스로가 자신에게 독소가 되는 물질들을 빨리빨리 무정차 통과시키고 난 다음에는 알아서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열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해열제를 먹여서도 안 된다. 필자는 열이 있으면 체온계를 보지 말고 항상 귀를 만지라고 얘기해준다. 귀를 만져보아 차가우면 설사 몸에 열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 스스로 제어하고 통제하는 열이기 때문에 해열제를 쓸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만약 귀마저 뜨거우면 빨리 해열제를 쓰라고 한다. 이는 열과 싸우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뜨거운 물체에 손을 데면 무의식적으로 바로 귀에 손을 가져가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고 본다.
물론 시급히 약을 써야 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회복하라고 놓아두었을 때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어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는 인체의 이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성장에 방해가 되어 발육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판단은 전문가인 의사나 한의사에게 일임하는 것이 좋으며, 전문가가 치료를 권하는 경우에 한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3. 아토피와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의 경우에는 매우 치료가 어렵다. 실제 서양의학에서는 이 질환들을 거의 불치병으로 보고 있으며, 임시로 증상에 맞는 대증요법을 사용하거나 유해인자를 피하는 회피요법을 사용하면서 저절로 낫기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의 경우에도 상당히 낫기 어려운 질환으로 보는데, 이는 체질적인 병변으로서 아이가 태어나면서 갖고 태어난 질환이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환경적응능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고, 이 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를 한다.
실제 치료기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이 능력이 충분히 강화된 어린이의 경우에는 다시는 재발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스스로 외부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유해인자가 작용하거나 외부환경이 급속히 변화된다 하더라도 인체 스스로 다 적응하고 방어해내어 증상이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분만 출산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예로부터 도자기를 구워낼 때 제일 마지막 과정은 유약을 고루 발라 구워내는 것이었다. 제왕절개 출산의 경우에는 바로 이 마지막 과정이 생략되는 것과 같기에, 보호막이 한 겹 모자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나쁜 기운을 막아내는 능력이 부족하게 되고,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이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엄마들은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아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자연분만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만약 자연분만을 할 자신이 없다면,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자연분만을 도와주는 한약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가끔 가다 아이들이 녹용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든지 뚱뚱해진다든지 하는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한약을 먹이고 싶어도 겁나서 못 먹이는 경우를 본다. 그럴 때 필자는 조용히 필자의 여덟 살짜리 딸의 차트를 보여준다. 돌이후로 한 달에 한 번씩 한약 먹인 기록을 보여주면, 다들 안심하고 한약을 복용시킨다. 필자도 아이 기르는 부모다. 당연히 아이에게 최고 좋은 것만을 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