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아닌 것이 겨울도 아닌 것이
날씨는 왜이리 봄날처럼 따뜻하더냐
굳이 역마살을 들먹이지 않아도
겨울 양식인 김장을 끝냈으니 콧속에 바람을 넣고 싶은 것은
여인네들로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활어회가 먹고싶다는 입맛들을 존중하여
삼길포로 갈까~ 남당리로 갈까~
잠깐 갈길을 놓고 망서리다가 섬여행도 곁들일 수 있는
남당항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일찌감치 출발하여 신례원 가는 길에서 만난 일출!
온양에서 신례원까지 버스를 타고오는 누님을 마중 나가는 길이다
신례원을 지나 45번 도로를 타고 덕산 jc에서 내려
천년고찰 수덕사 앞을 지난다
수덕사는 만공과 일엽 스님이 주석했던 유서깊은 사찰이나
요즘 은처(隱妻) 시비와 종단 요직 전매(錢買)로
지탄의 대상이 돼있는 설정이 주지로 있어
덕숭 총림의 위신이 많이 추락한 절이다
갈산을 지나 간월도를 가는 중에 멋진 수형을 자랑하는
당산 소나무를 잠시 간섭한다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간월도는
밀물때면 오롯이 섬이 되는 간월암을 들러보기 위해서 들렸다
드넓은 바다를 막아 광활한 농경지가 만들어진 AB지구는
이맘때 쯤이면 많은 철새들이 날아들어
한때는 탐조대를 설치하는 등 여러 종류의 철새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웬일인지 철새들이 날아오지 않는다
마침 썰물때라 바닷길이 열려 마른땅을 밟고 간월암에 들어간다
내부 보수 공사중인지 긴사다리 차를 이용하여
건축자재를 옮기고 있었고!
바다 건너의 안면도가 가깝다
범종각 앞을 지나 산신각과 본전인 관음전 앞으로 옮겨간다
용왕전
관음전 앞에서!
간월암의 유래
간월암은 과거 피안도(彼岸島) 피안사(彼岸寺)로 불리며 밀물시 물위에 떠있는 연꽃
또는 배와 비슷하다하여 연화대(蓮花臺), 또는 낙가산(落伽山) 원통대(圓通臺)라 부르기도 했다
고려말 무학대사가 이 곳에서 수도 하던 중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다 하여
암자 이름을 간월암(看月庵)이라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 하였다
이후 조선의 억불 정책으로 간월암이 폐쇄되었던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만공선사는 이 곳에서 조국 해방을 위한 천일기도를 드리고
바로 그 후에 해방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간월암은 밀물과 썰물 때 섬과 육지로 변화되는 보기 드문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주변의 섬들과 어우러진 낙조와 함께 바다에 달이 떠올랐을 때의 경관이 빼어나다
오늘은 고즈넉한 달 대신 강렬한 해를 끌어들였다
간월암을 물러나와 궁리포구와 어사리를 지나 남당항으로 직진했다
마침 10시에 출항하는 죽도행 배를 타고
대나무 섬으로 진입한다(약 10분 소요)
배시간표는
죽도행 : 9시, 10시, 11시, 1시, 2시, 4시
남당항 행 : 9시 30분, 10시 30분, 11시 30분, 1시 30분, 3시30분, 5시
주말과 날씨 변화에 따라 시간 변경이 있을 수 있으며
배삯은 왕복 8,000원이었다(경노라 우대요금을 적용 받았나?)
마치 시멘트와 자갈을 섞어 비벼놓은 것 같은 역암이 산자락을 드러냈다
죽도 마을회관
사람들이 많이 몰려가는 산길을 피해 마을회관앞을 지나
제 2 조망대가 있는 동바지로 향한다
제 1경 용봉산을 비롯한 홍성 8경
조망대에 올라가 내려다 본 죽도 마을 전경(全景)
죽도의 대나무는 가늘고 잎이 풍성한 시누대로 구성되어 있다
남당항과 석화로 유명한 천북이 마주 보이는 전망대
우리를 싣고왔던 홍주1호가 남당항으로 돌아가고 있다
구부러진 팽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데크 전망대
에너지 생산기지가 있는 죽도의 안쪽 마을을 바라본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묵밭을 거쳐 제 3조망대로 향한다
우리가 올랐던 제 2 조망터 동바지가 제법 멀어졌다
제 3 조망터인 담깨미로 진입한다
작은 무인도들과 풍력발전기가 돌아 가는 제 1 조망대
제 1 조망대는 일부러 들르지 않았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더러 낚시나 해루질을 하지만
이양반은 본격적인 죽도 어부로 조개도 채취하고
낚지도 삽질로 잡아낸다
바닥에는 야자매트가 깔려있고 길옆에는 동백나무를 심어 둘레길을 조성해 놓았다
섬을 찾는 방문객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잘 가꿔진 대숲길엔
쓰레기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청정한 곳이지만
마을입구에는 모아놓은 폐비닐등이 쌓여 있어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곳곳에 꾸지뽕나무도 눈에 띄이고!
겨울 꽃인 동백(冬柏)
물이 들어온다고 빨리 나오라는 부인의 성화에도
여전히 물속에서 삽질을 하는 어부
저 삽질 끝에도 낙지가 올라왔다
이 곳에 들어와서 처음 만나게 된 '울조개'
새조개처럼 달큰한 맛은 덜하지만
식감이 좋고 껍데기에 비해 살이 푸짐하다
바크셔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횟집을 문의 했더니
신광횟집을 가르쳐 줬다
민박도 겸하는 집이라며 주인 여자와 딸래미가 친절했다
정식 35,000원에 소주 5,000원
민박은 1인당 11만원인데 12월에는 조금 올릴예정이란다
지난번 왔을 때 성업중이던 '섬마을 커피집'은 자물쇠를 채워놨더라!
1시 30분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나가며 주변풍경들을 둘러본다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도착한 해경선과 연락선
마침 어선도 황급히 지나간다
약간 바람이 거세진 바다를 건너 남당항에서 차를 회수하여
천북으로 어슬렁거리고 갔더니
우와 이건 그야말로 교통지옥이었다
멋모르고 들어갔다 간신히 부벼가며 상가를 빠져나와
갈산을 지나 수덕사로 왔으나
아직 부른 배가 꺼지지도 않았고
바닷바람에 대나무숲에서 힐링도이미 끝낸터라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온양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우강들녁의 철새들
어림짐작으로 수천마리가 모여 앉아 있었는데
오늘밤 부터 추워진다하니
다시 더 남쪽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게 아닐까
비록 산속을 걷는 것 마냥 상쾌함을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모처럼 해풍에 심호흡을 맡기며
드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리가 떨리기 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년을 즐긴다는 건
고생하며 살아온 젊은 날에 대한 보상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