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가 우주로 간다.
김달호 시조시인 및 경제학박사
(사)한국시조협회 세계화 위원장
미국 NASA(미항공우주국)는 달에 155개국 30,000명이 넘는 동시대의 창작 예술가들의 작품을 4개의 타임캡슐에 실어 달의 남극에 보내는 『THE LUNAR CODEX』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의 시조 11편도 이 계획에 선정되어 우주로 가게 되었다. 이 시집은 세계 시 작품 중에서 180여 편을 선정하여 《The Polaris Trilogy(북극성 3부작)》’ 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2월에 발간되어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가 시작되었다.
달에 가는 문학작품은 미국 인디애나주 계관시인(2002~2008)인 Joyce Brinkman 이 주 편집자(Lead Editor)로 시 작품을 선정하였으며, 이 외에도 그림, 수필, 소설, 노래, 영상 등을 니켈 표면에 에칭하는 기법으로 책의 각 페이지를 축소 촬영기법을 통하여 시트 필름을 만드는 방법(Microfiche) 한다고 알려졌다.
우리의 시조는 미국 세종문화회 Lucy Park 교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미국에서 3명, 한국에서 8명의 시조시인의 작품이 수록되었는데, 특이한 것은 미국에서 2명은 비한국계로 젊은 백인이다. 세종문화회는 15년째 세계시조 경연대회를 여는데, 매번 약 1,500명이 시조백일장에 참여하며, 참가자 90% 정도가 비한국계이며 젊은 중⸱고⸱대학생이 주류라고 한다. 이를 이끄는 3인방은 루시 박 교수 주도로 하버드 대학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마치고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는 David McCann 교수이며, 또 하버드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유타주 BYU 대학교수로 있는 Mark Peterson 교수이다. 맥캔 교수는 시조 헌장을 번역하여 보령에 시조 헌장비를 세우는데, 큰 공으로 세우고 헌장비 건립식에 부부가 참석하여, 그의 시조사랑 열정을 보여 주었다. 피터슨 교수는 시조집(Korean Poetry, SIJO)을 지난 해 번역해주었고, 한국학 연구원이 주최하는 세계 11차 한국학 대회에서 필자와 같이 시조발전을 위한 방안에 대한 열정적인 강연을 해주었다. 자칭 ‘시조쟁이’라고 할 정도다. 그는 미국에서 일본의 하이쿠는 이미 미국의 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로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다소 단순한 17자로 된 단조로운 정형 시다. 하지만 우리 시조는 45자로 하이쿠의 3배 정도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연시조 형식으로 필요에 따라 늘릴 수 있다. 기승전결의 묘미가 있고 자신의 소신이나 철학을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다. 맥캔과 피터슨 교수는 시조를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소개하고 교육해 미국의 문화가 되게 하는 꿈을 꾸고 있는 분들이다.
유럽에서는 14행 정형시로 소네트(Sonnet) 가 있고 일본에서는 하이쿠(일본어: 俳句)가 있다. 중국에서는 오언절구와 칠언절구가 있지만, 뜻글자라 나름의 시적 운율과 음절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 시조는 약 700년 전, 고려 말 역동 우탁(1262~1342) 선생이 쓴 <탄로가(嘆老歌)>가 가장 오래된 시조이고 이를 시조 효시(嚆矢)로 보는 시조 문단에서 널리 인식하고 있다.
역동 선생은 충북 단양출생으로 17세의 나이에 항공진사로 뽑히고 29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영해사록(寧海司錄)으로 임명되었다. 지금의 영덕군 북부에 있던 옛 행정구역으로, 이곳에 부임하자마자 ‘요망스러운 귀신이 있어서 성대한 제사를 지내는 신사(神祠)’를 불태워 버렸다. 미신을 타파하는 깨어 있는 선비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1308년 8월 충선왕이 즉위하고 난 뒤 부왕인 충렬왕의 후궁인 숙창원비를 범간하는 패륜을 저지르자, 1308년 10월 24일 흰옷을 입고 도끼와 거적때기를 들고 가 왕앞에 나가, 도끼로 자신을 내리칠라는 지부상소(持斧上疏)를 올린 지조 높은 선비다.
한탄가로 알려진 이 시조는 정확한 연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목숨을 건 상소는 파직으로 이어지고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썼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선비가 늙는 것을 한탄한다는 것은 그의 뜻을 거르는 것이다. 가인들이 시조의 제목을 쓰지 않았던 때라, 경로잔치 등에서 부러든 이름이었을 뿐 우탁 선생이 작명한 제목은 아닌게 분명하다.
가시와 막대는 왕에게 저항하는 뛰어난 은유(메타포)다. 왕명을 거스르는 역린을 피하고 은밀하게 가시는 지혜로 왕을 설득하고 막대는 힘으로 시위하듯 한 깊은 은유다. 은유(隱喩)는 숨겨져 있는 것을 찾아내 깨우침을 얻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시조를 꼰대들이나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사)한국시조협회는 문광부에 등록된 유일한 시조 단체로 전통적인 정형 시조를 발전시키는데, 온 힘을 쏟고 있고 미국에서도 영어로는 음절을 기준으로 343(4)4, 343(4)4, 3543의 율격을 지키며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는 <봄 처녀>나 <그네> 그리고 <가고파> 등의 가곡은 알지만, 이들이 시조라는 것은 잘 모른다. 서강대에서 미국계 교수로 활발한 시조 보급 운동을 한 사람으로 Wayne 교수와 Micheal 교수는 <황진이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시조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토론토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하였고 올해에는 서너 곳에 더 출품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시조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조가 우리 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조를 사랑하는 외국인들을 초청하여 세계시조 대회를 열고 <세계시조의 수도>를 지정 선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서둘러야 할 일이라고 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