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에서
배주선
호수에 성근 봄이
돌 지난 아기의
뒤뚱 걸음으로 아프게 오고 있다
잠이 덜 깬 겨울 할미의 눈곱인 양
군데군데 서넛 삽의 숙설宿雪
눈바람에 묻어난 꽃샘에
삭풍이 꼬리를 자르지 못해 애를 쓰고 있구나
겨울로 가는 진객珍客
백조 대여섯 마리
먼 길 쉬어가려고 호수에 내려
청둥오리와 동무해 느긋한 물질이다
엊그제 경칩이
목을 비스듬히 외고 꼬고 지나가더니
칼바람 이겨낸 보리 싹이 땅바람에 흐느끼고
수양버들 아기 솥톱 잎눈은 아품으로 다가선다
기다리던 봄, 그 길목에서
겨울을 붙잡고 싶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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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마중
―경포호수에서
배주선
사발통문은 진작부터 돌았다 님이 오신다는, 한걸음에 마중을 나섰더니 그는 저만큼 앞서 영춘화 옆에서 미소 짓고 있었다
어젯밤 바람결에 창문을 토닥이던 소리 있더니 여움목 터져 더할 나위 없는 그 영롱한 흐름의 가락에 수양버들 연두 빛깔이 아리다
차마 제 새끼를 두고 길을 뜨지 못한 어미 청둥오리가 올망졸망 달고 외롭고 더 넓은 호수를 젓고 있다 '새끼가 무엇인지' 괜스레 찡하니 밀려오는 야릇함을 순전히 님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잗달이 될 것 같아 그만 두기로 했다
넘쳐흐르는 나물 캐는 여인들의 흐드렛 웃음소리 '오늘 저녁은 쑥국을 끓이겠다' 며 즐겁다 씀바귀 냉이 달래 어머니 손끝에 묻어나던 그리움 봄내음이 짙은 향수로 울컥 치민다. 봄 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