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단 1%라도 생존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저는 개전 후 보름까지 생존을 우선 목표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첨단과학이 총동원되는 현대전은 과거와 달리 속전속결로 승패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보름동안 생존하면 장기생존할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첫 보름동안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까요? 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순전히 의학적 관점에서 몇가지를 짚어봅니다.
단, 이 글은 전쟁 분위기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만의 하나에 대비하자는 취지임을 양해해 주십시오. 혹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댓글로 달아주십시오.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면 업데이트를 통해 칼럼에 덧붙이겠습니다.
1. 집에 머무르는게 좋다
많은 분들이 가까운 지하철 역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우선 생각하기도 끔찍하지만 핵공격이 있다면 지하철 역으로 가는 도중 방사능 낙진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핵공격은 예고없이 올 터이므로 지하철 역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공군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것이 확실하므로 적의 폭격기가 떨어뜨리는 폭탄도 큰 문제가 안될 듯 합니다.
한가지 우려는 휴전선 근처에 포진한 장사정포입니다. 그러나 과연 북의 장사정포가 민간인 밀집지역부터 먼저 쏠 것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알다시피 피아간 장사정포는 산기슭 벙커에 숨어 있다 쏘려할 때 외부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공위성으로 실시간 추적된다는군요. 그들이 나오면 이를 타게팅한 우리 장사정포도 따라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부로 노출된 북의 장사정포가 군사시설보다 민간지역부터 선제공격하게 되면 우리 군의 보복타격으로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됩니다. 쏜다면 군사시설부터 쏘지 민간지역을 쏘진 않으리란 것입니다.
지하철역이 안좋은 결정적 이유는 화학전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사린을 비롯해 북한이 대량보유 중인 화학무기는 공기보다 무겁습니다. 사린의 분자량은 140으로 공기의 29보다 거의 5배나 무겁습니다. 독가스는 아래로 가라앉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전쟁이 나면 아파트의 고층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좁은 지하철 역으로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면 압사 등 대형사고가 우려됩니다. 그렇다고 차를 끌고 피난가는 것도 옛말입니다. 교통지옥으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집밖에서 헤매다 강도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화재가 나지만 않는다면 차라리 문을 잠가놓고 집에 머물러 있는게 가장 좋을듯 합니다.
2.물탱크
비상시 가장 중요한 생존수단이 물입니다. 음식은 먹지 않아도 최대 한두달까지 생존이 가능하지만 물을 마시지 못하면 고작 일주일 남짓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숨이 붙어있느냐를 말하는 기준이며 최소한의 움직임 등 신체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0시간 정도로 봅니다. 즉 사흘이나 나흘 정도 겨우 버틴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전쟁이 나면 전기와 가스는 물론 수도도 끊기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수도는 전기와 상관없이 공급되는줄 알지만 정수장의 펌프가 작동하지 못하면 수도관을 통해 집집마다 수돗물을 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물탱크가 필요합니다. 물탱크는 얼마나 커야할까요? 가로*세로*높이 1미터의 정육면체 정도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물 1톤이 들어갑니다. 부피는 세제곱이므로 주사위 크기의 물 1cc가 무려 100만개나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호흡과 피부로 나가는 수분과 최소한의 콩팥기능 유지를 위해 하루에 필요한 최소량의 물을 800 cc 정도로 봅니다. 그런데 양치질이나 씻을 물 200 cc까지 포함해 넉넉하게 1,000 cc 즉 1리터라고 볼까요. 만일 4인 가족이라면 하루 4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1미터 세제곱미터의 물탱크엔 1톤 즉 1,000리터나 물이 들어갑니다. 즉 4인 가족이 25일동안이나 버틸 수 있는 양입니다.
3.라면
칼로리는 어떻게 공급해야 할까요? 저는 라면을 강력 추천합니다. 흔히 끓이지도 못하는데 무슨 라면이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라면은 의외로 큰 도움을 줍니다. 건조상태 밀가루이기 때문에 한달동안 보관해도 전혀 변질되지 않습니다. 즉 라면을 생으로 씹어먹자는 것입니다.
라면의 밀가루는 탄수화물이므로 씹게 되면 포도당을 만듭니다. 알다시피 기아 상태에서 생존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가 포도당입니다. 인간의 뇌는 포도당만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맥박과 호흡 등 생존과 최소한의 인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대사량 정도의 칼로리가 필요합니다. 남자는 1,500 칼로리, 여자는 1,200 칼로리면 됩니다. 라면은 한봉지당 500 칼로리의 열량을 갖고 있습니다. 한사람당 하루 3개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4인 가족이 보름을 버티려면3*4*15=180개입니다. 생라면 10개들이 18세트면 됩니다.
라면은 생존에 필요한 나트륨을 요긴하게 공급하기도 합니다. 라면 수프 한봉지에 보통 1,800 밀리그램의 나트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존에 필요한 나트륨 최소량은 하루 180 밀리그램 정도입니다. 수분을 제한할수록 나트륨도 적게 먹어야합니다. 따라서 하루 수프 한봉지의 10분의 1만 먹어도 된다는 뜻입니다
4. 참치캔
단백질 때문입니다. 단백질은 사실 탄수화물만큼 생존에 중요한 영양소는 아닙니다. 조금 부족해도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단백질이 부족하면 몸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신진대사를 주관하는 효소가 단백질로 구성됩니다. 힘을 내는 근육도 단백질로 만듭니다. 상처에 새살이 올라오기 위해서도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도 단백질이 있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체중 1킬로그램당 0.8그램의 단백질이 매일 필요합니다. 60kg이라면 48그램 정도의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건조 단백질을 말합니다. 보통 시판 중인 작은 참치캔 150그램 짜리에 들어있는 단백질 양과 비슷합니다. 매일 작은 참치캔 하나면 고기 등 다른 단백질이 필요없다는 뜻입니다.
5. 종합비타민제
비타민과 미네랄 때문입니다. 신진대사를 촉매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므로 부족하지 않아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로 먹는게 좋겠지만 난리통에 구하기 어렵고 냉장고도 안돌아가므로 오래 보관하지도 못합니다. 하루 한알 종합비타민제는 채소와 과일을 대신할 수 있는 훌륭한 차선책입니다.
6. 비닐랩
대변과 소변 등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므로 양변기가 먹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배설물을 치우지 않으면 썩으면서 악취를 풍기고 세균이 번식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대소변을 비닐랩에 담고 묶어서 창문 너머 바깥에 버리면 되겠습니다. 평상시라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전쟁통이니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7. 항불안제
전쟁때 경험하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달래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물론 미리 의사의 처방을 받아 놓아야 합니다. 흔히 중독 등 부작용을 걱정합니다만 모든 약물은 필요한 사람이 쓸 땐 중독이 생기지 않습니다. 즉 매우 아픈 사람에게 사용하는 마약진통제는 금단증세 등 중독이 생기지 않는 것처럼 실제 불안한 사람에게 사용하는 항불안제는 중독이 생기지 않습니다. 작은 알약 하나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8. 라디오
통신망이 망가지므로 스마트폰 등 휴대폰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연락이 두절된다고 봐야합니다. 방송국도 기능이 마비됩니다. 그러나 라디오는 외국에서 보내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바깥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됩니다. 따라서 충분한 건전지와 함께 라디오를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9. 라이터와 양초
어떤 경우에도 불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열을 위해서도 혹은 조명을 위해서도.
독자 업데이트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생화학전과 화재에 대비해 방독면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해 공기총같은 호신용 도구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폭격이나 포탄으로 건물에 화재가 날 우려가 있으므로 집보다 지하실로 내려가는게 좋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파트나 집이 있는 동네에 그런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일시적으로 지하공간으로 대피하는게 좋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공간을 찾으러 다니는게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일보에 8일 게재된 전쟁 대피 요령에서 김민석 전 국방부 대변인은 요즘 아파트 콘크리트가 충분히 견고해 포탄에 견디므로 건물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고 하는군요
-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박사
출처 : https://aftertherain.kr/?b=37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