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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곶감 비교 왼쪽이 완주 흑곶감이고요. 오른쪽이 시중에 많이 나도는 일반 곶감입니다. 차이 많이 나지요? |
ⓒ 변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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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과일을 좋아 하는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감이 제일 좋습니다. 단단하고 아삭하게 씹히며 단맛 나는 단감도 좋아하고 물컹하면서 단맛 나는 홍시도 좋아합니다. 또 떫은 감 껍질을 깎아 말려 만든 쫀득쫀득 하면서 달콤한 맛이 나는 곶감도 좋아합니다. 최근 제가 가입한 한 카페에서 이런 쪽지를 보냈더군요.
'혹시 곶감 좋아 하시는지요? 그러면 유황과 연탄을 피워 만든 곶감은 들지 마세요. 그 곶감은 때깔이 주황색이 나며 곱게 보이지요. 될 수 있으면 갈색이나 검은색 곶감을 드시는게 건강에 좋습니다. 저는 노동운동하던 후배와 제 고향인 전북 완주에서 흑곶감을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흑곶감은 유기농 감을 자연속에서 정성들여 말려야하는 진상품입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홍시를 카바이트 위에 올려놓고 만든다는 이야긴 들어 봤지만 그 빛깔 좋은 곶감을 유황연기와 연탄을 피워 만든다는 건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흑곶감은 뭐랍니까?
저는 홍시를 만드는데 쓰인다는 카바이트도 어찌 생산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기억은 납니다. 어릴 때 제 어머니께서는 저녁마다 개조한 리어카를 끌고 나가 호떡을 파셨습니다. 어머니는 밤 늦도록 호떡을 만들어 팔아야 했기에 어둠을 밝힐 불빛이 필요 했습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요. 아마도 파는걸 사왔던거 같습니다.
조금 큰 빈 깡통이 하나 있었고 그 속에 작은 깡통이 또 하나 담겨 있었습니다. 큰 깡통엔 물을 절반쯤 채워 두었고 작은 깡통은 두개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아래 놓이는 작은 깡통에 어머니는 비닐로 꽁꽁 싸놓은 돌덩어리를 꺼내서 망치로 잘게 깨트려 담았습니다. 그리고 뚜껑 깡통을 위에 덮었지요. 뚜껑 깡통은 용접 불 나오는 장치처럼 길쭉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돌덩어리를 담아 속에 물이 안 들어가게 꽉 닫은 후 큰 깡통 물에 담그고 성냥불을 붙이면 신기하게도 환한 불빛이 생겨났습니다.
저는 그게 신기해서 어머니 몰래 그 돌덩이 중 작은 놈을 가져다 흙속에 파묻고 물을 부어 보았습니다. 흙속에선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랐고 보글보글 물거품이 생겼습니다. 성냥도 가져다 거기에 불을 대어 보니 확 하고 불이 피어 올랐습니다. 그게 신기해서 기회만 되면 그 돌조각을 가져다 불놀이를 하며 놀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카바이트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카바이트로 홍시를 만든다니 신기합니다. 왜 홍시가 되는 작용을 하는지 문외한인 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유황연기와 연탄불로 곶감을 만든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유황과 연탄불로 만든 곶감, 몸에 유익하진 않을 건데요.
저는 그 쪽지를 받고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자연 바람으로 오랜날 지나면서 만들어진 흑곶감과 유황과 연탄가스불로 초고속으로 만든 고운 빛깔나는 일반 곶감. 과연 어떤 차이가 날까요? 궁금해서 두 종의 곶감을 사먹어 보기로 했습니다.
일반 곶감은 동네 과일 가게도 많으니 그건 나중에 사기로 하고요. 먼저 제게 쪽지 보낸 그 분에게 흑곶감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50여개 5만원이었습니다. 동네서 몇 천원씩 사먹는 게 버릇돼 그런지 상당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곶감에 대해 제대로 공부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며칠 후 기다리던 흑곶감이 왔습니다. 기대하면서 뚜껑을 열어보니 간지런히 50여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거무튀튀하고 흰 가루가 많이 묻어 있는 게 첫 인상은 별로였습니다. 게다가 손으로 만져보니 느낌이 거칠었습니다. 겉모양으로 봐선 별로 좋다는 느낌이 들지않아 왜이리 비싼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나를 꺼내서 맛을 보았습니다. 맛을 본 뒤 그동안 제가 가졌던 곶감에 대한 생각이 완전 바뀌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달콤하고 맛나는 곶감은 이제껏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분으로부터 그 정보를 알게 된 후 시장 과일가게에 있는 곳감 색을 살펴보니 정말 고왔습니다. 선명한 주황색에 흰 가루도 별로 없었고 참기름 바른듯 반질반질했습니다. 얼마냐고 물으니 10개 5000원이었습니다. 흑곶감이랑 가격 비교해 보니 두배가 쌌습니다. 집에 가져다 포장을 뜯어 한 입 먹어 보았습니다. 흑곶감을 먹은 후라 그런지 아무 맛 없이 밋밋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그분께 쪽지 면담을 해보았습니다. 그분은 제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아주 자세히 알려줬습니다.
- 완주 흑곶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우리 같이 원칙과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사람들에게 만족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거든요. 요즘 사람들 70%는 우리 전통에 대한 맛을 거의 알지 못합니다. 된장, 청국장, 김치 등과 같은 발효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퓨전이라는 국적불명의 음식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며칠 전 97세 어머님이 곶감 손질하는 어린(누나 62세, 다섯째 형 57세, 여섯째 형 54세, 저51세) 우리를 앞에 두고 옛날이야기 한편 들려주십니다. 어머님은 요즘 기억력이 좋지 않으셔서 하신 말씀을 또 하시고 또 하시곤 합니다.
'옛날에 애기를 하나 났는디 가가 호식이(호랑이밥) 팔자였디야. 근디 하루는 호랭이가 배가 고픙게 가(애기)있는 집으로 어슬렁 거리고 왔는디 어찌나 울어대는지 할매가 인자 가를 달릴라고 망태할아버지가 잡어간다고 히보고 침놓는 할아버지가 침놓을라고 온다고 히도 울고 그리가꼬 호랭이가 물어간다고 힜건만 애기는 연신울어댔디야. 그렁게 할매는 헐수 없이 광에 있는 곶감준다 그렁게 아참말로 단박에 그쳐버리더리아. 그렁게 호랭이가 하따 얼매나 나보다 무서운 놈이면 애기가 저렇게 단박에 울음을 그쳐버릴까 하고 줄행랑을 놓았디아. 그렇게 귀한 것이 곶감이었는디 지금은 언제라도 먹을 수있응게 세월이 좋아지긴 좋아졌지.'
그렇습니다. 어머님시절이나 우리 어린 시절 곶감 먹기란 무지하게 어려웠지요. 부잣집 제사 날이나 시제 날 제상에 올라온 곶감을 바라보다 운좋으면 하나 얻어 먹는게 다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하나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곶감의 고장은 어느 지역일까요? 호랭이는 도망가고, 임금님은 만족하고, 조상님은 웃고가는 천하의 진상명품 곶감을 생산하던 지역은 어디일까요? 많은 분들은 경상도 어느 지역이나, 충청도 어느 지역이라 말씀 하실 것 같은데 예 정확하게 오답이었습니다. 정답은 전북완주 흑곶감입니다."
"그렇게 명품인 완주 흑곶감이 왜 시중엔 없죠?"
그런데 그렇게 명품인 완주흑곶감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이유는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일반적으로 곶감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았던 쪽발이 녀석들이 거의 전량 수입해 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경제수준이 높아져 곶감을 먹을 수 있게되었으나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틈새를 이용해 타지역 곶감이 상품화 되기 시작했고 곶감의 본고장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일반 곶감과 흑곶감 가격을 비교해 보니 딱 두 배 더 비싸던데 왜그리 비싸죠? 또 흑곶감은 왜 색이 검으티티 할까요?"
완주 흑곶감은 왜 가격이 높을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답은 이렇습니다. 우선 완주곶감으로 사용하는 감나무는 100여년 이상되는 감나무로 높이가10~20m로 높아 전혀 농약을 할 수도 하지도 않습니다. 즉 유기농이란 말이지요. 그리고 높은 감나무에서 수확을 할려다 보니 위험성도 높고 감 수확이 더디겠지요. 다음은 건조 방법인데 이 곳에서는 신이주신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바람과 햇살, 햇볕 그리고 사람의 땀과 정성으로 건조 시키는데 있습니다. 건조시킴에 있어 전혀 인위적 방법을 쓰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색깔은 검은색을 내게 되는 것입니다. 상품화를 위해 주황색으로 나오는 곶감과는 차이가 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색상을 좋아하지요. 하지만 신은 공평합니다. 흑곶감에는 이쁜 색 대신 깊고 그윽한 천상의 맛과 건강을 주셨으니까요. 이렇게 전통과 자연으로 빚어낸 곶감이기에 타 지역 곶감하고는 가격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흑곶감이 고가인 것은 거품이 낀 것도, 광고료 때문도, 다만 명성이 아니란 것이지요. 하늘과 자연과 사람이 빚은 천상천하 곶감독존의 맛을 가진 완주 흑곶감을 이제 여러분들에게 선사합니다. 곶감 하나를 먹어도 깊은 맛과 건강을 위해 선택하셔야 할 것입니다. 귀한 곶감인지라 수도권에 계시는 분들에게 택배회사에 맡기지 않고 직접 제가 배달해 드립니다. 제가 직접배달하는 것은 저희고향 농민들의 땀과 정성, 그리고 흑 곶감의 귀함과 내용을 함께 전달하고 싶은 까닭입니다. 원가에 드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돈을 남긴다고도 하지 못합니다.
심부름 값은 없더라도 기름 값은 나와야 하니까요.
"일반 곶감과 완주 흑곶감은 만드는 방법이 다른가요?"
타 지역 곶감은 우선 감나무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개량종으로 낮게 키워, 따는 것도 매트를 깔고 흔들어 딴다고 합니다.그리고 감에 농약과 비료도 하구요. 다음 건조과정이 가장 문제가 되는데 감을 따서 깍은 다음 바로 랩으로 쌉니다. 일부는 방부처리까지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건조실(햇볕이나 바람이 차단 된)로 옮겨 유황과 연탄불을 피워 건조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니 바람과 햇살을 받지 않아 선황색 고운 빛깔이 나오는 것이지요. 문제는 유황과 랩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는데 있습니다. 반면 완주 곶감의 경우 감전지(대나무를 쪼개만든)로 하나하나 따거나 사다리 혹은 포크레인으로 올라가 하나하나 따게 되지요, 그리고 감을 깍은 후 햇살이 잘들고 바람이 지나는 통풍 잘되는 곳에 60일동안 말립니다. 그렇다 보니 자칫 관리를 잘 못하면 허실이 많습니다. 제가 아시는 형님은 7년전에 고향인 완주에 내려가 곶감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분은 100개 한접에150만원 짜리도 생산하고 계십니다. 색깔 좋고 먹음직 스럽게 보이는 주황색 선연한 곶감 건강과 맛을 생각한다면 절대 드시지 말라고 권고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농민도 양심으로 농사를 지어야 할 때더군요. |
첫댓글 저도 곶감 만들어서 팔아 보았는데 위와 같은 방법이나 또 다른 화공약품을 처리하지 않고 깍은감을 그대로 말리면 고운 색의 곶감을 만들수 없다는걸 압니다. 일반인들이 감을 깍아서 처미밑에 매달아 두면 곰팡이 피고 파리나 벌이 달라붙고 해서 거의 먹을수가 없는 수준입니다.그래서 차선의 방법으로 손으로 깍은 감을 전기 건조기에 넣어 말렸는데 색은 곱지 않지만 위생적으로 건조할수가 있었습니다
그냥 우리큰집에서 만드는 것도 화학제품 사용하지않고~~~~집에서 만들어먹는데~~~
흑곶감같이 만들어지지요~~~정말 예쁜곶감은 저렇게 만드는구나~~몰랏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