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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식에 있어 의식진행에 있어 참고할 사항들
*모든 의식을 진행함에 있어 사찰에 규모나 대중스님 등의 여건에 따라
일부 작법(바라춤, 나비춤, 법고춤)은 생략할 수 있으며
또한 짓는 소리(범음범패)도 평 염불로 모실 수 있으며,
시간에 따라 염불을 함에 있어 약례로 모실 수 있다.
*의식을 집전하는데 있어 대사물(목어, 운판, 범종, 홍고)의 축소판인
소사물(목탁, 요령, 태징, 소북)을 사용하는데 이것 또한 가·감할 수 있으며
특히 목탁은 의식집전 스님들 중에 인례법사(어른스님)가,
요령은 법주스님이, 태징은 바라지가 맡게 된다.
<<위패 쓸 때의 주의사항>>
*위패를 쓸 때의 주의사항은 설판제자보다 윗사람의 천도재시 복위(伏爲)를 달며,
제자보다 아랫사람의 경우에는 기부(記付)로 한다.
위패 쓸 때의 호칭은 다음과 같다.
1대=아버지-엄부(嚴父), 어머니-자모(慈母)
2대=할아버지-조부(祖父), 할머니-조모(祖母)
3대=증조부(曾祖父), 증조모(曾祖母)
4대=고조부(高祖父), 고조모(高祖母)
5대=현조부(玄祖父), 현조모(玄祖母)
큰아버지-백부(伯父), 작은아버지-숙부(叔父),
남편-가부(家夫), 아내-실인(室人), 형-사형(舍兄),
동생-사제(舍弟), 장인·장모-빙부(聘父)·빙모(聘母)등으로 하면 된다.
<<소리의 분류>>
*모든 소에 사용하는 소리를 ‘소성(疏聲)’이라 하며,
착어를 모실 때는 ‘착어성(着語聲),
관욕 시 짧게 짓는 소리를 ‘편게성(編偈聲)’이라 하며,
유치 때의 소리는 ‘유치성(由致聲)이라 한다.
또한 ’복청게‘와 같은 소리를 홋소리라 하며
’인성이‘와 같은 소리를 짓소리라 한다.
<<시련>>
*원래 시련은 ‘시련터’라 하여 해탈문 밖, 사찰의 어귀에 자리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데
사찰의 규모에 따라 시련터가 없을 경우 법당입구에서도 모실 수 있다.
*먼저 운집쇠를 치면 대중은 법당으로 향하고 대삼·소삼을 치면서 시련터로 향하게 된다.
행렬할 때의 순서는 먼저 1.취타(吹打) 2.삼현육각(三絃六角) 3.인례목탁 4.인로왕번(引路王幡) 5.기치창검 6.각종 번(幡) 7.일산(日傘) 8.연(輦) 9.영정(影幀) 및 위패(位牌) 10.설판재자(說辦齋者) 11.착복(着服) 12.어산단(魚山團) 13.바라 14.법주(法主) 15.태징(바라지) 16.대중스님 17.신도들의 순으로 나가며 시련터에서 의식을 마치고 도량으로 돌아올 때는 착복과 대중스님들이 신도 뒤에 서서 (11~16번이 17번 뒤로) 인성이(짓소리)를 지으며 돌아오게 된다.
법당 앞에 도착하여 도량을 정진하는 동안 착복은 인성이 소리에 맞춰 사방요신을 모시고 영축게를 모신 후에는 ‘기경작법(起經作法)’과 ‘법고춤’이 행하야 지기도 한다.
<<대령소>>
*대령소를 모실 때 주의해야할 부분은 ‘천풍숙정 백일명명’을 밤에 재를 모실 때에는 ‘천풍숙정 야루침침’으로 하여야 하며, 마지막 부분 ‘병법사문 (누구) 근소’ 부분에서는 법호가 아닌 사미명을 써야 한다.
<<대령>>
*착어를 모실 때 영가축은 3설로 하나 약례로 한번이나 두 번으로도 할 수 있다.
*진령게를 모실 때 ‘금일금시내부회’를 밤 재인 경우 ‘금야금시내부회’로 하여야 한다.
*고혼청도 경우에 따라서 1~3설 등으로 할 수 있다.
*대령을 모실 때에는 국수와 다를 올려드리는 것이 상례이다.
<<관욕>>
*관욕실은 따로 설치하는데 병풍으로 가리도록 하며, 여기에는 남신구용과 여신구용으로 향탕수와 지의, 목욕도구가 갖추어져야 한다.
*관욕바라나 화의재바라를 모실수도 있으며,
관욕바라를 생략할 경우에는 입실게 후에 관욕을 알리는 관욕쇠 5망치를 쳐 주며, 화의재바라를 모실 때에도 기본3설이지만 지의를 사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5~7번도 가능하다.
또한 지의를 사르려 병풍 안으로 들어가는 스님은 가사를 벗고 들어가야 한다.
*법당 밖에서 대령 관욕을 모실 때에는 <정중게>와 <개문게>를 모시나 법당 안에서 관욕을모셨을 경우에는 <정중게>와 <개문게>는 생략할 수도 있다.
*관욕을 모실 때에는 가영 다음에 나오는 ‘기수건청 이강향단~ 운재청천수재병’으로 마친다.
즉 ‘기수향공 이청법음 함장전심 참례금선’을 하지 않고 관욕을 모시며, 민대령(관욕을 모시지 않을 때)일 경우에는 ‘기수건청 이강향단~~합장전심 참례금선’까지 한 후에 ‘지단진언’을 모시면 된다.
<<신중작법>>
*신중작법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의식 시작 전 명(鳴)바라가 선행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신중창불 39위로 모셨으나, 재의 규모나 시간에 따라 창불104위로도 모실 수 있으며 약례로 거목으로만 모실 수도 있다.
*다게를 모실 때에 주의하여야 할 것은
평소에는 ‘청정명다약~유기옹호중~’으로 모시나
안거 중에는 ‘청정명다약~유기화엄중~’으로 모셔야 한다.
<<상단>>
*재의 종류는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 각배재(各拜齋),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예수재(預修齋)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삼보통청(아미타, 지장, 관음청 등등은 의식의 구조가 같으므로 즉 거불~유치~청사~)은 일반적으로 천수경을 모신 후에 거불이 시작되지만 상주권공 의식의 향(香),등게(燈偈), 정례(頂禮), 합장게(合掌偈), 고향게(告香偈), 개게(開偈), 쇄수게(灑水偈), 복청게(伏請偈), 천수(千手)바라, 사방찬(四方讚), 도량게(道場偈) 작법(作法)후 거불을 모실수도 있다.
*법문이 있는 경우에는 도량게(도량게 대신 창혼(唱魂)을 모시기도 함.)작법 후 참회게(懺悔偈), 참회진언(懺悔眞言), 개경게(開經偈), 개법장진언(開法藏眞言), 십념(十念), 거량(擧揚), 수위안좌진언(受位安座眞言), 청법게(請法偈), 입정(入定), 법문(法門)으로 이어지며 법문 후에는 십념(나무아미타불), 보궐진언, 수경게(收經偈), 사무량게(四無量偈), 귀명게(歸命偈)로 마친다.
약례로 모실경우에는 도량게 후 거불을 모신 다음
청법게를 모시고 법문이 시작되는 것이 통례이다.
*청사를 삼청으로 모실 때에는 ‘앙표일심(仰表一心) 선진삼청(先陳三請)’으로 모시며,
약례로 한번만 청할때는‘앙표일심(仰表一心) 선진근청(先陳謹請)’으로 하여야 하며
내림게 바라가 생락 될 때에는 바로 청사, 향화청, 가영 순으로 모시면 된다.
*욕건이(욕건이)를 모신 후 다게작법이 이루워지나, 약례로 욕건만나라선송 정법계 진언 ‘옴 남’을 평 염불로 모실 때에는 21편 독송하며 이것도 7번,3번으로 축소할 수 있다.
*향수나열(香羞羅列)을 한 후 사다라니(四陀羅尼)바라를 추는데 3설이 기준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5번,7번도 모실 수 있으며, 약례로 모실 때는 요령으로 모시면 된다.
*운심공양진언 후 보공양, 보회향진언을 여기에서는 약례로 모셨으나 운심게작법(運心偈作法)을 모신 후 가지게(加持偈), 회향게(回向偈)로 모시기도 한다.
*화청을 모시기 전에 원아게(願我偈)를 모시는 것이 근본이나 약례로 원아게를 생략하고 바로 화청을 모실수도 있으며 화청마저 생략 시에는 바로 축원을 모시면 된다.
화청(회심곡)은 재의 성격에 따라 내용을 달리할 수도 있으며 정해진 시간은 없으므로 적절히 모시며, 화청 후 축원화청을 모시게 되는데, 재의 성격이나 화청의 내용에 따라
상단축원화청(공덕 공덕 상래소수 불공덕~~~)으로 모실 수 있으며 중단축원 화청(원력 원력 지장대성 서원력~~~)으로 도 모실 수도 있다.
<<중단퇴공>>
시간에 따라 반야심경과 약찬게를 할 수도 있으며 여러 가지 진언들도 가능하며, 축원의 내용 또한 재의 성격을 감안하여 모시면 된다.
<<시식>>
*재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관음시식, 화엄시식, 전시식, 상용영반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장엄염불을 모실 때에도 시간에 따라 가·감할 수 있으며, 끝부분의 공덕게(원이차공덕~~개공성불도, 봉송고혼개유정~~불위본서환래부)는 지을 수도 있고 평 염불로도 가능하다.
<<약례로 모시는 방법>>
부득이 하게 의식을 진행함에 있어 약례로 모셔야할 경우에는
“시련(생략할 수 있으며)-대령-관욕(관욕바라, 화의재바라 생략)-신중작법(창불하지 않고)- 천수경(정구업진언에서 신묘장구1편까지만 독송하고) -복청게 –천수바라 –도량게(짧은소리) -상단거불- 유치-청사(삼청이 아닌 근청으로) -가영 –헌좌진언 -다게(평염불 혹은 짧은소리로 지어서 작법) -향수나열(짧은소리)- 사다라니 -화청(화청을 모시지 않을 경우 바로 축원모시며) -신중퇴공(시간이 아주 없을 시에는 반야심경 한편만이라도 모시고) -시식-소대” 로 모시면 약 2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작법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작법(作法)의 의미는 법을 수행하고 선양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모든 행위에서 폭넓게 찾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다만 불교의식무(佛敎儀式舞)에 대한 별칭으로서의 의미만을 다루고저 한다.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사찰의 의식에서 사용되는 의식무에 대해서 ‘춤’ 혹은 ‘무(舞)’라는 단어를 지양하고 다만 ‘작법(作法)’이라고 명명해서 불렀다.
지금도 대승권(한국, 중국, 일본 등)불교국가를 제외한 소승권(태국, 버어마, 미얀마, 스리랑카 등)의 불교에서는 일체의 춤과 노래를 금기시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적인 불교의 가치관에서 봤을 때, 춤과 노래는 일종의 도덕적 금기에 속해 온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상, 대승권에서는 본질을 관철하고 설명하는 철학적 사유에서 대승만의 진일보한 체계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인 수행체계를 형성하여 그 속에 보다 성숙한 가치관을 부여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춤과 노래를 허용하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연구ㆍ발전시켜 왔으니 바로 오늘 날의 범음ㆍ범패요 작법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것은 춤이라는 그릇에 담은 새로운 가치요 나아가 수행과 교화의 의미를 갖춘 출가인의 엄격한 구도행위라는 관점에서 춤이라고 하는 일반의 개념을 넘어 대승의 숭고한 종교의식이 되었던 것이다. 춤과 구분한다는 뜻에서 ‘작법(作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 것은 짐짓 세속의 그 것과 구분하고 또한, 자칫 세속적인 유희와 동일시하여 스스로 퇴락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작법은 모두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나비무, 바라무, 법고무, 타주무가 그 것이다.
영산대작법 곡목해설
1. 도량석(道場錫)
산사의 새벽을 여는 소리이다.
쉴 새 없는 생멸을 거듭하고 있는 만물에게 있어 매 순간은 새 생명의 문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도량석은 붇다와 제불보살의 법문을 낭송하며 도량을 순회하여 깊은 무명(진리에 어두운 상태를 말함)의 골짜기에 잠들어 있는 육도 중생으로 하여금 광명의 의식으로 다시 깨어나도록 인도하는 거룩한 의식이다.
도량석은 불단 앞에서 도량을 향하여 목탁을 삼통(三通)일으켜 올린 후 느린 걸음으로 도량을 고루 순회한다. 이 때 목탁은 보통 2자(정구업진언... 할 때 저엉/한 점/ 구업/한 점) 목탁으로 치는데 많이 해서 익숙해진 경우에는 그 2배의 느리기로 치거나 혹은, 목탁소리 없이 1자 목탁의 속도로 경문을 읊다가 한 호흡이 다 차면 목탁을 치면서 숨을 쉬는 방법으로 해도 무방하다. 어떤 방법으로 하거나 숙달되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법의 진실한 뜻과 법의 대상(몸과 마음 내지 붇다가 설하신 법)을 잘 집중(사마타)하고 관조(위빠싸나)해서 평정과 깨어있음과 사유의 원리를 실천·체득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도량석에 쓰이는 경문은 천수경, 반야심경, 약찬게, 경허참선곡 등이 있고 수행자의 마음에 따라서 이산선사발원문, 나옹선사토굴가, 경허선사입산가 등이 쓰이기도 한다.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예전 스님들은 사대주(四大呪)라 하여 아침시간에 수행하는 나무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신주, 정본관자재보살여의륜주, 불정심관세음보살모다라니, 소제길상다라니의 네 가지 주문에 익숙한 분이 많았는데 이 네 가지 주문을 외어 도량석을 도는 것도 희유한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참고로 한 가지 더, 요즘은 도량석 목탁을 무척 간결하게 치는데 전통 속에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의 옛 도량석은 지금처럼 간소하지만은 않다. 가능하다면 전통의 도량석 목탁을 배워 도량을 돌기 전의 그 짧은 순간에도 중중무진(重重無盡)한 우주의 형량(形量)을 표현하고 일념(一念)이 만년(萬年)도 되고 무량겁(無量劫)도 되는 영원의 자취를 담아냈던 옛 선덕(先德)들의 숨결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2. 인성(引聲)
‘나무대성인로왕보살(南無大聖引路王菩薩)’이라는 아홉 자의 명호를 짓소리로 창하는 것인데 학습자가 여러 짓소리 중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곡이다. 그러나 먼저 나온다고 해서 결코 쉬운 것도 아닌 것을 보면 현대적인 학습체계가 없는 전통의 학습과정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애호되던 이 곡이 아마도 처음 배우는 이의 학습과제로 우선 제시되어 온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곡에는 무슨 성, 무슨 성 해서 곡의 형태를 상기하고 구분하게 하는 각곡의 명칭이 따로 없고 다만 나무대성인로왕보살의 ‘인’자에 소리 ‘성’자를 ‘引聲’ 이라고 부른다. 짓소리의 창법은 국악으로 분류되는 전통의 갖가지 소리들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같은 범패의 ‘겉채비성’에 속하는 ‘홋소리’ 조차도 이 짓소리와는 사뭇 다른 형태와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저 옛날 불교음악의 기원이 인도로부터 비롯된 데서 기인한 까닭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의 경험을 상기해 보자. 배우는 이가 기나 긴 멜리스마 형식의 짓소리를 20분, 혹은 두어 시간 이상 지어가다 보면 어느새 시공의 구속을 잊은 채 영겁의 공간에 몸을 맡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득히 느끼게 됨은 무엇 때문일까? 짓소리에는 이렇듯 천년이 넘도록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사유를 통해서 형성되어 온 한국불교예술의 독특한 카리스마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3. 기경(起經)
일으킬 기(起), 길 경(經), 길을 일으키다. 예서의 길은 곧 진리로 향한 길이요 곧 진리의 길이리라.
그렇다면 하필 ‘열 개(開)’자를 써서 진리의 길을 연다고 하지 않고 ‘일으킬 기’자를 썼을까?
그러나 그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것이 바로 한문이라는 언어의 한 가지 특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길은 길이로되 진리의 길이지 않은가? 진리란 보편적인 특성과 주관적인 특성을 다 가질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용어이지 ‘길’이라는 한 단어의 개념이나 광협(廣狹)을 논하는 인간의 관념에 굳이 국한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기서 사용한 ‘진리의 길을 일으킨다.’라는 표현에 더욱 자연스러움을 느낀다.
기경은 전통의식에서 사용되는 ‘나비무’ 중에서 가장 단순한 구성을 가진다. 우선 가장 짧은 시간에 안무되어 복잡하고 장엄한 형식의 반주곡도 사용하지 않는다.
이 의식은 ‘영산재’와 같은 전통의식에서 대중이 야단에서 연을 모셔서 도량에 안치한 후에 대령·관욕 의식을 하기 바로 직전에 행해진다. 해탈을 구하는 승속(僧俗)의 모든 행렬이 나무대성인로왕보살을 합창하며 걸어 온 시련의 장엄한 여정이 마무리 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해탈을 구하고 진리의 길을 향해 고도로 발달된 문명의 종교의식을 시설하려는 순간 이 주술적인 춤 즉, 작법(作法/예로부터 불문에서는 작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이 등장한다.
너무나 설레고 긴장되는 순간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충만하고 설레는 순간을 곡과 노랫말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했을까? 음악이 없고 단순한 태징(풍물에서 쓰는 징의 형태와 동일하나 정확한 박과 신속한 타법을 요하는 연주법에 따라 징채와 손잡이가 다르다)의 박 만으로 진행되는 이 작법은 모든 나비춤 중에서도 독특하고 상징적인 면이 특히 두드러진다. 다만 여기서는 춤이 추어지기 전에 짧은 게송이 선창되고 있다.
靈鷲拈花示上機 肯同浮木接盲龜
飮光不是微微笑 無限淸風付與誰
영축염화시상기 긍동부목접맹귀
음광불시미미소 무한청풍부여수
부처님 꽃을 들어 보이심은 上人을 위함인데
비밀한 뜻 깨닫는 일을 盲龜遇木에 비할소냐?
가섭존자 이를 알고 은근히 웃지 않았다면
끝없는 진리의 가풍을 누가 있어 전했으랴
4. 옹호게(擁護偈)
八部金剛護道場 空神速訃報天王
三界諸天含來集 如今佛刹補楨祥
팔부금강호도량 공신속부보천왕
삼계제전함래집 여금불찰보정상
팔부신중과 금강 불보살님이시여 도량을 옹호하소서
허공에 계신 신들은 속히 나아가 천왕께 알리소서
삼계에 계신 모든 하늘성중께서 다함께 강림하시어
오늘 이 같은 불세계의 장엄에 상서를 보이소서
옹호게는 전체 영산재(靈山齋)와 같이 규모가 큰 법회에서도 몇 안 되는 반짓소리로 분류된다. 짓소리와 홋소리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되겠지만 좀 더 신중하게 본다면 양자의 중간적인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정도의 뜻일 것이다. 옹호게는 시련, 대령ㆍ관욕을 마치고 상단권공을 하기 전에 도량을 옹호해 줄 것을 권청하는 의미로 행하는 신중작법(神衆作法)의 첫머리에 연주된다. 신중작법은 옹호게, 요잡바라, 봉청(奉請), 104위 창불(唱佛), 가영(歌詠), 헌좌게(獻座偈), 다게(茶偈), 탄백(歎白)으로 구성된다. 엄숙, 삼엄하다 못해 비장한 느낌까지 감돌고 참으로 외경심을 일으킬 수 있는 귀한 곡이다. 영산을 다 배울 때까지도 감히 스승으로부터 배움을 청하지 못 하던 곡이라는 옛 스님의 말씀이 실감날 정도이다. 혹 듣는 이의 마음속에 필경 허망하지 않은 마하반야(摩詞般若)의 세계에 대한 오롯한 신심이 있는 경우라면 그 감흥이 몇 배는 더할 수도 있으리라는 억측을 가져 본다.
5. 가영(歌詠)
擁護聖衆滿虛空 都在豪光一道中
信受佛語常擁護 奉行經典永流通
故我一心 歸命正禮
옹호성중만허공 도재호광일도중
신수불어상옹호 봉행경전영류통
고아일심 귀명정례
팔부의 옹호성중이 허공을 가득 메웠으니
백호로 뻗은 광명 중에 엄숙히 列立하였네
믿고 받은 부처님 말씀 언제나 옹호하여
지극한 성현의 가르침 영원히 流通시키네
그러므로 저희들이 일심으로 목숨 다해 예배하나이다
가영(歌詠)은 불보살님과 같은 성현을 찬탄하는 내용의 일종의 찬가형식인데 그 명칭과 주요한 형태는 불교의식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불교 발생 이전부터 종교음악과 의식이 고도로 발달했으며 불교의 발생연기와 지형적, 사상적으로 인과관계를 맺고 있는 힌두이즘(Hinduism), 대승불교의 흥기와 함께 그 영향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한 여러 불교국가의 토속종교 등에 두루 존재할 수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가사는 7언 4구로 이루어지며 후렴으로 고아일심귀명정례(故我一心歸命正禮;그러므로 제가 일심으로 목숨 바쳐 예배합니다)가 동일하게 연주 된다. 기본적인 연주패턴은 비교적 짧고 간소한 것이지만 재의 규모와 주자의 기량에 대단히 장엄하게도 연주할 수 있다. 다양한 패턴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는 1구와 2구까지의 음률이 3구부터 4구까지의 음률과 동일하다.
6. 명(鳴)바라
울릴 명(鳴), 바라 발(鉢)
고요히 바라를 울려서 온 우주에 법회의 개최를 알리는 경건한 분위기의 바라춤이다. 명발은 도입부에서 성중을 향해 올려지는 엄숙한 예배로 시작된다. 절을 마치고 경건하게 꿇어 앉은 자세에서 바라를 땅에 고요히 부딪쳐서 소리 내고는 바라를 울리며 일어서서 다시 기하학적인 구도로 모이고 벌어지면서 고요한 바라의 울림을 거듭 허공중에 퍼뜨리는 작법(불교의식에서 춤을 위시한 모든 주술적 종교행위를 이르는 말)의 특성에 연원해서 울 명(鳴) 바라 발(鉢)을 써서 명발(鳴鉢)이라는 명칭으로 불리워진다.
그러므로 작법(作法) 명발의 의미는 비록 영산재를 비롯한 제반 권공의식에서 성중(聖衆)을 청하는 의미의 게송과 연주형태가 다수 선행된다고는 하나 주술적 작법을 통한 바라의 경건한 울림으로서 성중에게 거듭 재(특히 權供儀式)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퍼졌다가 모여 어우러지고 돌아서서 다시 하기를 거듭하다가 바라를 점점 크게 울리며 호적(태평소) 가락에 어우러져 돌아가는 일사불란한 작법의 체계적이고 주술적인 느낌으로 미루어 보아 도량게(道場偈)에 이어 법석(法席)에 모인 동참자들의 몸가짐을 비롯, 도량(道場)을 엄숙하게 하라는 엄정(嚴正)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 복청게(伏請偈)
伏請大衆 同音唱和 神妙長口 大陀羅尼
복청대중 동음창화 신묘장구 대다라니
엎드려 청하옵나니 대중께서는 신묘한 長句의 다라니를 同音으로 불러주소서
복청게는 자주 연주되는 홋소리이다.
천수바라를 행하기 전, 그 서두에 부르는 것이 정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천수바라를 행하려면 이 복청게가 먼저 연주되어야 하는 것이다.
보오오오 후오옥 처 어어엉~ 다아아에이에 이이이이에 이에에주우웅~, 이런 식으로 넌출거리며 가사를 읊어가는 형식을 게탁성(偈鐸聲)이라고 하는데 신묘장구까지 이렇게 연주하다가 구(句)에 이르러서부터 진짜 홋소리의 창법으로 연주가 된다. 등게성(燈偈聲; ‘등게’라는 곡을 연주할 때 쓰이는 음의 전개를 말함)이라는 음률에 ‘구’ 한 자를 멜리스마 형식으로 길게 빼서 연주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대(大)’또한 다아아~ 하고 시작해서 또 한 바탕 연주를 하여 ‘다라니’를 다시 예의 그 게탁성으로 처리하여 마치며 느긋하게 바라를 들고 미리 기다리고 있는 도반들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8. 천수바라
북을 둥둥 울리고... 빠른 가락에 복잡하게 수놓는 태평소 가락에 몸을 실은 스님들이 흰 버선, 홍가사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커다란 바라를 전 후 사방으로 둘러대며 돌아간다.
거기다 푹 익은 어장(魚丈;범패의식의 上首)의 염불이 중심이 되어 태징마저 박이 딱딱 맞아 들어가면 그야말로 황홀한 몰아지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 사상적, 음악적으로 고도의 성장을 거듭해 온 전통범패의식 속에 어디 하나 쉬이 넘길 대목이 있으랴마는 그 중에서도 이 천수바라는 참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 주면서도 의미심장하여 그 속에 불심의 정수가 깃들어 있음을 엿보게 만들어 준다. 반주곡으로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 광대원만 무애대다라니(千手千眼觀自在菩薩 廣大圓滿 無碍大多羅尼;일명 천수다라니)를 태징 박에 맞춰 연주하며 이 때 태평소, 북을 함께 반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현육각(대피리 2, 장구, 해금, 대금 등으로 편성)이 가세할 때도 있다. 이 외에도 바라무(鉢羅舞)는 사다라니바라, 관욕쇠 바라, 화의재진언 바라, 요잡바라, 명바라 등이 있다.
9. 도량게(道場偈)
道場淸淨無瑕穢 三寶天龍降此地
我今持誦妙眞言 願賜慈悲密加護
도량청정무하예 삼보천룡강차지
아금지송묘진언 원사자비밀가호
도량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사옵니
원컨데 삼보천룡께서는 강림하소서
제가 지금 묘한 다라니를 지송하나니
원컨데 자비의 가피를 은밀히 내리소서
도량게(道場偈)는 다게(茶偈)와 함께 자주 사용되는 작법(作法)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삼일이 걸리는 영산재(靈山齋)에서부터 한나절 만에 마치는 상주권공(常住勸供)에 이르기까지 도량게는 거의 매번 연주되는 부분이다. 즉 대표적인 나비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주로 간소하게 설판되는 소규모 재에서는 천수바라를 연주한 후 바로 도량게가 들어가게 된다. 16곡으로 설명되는 상주권공의 장엄한 홋소리를 간소화하여 천수경의 전반부로 대신하는 것이다. 그리고 천수경의 가장 중심부분인 신묘장구대다라니서부터는 바라무의 형식으로 갖추어 연주하고 이어 도량게작법을 행하는 것인데 이는 도량게라는 게송이 천수경 안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의 뒤에 연결되는 때문이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오로지 진리에 공양하고 진리의 길을 간다는 구도의 일념으로 오롯이 추어내는 것이 이 나비춤의 특성이다. 단순한, 그러나 참으로 쉽지 않은 정진의 길이다. 도량게작법을 비롯한 불가(佛家)의 나비춤은 춤이기 이전에 공양(供養)인 것이다.
10. 헌좌게(獻座偈)
獻座眞言
妙菩提座勝莊嚴 諸佛座而成正覺
我今獻座亦如是 自他日時成佛道
헌좌진언
묘보리좌승장엄 제불좌이성정각
아금헌좌역여시 자타일시성불도
묘한 보리좌의 수승한 장엄이여
정각 이루신 불세존의 자리일세
제자가 바치는 자리도 이와 같을세
저와 내가 동시에 성불하여지이다
음성으로 불법과 찬탄하는 권공(勸供)의 전반부를 다 이행하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공양을 권하기 위해 허공법계를 관조하며 심법과 가지주력(加持呪力;불보살의 법력이 깃든 주문을 외우면 성현의 위신력이 법계의 眞性緣起로 인해 현상세계를 변화시킨다고 함), 음성공양 등의 공력을 기울여 만다라단(曼多羅壇;주문으로 만들어지는 단)을 시설하는 일련의 법요를 행하게 되는데 이 헌좌게는 법요의 첫 머리에 행해진다.
즉, 게송의 내용과 같이 마음으로 오고가며 존재하는 법계실상(法界實相)의 보리좌(菩提座)에 제불(諸佛)의 법신(法身)을 모시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11. 법고
법고무(法鼓舞)를 일러 불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법고라고 지칭한다. 가장 정형적으로 등장하는 법고의 순서는 영산재 등 규모가 큰 재를 설판할 경우, 시련절차에서 시련행렬이 짓소리 인성(引聲)을 지으며 사내(寺內)로 들어 온 후 영축게를 쓸어 젓수고(탄백성 등으로 짧게 연주하는 형태를 이르는 전통적 어휘) 이어 기경작법(나비무의 일종)과 요잡바라를 행하고는 요잡의 빠른 박자를 몰아서 그 데로 법고로 이어지는 데, 요잡의 박자는 잠시 간 이어지는 듯 하다가 어느 새 몰아 들어가는 법고 특유의 잰 박자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점입가경, 몰아지경, 법열락, 동중정, 정중동 그야말로 단순한 한 박의 연속이다. 끝 간 데 없이 몰아들어 가는 숨 가쁜 박자와 그 사이를 오방색으로 (해탈의 견지에서 볼 때 동, 서, 남, 북, 중앙에는 청, 황, 적, 백, 흑색의 세계에 각각 동방만월세계 약사여래불, 서방극락세계 아미타여래불, 남방환희세계 보승여래불, 북방무우세계 부동존여래불, 중방화장세계 비로자나여래불이 계신다고 설해짐) 수놓는 구해스님의 호적, 그러나 그 속을 소요하는 스님의 표정과 몸짓에서는 이미 그 무엇도 찾아 낼 길이 없다. 다만 보는 이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게 하고 눈물이라도 울컥 쏟아질 것 같은 감격을 느끼게 하는 이 신비스러운 광경은 과연 누가 의도한 것이며 누가 짐짓 느끼는 것인가?
법고무의 특성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민속무에서 늘 법고(큰 북을 말함)와 함께 등장하는 승무와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그 첩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승무(민속무 계통)와 법고무의 가장 현저한 차이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법고무에서는 춤의 구성상 인간적인 희노애락을 짐짓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 될 것이다. 즉 춤의 스토리 면에서 지극히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구성을 통해 오직 지순한 수행의 법열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의식무의 보편적 특성이라고도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식과 무대구성으로 보아, 또 이미 알려진 故 한 성준 선생의 증언으로 보아 그 시절, 지금의 승무를 만들었던 주된 근거가 불가의 법고(法鼓)였던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12. 향화게(香花偈)
향과 꽃에 대한 찬탄과 기원을 담은 공양무로서 나비무의 일종이다. 음악적 구성(특히 특성적인 면)과 작법의 진행은 상주권공재에서 연주되는 운심게작법(運心偈作法)과 거의 같으나 다만 뒷부분에 일군의 작법이 열 소절 더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음악적 구성이나 특성, 작법의 절차 등에 포함된 예술적 가치를 고려해서 작법의 백미라고 평해도 좋을 만큼 신비롭고 장엄한 느낌의 공양무이다. 가사의 분량, 연주시간 면에서도 스케일이 사뭇 크다. 특히 향화게 작법을 이루고 있는 찬탄과 기원의 게송에는 놀라우리만큼 형이상학적이고 시각적이면서도 불교철학의 시공간적 사유형태가 상세히 드러나고 있어 그 문학적 가치도 대단히 크다.
13. 향수나열
香水羅列 齋子虔誠 欲求供養之周圓 須仗加持之變化 仰惟三寶 特賜加持
南珷十方佛 南無十方法 南無十方僧
향수나열 제자건성 욕구공양지주원 수장가지지변화 앙유삼보 특사가지
나무시방불 나무시방법 나무시방승
향과 물을 갖추어 올리고 재자가 지극한 정성으로 널리 법계에 공양하고자 하오니 모름지기 공양은 가피를 의지해서 변화하여지이다. 오직 우러러 삼보께서는 수승한 가피를 내려주소서.
재(齋)에서는 공양물의 비중이 무척 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물질적인 공양을 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예로부터 치성을 드릴 때는 항상 갖추어야 되는 것이 정성으로 준비한 정갈한 공양물이었다. 절하면 흔히 생각나는 것이 공양미, 시루떡이고 정성하면 생각나는 것이 촛불과 정안수가 아닌가? 거기에다 간절한 기원이 들어가면 이 것이 바로 진정한 공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준비한 이 공양물이 끝없는 법계에 다 이르고도 부족함이 없도록 공양물 자체에 특별한 가피를 내려주실 것을 기원한다.
재에서 香煙遍敷三千界 定慧能開八萬門이라 했듯이 향에는 지극한 기원이 깃들어 있는 고로 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를 덮을 수 있고 정혜(定慧)는 이것이 능히 진리에 도달하는 길이기 때문에 무한한 세계를 연결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무한한 힘과 지혜, 그 것이 마음의 실상이고 그 것이 법왕이라고 인격화한 부처의 실상인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의 가피로 이 정성어린 공양은 무궁무진한 공양이 되어 온 우주법계에 다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창패(唱唄)하는 이의 마음은 이와 같은 혜안(慧眼)과 확신으로 가득하고 법요(法要)의 절차가 정연하면서도 음성은 간절하고 오묘하여 평정의 경지에까지 도달해야만 과연 법답고 신비로운 의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4. 사다라니(四陀羅尼)
無量威德自在光明 勝妙力 變食眞言
나막 살바다타 아다 바로기제 옴 삼바라 삼바라 훔(3번)
施甘露水眞言
나무 소로바야 다타 아다야 다냐타 옴 소로소로 바라소로 사바하(3번)
一字水輪觀眞言
옴 밤 밤 밤밤(3번)
乳海眞言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밤(3번)
물질의 공양을 진리의 공양으로 변화시켜서 무한한 법계에 공양하기 위해 설해지는 주문이다. 처음에 연주되는 변식(變食)진언은 쌀을 위주로 하는 마지공양을 변화시키는 진언, 다음은 청정수를 감로로 변화시키는 시감로수(施甘露水)진언, 세 번째는 수륜관(水輪觀)진언으로서 물의 본성을 관하는 진언, 다음은 유해(油海)진언 즉, 바다와 같은 기름을 공양하는 진언이다. 많은 진언 중에서도 이와 같은 주문이 법요로 정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효과적이고 이치에 합당할 것이기에 과거 혜안을 가지고 의식을 만든 선지자들은 이와 같은 법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것이 법요(法要)인 것이다. 이 외에도 공양에 대한 진언은 보공양(普供養)진언, 시귀식(施鬼食)진언, 시무차법식(施無遮法食)진언 등으로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불보살님을 대하는 상단의 공양에서는 이와 같이 네 가지 진언을 시설한다. 일반의식에서는 법주(의식의 안채비를 주관하는 스님)가 요령을 흔들면서 보통 기준에서 두 배 속도의 평염불로 연주하는 것이 범례이지만 상주권공 이상의 재(齋)에서는 바라무와 사물(四物) 내지 삼현육각을 곁들여서 화려하게 연주한다. 천수바라를 구성하는 절차와 유사하지만 다만 박의 진행과 춤의 구성 면에서 차이가 조금 있다.
15. 축원화청(祝願和請)
흔히 알려져 있는 회심곡은 본래 별회심곡(別回心曲)이라는 명칭으로 불가에 전해오던 이 화청(和請)의 가사와 선율이 국악인들에 의해서 편곡된 것이다.
지금까지 화청이라는 음악형태의 정확한 성립연대가 확인된 바는 없으나 다만 전통의식인 범패의 연주형태 중에서 민속적 색채가 특히 강하고 가사 또한 유독 한글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전통으로 분류되고 있는 불교의식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형성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가사는 한글 4언 4구 정형으로 구성되어 있고 드물게 3언 혹은 5언으로 글자 수가 변하기도 하는 것은 운율을 유연하게 함과 동시에 문학적 가치와 철학적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작자의 배려일 것이다. 내용은 권선징악, 윤회사상, 정토신앙, 수선사상, 보국안민 등에 걸쳐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어장들이 재에서 흔히 창하는 화청은 주로 49재에 관련된 내용성이 많고 그 가사가 구전이나 필사본으로 전해지고 있어서 때와 장소에 따라 유동이 많고 개인마다 지니는 가사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외에도 불가에서 전해지고 있는 화청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이 있는데 바로 축원화청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불가의 화청 혹은, 민속예술로 분파되어 나간 회심곡 등과 같은 4ㆍ4조의 사설조가 아니고 법당에서 낭송되는 상단축원과 같은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축원문을 날렵한 경기소리제의 음률에 올려 한 단락 씩 읊어 가는 것이다.
화청, 회심곡이 전통종교의식의 범주에서 민간포교를 위해 새로운 창작적 시도를 통해 진일보한 변화의 결과라면 축원화청은 같은 맥락을 통해 변화하면서도 다른 창작적 성과물로 자리매김해 왔으리라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조선 전·후기, 구한말, 일제강점기 등 격동의 세월을 거치면서 국악계를 비롯한 민족 예술계도 끊임없는 생성과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불교의식예술 또한 이와 같은 변화를 함께 겪었다는 흔적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다. 축원화청도 그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일맥상통하는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