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파 <We Are Martin Parr> 전시 관람 후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 <We Are Martin Parr> 전시를 관람했다. 마틴 파는 영국의 사진가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과 관광, 음식, 소비, 여가생활 등을 오랫동안 촬영해 온 작가이다. 특별한 사건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과 생활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강한 색감이나 가까운 시선, 때로는 풍자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마틴 파가 거창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순간들을 사진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었다.
이번 <We Are Martin Parr> 전시는 마틴 파의 약 50년에 걸친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회고전으로, 다양한 시기에 촬영된 사진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구는 "지루한 것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것이 있다." 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전시된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문구라고 생각했지만, 마틴파의 전시작들을 보다 보니 마틴 파의 사진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사진에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여행을 하고, 춤을 추거나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평범한 장면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측면에서 일상을 해석하기도 하며, 특정 표정이나 물건을 강조하면서 익숙한 모습도 조금 낯설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전시장 자체도 일반적인 사진전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처럼 눈에 잘 띄는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작품도 작은 사진부터 벽 한 면을 채울 정도로 많은 사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조용하고 차분한 사진전이라기보다는 사진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의 사진과, 온몸이 진흙으로 뒤덮인 사람이 대비되는 모습인데, 나는 전시장 내부 도슨트분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하였기에, 해당 인물들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료한 커플(Bored Couples)> 연작 안에 있는 사진으로, 사진 속 인물은 마틴 파 자신과 그의 부인이다. 이 연작에서 마틴 파는 식당이나 카페, 휴양지 등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서로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는 커플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사람들만 관찰한 것이 아니다, 자신과 부인까지 직접 작품 속에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처음 사진만 봤을 때는 단순히 대화가 끊겨 어색한 커플을 촬영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사진 속 남성이 마틴 파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보던 작가가 자기 부부의 모습까지 같은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마틴파의 성격을 느낄 수 있었다.
<무료한 커플> 연작 중 다른 사진
특히 'common sense'가 전시된 공간은 수많은 사진(170점)이 벽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한 장씩 볼 때는 음식이나 사람의 얼굴, 물건처럼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사진이 한꺼번에 모이면서 소비와 일상생활의 모습이 더욱 강조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의 색감도 이전 전시 구역에서 봤던 것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매우 강하고 선명해서 일반적인 사진전에서 느끼는 차분한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다. 전시장 자체에도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등 강한 색이 사용되어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MEXICO> 연작에 포함된 2003년 인물사진이었다. 사진 속 남성은 초록색 'USA' 모자를 쓰고 작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독특한 외모와 복장에 눈길이 갔지만,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사진이 다르게 보였다. <MEXICO> 연작은 마틴 파가 2000년대 초반 멕시코를 여행하며 촬영한 작업으로, 멕시코의 일상 속에서 지역의 토착 문화와 미국의 브랜드나 아이콘이 서로 섞이고 충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을 통해 당시 멕시코 사회 안에 미국 문화와 글로벌 소비문화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었는지를 한 사람의 복장만으로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시 후반부로 들어가면서 앞에서 보았던 화려한 컬러사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들이 등장했따. <The Non-Conformists>는 마틴 파의 초기 흑백 작업으로 지역 공동체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틴파 전시중, 주제가 바뀌게 되면 벽면에 이런 식으로 주제와 설명을 적어주는 방식이 친절하다고 느꼈다.
<The-Non-Conformists> (1973~1983
이어진 <Bad weather> 역시 흑백작업이었다. 안개가 짙게 낀 거리나 비가 내리는 상황처럼 보통은 사진을 찍기 좋지 않다고 생각할 만한 날씨를 오히려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풍경만 사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날씨도 그 자체로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마틴 파가 무엇을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Bad Weather> 연작 中
<North Korea>
1997년 마틴 파가 평양을 방문하면서 촬영한 작품으로, 학교에 줄을 서 있는 아이들이나 기념비 앞의 사람들, 단체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이 담겨 있고, 특히 이후에 나올 <South Korea>의 사진과 함께 생각해 보니 같은 한반도이지만 사진 속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게 느껴졌다. 도슨트 분의 설명으로는, 해당 방문 당시 정해진 구역에서 정해진 일정만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여행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때문에 짜여진 각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남한(South Korea)>
남한 연작은 마틴 파가 한국에 관해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서울의 남대문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식료품, 에버랜드와 같은 유원지의 풍경을 촬영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그에 수반된 소비문화를 드러냈다. 또한 여행자의 시선에서 제주도의 풍경을 기록하여 한국의 자연경관마저 관광상품으로 소비되는 양상을 포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문화이지만 마틴 파의 시선에서 포착된 한국 소비 문화는 하나의 흥미로운 사진 소재가 되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Death by selfie>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았던 주제는 <Death by Selfie>이다. 스마트폰과 셀카봉이 널리 사용되면서 관광지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는 행태를 비판한 작품이었는데, 재미있었던 점은 나도 역시 이 전시를 다녀왔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계속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전시를 보고 느낀 점.
이번 전시를 보기 전에는 좋은 사진이라고 하면 멋있는 풍경이나 특별한 순간을 기록한 사진만을 먼저 생각하였었는데, 마틴 파의 작품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촬영자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충분히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시장 초반에서 보았던 "지루한 것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것이 있다"라는 문장을 전시를 다 본 뒤에는 조금 다르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평범한 장면이 정말로 지루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미로운 부분을 찾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