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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71차 부산호텔 한정식 <영빈관> 정모 후기 - 인연
- 오늘의 話頭는 인연 -
길을 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불교의 윤회설에 의하면 옷깃 스친 인연은 三代에 걸친 인연이라고 한다.
(여기서 1대라 함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즉, 1윤회를 1대라 함)
영겁에 걸쳐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서 죽고, 끝없는 윤회를 반복하며 이승의 지은 업보대로 다음 생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맺으며, 우리가 기억만 못할 뿐이지 끝없는 윤회를 반복 하는 게 우리의 삶이라 한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찰라' 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표현 할 수 있는 시간의 가장 짧은 단위를 표현하는 불교 용어다.
찰라와 반대되는 불교 용어로 겁(劫)이란 말이 있다.
"겁이란 얼마나 긴 시간이옵니까?" 하고 제자가 묻자 석가모니께서
"사방 십리가 되는 큰 바위가 있는데 1년에 한번씩 선녀님이 내려와 바위를 한바퀴 돌고
올라가시는데 그 선녀님이 입고 계신 잠자리 날개 같은 옷깃에 스쳐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세월이니라"
그래서 우리는 무한대의 긴 시간을 두고 영겁이라 이른다.
옷깃 스친 인연이 三代라면 시선이 마주친 인연은 십대, 서로 만나 마주한 인연은 50대, 대화라도 한번 나눈 인연은 100대,
그렇다면 우리 맛부 회원들 상호 간은 몇 대에 걸친 인연일까?
천대? 만대? 아마 오랜 세월 쌓인 인연은 틀림없을 것이다.
오늘 우리 회원님들 이름표를 만들며 잠시 떠 올려 본 개똥 철학 같은 명상 한 자락이다.
생면부지 많은 사람들이 맛부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렇게 좋은 인연들을 맺고 즐거워 할 수
있음은 전생에 오랜 善業의 덕택이겠거니 생각하니 맛부의 벗들과의 만남이 다시금 소중하고 가슴 뿌듯하게 느껴진다.
"너러바회님 꽃수례에 오늘은 또 어떤 꽃들이 탈까?"
꼬리 글에서 확인한 몇 분의 궁금증?
언제부턴가 내 차는 '꽃수례'
내 차를 탄 여성 횐님은 '꽃'
남성 횐님은 '강구'
수선화 - 바이진이님(단골이신 바이진이님은 아마 몇 만대의 인연일거야)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연상시키는, 누님 같은 부드러움을 간직한
하얀 국화를 닮은(꽃말 : 성실, 평화, 절개) - 어울림님(어울림님과의 인연도 만만찮죠?)
(내 차에 새로 모신 여성 횐님과 꽃과의 이미지 매칭을 하는 것은 자의 타의로 이제 관례가
되어버렸다)
바른 생활 강구 - 장경님(강구가 된 이유는 앞 후기를 참조하시길)
모두 세분, 소수정예 단촐한 인원에 공간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즐기며.......
장경님과 어울림님은 오랜만에 만나 더욱 반가웠다.
부산 호텔은 나에겐 아주 오래된 추억 하나가 있는 좋은 인연이 있었든 곳이다.
30여년전, 부산호텔 지하엔 <맘모스>란 어마 큰 커피숖이 있었다.
그 당시엔 대부분 다방이라 했는데 이곳은 유일하게 고상틱하게 커피숖이라 했고
기독교 방송에서 이곳에서 토요일마다 공개 방송을 했는데, 신청곡도 받고 퀴즈도 풀고 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여동생이 재밌겠다며 같이 가자고 하여 갔는데 퀴즈 예선 문제를 맞히니 상품으로 쥬스 두잔. 드디어 결승.
마지막 문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토>의 주인공, 리골렛토는 어떤 신체적 특징이 있을까요?"
장내는 조용~~~.....................................
드디어 나에게 기회가..........
"녜, 리골렛토는 곱추입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상품이 <구두상품권>. (그 당시로선 제법 가치가 있었다)
그 구두 티켓은 그때 첫아이 임신중인 아내에게 갔다 바치고......
(양해는 구했지만 동행했든 여동생이 서운했을지 몰라)
그때 사회를 맡았든 장호신 아나운서는 지금은 부산 MBC의 이사로 있다지 아마.......
회비가 20,000원이라------- 2차 생맥주 5,000원 정도 빼면 15,000원 정도가 예측되는데
호텔 한정식이 웬걸 이렇게 싸지? 땡이롤세.............
먼저 내린 바이진이님과 어울림님이 호텔로 들어가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간다.
나와 장경님, 어리둥절해 따라가며 살펴보니 골목 안 별체에..........
들어서는 순간 근사한 분위기에 대한 기대는 와르르..............
에게!--- 이게 무슨 호텔 식당이야?
여늬 한정식 집보다 나을게 하나도 없다.
맛, 써비스, 인테리어, 모두 <부산호텔 한정식>이라고 칭하기엔 너무 실망.
호텔 한정식 이라기에 적어도 신선로 정도는 기대를 했는데...........
어쩐지 싸다 싶드라니........
오늘 신입 여러분의 자기 소개.
전문의약품님, 유쾌상쾌님, 용마니님, 이하, 모두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고.......
너무 떨린다든 <달빛창가>님도 자기 닉네임 잊어 먹은 사연까지 시시콜콜
풀어내는 모습은 떨린다는 말은 걍- 엄사르리스트?
모두모두 반가웠습니다.
앞으로 맛부에서 좋은 인연 많이 만들어 보람 있는 카페 생활되세요.
초코하임님, 이름표 명단에서 누락되어 미안해요, 밴드닥트님두요.
귀가 길, 나의 꽃수례.
바이진이님,
어울림님,
닉네임 그 자체로 이미지에 너무 잘 어울리는 연보라 참꽃님,
오랜만에 동승하신 라일락 - 레몬님.
미소가 너무나 소박한 청일점, 선량한 강구 - 오공님.
오랜만에 百花滿堂.
이 흐뭇한 기분.........
이 모두가 전생의 나의 선업의 보상이라 생각하니 모든 게 고맙고 해피 하다.
그러나 복통을 호소하며 먼저 가신 장경님이 쪼매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