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제주보물 '톳'
2012년 03월 21일 (수) 09: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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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해조류는 ‘미역’과 ‘김’이 꼽힐 것이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해조류는 미역도 김도 아닌 ‘톳’일 것이다. 생산량으로 보나 품질로 보나 또한 활용도로 보더라도 톳은 제주를 대표하는 해조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남해안 일부지방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방에서는 대부분 톳을 잘 모를 정도로 일반화 되지못한 해초다.
2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모 TV프로그램에서 톳을 들고 명동에서 일반시민들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아는가?“를 물어 보았는데 50~60대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응답자 중 제대로 답한 사람이 불과 15%에 그칠 정도로 생소하다는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일반적으로 해조류를 식용으로 이용해온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그 외의 나라에서는 해조류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해조와 해초의 차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문 편인데 해조는 바다에 사는 모든 식물을 이르며 해초는 그 가운데 종자로 번식하는 해양식물의 총칭이다.
해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0여종 이상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근해에는 500여종이 분포되어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식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해조류는 50여종 정도이다.
해조류가 중요한 이유는 식량자원이기 이전에 바다의 청정 상태를 알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에 어떤 해조류가 어느 만큼 번식하고 있는가를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환경보호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해조류를 분류할 때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로 구분되는데 녹조류는 주로 얕은 바닷물속에 서식하면서 광합성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서 초록색이 강한 파래나 클로렐라 등이 속하며 갈조류는 다시마, 미역, 톳, 모자반, 감태 등이 여기에 속한다. 홍조류에는 김, 우뭇가사리(천초), 가시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즉, 분포하는 해조류에 따라서 얕은 바다에서 깊은 바다까지의 오염도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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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운데 톳은 동의보감이나 자산어보와 같은 고서적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토의채(土衣菜), 녹미채(鹿尾菜)라고 한문으로 표기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에 비교적 널리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제주도와 서남해안에서 많이 생산되는 갈조류의 모자반과에 속하는 바닷말의 일종이다. 타지방에서는 다 자라도 50~60㎝정도로 자라지만 제주근해에서는 1m이상 자라기 때문에 성장환경이 제주도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보통 1월에서 3월까지의 찬 바다에서 채취하는 것이 상품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톳의 생산량은 전남 완도와 진도지역에서 대부분이 생산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80년대부터 일본의 의뢰를 받아 톳을 양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졌고 제주에서는 자연산만을 채취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산량만을 따져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산은 여전히 제주에서 가장 많이 채취하고 있고 특히 그 질감을 따져보면 전남해안의 톳은 3월에서 6월에 걸쳐 채취하면서 부드럽고 여린 톳이 생산되는 반면 제주의 자연산 톳은 씹히는 질감이 뛰어나고 맛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원, 거제 등 경남해안 지방에서는 ‘톳나물’이라고 칭하고 전라도 서해안지역에서는 ‘따시래기’ 혹은 '뚥배기’ 라고 부르는데 주로 생채 나물처럼 초무침을 해먹는 조리법이 일반적으로 섭취방법이 비교적 단순한 반면 제주지역에서는 보릿고개가 존재했을 당시 톳밥 등을 지어 구황식품으로 이용하기도 했고 특히 말려서 저장해 두었다가 여름철에 냉국으로 가장 많이 활용했고 우영팥의 채소와 곁들여 쌈 싸 먹을 때 고명으로 이용하기도 했고 나물처럼 무쳐 먹을 때도 초된장으로 무쳐먹거나 멜젓으로 무쳐먹는 독특한 방법을 이용했다.
영양적인 측면을 보면 그 가치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음식이 바로 톳이다. 대부분의 해조류가 그렇듯이 칼슘, 요오드, 철 등의 무기염류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혈관 경화를 막아 주고 장기적으로 상시 섭취하면 치아가 건강해지며 머리털이 윤택해지고 섬유질을 포함하고 있어 변비에도 좋으며 특유의 점액질(알긴산)이 창자의 소화운동을 높여 주는 등 여러 가지 건강에 이로운 점이 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기본적인 수준이다.
톳의 영양분 중에서 주목할 만한 영양성분은 칼슘과 철분인데 모든 해조류 가운데 칼슘과 철분함량이 가장 많은 것이 바로 톳이다. 철분은 동량의 시금치에 비해 3~4배 이상 많이 함유되어 있고 칼슘의 경우 우유의 15배에 달하는데 더 중요한 것은 동물성 칼슘보다 훨씬 흡수가 잘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성분이 주목받고 있는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유사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갱년기 여성분들에게는 그냥 음식이 아니고 골다공증 예방과 심혈관질환 예방, 소화력 강화 등 보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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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영양학적 가치를 미리 파악한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일상식으로 활용을 해 왔고 조리법도 다양하다. 특히 9월 15일을 톳의 날로 지정해 놓고 톳 축제(히지키 마c츠리)를 개최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라 하여 학교 급식에서 일주일에 1회 이상 톳을 먹이는 것을 법제화 시킨 곳도 많다. 그리고 더 황당한 것은 일본에서도 톳이 생산되는데 우리나라 톳이 더 품질이 좋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톳을 전량 수입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일본에서 유통되는 톳의 70%가 바로 우리나라 톳이라는 사실을 정작 우리는 모르고 있다. 과거에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톳을 전량 수입해 가다가 수요가 증가하면서 완도, 진도 등지에 제주산 톳 모종을 이식해서 양식을 시키고 전량 수입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제주산 톳은 양식보다 더 맛있다고 인정받는다고 한다. 그렇게 우수한 제주의 톳을 우리는 너무나 흔하다보니까 좋은 줄 모르고 오히려 요즘은 과거보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서인지 섭취량이나 생산량이 많이 줄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010년 11월 제주산 톳이 지리적표시제 등록 상품으로 결정되어 다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들과의 차별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제주대학교 제주해조산업 RIS사업단과 제주시 수협이 같은 해 4월 공동으로 출원 신청한 '제주 자연산 톳'의 지리적표시제 단체표장 등록을 특허청이 인정함으로써 법으로 제주산 톳의 권리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주도민들이 제주산 톳을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하고 많이 섭취하고 활용해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톳은 제주에서는 오일장이나 상설재래시장 등에 가면 건조시킨 것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불려놓은 톳이나 생톳을 만나는 것도 제주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생톳이나 불려놓은 톳을 고를 때는 광택이 있고 굵기가 일정한 것이 좋으며 너무 여린 것 보다는 그 잎이 도톰한 약간 억센 톳이 씹히는 느낌이 더 좋고 치아 건강에 이롭다.
그리고 쪄서 건조시킨 상태의 가공된 상품들도 시중에 선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가공된 제품들은 밥에 바로 섞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으며 물에 불려서 바로 무쳐 먹을 수 있는 것도 있는데 이 가공된 제품들이 점점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가능하면 천연 상태의 톳을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톳의 가치를 우리가 알아보기만 한다면 분명 또 하나의 제주의 보물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
<글·사진/제주향토음식 명인 1호 김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