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엘리아 카잔
출연: 말론 브란도
테리(마론 브란도 분)와 그의 형 찰리(로드 스타이거 분)는 부둣가 노조를 장악하고 있는 프렌들리(리 J. 콥 분) 일당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테리는 프렌들리의 부탁으로 친구인 조이 도일을 옥상으로 불러내는 임무를 맡는다. 조이는 선창 노동자로 부두범죄위원회에 나가 프렌들리의 부정행위를 증언하기로 되어있었고 이를 미리 눈치 챈 프렌들리가 테리를 이용해 조이를 옥상으로 유인한 뒤 옥상에서 밀어조이를 살해한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테리는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그러는 가운데 조이의 여동생을 만나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한편 이 마을의 베리 신부는 부둣가 노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부당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결심하고 노동자들을 선동하려 하지만 일자리를 잃거나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한 노동자들을 선뜻 신부님에 동참하려 하지 않는다. 그 가운데 듀간이란 노동자가 신부와 함께 끝까지 노조를 대항해서 싸울 것을 약속하지만 또다시 프렌들리 일당에게 살해되고 만다. 베리 신부는 테리에게 조이의 죽음에 관해 증언해 줄 것을 부탁하지만 테리는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러는 가운데 조이의 죽음에 관한 청문회가 다가오고 테리는 청문회의 증인으로 출석 요구장을 받는다. 프렌들리 일당은 테리의 형인 찰리를 협박해 테리의 입을 막아보려 하지만 형 조차 끝내 테리의 결심을 바꿔놓지 못한다.
결국 프렌들리 일당은 찰리마저 잔인하게 살해하고 테리에게 다시 한번 마지막 경고를 한다. 테리는 복수를 결심하고 청문회에 나가 프렌들리가 조이와 듀간의 살인을 지시했음을 증언한다. 프렌들리는 조이의 일자리를 빼앗는 방법으로 그에게 복수하려 하고 테리는 부두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차 밀고자란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다. 하지만 테리는 끝까지 프렌들리에 맞서 대항하고 테리의 진심을 알게 된 노동자들 모두 테리를 지지하여 부두의 노동조합 운영권을 빼앗는다.
한 불량 청년이 우연히 사귀게 된 청순한 소녀의 사랑에 감화를 받아 뉴욕의 부두를 장악한 악질 폭력단과의 목숨을 건 대결 끝에 새로운 삶의 행복을 찾는다는 이야기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엘리아 카잔의 굳은 의지로 탄생된 명작이다. 사회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수 많은 고초를 겪은 이 영화는 원래는 40년대 말에 아더 밀러가 각본을 써서 영화화하기로 하였으나 엘리아 카잔과 아더 밀러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버드 슐버그가 각본을 썼다. 뉴욕 보흐켄 부두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정의의 대립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사회적인 냄새가 너무 잩어 제작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왔다. 헐리우드에 실망한 카잔은 16mm로 이 작품을 만들려 했으나 <아프리카의 여왕>을 제작했던 셈 스피겔이 제작을 맡겠다고 제의하여 아카데미상을 8개나 휩쓴 걸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1954년 아카데미 8개 부문(작품, 감독, 남우주연, 여우조연, 각본, 촬영, 미술, 편집상) 수상, 뉴욕비평가협회 작품상 수상.
엘리아 카잔 감독은 양심적인 영화인으로 알려졌지만, 50년대 할리우드의 공산주의자를 가려내는 반미 특위에서 동료 영화인을 고발하는 마녀 사냥에 동원된 후 자기 변명으로써 <워터프론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엘리아 카잔이 감독으로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진술'을 영화적으로 한 것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말론 브란도의 탁월한 연기와 엘리아 카잔의 시적인 연출이다. 슐버그의 각본과 찰영 감독 보리스 카우프만의 솜씨도 작품의 예술성과 재미를 한층 높혀주고 있다. 슐버그는 뉴욕 부두가 노동자들의 실태를 심층 취재하여 1949년에 퓰리쳐상을 수상한 말컴죤스의 글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었는데 약 1년간 보흐켄 부두 부두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시도하여 부두가의 범죄 실상을 구성하게 되었다. 부두가에서 성자로 일컬어지는 실제 인물 존고리단 신부는 이 영화에서 베리신부로 그려지고 있다.
엘리아 카잔이 연출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혁명아 자파타> 등에서 카잔의 물신적 배우로 호흡을 맞춘 말론 브란도는 특유의 반항적이고 우수에 찬 이미지로 부두 노조의 비리를 고발하는 주인공역을 뛰어나게 소화해낸다. 흔히 노조가 등장하는 영화가 일반적으로 자본가를 악하고 노동자를 약자이자 선한 자로 그리는 공식을 깨고, 이 영화는 노조를 지배하는 암흑가 조직과 그것을 이용하는 노조 간부의 비리를 고발한다. 이 영화는 뉴욕 부두의 황폐한 노동 환경과 살벌한 노동자들의 생존 법칙을 어두운 톤과 긴장감 넘치는 화면 구성 속에 담아낸다. 거칠고 황폐한 분위기 속에서 말론 브란도의 대사는 시적이며 낭만적인 모순된 매력을 발산한다. 말론 브란도를 사로잡는 에바 마리 세인트의 청순한 이미지는 이런 거친 분위기의 대립항으로 드라마를 중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미국 사회의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를 집중적으로 만든 엘리아 카잔은 집단의 횡포와 광기에 도전하는 고독한 개인 영웅에 초점을 맞추는 악한 집단 대 선한 개인의 갈등 구조를 드라마의 축으로 삼는데, <워터프론트> 역시 그런 틀 속에서 전개된다. 그리고 이런 갈등 구조는 많은 미국 영화들이 선호하는 이야기 공식으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워터프론트>는 '미국 영화 100주년의 해'를 맞이하여 미국 영화연구소(AFI)에서 선정한 좋은 영화 100선 중 8위에 기록된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