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아랫채 작업방으로 내려왔다. 햇볕이 눈이 시리도록 화창하다 .
이렇게 찌르도록 화창한 봄날의 햇빛은 어떤 단어를 써야 할까? 깨어진 유리조각 처럼 날카롭고 투명한 햇빛을...
어느 책 제목에서 본 `사금파리 한조각, 이라는 글이 생각난다. 그 사금파리 한조각의 끄트머리에 손 끝이 베일 듯한 날카로운
햇살이 막무가내로 온천지에 내리 비춘다.
그리움인지 외로움인지 슬픔인지 서러움인지 허무함인지 알수없는 감정들 ...
언제부터 였는지 이무슨 감정인지 알수없는 감정이 밀려올때가 바로 사금파리 한조각 같은 날이다.
어딘가로 가야만 할 거 같은데 그 어디가 어딘지 떠오르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야 할 것 같은데 만날 누군가를 모르겠는 ...
언젠가 동창 친구와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떨다가 `우리 옛날에 다방에서 듣던 유행가를 들으면 왜 그렇게 가슴이 시리냐,?
고 물었다.
그 친구 하는말이 ``나는 그래서 그때 그시절 노래는 아예 안듣는다,,고 하던말이 생각난다.
왜 이런 감정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불쑥불쑥 찾아올까?
근원을 알수없는 태초의 잉태되면서 부터 생긴 감정인거 같은 이 감정은 도대체 어디서 온걸까?.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도록 기다릴 뿐이다.
그림 그리기에 열중해보고 라디오 멘트에 귀를 기울여본다 .
세상 사람들이 바쁘게들 열심히들 살아가는 내용들이 흘러나온다.
우울증약을 가끔 먹는 친한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이 무슨 이런 감정이 냐?,고.
그언니가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 이부족해서 일 거란다. 증상이 심해지면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아 먹어야한다고.
비가오거나 흐린날에 우울한거하고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그래도 세로토닌인가 뭔가가 부족해서일까?
뉘엇뉘엿 해가 조금씩 시들어가면서 아까의 그 감정들도 시들어가고있다.
찻물을 데워 차를 우려낸다.
구부정하던 등이 나이들어가면서 더 구부정해진 백발의 남편이 어슬렁내려온다. ``차한잔하소,,
둘이 마주보며 말없이 홀짝인다.
어떤날은 ``나보다 먼저 죽지마소,, 하다가
저양반이 나 먼저 가고나면 불쌍해서 어쩌나 싶어져서`` 나보다 먼저가소,,해본다.
``당연히 그래야지,, 한다
``나혼자 남아 불쌍해지라꼬,,하며 째려본다.
``그래도 당신이 내보다는 관리가 더 잘 되잔소,, 한다.
자기관리가부족해 먹거리며 입성이며 잘 다치기도하고 몸을 잘 챙기지못해 늘 불안한 사람이다.
시골이든 도시던 할머니 혼자 남은 집이 대다수이더라 .
영감 혼자보다는 할매 혼자가낫겠지만 혼자 남은 생은 적막해 보이더라.
비슷하게 살다가 비슷하게 가면 복일텐데 나에게 그런 복이있을까 ?
평균 연령이 높아져서 남은 세월이 얼만데 벌써 누가 먼저 가느냐, 의 대화를 하고있다.
평소의 지론대로라면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라,,던 다짐이
요즘 무릎이 아프고 나서부터는 넓은 정원이랑 텃밭을 관리하며 혼자 살아갈 수있을까? 로 바뀌고있다.
며칠전 아들이 구미로 출장을 왔다가 저녁에 잠시 들리러와서 하는 말이``새로 닦은 저 위 땅에 힐링 할수있는 집을 짓자,,고한다.
손자를 위한 놀이시설을 만들고 아들 딸 와서 쉬어갈수있는 쉼터 집을 예쁘게 지으면 어떨까해서 산 위 땅을 작년가을에 일부 토목공사 를 미리 해놨었다.
아들이 지난 겨울 방문때는 별관심없어 하더니 티비속에 비친 어느한가족의 쉼터 집을보고는 저렇게 살고 싶다며 그방송분을 찾아서보여준다. 여유롭고 행복해보인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저런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다가 할배 할매 집에 찾아와서 손자는 우리에게 맡기고 맘껏 여유부리며 쉬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모습을 지켜보는것으로 우리도 덩달아 행복할거같은 상상에 빠져본다.
무릎이아프면서 집짓기 계획이 뒤로밀리고있던 중에 아들이와서 불을지피니 다시불이붙는다.
뭔가를 해보고싶은 희망이 샘솟는한 나이가 들어가는건 문제가아닌거 같다.
토목공사를 어떻게 해야할지 자재는 어떤걸 써야할지 인건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벌써부터 구상이 시작된다.
내일 또다시 사금파리 한조각이 나를찔러댈지라도 지금은 상상의 나래속으로 달음질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