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정읍 출생. 동국대 국문과 졸업.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2004년 대산창작기금, 2005년 문예진흥기금 받음.
1. 소설집 <<사람의 신화>>, 문학동네 2005. 7.
“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머니는 “그래, 내 배로 너까지 아홉이나 되는 애를 싸질러놓았는데 너 같은 녀석을 하나쯤 낳았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 말대로 ‘나’는 사람이 아닌 존재로 “내게는 위로 종족이 다른 형제가 여덟 명”이 있는데, “나 말고는 그들 모두 사람이었다. 사내가 둘, 계집이 넷, 즉 형이 둘, 누나가 넷이었다. 여덟 중에 여섯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닌 나는 “나의 왕국에서만 통용되는 나의 언어”로 대체 사람이 무엇인가를 추적한다. 골방에서 누워서만 존재하는 나는 죽어버린 할아버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누나 뱃속의 조카, 뱀 등과 말벗이 된다.
<거미>의 여중생 역시 사람이 아닌 거미로 존재하며 인간과 거미로 둔갑하면서 그 시선으로 세상과 인간의 존재 방식을 관찰한다.
<바람 속에 눕다>는 구로동 사회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로 만난 남녀의 사랑의 전말기를 통한 진정한 인간 존재의 가치를 추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떠나간 아내를 추적하면서 얻게 된 남자의 인식은 곧 사람의 사람다운 존재에로 다가선다.
“자네가 보는 걸 너무 믿지 말게. 마음으로 보는 것만 믿게나.”라는 노인의 충고는 인간 세상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노인은 그 오염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짐승들은 대개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네. 몸으로 느낀ㄴ 게지. 바람이 불면 거기에 실려 오는 냄새로 세상을 알고 그 소리로 자신이 있는 곳을 가늠한다네.”라고 충고한다.
이밖에 <갈 수 없는 여름>, <폭우로 걸어 들어가다>, <아이는 가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지옥으로 간 사나이>, <장마, 정읍에서>, <너에게 가는 길>이 수록.
작가 자신은 “마술과 기적보다, 마술 같고 기적 같은 현실! 앞에서 마술과 기적을 조금 흉내냈을 뿐이라는 게 이 소설들의 마지막 주석”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해명한다.
2. 장편 <<귀신의 시대>>, 렌덤하우스중앙, 2006.6.
남자가 노령산맥 어름 마을의 한 저수지로 낚시 갔다가 사람도 물고기도 아닌 산사람인지 귀신인지도 모를 수다스런 나이 열댓쯤의 소년을 낚는(스스로 찾아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데 부터 소설은 시작한다. 그 소년 '나'와 대를 잇는 비천하고 고단한 머슴들의 농촌 삶, 그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 출생의 소아마비 '따식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속도로 옆 황톳길에서 몸과 술을 팔던 아낙 하나코는 이 놈 저 놈에게 합궁을 허락한 탓인지 아들 따식은 열병과 함께 소아마비 증상을 앓는 절름발이가 된다. 이따금 지랄병이 도지기도하는 따식은 손재주와 사물의 배면을 가리는 특출한 능력을 지녔다. 따식이 선암촌으로 나타났던 날 그에 의하면 '나'는 오른손에 여섯 손가락이 달린 '육손이'로 태어났다. 제6의 손가락에는 뼈가 없어 두어 해 후 툭 떨어져 버렸다. 내가 기타를 퉁길 때 무심코 헛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는 이 형체 없는 촉수 하나는 안보이지만 꼭 없는 것도 아닌 내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흔적인 것이다. 따식은 자신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기 위해 조작한 이야기일지도 모를 겉으론 나를 위한 신비감과 정통성을 부여하는 '엄육손'의 이야기까지 더한다. 엄육손이는 나이를 더해가며 성기가 지닌 축복받은 기능을 여섯 번째 손가락이 대신한다. 엄육손이는 그 손가락으로 모든 여자들을 굴복시키고 고을의 이미 다른 약혼자가 있는 약방 막내딸 음전한 아가씨를 데리고 노령산맥 그늘로 숨어 들어간다. 따식의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모를 말에 의하면 자신은 원래 절름발이가 아니었으나 약방 막내딸을 구출하러 갔다가 그녀가 처녀가 아닌 것을 알고 실망한 나머지 그냥 도로 내려온 후로 갑자기 몸이 뒤틀려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 수 많은 애사와 숱한 사연들이 매장된 노령산맥의 깊은 그늘을 병풍처럼 엮어 낸 참일지 거짓일지 모호한 전설같은 인물들, 삶의 모습들은 이어진다.
틈만 나면 문지방을 베고 잠들거나 머리를 서쪽 혹은 북쪽으로 두고 자는 나는 모든 금기사항을 그대로 지키고 양치기 소년 같은 거짓말을 일삼으며 고을 사람들을 약올렸다. 학교 여선생님 치마 속 세계의 호기심까지 충족시켜야하는 것은 물론 따식의 교회 목사의 딸 경희 누나에게 보내는 연애편지까지 대신 써준다. 경희 누나는 서울서 온 사람답게 살결도 희고 성격도 차분하고 고요했으나 한참 후에 그녀의 간질병 발작을 목격한 따식에게 교회 종소리는 지랄병이 도질 때의 괴성보다도 더한 광풍과도 같았다. 경희 누나의 병 치료를 위해 서울로 떠난 후 나는 따식을 달래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의 의미를 담은 편지를 따식을 대신 쓴다.
한 번도 마주치지도 본적도 없는 전화 교환원을 사랑하는 나는 화낼 줄도 야단칠 줄도 일러바칠 줄도 모르는 학교 서무과 벙어리가 교환원이었음이 밝혀지는 사건을 겪는다. 말 않는 편이 낫다 라는 그녀의 처음 듣는 목소리에 나는 충격을 받는다.
보이지 않는 세계, 들리지 않는 세계, 삶의 경계를 넘어 죽음 저 건너편의 그늘진 어둠의 세계가 생각처럼 그리 고약하지만은 않음을 어렴풋이 아는 나는 노령저수지가 시작되는 노령산맥의 그늘이 지닌 진실까지도 엿보고 싶어지고 결국 저수지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저수지 근처 고기 병을 살피러 온 댓골영감에게 발견되고 귀신도 만나고 앓지만 저수지 맞은편에 닿을 수 없으리란 절망감으로 치유가 더뎠다.
나는 모든 금기를 뛰어넘고 싶었으며 마지막으로 죽음이란 금기도 넘고 싶었다. 금기를 넘어선 아름다움이 있으리라 믿었다..
따식이는 그해 겨울 경희 누나를 찾아 두 번째 가출을 감행했다. 세 해 뒤 경희 누나는 정말로 여전히 장가도 못 가고 궁상만 떨고 있는 따식이의 방에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3. 작품집 <<봉섭이 가라사대>>, 창비 2008. 4.
<봉섭이 가라사대>는 대를 이어 소싸움꾼이자 소장수로 살아온 응삼이를 집 떠날 궁리만 하는 아들 봉섭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무기 사냥꾼>에는 사면발이에 시달리는 일고용 노동자 용태의 시선으로 본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참한 실태가 펼쳐진다. 방글라데시 출신인 밀입국자에 불법체류자인 알리와 용태가 처음 만난 곳은 캐나다 지하 보호실. 둘은 떠돌이인 점에서 같은 운명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공범자 처지였으나 끝내는 용태가 알리를 배신하고자 하는 결말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용태의 부모가 ‘상피 붙은 자식’이란 오명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학대 받는 장면, 중국인 노동자 장이 “북조선과 남조선이 전쟁을 하면 다시 인민군에 들어가서 북을 도와 남을 쓸어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 용태와 알리가 공공연하게 자행하는 자해 공갈단 행위 등 충격적인 장면이 소설의 속도감을 더한다.
‘테러리스트 연작’인 <터러리스트>, <최초의 테러리스트>, <최후의 테러리스트>는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의 상흔이 아물지 못한 데서 비롯된 가족사의 그늘을 다룬다. 광주항쟁 때 둘째아들(명수)를 잃은 박 노인이 전 대통령에게 테러를 기도하지만 실패하는 경위를 그린 <최후의 테러리스트>, 그 큰아들 정수는 도주해버린 아내를 좇다가 도리어 팔을 하나 잃고, 손자 재호는 군 복무 중 자살을 기도한 여자 친구 현주를 찾아나서는 줄거리인 <최초의 테러리스트>, 현주의 남동생 스물한 살의 현수가 친구들과 살인 강간 등 저질스러운 테러를 모의하는 이야기인 <테러리스트들>은 우리 시대의 폭력이나 각종 불법과 비인간하 현상이 정치적인 폭력에 기원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매혹적인 결말>은 소설가를 꿈꾸는 두 청년의 단칸방 서울 살이를 통한 세상 읽기다. 미처 완성시키지도 못한 소설을 앞두고 시골 어머니의 병환으로 “어쩌면 소설은 처음부터 진리를 담는 그릇 같은 게 아니었는지도 몰라”라며 귀향하는 결말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상징한다.
<도플갱어>는 서울과 평양을 무대로 한 장면씩 교대로 서술한 실험적인 기법을 통한 분단의 현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외에 <뱀이 눈을 뜬다>, <푸른 괄호> 등이 게재되어 있다.
4. <상식적인 시절>
백아영 ; “왜 상식적으로 안 해요? 상식적으로 하자구요!”라고 주장하는 별명이 걸레인 여인. 고교 졸업반 때 ‘암시랑토안혀’ ‘야마돌아’ ‘맨좆의 청춘’ 셋에게 윤간 당함. 보복으로 50명의 남학생에게 매독 옮겨두고 출향. 강남 룸 진출. 33세에 귀향.
대패 ; 아영 아버지의 별명. 이팔청춘에 살던 도시 떠나 안 해본 일이 없는 떠돌이. 서울 어느 횃집 주방보 그만두고 귀향길에 친구 만나러 이리에서 ‘이리공대 공순이’와 결혼. 8개월만에 얻은 게 아영. 막회 파는 술집 열었으나 시내파 건달에게 던진 대패 때문에 별명 생김. 출향. 아영 윤간범 처단코자 귀향, 썩꺼져의 보복 뒤에 다시 린치. 고향 아내 부음 듣고 삼겹살집으로 성공했으나 병으로 죽음.
마누라 ; 대패 아내. 남편 출향 후 시어머니와 아영 셋이서 ‘아영청과’ 내어 과일장사.
윤선생 ; 아영 윤간사건을 강제 수습한 교사.
썩꺼져 ; 아영 짝사랑. 아영 윤간한 녀석들에게 보복하다 도리어 앉은뱅이 됨.
최집사(여) ; 평생교회 집사로 아영청과 드나들며 아영 어머니에게 사탄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충고. 바람둥이 행위로 아영과 대결하다가 결탁, 부흥회 때 썩꺼져가 치유되는 연극 하다가 들통. 체포.
5. 장편소설 <<청년 의사 장기려>>, 2008.7.
작은 예수, 살아 있는 성자, 바보 의사, 한국의 슈바이처 등으로 불리는 실존인물 ‘장기려’박사의 삶을 다룬 실명 소설.
이광수, 함석헌, 김교신, 조만식, 현준혁 등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나는 의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는 장기려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