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短想 혹은 단상斷想/ 한강문학 7호, 여름호
삼엽충
오마가(吳馬家, Oh My God)
*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껏 살아봤자 고작 1백년인데, 열 번 더 살아봐야 천년이고 백번 더 살았다 해도 만년이다. 그런데 이걸 천만 번도 더 살았다는 인간이 지금 내 눈 앞에 나타나서 하는 말이~
* 21세기 지구에서 잘 먹고 잘 살려면, 부동산에 투자하고 금을 사 모으고 주식도 펀드도 뻥튀기 하고 사채 놀리고, 그래도 돈 더 많이 벌고 싶으면 피라밑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이걸 다른 인간들에게 뺏기지 않으려면 권력도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권력을 잡고 싶으면, “개(犬) 노릇을 열심히 잘하겠습니다” 하고 널리 적극적으로 선전해야 하는데~ 듣기 좋게 말해서 홍보전략이지, 진짜 속 뜻은 혹세무민惑世誣民이야!
* 과연 이 인간이 하는 말이 다 맞아? 솔깃하게 들리는 걸 보니~ 대충 맞긴 맞는 것 같은데~ 이 인간! 보로커야? 사기꾼 아니야? 또, 1백년을 천만 번도 더 살았다니! 이 말을 정말 믿어야 돼? 말아야 돼? 지가 신神이야 뭐야! 혹시~
* 그때도 카오스 이론이 있었고 빅데이터도 있었고 알파고에 신용불량자에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도 있써썼엇나? 그때는 정말 어땠길래 귀신도 아닌 것이 도깨비도 아니고 외계인도 아닌 것이 지구를 갖고 노는 돈맛은 어찌 알아가지고 그것도 지하경제 까지 어캐 알아내서 어린백성들 사는 땅까지 기어들어와 변괴를 부리고 충돌질을 할까? 올 해는 선거판에까지 뛰어들어 좌충우돌에 여론조작에~ 지 맘대로 쉽게 될 것 같아 보였는지 어느 놈을 위한 나발이나 부르라고 떼거지로 지방출장까지 다니면서 싸움질이나 붙이는데, 과연! 너는 누구냐?
* 나? 난, 본래 삼엽충이다. 왜? 내가 어때서? 상어보다 은행나무보다 바퀴벌레보다 더 먼저 더 오래 이 땅에서 살고 있었다. 손 발 대가리 생식기 다 달린 너희 인간들보다, 내가 훨씬 더 낫다. 팁 하나 줄께! 내 이종사촌이 진화해서 니네들 된거야! 니~ 네~ 너~ 하여간, 인간들이 몰라서 그렇지! 눈은 있어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귀는 있어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무식한 것들이! 뱃속은 동물, 식물, 청동, 철근, 핵, 돈, 권력 그저 닥치는 대로 먹고 배탈이 나서 싸고 토하는 멍청한 것들이라니~ 꼭 여의도처럼 허리에 하수도 관로 뚫린 것처럼 칙칙하게 주름잡혀 촉수 여러개 달고 더듬어가면서 빈대처럼 생겨먹은 내가 훨씬 잘났다! 요 모양 요 꼴로 수억 년을 잘 살아내다 지금 나타났다. 어쩔래? 그동안 뭐 먹고 살았냐고? ㅋ~ 니네 인간들 DNA가 내 팬션이다! 이 눔덜아!
* 에고, 그러지마~ 잘 한 것도 없지만, 일부러 죽을 짖거리, 벌 받을 짖거리 찾아다니면서 한 적은 없다. 그러니 제발 그만 좀 해라! 이 땅에 겨우 터 잡고 반만년이나 죽자살자 고생고생하다 겨우~ 이제 밥술이나 좀 먹게 됐는데~ 제발 좀 봐줘라! 내, 네게 사정 좀 하자! 무릎이라고 꿇고 빌라면~ 빌께! 못된 새끼라도, 못생긴 버러지라도, 니가 정말 인간처럼 앞으로 인간으로 살고 싶으면! 이 정도 빌 때! 알아듣는 척이라도 해라! 삼엽충아! 아니, 인간처럼 진화한 삼엽충아! 에이~ 꼭 물귀신鬼神 같은 삼엽충아! *용례 : 짖 ⟹ 개 짖는 소리.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