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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이트의 이론
(가)심적 결정론과 무의식의 원리
프로이트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개념은 첫째, 인간의 행동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행동에 선행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는 ‘심적결정론의 원리’와 둘째, 이 행동의 출처가 무의식이라는 ‘무의식의 원리’이다.*59)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탐구야말로 의식작용의 원인을 밝히는 지름길이라 생각하였다.
인간의 정신을 일종의 지도로 가상하고, 의식(consciousness), 전의식(preconsciousness)과 무의식(unconsciousness)의 3중 구조로 파악하였다.*60)
의식은 우리가 알거나 느낄 수 있는 모든 경험과 감각을 말한다.
전의식은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언제라도 느끼고 의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경험적인 요소들이다.
59) Wallace 외 공저(이관용 외 공역), 앞의 책 p.381.
60) S. Freud, Some Elementary Lessons in Psycho-Analysis in Collected Papers V. London, 1950), p.382
무의식은 전의식의 체계 밖에 있는 모든 것을 말하며, 어떤 방해 작용으로 인하여 기억으로 떠올릴 수 없는 원초적인 부분을 말한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인간의 육체적 욕구와 관련시켜 인간의 마음을 역동적(dynamic), 경제적(economic), 형태론적(topographical) 관점 등 세 측면에서 보았다.*61)
(나) 인간성격의 구조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을 가설적으로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 ego)의 세 가지 기본 구조로 나누었다.
이드는 성격의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구성 성분을 지칭한다. 이드는 노골적이고 동물적이며, 조직되지 않은 것으로서 본능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억압을 무시한다. 이드에는 가치, 논리, 윤리가 없다. 이드의 목표는 최고의 흥분상태를 유지하고 쾌락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드는 쾌락원리에 따르므로 충동적이고 불합리하며 자애적(narcissistic)이다. 프로이트는 긴장으로부터 성격을 해방시키는 이드의 두 가지 기제(mechanism)로 반사작용(reflex)과 일차과정(primary process)을 제시하였다.*62)
이드의 힘이 에고나 슈퍼에고의 장벽을 넘어서서 표출되는 것이 곧 실언, 착각, 기억착오 등이다.*63)
61) Elizabeth Wright, op, cit., pp.9∼11.
62) L. A. 젤리, D. J. 지글러(이훈구 역), 《성격심리학》(1983, 법문사), pp.56, 57.
63) 전병재, 《사회심리학》(정병재, 1990, 경문사), pp.64∼66.
자아는 성격의 집행자이며 경영자이다. 자아는 성격의 조직적, 합리적, 현실지향적 체계이다. 자아의 임무는 유기체를 온전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며, 목표는 이드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다.*64)
자아는 이드와 반대로 현실원리(reality principle)를 따른다. 이 현실 원리에는 제2차 과정(secondary process)이 작용하며, 사고나 추리 등을 거쳐 전개되는 행동계획에 따라 대상을 발견한다. 이것을 실험적으로 행동에 옮겨보는 것을 현실음미(reality testing)라고 한다.*65)
초자아66)는 인성 중에서 도덕적, 재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이는 현실적인 것보다 이상적인 것을 대표한다. 초자아는 결국 무엇이 선이고 도덕적이며, 악인가에 대한 부모들의 표준에 아이들이 동화한 결과로서 형성되는 것이며, 에고에서 발달한 것이다. 초자아는 ‘자아이상’(egoideal)과 ‘양심’(conscience)의 두 하위체계로 구성된다. 자아이상은 우리들이 품고 있는 도덕적 선에 해당하며, 양심은 도덕적 악에 해당한다. 자아 이상은 부모의 칭찬으로, 양심은 부모의 처벌을 통해 형성된다.
(다) 본능과 리비도*67)
프로이트는 이드, 자아, 초자아의 세 가지 체계를 움직이는 에너지를 심적에너지(psychical energy)라고 하였다. 이는 사고, 인지, 기억 등의 작용에 충당된다.
인간의 심리적 현상에 충당되는 에너지의 원천은 본능(instinct)이다.
프로이트는 본능을 크게 ‘삶의 본능’(eros)과 ‘죽음의 본능’(thanatos)으로 나누었다.*68)
64) Jerry Phares, Introduction to Personality(홍숙기 역), 《성격심리학》, p.61.
65) 전병재, 앞의 책, p.67.
66) 위의 책, pp.69∼71, J. Phares, 앞의 책, p.62.
67) V. N. Volosinov, op. cit., pp.39-40. J. Phares, op. cit., pp.59-60. 전병재, 앞의 책, pp.62-64. LA. 젤리, 앞의 책, pp.60-63.
68) Gardner Lindzey & Elliot Aronson(eds), The Handbook of Social Psychology(Reading Mass : Addison-Wesley, 1977, Vol. 1), p.261.
삶의 본능은 생동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고, 종족번식을 책임지는 각종의 힘을 포함한다. 이 중에서도 성본능이 성격발달에 영향력이 가장 큰 삶의 본능이다. 성본능에 내재하는 힘은 리비도(libido) 또는 리비도적(libidinal) 에너지라고 한다. 리비도는 성적행동을 통해서 만족을 얻고자 하는 정신에너지이다.
죽음의 본능은 파괴욕, 잔인성, 공격욕, 자살, 살인 등을 의미한다.*69) 죽음의 본능의 궁극적 목표는 불변하는 무기물 상태로 회귀하는 데 있다. 죽음은 결국 정상에로의 복귀이고, 삶이란 순간적인 비정상적 상태이다. 모든 본능은 원천, 대상, 목적, 에너지 등 네 가지 구성요소를 갖는다.
(라) 심리성욕과 콤플렉스
프로이트는 인격형성과정을 심리성욕(Psychosexual)과 관련시켜 ①구강기(the oral stage:생후 첫 1년, 또는 출생∼18개월까지) ②항문기(the anal stage:2세,3세, 또는 6개월∼4세), ③남근기(the phallic stage:4세, 5세, 또는 4세∼7,8세) ④잠재기(the latency stage:6, 7세) ⑤성기기(the genital stage:사춘기∼죽을 때까지)의 5단계로 나누었다.*70)
이중 남근기의 두드러진 갈등은 남아에게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ldipous complex), 여아에게는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로 나타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아가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아버지와 무의식적으로 경쟁하며, 아버지가 자기를 해치거나 성기를 잘라버릴 것이라는 거세불안(Castration anxiety)의 공포심을 갖는 심리이다.
69) L. A. 젤리, D. J. 지글러, 앞의 책, p.61.
70) N. V. Volosinov, op. cit., pp.40, 41. L. A. 젤리, D.J. 지글러, 앞의 책, pp.63∼73. Wallace 외 저(이관용 외 역), 앞의 책, pp.383∼385. 번역자에 따라 각 단계의 명칭과 기간은 약간씩 다르다.
남아는 자라면서 아버지에 대한 ‘공격자 동일시’를 통해 이 갈등을 해소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여아가 자기에게 음경이 없음을 알고 남근 선망(penis envy)을 갖거나, 그 원인이 어머니의 잘못 때문이라고 원망 하는 심리이다. 이로써 어머니에 대해서는 적개심, 아버지에 대해서는 동경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결국 남근상실의 사실을 체념하고 어머니와의 동일시를 통해 갈등을 해소한다.
(마) 불안과 심리적 방어기제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적 변화는 ①성숙 ②외부적 욕구불만에서 오는 고통 ③충당과 반대충당의 내부적 갈등에서 비롯되는 괴로움 ④개인적 부적응 ⑤불안 등 다섯 가지 요인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보았다.*71)
이 중에서 불안은 불길한 느낌, 우려하는 마음, 분명치 않는 두려움 등 고통스러운 감정의 체험이다. 불안의 기능은 에고에게 위험신호를 보내어 미리 대책을 세우게 하는 데 있다.
불안이 축적되면 신경장애를 일으킨다. 프로이트는 원인에 따라 불안을 현실불안(reality anxiety), 신경증적 불안(neurotic anxiety), 도덕적 불안(moral anxiety)의 세 가지로 나누었다.*72)
인간은 인성의 발달과정에서 일어나는 위의 다섯 가지 방해물을 심리적 방어기제(defence mechanism)를 통해 극복한다. 방어기제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작용하므로 자기 기만적이다. 둘째, 각 개인에게 현실을 왜곡하여 지각케 함으로써 불안감의 위협을 줄인다.*73)
71) 위의 책, p.75. L.A. 젤리, 앞의 책, pp.73,74.
72) 위의 책, pp.73,74.
73) 위의 책, pp.76,77, pp.90∼93. E. J. Phares, op. cit., pp.66∼69.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중 몇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승화(Sublimation):각 개인의 충동을 사회적으로 용인된 생각이나 행동으로 표현함으로써 적절하게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예:리비도를 성적인 목표로부터 스포츠, 사회활동, 취미생활 등 보다 건전한 쪽으로 승화시키는 것 등)
②억압(Repression):원치 않는 생각이나 충동이 의식에 떠오르는 것을 강하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회피하여 막는 방어기제이다. 그러나 억압은 심할 경우 모든 신경증적 행동, 정신 신체장애(위궤양 등), 성심리장애(불감증 등)의 근본 원인이 된다.(예:오락, 성욕, 배고픔을 참는 것 등)
③투사(Projection):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충동, 태도, 행동, 결점 등을 무의식적으로 타인이나 환경탓으로 돌려 전가하거나 변명하는 심리를 말한다.(지각한 아이가 날씨탓, 교통혼잡 등을 핑계대거나, 연주를 잘못한 아이가 악기가 나쁘다고 탓하는 것 등)
④ 전위(Displacement-치환 또는 자리바꿈):본능적 충동의 대상을 위협을 많이 주는 사람이나 대상에서 덜 위협을 주는 쪽으로 조정하여 방향을 전환시키는 심리이다.(예:부모에게 꾸중들은 어린이가 동생을 때리거나 장난감을 부수며 화풀이하는 것 등)
⑤합리화(Rationalization):개인이 자신의 실패에 대해 그럴 듯하지만 옳지 않은 방법으로 핑계를 대서 정당화 하는 방어기제이다.(예:이솝우화 중 여우의 신포도 등)
⑥퇴행(Regression): 개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좀 더 안전하고 즐거웠던 초기 발달 단계로 후퇴하거나 유아기적 표현을 함으로써, 불안을 완화시키는 방어기제이다.(예:어리광, 유년의 추억, 고향생각 등)
⑦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어느 한쪽의 충동이나 감정을 억압하고 대신 반대쪽의 충동이나 감정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는 방어기제이다.(예:‘나는 너를 사모한다’는 감정을 ‘나는 너를 증오한다’는 감정으로 바꾸거나, 공공연히 금연을 선언함으로써 자신의 금연충동을 억제하는 것 등)
⑧동일시(Identification):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모방함으로써 나타나는 동조심리이다. 이 경우 동일시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과 닮아가는 경우가 많다.(예:영웅 숭배, 카리스마적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동조 등)
(바) 꿈의 이론
프로이트는 정신질환이나 신경증 치료의 방법으로 꿈을 임상적으로 분식하고, 정신의 무의식적 활동을 알 수 있는 왕도라고 생각하였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잠자는 상태에서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꿈을 꾼다는 것은 충동과 억압이라는 이중적인 창조에 인과적으로 의존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주로 무의식적 충동에 의해 일어나는 수동적인 어떤 것이다”74) 꿈의 재료는 현재의 신체적인 요구, 전날의 허상(낮의 잔존물) 등 최근의 경험, 유아기의 기억 등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은 스스로 억압된 소망의 위장된 충족 즉, “원망願望의 충족充足”이다.*75)
프로이트의 관심은 욕망의 언어가 취한 형태 즉, 꿈작업(dream-work)에 집중되고 있다. 꿈작업(전복과 왜곡)은 ①압축 ②전치 ③연출가능성의 고려 ④2차적 수정의 네 단계를 거친다.*76)
74) 엘리자베드 라이트, 앞의 책, p.29.
75) Elizabeth Wright, op. cit., p.19. “Hence Freud’s Dictum:A dream is a( disguised) fulfilment of a (Suppressed or repressed) wish.”
76) Ibid., pp.20∼26.
-. 압축(condensation)은 현현된 꿈을 잠재된 꿈보다 소규모의 내용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 전치(displacement)는 잠재적인 꿈 사상의 요소들을 위장을 통해서 꿈에서는 별관계가 없는 다른 요소들로 대치시킴으로써 정신적 강도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 연출가능성의 고려(considerations of representability)는 꿈을 극화 하여 시각적 이미지로 영상화 하는 것이다.
-. 2차적 수정(secondary revision)은 꿈의 왜곡단계이다.
(사) 예술론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과 허구는 소망충족이라는 공통된 기능을 갖는다. 그는 예술가를 일종의 신경증환자로 간주하고, 결국 예술이라는 것도 유아기에 품었던 소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보았다. 예술가는 그의 ‘개인적 백일몽’을 통해 우리에게 쾌락을 준다. 그러므로 그것이 어떻게 예술작품과 역동적으로 관련되는가를 규명하는데 프로이트 미학의 체계적 목표가 있다.
프로이트는 예술과 꿈을 관련시켰다. 꿈의 연구로부터 상징적인 작가와 예술가들 자신의 분석으로 관심을 확대하였다. 예술작품은 꿈꾸는 사람과 예술가가 자기들의 원초적 욕망을 문화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의미로 변형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77)
《창조적 작가와 백일몽》, 《옌센의 그라디바 연구》 등에서 프로이트는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비평을 행하고 그의 예술관을 피력하였다. 프로이트는 형식과 미학을 저항과 방어로 환치시키고 예술을 쾌락의 산물로 간주하였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적인 방법에 의해 예술작품의 내재적인 의미 파악과 예술가의 성격규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77) Ibid., p.28.
3) 신프로이트학파
신프로이트학파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판하고 독자적인 이론을 전개시킨 일련의 학자들로서 ‘신정신분석학파’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것이 칼 융의 분석심리학,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등이다.
(1) 칼 융의 분석심리학
칼 융(C. G. Jung)의 심리학은 이론적인 부분과 실제적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융 심리학의 두 가지 주요한 요소는 ①심리적 현실의 총화에 관한 원리 ②정신 에너지즘에 관한 원리이다.
융은 리비도와 성욕의 본질에 관한 이견으로 1913년 프로이트와 결별한 뒤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을 창안하였다. 이후 융은 이를 복합심리학(Complex Psychology)이라고도 불렀다.*78)
(가) 심리의 본질과 구조*79)
융은 인간의 심리본질을 영혼과 의식, 무의식을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파악하였다. 융은 인간의 심리구조를 ①의식(conscious), ②전의식(preconscious), ③무의식(unconscious)으로 나누었다.
프로이트와 달리 융은 특히 무의식을 개인 무의식(personal unconscious)과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으로 나누었다. 또한 융은 의식의 기능을*80) ①사유 ②감성 ③지각 ④직관의 네 가지로 나누었다. 사유와 감성은 이성적 기능이며, 지각과 직관은 비이성적 기능이다.
78) 욜란디 야코비, 이태동 역, 《칼 융의 심리학》(1978, 성문각), p.11.
79) 위의 책, p.13, 16.
80) 위의 책, p.20.
개인무의식은 처음에는 의식적이지만 습관에 따라 ‘잊혀지고 억압되어 잠재의식적으로 지각되고 느껴지는 모든 종류의 무의식’을 말한다.*81) 집단무의식은 인간의 자아에 개인적인 요소를 포함하지 않고 ‘모든 개인의 두뇌 구조 속에 새롭게 나타나는 인류 진화의 전체적인 정신적 유산’*82)
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유사 이전 수백만 년간의 조상대대로의 경험과
침전물로서, 그 선사세계 사건들의 메아리에 각 세대는 무한히 적은 양
의 변화와 분화를 첨가하는 것이다.’*83)
융은 인간의 성격구성 내용들을 통합하는 기능의 존재를 자기(self)라 하고 성격에서 자기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융의 정신분석은 성격의 불균형을 찾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집단 무의식이나 개인무의식을 탐구해야 하며, 그 중 중요한 방법이 철저한 꿈의 분석이다.
(나) 원형(archetype)의 개념과 종류
‘원형’*84)이란, 집단 무의식의 구조적 요소로서 보편적, 집단적, 선험적인 심상들이다.
원형은 어둡고 원시적인 심리가 갖고 있는 본능적 데이터며, 심리적 기관으로서 창조되지 않고 처음부터 존재하는 영원한 것이다.
원형은 본능의 자화상으로서 의식을 초월하고, 집단무의식 속에 천부적으로 존재한다.
원형적 심상은 신화시대의 ‘조상어머니’(Great Mother)의 심상과 같은 형태로 우리의 영혼에 남아 있다. 원형 심상의 예는 태양, 어머니, 죽음, 영웅, 고통체험, 창조적 신화, 천국으로부터의 추방, 성모마리아의 잉태, 방황하는 영웅 등 인간의 원초적인 심상들에서 찾을 수 있다.
81) 위의 책, p.51.
82) 위의 책, p.55.
83) J. Phares, 앞의 책, p.94.
84) 욜란디 야코비, 앞의 책, pp.68∼72.
원형 중 중요한 것은 ①페르조나(persona:혹은 퍼소나) ②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 ③그림자(shadow) ④자기(self) 등이다.*85)
-. 페르조나란 개인을 뜻하는 희랍어로서, 개인이 사회적인 요구들에 반응하여 나타내는 공적인 얼굴이다. 즉 ‘어떤 사람이 외부적으로 어떻게 나타나 보여야만 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사회와 개인 사이의 타협점이다.’*86)
-. 아니마는 남성의 내면에 있는 ‘영혼심상’(Soul image) 중의 여성적인 요소와 여성지향성이다.
-. 아니무스는 반대로 여성의 내면에 있는 영혼심상 중의 남성적인 요소와 남성지향성이다. 이 원형은 수백만 년 동안 이성을 경험한 결과 집단무의식 속에서 생겨났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인간은 이성의 원형적 다른 면을 인정하며 남자는 약간씩 여성화, 여자는 조금씩 남성화되었다.
-. 그림자는 우리 성격의 어둡거나 사악한 동물적인 면이다. 이 ‘검은 형제’(dark brother)는 우리의 공격성, 잔인성, 부도덕함 등을 설명해 준다. 이것은 우리의 집단 무의식의 그림자로서 꿈속의 귀신, 악령, 원시미술과 신화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융은 그림자를 개인그림자와 집단그림자로 나누었다.
-. 자기(self)라는 원형은 우리의 성격 요소 간에 통일, 조화, 전체성 등을 찾도록 우리를 밀고 가는 어떤 것이다.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중간에 존재하면서 이를 결합시키는 원형적 심상은 자기이다. 융은 이 자기인식(self realization)을 개별화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보았다.
85) J. Phares, 앞의 책, pp.92∼98.
86) 욜란디 야코비, 앞의 책, pp.45,46.
(다) 자아지향(ego orientation)과 태도의 유형
융은 인간이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반응하는 태도를 외향성과 내향성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다.*87)
외향성은 객관적인 사물과 긍정적인 관계를 취한다. 외향적인 사람은 적응 및 반응형태에 있어서 외부적인 집단규범 및 그 시대정신 등에 의해서 자신의 태도를 나타낸다. 외향적인 사람은 그의 관심을 주로 외부 세계에 두고 느끼며 행동하므로, 친절하고 사교적이다.
내향성의 사람은 자신의 주관적인 요인으로 태도를 결정하며, 때때로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성향을 드러냄으로써, 수줍고 비사교적이다. 우리의 의식은 외향성이 되고, 무의식은 내향성이 된다.
융은 외향성과 내향성을 사유, 감성, 지각, 직관과 연결시켜 성격을 8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즉, 외향적 사유형, 내향적 사유형, 외향적 직관형, 내향적 직관형, 외향적 감성형, 내향적 감성형, 외향적 지각형, 내향적 지각형 등이다.
(라) 리비도(tibido)와 정신활동*88)
융은 정신활동 상호간에 어떤 연관성을 맺어주는 총체적인 힘을 정신 에너지, 즉 리비도라 불렀다. 그러나 물리학에서의 에너지와는 달리 동태적인 관계를 표현하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프로이트는 주로 성적인 충동을 리비도라고 한 데 반하여, 융은 정신 에너지 전반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리비도는 양극 구조를 갖는다. 심리도 자율조직이기 때문에 양극이 없으면 균형은 물론 자율조직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87) 위의 책, pp.31∼37.
88) 위의 책, pp.83∼95.
리비도는 궁극적으로 서로 반대극으로 흐르려는 성질이 있다. 무의식의 에너지양은 의식의 에너지양이 감소하는데 비례해서 증가한다. 리비도를 움직이지 못하게 막으면 여러 가지 정신병이나 콤플렉스의 원인이 된다.
리비도는 외부세계와의 적응을 위해 확장운동을 일으키며, 내면세계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수축운동을 일으킨다.
(마) 콤플렉스(complex)
콤플렉스란 용어는 원래 블로이러(Bleuler)가 사용하였다. 콤플렉스는 무의식적인 태도에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거나, 부적당한 것이 있어서 의식을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위험신호이다.89) 융은 이를 건전한 콤플렉스와 불건전한 콤플렉스로 구분한다.
융은 콤플렉스를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 격리되어, 마음 어두운 심층에 살고 있는 심리적인 실체이다. 그것은 의식작용을 방해하지 않고 항상 돕는다. 콤플렉스는 열등의식을 나타낸다기보다는 모든 의미에 있어서 개인적인 약점을 의미한다.’90)
(바) 꿈의 이론
융은 환자의 알려지지 않는 것을 밝혀내는 방법으로 ①연상방법 ②징후분석 (3)무의식의 분석의 세 가지를 들었다.91) 이중 무의식을 밝혀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꿈의 분석이다. 꿈은 의식과 무의식의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융은 꿈을 무의식으로 통하는 길이며, 무의식의 조정기능의 일부로 보고 대단히 중시하였다. 꿈은 무의식적인 내용(낮의 인상)과 집단적인 무의식의 내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 꿈 이외에 융은 환상과 비전을 무의식의 표시라고 보았다.
89) 위의 책, p.57.
90) 위의 책, p.58.
91) 위의 책, pp.111,112.
꿈은 그것이 지닌 의미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작용한다.92) 첫째, 일정한 의식적 상황이 일어나면 그 다음엔 반드시 무의식의 반응인 꿈이 꾸어진다. 둘째, 꿈은 일정한 의식적 상황에 의해 자극을 받지 않으나, 무의식이 자발적인 어떤 행위에서부터 생겨난다. 셋째, 반대적인 무의식이 강해지면 변화율은 무의식에서부터 의식으로 일어난다.
융은 꿈의 전체 시리즈를 조사 연구한 최초의 인물이다. 꿈의 시간적 순시는 꿈의미의 순서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은 채 계속된다. 꿈의 배열은 하니의 중심의미에 방사형으로 모여 있는 구조를 취한다.
융에 의하면 꿈은 하나의 완전한 극형태를 취한다. 즉 ①장소, 시간, 인물구성 ②설명(exposition) 혹은 문제의 진술 ③구성(peripety) ④해결(lysis) 등이다.93) 그리고 꿈의 내용은 꿈꾸는 사람의 개성에 의해 결정된다.
꿈은 의식적 상황에 대해 보상적이고 보충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융은 꿈을 해석하는데 있어 어떠한 조건 하에서 어떠한 꿈이 발생하는가 하는 조건주의 이론을 제시하였다. 융은 꿈해석을 주관적인 면과 객관적인 면으로 구분하였다.
92) 위의 책, pp.116.
93) 위의 책, pp.131,132.
94) L. A. 젤리, 앞의 책, pp.95∼136.
(2)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94)
아들러(Alfred Adler:1870∼1937)는 프로이트의 첫 제자였으나, 학설의 이견으로 결별하고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을 창안하였다. 아들러에 의하면 인간은 과거에의 집착보다는 미래에는 좀 더 나아지리라는 환상과 기대 속에 살아간다고 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 중 하나는 열등감(inferiority)과 보상(compensation)의 개념이다.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해지려는 노력(striving for superiority)과 완벽 추구성향 때문에 발전하는데 아들러는 이를 ‘창조적 자기’라고 하였다.
아들러는 이 노력이 처음에는 공격적인 성향을 거쳐 권력에의 추구로 나타나며, 나중에는 우월성의 목표가 사회적 관심에로 집중되어 무엇인가 사회에 공헌하려는 성향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생활 양식을 바꾸며, 성격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았다.
아들러는 삶의 문제를 ①성과 결혼 ②학교와 직업 ③가족과 사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적응의 본질은 ①용기 ②상식 ③사회적 관심으로 규정하였다.
개인의 성격형성을 프로이트는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본 데 비하여, 아들러는 사회적, 가족적 요인에서 이를 찾는 사회적 결정론의 신봉자가 되었다.
(3) 기타 신정신분석학파*95)
에리히 프롬(Erich Fromm:1900∼1980)의 심리학 핵심은 개인이 세계와 그 자신에 대해 맺는 관계의 특수성에서 찾는 점이다.
인간은 소속욕구, 초월욕구, 착근욕구, 정체욕구, 준거욕구 등 다섯 가지의 기본욕구를 갖고 있는데, 이들 욕구는 상반된 대립적 갈등을 포함한다.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어디엔가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며, 이와 같이 상반된 갈등의 해소에서 각 개인의 성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95) 정양은, 앞의 책, pp.160∼163.
프롬은 이를 ‘변증법적 인간주의’라 불렀다. 갈등의 처리에는 사회적 조건이 중요하며, 현대사회의 특징의 하나는 소속욕구와 관련된 인간의 소외(alienation)라고 보았다. 프롬에 의하면 기본적인 고독을 다루기 위한 인간의 책략으로 비생산적 성격은 ①수용 ②착취 ③축적 ④매매의 행동양식을 취하며, 생산지향적 성격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를 성취하는 건전한 행동을 취한다.
카렌 호나이(Karen Horney:1885∼1952)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수용하면서도 사회문화적 견해를 많이 채용하였다. 호나이는 프로이트의 남근 선망, 자애, 리비도 등 성욕중심 이론에 반기를 들고 일탈적 성욕을 부적절한 인격형성의 결과로 보았다. 그것은 주로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호나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불안을 애정, 이성, 자기영역, 권력, 타인혹사, 명성, 자기찬미, 성취, 독립심, 안전성 등을 바라는 신경증적 불안의 10가지로 구분하였다. 이 불안의 해소방법으로는 ①사람에게 접근 ②사람들에게 대항 ③사람들을 회피하는 세 가지 양상이 나타난다.
설리반(Harry S. Sullivan:1892∼1949)은 인간의 성격이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형성되는 가상적 개념이라고 하였다. 설리반에 의하면 사람은 대인관계에서 잘 적응되면 불안을 갖지 않게 되며, 이것이 자기체계를 형성한다. 이처럼 대인관계,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며, 인격화란 자기나 타인을 상상 속에서 평가하고 해석하여 특정한 인격을 만드는 것이다.
4)자아심리학파*96)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파는 세 번째 유파로써 이드보다 자아의 기능을 중시하는 학파이다. 프로이트의 성격이론에서 지배적인 것은 이드이다. 에고는 자아의 노예에 불과하며, 우리의 정신활동은 이드, 자아 초자아의 갈등이 주류이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이드만으로는 우리의 사고, 지각, 학습 같은 정신활동의 설명이 어렵다. 따라서 자아심리학파는 프로이트의 이드를 부정하기보다는 자아의 기능을 설명할 이론의 필요성에 따라 나온 학파이다.
이들은 ‘자아의 갈등 없는 영역’(conflict free sphere)이라는 생각을 발전시켰다. 자아심리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은 크리스(Kris), 래퍼포트(Rapaport), 하트만(Hartmann), 에릭슨(Erikson) 등이다.
하트만은 자아는 이드로부터 나오지 않았으며, 그 스스로의 성향을 가지고 나타나 계속 독립적으로 발달한다는 의미에서 ‘자율적 자아’를 강조 하였다.
에릭슨은 프로이트가 유아기의 경험, 심리성욕을 강조한데 비하여 자아기능을 강조하고, 유아기보다는 청년기, 성인기를 중시하였다. 에릭슨은 프로이트의 ‘심리성욕’ 대신에 ‘심리사회’라는 개념을 창안하고 역사적인 인물들을 분석하였다.
지금까지 프로이트, 신프로이트학파, 자아심리학파 등의 이론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이것은 정신분석학에서의 이론적 상이점 못지않게, 이들의 이론을 응용하는 심리주의 비평가들의 비평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96) LA, 젤리, 앞의 책. pp.147∼175.
5. 맺는 말
이상에서 심리주의 비평의 개념과 의의, 사적 개관, 심리주의 비평의 세힘역인 작가심리학, 작품심리학, 독자심리학에 대해 고찰해 보았다. 그리고 심리주의 비평의 근간이 되는 정신분석학을 프로이트의 고전 정신분석학, 칼 융과 알프레드 아들러 등의 신프로이트학파, 자아(에고)심리학파의 이론으로 나누어 개요를 정리하였다.
문학작품이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대상으로 한 고도의 정신적 산물이면시 미학적 형식을 갖춘 언어예술이란 점에서 심리주의 비평은 이의 분석과 해명에 유용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써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구성의 작품이나 작가의 심리전기적 고찰에 유효한 방법이다. 역사주의, 형식주의, 사회윤리주의 신화원형, 수용미학, 구조주의 비평 등 각 방법이 나름대로 특징을 갖고 있으나, 심리학적 접근을 상보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방법론상의 확대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문학에 대한 심리적 접근은 역사적으로도 많은 작품에 나타나 있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연구되고 활용되어 왔으나, 프로이트 이후 본격화 되었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획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심리주의 비평은 프로이트의 후학인 아들러, 융 등에 의해 비판적으로 발전되었고, 오늘날에는 다수의 문학비평가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상, 《삼사문학》 등에서 심리주의 작품이 본격화 되었고, 비평가로는 최재서가 선구적으로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심리주의 비평이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한 유용한 기법임에는 틀림없으나, 이의 적용에 유의할 점 또한 없지 않다. 즉 문학비평과 정신분석학은 밀집한 관련성에도 불구하고 그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정신분석학이 인간의 정신병, 신경증 등의 진단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문학비평은 작품의 올바른 이해와 평가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를 오도할 경우 문학비평과 정신분석학의 본말이 전도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심리주의 비평에서는 작품심리와 작가심리를 혼동하거나 의도론적 오류, 영향론적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문학비평에 정신분석학을 응용할 때의 유의사항을 크루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97)
①작가를 신경증 환자로 간주하는 정신병리학적 경향 ②문학의 형식과 기교의 면을 무시하고 심리적인 내용만을 중시하는 경향 ③불충분한 근거에 의거 이미 사망한 과거의 작가를 정신분석 하고자 하는 경향 ④문학의 무의식적 내용을 문학의 유일한 가치로 간주하는 경향 ⑤정신분석학적 비평이 지나치게 전문적 술어를 많이 쓰는 경향 등이다.
한편 궤린(W. L. Guerin)은 심리주의 비평의 오용 또는 남용의 문제점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였다.*98)
①프로이트 이론의 실천자들은 비평적 주제를 너무 무리하게 밀고나 가는 나머지, 다른 적절한 고찰도 없이 심리분석의 이론적 틀에 억지로 맞추려 든다. ②극단적인 심리분석론자의 문학비평은 때때로 자기집단을 위하여 배타적으로 신비적이며, 전문술어를 가진 신비주의로 퇴보한다. ③심리학파의 많은 비평가는 심리학의 원리를 불완전하게 이해한 문학자이거나, 문학을 예술로써 깨닫지 못하는 전문적 심리학자들이다.
이와 같은 심리주의 비평의 한계와 장점을 이해하고, 심리학에 대한전문적 지식을 심리주의 비평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작가와 작품을 정확히 해석하고 평가하는 첩경이 된다.
*본고는 《현대의 문학이론과 비평》(1991. 7. 30, 시문학사)에 게재하였던 <심리주의 비평>임을 밝힙니다.
97) 이상섭, 앞의 책, p.156.
98) W. L. Guerin, op. cit,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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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주의 비평의 이론과 실제 적용
오랜만에 평론집을 엮는다. 필자가 박사학위를 시작하면서 30여년 가까이 큰 관심을 갖고 실제 비평에서 즐겨 응용했던 것이 심리주의비평'이어서, 제목을 심리학으로 푸는 한국현대시」라 하였다.
무릇 인간의 모든 말과 글과 행동은 원천적으로 인간 심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무의식적인 표정과 말, 눈빛, 손짓, 발짓, 하다못해 수면 중 잠꼬대까지도 인간의 의식, 전의식, 무의식에 연유하고 있다. 고도의 정신활동 산물인 문학작품 또한 이에서 예외일 수 없다. 본능조차도 무의식의 발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비평에 여러 가지 방법론이 있고 나름대로 타당한 논리가 있다.
그중에서도 크게 역사주의비평과 형식주의비평은 대척점에 서 있다. 작품분석에 있어 작품과 함께 시대 배경, 학업, 가계, 사회활동 등 외적인 요소를 총체적으로 고려하자는 입장이 '역사주의비평' 이다. 이에 반해 오로지 작품만을 분석텍스트로 하고 일체의 다른 요소를 배제하자는 입장이 '형식주의비평' 으로 러시아형식주의, 신비평에서 주창하였다. 어느
것이건 비평가의 선택 문제이지만 필자는 역사주의 비평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장님 코끼리만지기' 식의 편향된 시행착오를 줄이고 코끼리의 실체를 명확히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면 역사주의비평이 훨씬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학비평 자체가 독립 장르로서 별개의 창작이라는 주장은 논외로치더라도, 문학작품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심리주의비평이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예로부터 인간의 내면 의식을 파헤치는 심리분석은 심리학, 성리학의 주된 관심사로서 점성술, 최면술, 독심술, 각종 예언에도 응용되어 왔다.
오늘날은 심리학이 인간뿐 아니라 동물, 식물, 하등동물, 인공지능 첨단 로봇에까지 연구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첨단 과학문명의 극치이지만, 테크닉과 심리대결의 특이한 사례로 인공지능 '알파고'를 들 수있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바둑 기사에 압승한 '알파고'의 등장과 다시 이를 격파한 또다른 진화 '알파고'의 출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세계 현대문학사에서 각자 독창적인 시론을 갖고 시 창작에 임한 선학들의 행보도 심리학의 분석 대상이다. 예컨대 상징주의의 원조로 꼽히는 샤를 보들레르의 〈상응이론〉을 비롯해, 스테판 말라르메의 〈창작시론〉, 아르튀르 랭보의 〈견자見者의 시〉, 폴 발레리의 〈시의 음악성〉,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시, 에즈라 파운드의 〈이미지론〉, 앙드레 부르통의 〈초현실의 시> 등의 시론(오정국, 『현대시 창작시론』, 2016 참조)과 작품에 대한 연구도 ‘심리주의비평'은 매우 유용한 방법론이다.
'심리주의비평(Psychological Criticism)'은 '정신분석비평((Psycho-analysis Criticism)'이라고도 한다. 심리주의비평은 전지적인 관점에서 삶과 현실이 어떻게 예술로 구현되었는가를 구명한다는 점에서 '역사주의비평(Historical Criticism)'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심리학의 연원은 플라톤의 『이온」에 나오는 '영감설', 심리학의 창시자이며 효시로 일컫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카타르시스'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의 원조는 단연 프로이트(S. Freud)이다. 그의 『정신분석입문』『꿈의 해석』 『성욕에 관한 세 가지 이론은 3대 명저로 꼽힌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시적 정신』의 존스(E. Jones), 보나파르트(M.Bonaparte), 개인심리학'을 창안한 아들러(A. Adler), 분석심리학'을 창안한 융(C. G. Jung), 프레스코트(P. C. Prescoit) 등 소위 프로이트학파 제자들을 거치면서 심화 발전되었다. 이후 현대심리학은 신프로이트 학파와 다른 유파들로 다양하게 분기되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다.
심리학은 세계적으로도 문학비평에 다양하게 응용되었는데, 영국과 미국의 주요 심리비평가만 보더라도 델, 크루치, 프랭크, 리처즈, 리드, 버크,보드킨, 프라이, 이델, 피들러, 캔저, 크루즈, 홀랜드 등이다. 필자 역시 홍익대학교에서 문학석사,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하면서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많은 이론서들을 섭렵하였으며, 이를 주된 방법론으로 하여 석사, 박사학위 논문과 여타 평론도 쓴 바 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첫째, 심리주의비평>의 개요와 실제 비평에 적용을 위한 심리주의 비평>의 세 가지 영역을 제시하였다. 즉, 작자의 창작심리 영역인 <작가심리학〉, 작품의 내적심리 영역인 작품심리학), 독자의 작품수용 영역인 〈독자심리학)이 그것이다. 이어서 연구 편의를 위해 심리학의 발달사와 다양한 이론들의 개요를 소개하였다.
둘째, 심리비평의 적용 사례로, 필자가 그동안 심리학을 바탕으로 분석한 한국시인들의 작가, 작품론을 예시하였다. 주로 시집 작품해설과 문학지 월평 등이다.
셋째, 현대시를 텍스트로 하였으므로,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를효시로 본다면 100년 남짓한 한국현대시사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 필자 나름으로 10년 단위로 개관해 보았다.
따라서 첫 번째로 제시한 심리학과 심리주의비평 이론을 숙지하고, 실제비평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와 한국현대시문학사를 순차적으로 살펴본다면 초보자라도 쉽게 이해하고 적용하도록 배려하였다. 심한 무더위에도 이 책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신 시문학사의 김규화 선생님과 임미정 편집장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아무쪼록 필자의 이 부족한 졸저가 한국문학 연구에 다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 이상의 기쁨이 없겠다.
-2018년 8월 15일양재동 우거에서저자 손해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