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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꿈해석 과정을 조각 그림 맞추기에 비유한다.
결국 그가 확신하게 되는 것은 바로 주어진 과제의 복잡성 때문이다. 이는 아이들 놀이의 일종인 “퍼즐Puzzles(jig-saw puzzle, 조각
그림 맞추기)”을 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컬러로 된
그림이 조그만 나무판에 붙여진다. 그 나무판은 나무틀에 딱 맞게 들어간다. 그리고 그 나무판은 아주 불규칙한 곡선으로 많은 조각으로 나뉜다. 마구
뒤섞인 나뭇조각들—각 조각에는 알 수 없는 그림 조각이 있다—을 짜맞추어서 의미있는 그림이 되었고 그림 조각들 사이의 이음매에 틈이 없으며 나무틀을
완전히 채우는 데 성공했다면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것에서 우리는 퍼즐이 풀렸다는 것과 다른 식의 풀이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꿈해석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소견」,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
누구나 한번쯤은 조각 그림 맞추기(jig-saw puzzle)를 해 보았을 것이다. 상자 안에 1000개의 그림 조각이 있다. 그리고 상자 겉면에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1000개의 조각을 모두 맞추면 상자 겉면에 있는 직사각형의 그림과 같은 그림이 된다. 처음에 누군가 직사각형의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또는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이것이 잠재된 꿈-생각들latente Traumgedanken(latent dream-thoughts)에 해당한다. 이것을 누군가 1000개로 쪼개었다. 그리고 쪼갠 것을 마구 섞었다. 그리하여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림 조각들이 되었다. 이 상태는 의미 없어 보이는 현시된 꿈내용manifester Trauminhalt(manifest content of a dream)에 해당한다. 그림 조각들을 마구 섞는 과정은 꿈작용Traumarbeit(dream-work, 꿈 작업)에 해당한다. 그림을 맞추는 과정은 꿈 해석에 해당하고 맞추어진 그림은 재구성된 잠재된 꿈-생각들에 해당한다.
우리는 그림 조각을 다 맞춘 후 그것을 상자 겉면에 있는 그림과 비교함으로써 제대로 재구성해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상자 겉면에 원본 그림이 없다면? 누군가가 그림 맞추기 세트를 당신에게 선물했다. 상자 안을 보니 마구 섞여 있는 그림 조각들이 있다. 당신은 무슨 그림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상자의 겉면을 본다. 그러나 상자의 겉면에는 아무 그림도 없다. 선물한 친구는 그림 맞추기를 더 어렵게 하려고 상자 겉면에 있는 그림을 지워 버린 것이다. 당신은 이틀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그림 맞추기를 끝냈다. 이제 꿈해석과 좀더 비슷해졌다.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그림을 재구성해낸 것이다. 누군가가 맞추어진 그림이 원본의 정확한 재구성인지 더 나아가서 원본 자체가 있기는 있었던 것인지를 물어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아마 그래도 당신은 원본이 있었고 그것을 정확히 다시 맞추었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다. 당신은 프로이트와 비슷한 근거를 대면서 맞추어진 그림이 원본 그림의 복원임을 주장할 것이다. 첫째, 결과적으로 직사각형이 만들어졌다. 둘째, 모든 그림 조각들의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셋째, 남는 조각이 없다. 넷째, 그림에 빈 곳이 없다. 다섯째, 의미 있는 그림이 되었다. 당신은 우연히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굳게 믿을 것이다
그렇다면 꿈의 해석은 어떠한가?
꿈의 연상 내용이 곧 잠재적 꿈-사고는
아닙니다. 그것들은 마치 양수[모액(Mutterlauge, mother-liquor) –
첫째, 조각 그림 맞추기에서는 결국 직사각형의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림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꿈해석에서는 그런 한계가 없다. 꿈해석은 어떤 한계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될 수 있다.
둘째, 조각 그림 맞추기에서 조각들은 딱딱하다. 따라서 비슷한 모양이라도 정확히 그 곳에 들어가는 조각이 아니면 아귀가 잘 맞아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연상, 꿈해석 규칙 등은 너무나 유연하다. 조각 그림 맞추기에서 하나의 조각은 보통 그 조각과 인접한 네 개의 조각하고만 아귀가 들어맞는다. 연상은 그렇지 않다. 하나의 표상Vorstellung에서 수많은 표상들이 연상될 수 있다. 꿈을 해석할 때에는 어떤 것이 그것 자체로도 쓰일 수 있고 그것의 반대로도 쓰일 수 있다. 왜냐하면 프로이트에 따르면 무의식에는 부정을 나타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꿈조각은 상징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의미대로 쓰일 수도 있다. 게다가 어떤 꿈조각은 그 꿈조각 그대로 꿈해석에 쓰일 수도 있고 그 꿈 조각에 대한 연상만 꿈해석에 쓰일 수도 있고 연상에 대한 연상이 꿈해석에 쓰일 수도 있다.
셋째, “연상 내용들은 잠재적 꿈-사고[잠재된 꿈-생각들]의 형상화를 위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낸다. 자투리 조각들이 남는 것이다. 남는 조각들이 모두 “환자의 지능이 꿈-사고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 만들어냈을 법한 세세한 이야기들, 이행구(移行句)들, 연결 고리들”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꿈해석을 하다보면 그것들 말고도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남는 조각들이 있다. 이런 자투리 조각들은 조각 그림 맞추기에는 없었다.
넷째, 조각 그림 맞추기를 다 하면 빈 곳이 없다. 조각 그림 맞추기는 2차원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빈곳이 생길 수 있다. 만약 모든 조각을 다 썼는데 빈 곳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조각이 분실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꿈해석은 얼기설기 얽혀있는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다섯째, 연상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그럴듯한 해석을 형성한다고 해서 그 해석이 맞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럴듯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의 사고는 아주 유연하다. 인간은 어떤 패턴, 관계, 법칙을 인식해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예컨대 어떤 형상을 멀리서 볼 때 그 형상이 실제로 사람이 아닌데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간에게 완전한 난수를 제시해도 그 난수 속에서 어떤 패턴을 “인식”해낸다. 이것은 사람들이 징크스jinx를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우연 속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필연적인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분석가가 수많은 피분석자의 연상들에서 패턴을 인식해내는 과정 즉 “필연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도 우리가 난수 속에서 패턴을 인식해내는 과정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연상들이 서로 만난다는 것도 그리 설득력있는 증거가 아니다. 한국에 사는 두 사람을 완전히 무작위로 뽑았다고 치자. 그렇게 뽑은 두 사람도 몇 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된다. 예컨대 전혀 무관해 보였던 A와 B를 선택해도 A가 B의 친구의 고모의 같은 반 친구의 제자와 같은 직장에 다닌다는 것이 드러난다. 실제로 그런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참여자들은 그 결과에 놀라워했다. 그 조사에 참가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조사가 프로이트의 말대로 아주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어쩌면 그 조사에 참가했던 A와 B는 전생에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연결된다고 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연은 없다. 간단한 산수만 알면 된다. 예컨대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아는 친척이 100명이고 같은 반 친구가 600명(한 반에 50명의 학생이 있고 12년동안 학교에 다녔고 겹치는 사람들을 무시했을 때)이고 회사 동료가 20명이고 그 외의 지인이 100명이라면 어떤 사람의 친척의 같은 반 친구의 회사 동료의 지인은 겹치는 사람을 무시했을 때 1억 2천만명이나 된다. 인간의 모든 표상은 그런 식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싸이월드(http://cyworld.nate.com)의 파도타기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1촌관계를 몇 번만 따라가다보면 별별 사람을 다 보게 된다.
따라서 분석가는 위에서 말한 자투리 연상 조각도 결국 해석된 잠재된 꿈-생각들과 연상으로 연결됨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밝혀낸 것이 아니다. 어짜피 모든 표상들은 몇 단계의 연상만 거치면 연결되니까 말이다.
프로이트가 의존하는 것은 분석가와 피분석자가 느끼는 인상 또는 확신이다. 피분석자의 확신이 얼마나 쓸모 없는지를 알아야 한다. 싸이언탈러지(scientology)의 강연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전생 중에 단세포 생물 시절도 있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심지어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분석가가 받는 강렬한 인상도 도움이 안된다. 다우저들(dowser, Y자 모양의 막대기를 들고 수맥을 찾는 사람들)은 그런 강렬한 인상을 받기 때문에 다우징을 믿는다. 그들 스스로 Y-막대기(Y-rod)를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그 막대기가 ‘스스로’ 움직인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막대기가 움직인 곳을 파 보았을 때 지하수가 나왔다는 사실에서 그들은 다우징으로 수맥(이 개념 자체도 잘못된 것이다)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예컨대 어떤 다우저는 자신이 30여 번 시도해서 90퍼센트 정도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자랑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믿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시도한 지방에는 지하수가 풍부해서 아무곳이나 파도 90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인다면 어쩔텐가?
마찬가지로 어떤 약을 먹고 효험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 약의 효과를 입증해 주지는 못한다. 가짜약 효과(placebo effect)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우징의 효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예컨대 어떤 지방에서 임의로 땅을 팠을 때 지하수가 나올 확률 그리고 지질학자들이 육안으로 지형을 관찰한 다음에 지하수가 있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는 확률 등을 기준으로 삼은 다음에야 다우징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짜약 효과를 고려한 다음에야 어떤 약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꿈해석에서도 이런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전 속의 단어들을 이용하여 한 편의 소설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소설이 사전 속에 이미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만약 조각 그림 맞추기를 해서 마징가 Z 그림이 만들어졌다면 원래 그 그림이 있었음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레고(Lego)로 마징가 Z를 만들었다고 해서 레고 조각들 속에 마징가 Z가 원래 있었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레고 조각들의 유연성이 마징가 Z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레고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유연하다. 그러므로 그 언어 즉 연상들로 무엇인가 인상적인 구조물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올바른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레고로 마징가 Z뿐 아니라 로보트 태권 V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꿈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그에 대한 프로이트의 변명은 응축(Verdichtung, condensation)이다. 만약 두 해석이 모순된다해도 역시 프로이트는 변명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은 논리를 모른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만약 컴퓨터가 만들어낸 유사난수(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진짜 난수와 다를 바 없다)로 이루어진 다섯자리 숫자를 프로이트가 제시한 방법대로 해석한다면 어떨까? 만약 다른 사람이 꾼 꿈을 자신의 연상을 이용해 해석한다면 어떨까? 그때에도 그럴 듯한 해석이 나온다면 분석가들은 아무곳이나 파도 지하수가 나올 확률이 90퍼센트인 곳에 90퍼센트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다우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것이 아닐까?
프로이트는 또한 수렴을 근거로 든다.
즉 일단 꿈 꾼 사람의 연상들이 현시된 요소들manifeste Ele- mente(manifest elements)로부터 멀리 발산해서 아주 많은 수의 테마들과와
표상 영역들Vorstellungskreise(ranges of ideas)을 건드리게 되고 그 후 여기서부터
일련의 두 번째 연상들이 우리가 찾던 꿈-생각들Traumge-
danken(dream-thoughts)로 급속히 수렴한다. (「꿈해석의 이론과 실천에 대한 소견」,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
문제는 그 수렴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이다. 수렴이 착각일 수도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수렴한다”는 주장은 연상들을 토대로 어떤 그럴 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근거한다. 하지만 수렴의 비밀은 발산에 있는 것 같다. 연상 고리가 무한히 발산할 수 있기 때문에 즉 모든 표상(사전에서의 모든 단어)으로 발산할 수 있기 때문에 수렴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전에 있는 모든 단어를 사용한다면 아주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만약 꿈해석자가 발산되는 연상들 중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꿈 꾼 사람은 그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재료들인 연상을 무한히 제공할 수 있다. 왜냐하면 몇 단계의 연상만으로도 모든 단어가 연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수의 레고 조각들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형상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