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강 건너
주인아저씨는 일엽을 몇 달 데리고 있다가 보니 어느덧 쌀쌀한 가을이 되었다. 일엽은 날씨가 추워서 다른 자취방으로 옮기기로 아버지에게 건의를 하였다. 그래서 얻은 곳이 대명동
영선 못 근처의 조그마한 다가구 방이었다. 그곳은 세 든 사람이 많았고 수도 시설도 없었다. 그래서 식수는 수돗물 파는 집에 가서 줄을 서서 사서 사용하였다.
그곳에서도 생활비가 모자랄 때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돈이 급하니 보내 달라고 하였다. 이때는 우편환이란 제도가 있어서 우편환으로 부쳐 주었다. 이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서 학교에서 갈 수 있는 우체국은 대구우체국 하나라서 그곳에서 바꾸어야 했다. 점심시간에 가면 직원이 식사 중이라 바꿀 수 없어 항상 오전 수업이 끝나기 전에 허락을 받아서 갔다. 이렇게 자주 우체국에 갈 때마다 사유를 이야기 하니 선생님은 ‘너는 맨날 외출이냐?’ 하면서 짜증을 내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 앞에 가면 고양이 앞에 쥐인데 매번 이런 생활을 하니 결국 선생님은 제는 그런 애라고 단정해 버렸다.
돈에 쪼들리다가 보니 학교 성적은 떨어졌다. 그러다가 한 번은 체육 선생이 통계 일 좀 하라고 체육실에 불려갔다. 체육실 안은 각종 운동 기구가 있었다. 하는 일은 체위에 대한 각종 통계를 만드는 일이다. 체육 선생이 무서울 정도로 학생을 불러 놓고 벌을 주는 곳에서 일했다. 일엽은 그 구석에 앉아서 각종 통계를 작성하는데 오류가 생겼다. 그러니 체육 선생은 빠따를 가져 오라고 하여 엉덩이를 내려치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 빠따를 맞고 나니 정신이 아찔하였다. 일엽은 영문도 몰랐으며 이 정도 문제로 빠다를 치는데 대해서 분개함을 느꼈다. 그래서 평소에 분노를 느끼고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운동장 안에 사택이 하나 있어서 체육시간에 막간을 내어서 친구 몇 사람과 체육 선생 사택 뒤에 있는 연탄아궁이에 연탄불을 빼어내고 타다 남은 재로 막아 버렸다. 그러고 선생님한테 들키기 전에 몰래 도망을 쳤다. 도망친 친구는 체육 선생의 별명이 멍게인데 멍게한테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며 쾌감으로 느낀 것이다.
그러고 영어시간일 때의 일이다. 영어 선생은 수업시간 마다 교과서도 없이 맨 몸으로 와서 앞에 앉은 일엽에게 옆 사람과 같이 사용하라고 하며 일방적으로 일엽의 책을 가져가는 것이다. 일엽은 영어 시간 마다 교과서를 가져가서 한 번은 혼자 입으로 중얼거리며 ‘매번 내 책만 가져간다.’ 하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데 영어 선생님은 이 말을 듣고 말았다. 그래서 화가 난 영어선생은 일엽을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오라는 것이다. 일엽은 잘못 된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부담 없이 점심시간에 갔더니 네가 한 행동이 옳았느냐고 물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니 무엇을 나무라는지 몰랐다. 일엽은 혼자 중얼거린 것을 이야기 하는 줄 뒤늦게 알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자세를 낮추고 대꾸를 하였다. 그리고 몇 번 영어 선생이 다져 물어서 사실이라 굽히지 않았더니 일어나서 나서 일엽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는 것이다. 일엽은 정신없이 맞은 다음에야 가라고 하였을 때는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흘렀고 영어 선생은 자리를 떴다. 일엽은 교무실을 나와서 운동장 끝에 있는 비탈에 있는 코스모스 꽃에 묻혀서 서러움 마음에 한참토록 눈물을 흘렸다. 객지에 나와서 처음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