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에 현명한 자는 다리를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세운다. 영화 [블랙 팬서]의 가장 끝에 등장하는 대사다. 이 한 줄의 대사에서 나는 어딘가 마블의 세계관에 블랙 팬서는 다리인가, 아니면 벽인가란 질문이 떠올랐다. 거창하다면 거창할 수 있는 질문이고, 또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질문이기도 한 것 같다. [아이언맨] 시리즈를 시작으로 마블은 이제 한 세대의 완결이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앞두고 끝과 시작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내가 볼 때 이번 [블랙 팬서]는 끝이라 하기에 적합하고, 시작이라 하기에는 좀 의문스럽다. 결국 한 세대가 끝나고도 마블은 영화를 참 '잘' 만드는 디즈니의 정형화된 구성을 깨고 넘어서기보다 최대치의 효과를 이루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블랙 팬서]는 분명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경쟁사 DC에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원더 우먼]을 출격시켰고, 마블은 백인에 뒤지지 않는 걸출한 흑인 히어로물을 완성했다. 겉으로만 봤을 때 영화 [블랙 팬서]는 [라이온 킹]의 플롯과 이미지를 적당히 손질한 듯 보여도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하게 다루는 마블답게 아프리카의 전통성과 지금 이 시기의 경제적 분쟁, 난민 문제를 적잖이 무게감 있게 다루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연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역할을 주도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전사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과학자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스파이 나키아(루피타 뇽)가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왕자를 보좌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특히 왕권 교체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오코예와 나키아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오코예는 나라를 지키겠다 말하고, 나키아는 나라를 구하겠다 말한다. 각자의 역할에 걸맞은 성격 구축으로 그 의미를 명확히 전달한다. 마블은 새로운 시도가 너무 갑작스럽다거나, 억지스럽지 않도록 지금까지 활용하던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대체와 무장의 영화로 [블랙 팬서]를 완성한 것만 같다. 가상국가 와칸다의 컨셉아트를 보면 아프리카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딘가 많이 봐왔던 건축물과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사카아르 행성을 보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컨셉아트가 떠오른 것과 유사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통일성과 함께 개별적으로 특화된 이미지를 여전히 잘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에서 촬영된 추격씬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액션을 한 단계 더 무장시킨 것처럼 보이고, 클라이맥스의 액션씬은 팀워크를 중요시하던 마블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각개전투를 비중 있게 다루어 대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블랙 팬서]는 분명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경쟁사 DC에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원더 우먼]을 출격시켰고, 마블은 백인에 뒤지지 않는 걸출한 흑인 히어로물을 완성했다. 겉으로만 봤을 때 영화 [블랙 팬서]는 [라이온 킹]의 플롯과 이미지를 적당히 손질한 듯 보여도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하게 다루는 마블답게 아프리카의 전통성과 지금 이 시기의 경제적 분쟁, 난민 문제를 적잖이 무게감 있게 다루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연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역할을 주도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전사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과학자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스파이 나키아(루피타 뇽)가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왕자를 보좌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특히 왕권 교체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오코예와 나키아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오코예는 나라를 지키겠다 말하고, 나키아는 나라를 구하겠다 말한다. 각자의 역할에 걸맞은 성격 구축으로 그 의미를 명확히 전달한다. 마블은 새로운 시도가 너무 갑작스럽다거나, 억지스럽지 않도록 지금까지 활용하던 요소들을 적절히 배합해 대체와 무장의 영화로 [블랙 팬서]를 완성한 것만 같다. 가상국가 와칸다의 컨셉아트를 보면 아프리카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어딘가 많이 봐왔던 건축물과 도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사카아르 행성을 보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컨셉아트가 떠오른 것과 유사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통일성과 함께 개별적으로 특화된 이미지를 여전히 잘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에서 촬영된 추격씬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의 액션을 한 단계 더 무장시킨 것처럼 보이고, 클라이맥스의 액션씬은 팀워크를 중요시하던 마블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각개전투를 비중 있게 다루어 대체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