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은 여행에서 가장 크게 적용된다.
일상에서도 기대와 실망 사이 함수관계는 다양하게 일어나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삶을 위해 떠나 온 여행길에서 마주친
기대와 실망의 양가감정(Ambivalence)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서부 애리조나 주 페이지 (Page) 외곽에 있는 이 좁은 협곡은
수백만 년동안 물과 바람의 침식으로 무른 사암이 깎여 만들어진
대자연의 걸작(Masterpiece)이다.
잿빛 자갈과 모래, 회색의 키작은 풀들로만 가득한 끝간 데 없는 평원에서
물은 땅을 파고 들어 물길을 내고 속살을 휘갈겼다.
휘갈겼다는 표현은 자연의 노작에 대한 결례이지만
그 부드러운 듯 거친 손길은 그러한 표현이 아주 잘못되었다고만은 할 수 없다.
윗물길 (Upper)과 아랫물길(Lower)로 나뉜 물 흐름은
땅 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면서 무른 바위들에 빗질하고 손자국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물이 사라지고 매마른 황야가 되었을 때
뜨겁고 화사한 햇살이 잊혀진 그들을 찾아와 드로잉을 시작했다.
앤텔로프는 바로 그 화려한 햇빛의 작업이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전문적인 사진작가들에 의해 각색 연출되면서 유명해졌다.
주황색, 보라색, 노랑색, 붉은색 등으로 변신하고 치장하며
이름없던 협곡은 서부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이번 미 서부 캐년여행의 가장 큰 목표가 그 엔텔로프 감상이었고
그것이 기대만큼이었다면 나의 여행은 거의 반 이상이 성공이었다.
나의 기대는 엔텔로프가 펼치는 신비로운 빛의 연출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빛의 향연은 없었다.
시간의 역공이었다.
오전 11시 전후가 가장 아름다운 빛의 드로잉이 시작되는데
이른 아침, 시간에 쫒겨 찾아든 우리 일행에게
빛은 그 현란하고 신비로운 색의 향연을 전혀 베풀어 주지 않았다.
부지런히 위 아래 협곡을 오르내리며 빛의 드로잉을 찾아다녔으나
암석 본래의 색깔인
밝은 황토색이거나
그림자에 가려진 어두운 황갈색의
암석덩어리 협곡이었다.
엔테로프 방문의 핵심은
시간을 맞추는 일이다.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이번 여정의 기대치 절반이 날아가고
그 절반은 실망과 절망으로 환치되었다.
그래서 여행이든 삶이든 지나치게 기대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