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 능경봉 -고루포기산 - 닭목령 - 화란봉 - 석두봉 - 삽당령
당분간 무박 산행은 계속된다. 아마도 피재나 화방재 까지 앞으로도 4~5차례는 무박산행을 더해야 될 것 같다. 오늘 코스는 산행거리가 27~8Km정도로 제법 길지만 급경사지대가 별로 없고 육산에다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등산로라 그렇게 힘든 구간은 아니다. 특히, 강릉시의 야경과 뒤로 보이는 대관령의 모습이 환상이며, 등산로 좌우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과 농장들이 힘든 대간꾼들을 여유로움과 넉넉함으로 품어 주고 등산로 양 옆으로 휴식할 수 있는 설치물이 유독 많은 구간이기도 한다. 오전에 애들 엄마가 오늘도 대간산행 가느냐고 묻는다. 평소 19시에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집을 나섰는데 오늘은 X-mas 이브라 21시에 나가야하니 문제가 될 수밖에..우리 집엔 앞도 못 보고, 냄새도 못 맡고, 듣지도 못하는 14살 된 슈나우져 형제가 있는데 언제부턴가 인기척이 없으면 울어 댄다. 그래서 우리 집엔 항상 한사람이 남아 있어야 된다. 내 산행은 가족들에게 참 미안함의 연속이다. 평소 메고 다니던 것보다 큰 배낭에다 구스다운에 장갑도 4켤레나 넣어 완전 동계산행 채비를 하고 밤 9시 10분 집을 나선다.
대원들 1차 승차 장소인 시청 앞에 도착하니 낯익은 몇몇이 보이지 않는다. 화이트 아웃 일행이 가족들과 X-Mas 행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많이 아쉽다 제일 보고 싶은 대원들 중 한 팀인데.. 2차 집결지인 백두대간 장비점 앞에 도착하니 많은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2주 만에 보는 얼굴들인데도 참 오랜만에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거친 숨 내몰아쉬며 같이 땀 흘린 동료애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전문 운전기사가 같이 한단다, 어제 덕유산 눈 산행 하느라 피곤한 정대장이 대원들 안전을 우선 생각했나 보다. 애마는 우리를 싣고 22:06분 합천으로 가는 국도를 달리다 집현 인근에서 대원 1명을 추가로 태우고 달리기 시작하니 정대장의 간단한 산행안내가 이어지는데 경사가 5~60도가 된다느니 하면서 겁을 준다. 아마 산행거리가 길기 때문에 대원들의 각오를 다지게 하고 적당히 긴장시키기 위함이리라.. 23:20분경 논공휴게소에 들렸던 애마는 25일 02:17분 경유로 자신의 배를 채웠고 나는 빵과 바나나로 요기를 한다. 대관령을 향해 한참을 달리는데 길이 이상하다 잘못 진입을 했나보다. 네비게이션 업그레이드 좀 하지..ㅉㅉ 대관령에 도착하니 잔설이 제법 보인다.
쏴한 새벽바람 맞으며 산행 준비를 하는데 의외로 포근한 날씨다. 닭목재에서 아· 점을 먹기로 하고 행동食을 챙기고 03: 30분 우리들은 불빛의 향연을 벌이며 하나의 선이 되어 능경~고루포기란 이정표를 통과한다. 등산로 주변의 몽환적인 상고대가 자연의 경이로움을 웅변해 준다. 1시간여를 헉헉대고 나니 능경봉 정상이다. 모두들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동으로 보이는 강릉의 야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경포대 바닷가를 어림잡아 보며 40여 년 전 내 젊은 날 추억의 장을 열어 본다. 예나 오늘이나 저 불빛 아래 수많은 사연들이 만들어지겠지.. 오른쪽 방향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행운의 돌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 돌탑엔 대간꾼들의 무슨 소원들이 하나씩 쌓였을까?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한 능선 길이 한참이나 이어진다. 후미에서 行動 食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부지런히 된비알을 오르니 이번 구간 중 제일 높은 고루포기산이다. 어둠이라 조망되어지는 게 없다. 하기야 고루포기산 자체가 조망이 시원찮은 편이다. 오히려 정상을 내려서서 임도 부근 급경사내리막이 시작되는 곳, 송전탑부근이 조망이 좋은 편이다. 닭목재를 중심으로 수하호 방향과 왕산리 부근의 운해가 무릉도원이다. 2007년 8월의 중국 쓰꾸낭산의 운해를 추억해 본다. 여명이 능선 위를 붉어스럼 하게 물들이는 게 동해의 일출이 시작되려나보다. 햇빛 살짝 머금은 상고대에 취해 걷다보니 08:00 닭목령이다. 금계포란형의 길지로 닭의 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닭목령 이라고 한단다. 닭목령 뒤쪽엔 부족한 지형을 보완하기 위해 산신각과 돌담, 장승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닭목령 양지 바른 곳에 아· 점상을 차려 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시장이 반찬이다. 행동식이 아무리 좋아도 밥 힘 아닌가!! 밥자리를 정리하고 화란봉을 오르기 시작하니 08:50분, 시작부터 된비알이다. 1시간여 몇 번의 땀을 훔치고 나니 화란봉 삼거리다. 정상을 중심으로 부채 살처럼 펼쳐진 모습이 꽃잎 같다고 해서 화란봉이라는데 대간길에서 좌측으로 130m 정도 비켜나 있다. 2012년 까지도 표시석이 없었는데 화강암으로 표시석 해 놓아 格을 높여 놓았다. 석두봉도 표시석을 해 놓았을려나..등산로 좌우 땅꼬마 산죽들의 영접을 받으며 야트막한 봉우리 세 개를 넘으니 머리에 바위를 올려놓고 있는 것 같다는 석두봉 이다. 내 봉우리다. 정상석에 가벼운 입맞춤으로 반가움을 표시해 본다. 40여분을 부지런히 걸으니 넓은 안부에 키 작은 산죽이 능선 전체를 깔고 있고 쉼터 근처엔 통나무 의자가 있는 휴식처 나온다. 갈 길이 멀어 걸음을 재촉하느라 휴식을 취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잣나무 군락지에 도착한다. 이곳은 산림청에서 우량종자를 얻기 위해 잣나무를 식재해 놓은 곳이다. 잡풀 속에 고사리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곳인데 오늘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석두봉2.7km 닭목령11.2km 삽당령3.3km를 표기하고 있는 이정표 한 옆에 한 뿌리에 두 가지가 올라온 사랑나무라는 이름표가 붙은 소나무가 보인다. 모두들 많이 사랑하자. 좌측으로 산길로 접어들어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해 삽당령에 도착한 대원들과 조우하니 14:20분 배낭을 내려놓고 길 건너 주막으로 뛰어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고 막걸리 두 잔을 들이켜니 그 맛이 뭔 맛이더냐! 천상의 맛이더라..
14:45분 삽당령을 출발하여 진부로 이동하는데 차가 엄청 밀린다. 사고는 나지 않았어야 할 텐데..16:10분 진부에 도착하여 서림사우나에서 땀 내음을 씻어내고 부일식당으로 이동하여 반주 곁들인 산채정식을 비벼 점· 녁을 먹고 17:50분 경 진주로 출발한다. 차가 원주 직전 까지 제법 밀린다. 바깥나들이 했다 둥지 찾아가는 시간대인가 보다. 애마는 20:40분 안동휴게소에 잠시 들렸다 22:52분 우리를 진주에 내려놓는다. 집에 도착하니 23:40분.. 오늘 우리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마무리한다.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카메라를 휴대치 않아 지인이 담은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