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 태동건설에 근무하는 A는 금년 초순경 직장동료인 B와 1년여간 교제 끝에 약혼을 하였는데, 최근 B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혼을 통보한 후 대기업인 금성물산에 근무하는 C와 약혼하였습니다. 그리고 B의 가족들은 A에게 다이아반지 등 약혼예물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A는 약혼예물을 돌려줘야 할까요?
약혼은 혼인하려는 양당사자 사이의 계약을 의미하며 혼인하려는 양당사자의 합의로써 성립합니다. 이 때 예물을 교환하는 것이 보통이나 약혼성립의 요건은 아닙니다.
약혼이 성립되면 양당사자는 서로 혼인관계를 성립시킬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다만 결혼은 당사자의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해야 하기 때문에 결혼의 강제이행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민법 제803조).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우리 민법은 당사자의 일방에게 "약혼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때, 약혼후 금치산 또는 한정치산의 선고를 받은 때, 성병, 불치의 정신병 기타 불치의 악질이 있는 때, 약혼후 타인과 약혼 또는 혼인을 한 때, 약혼후 타인과 간음한 때, 약혼후 1년 이상 생사가 불명한 때, 정당한 이유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지연한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04조).
상대적 약혼해제 사유인 위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중대한 모욕, 재산상태에 관한 착오, 연령사기, 심한 불구자로 된 경우, 애정상실, 간음 이외의 부정행위 등이 포함됩니다.
약혼이 해제되면 당사자 사이에는 처음부터 그러한 약혼이 없었던 것과 같이 되고,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한 경우 상대방은 과실이 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손해는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도 포함됩니다.
약혼예물이 수수되는 목적과 그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다양한 견해가 주장되고 있으나 우리 대법원은 "약혼의 성립을 증명하고, 혼인이 성립한 경우 당사자 내지 양가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것으로서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 또는 증여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므 895 판결).
이는 약혼예물을 주고받을 때 비록 파혼을 하게되면 서로 반환해야 한다는 의사표시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예물의 성질상 당연히 그와 같은 당사자의 의사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약혼이 해제되었을 경우 당사자가 예물반환에 관하여 합의가 있다면 그 합의에 따라 처리하면 되고,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약혼의 해제나 파기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만이 책임이 있는 경우에 그 유책자가 예물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이를 인정하는 견해가 있으나, 통설과 판례는 유책자는 그가 제공한 약혼예물을 적극적으로 반환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합니다(대법원 1976. 12. 28. 선고 76므 41, 42 판결).
설문의 경우와 같이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등의 사유는 정당한 약혼해제 사유로 볼 수 없고, 정당한 사유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을 거절한 B에게 약혼파기의 책임이 있다할 것입니다. 따라서 A는 약혼파기의 책임이 있는 B에게 예물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받은 예물을 반환할 의무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