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성검 2권 - 제 8장
기재들의 무리 속으로
두 사람.
그들이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대략 한시진 후인 자정무렵이었다.
때마침 백상인은 누운 채 운공조식을 마악 끝내가고 있는 상태였다.
"저것 보게, 그는 반드시 여기에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군요, 석형님! 헌데 그는 왜 저기 저렇게 누워 있을까요?"
"글쎄..... 그는 혹시 저 상태로 운공조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닐겁니다. 세상에 어떤 상태로든 운공조식이 가능한 기공
이 있다는 말은 있지만, 설마 그가 그러한 것을 익혔을라고요."
".........."
"제가 보기에 그는 그냥 여기에 누워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 그렇다면 어서 그를 깨워 잠자리로 안내해 줘
야지. 우린 그럴려고 온 것이 아닌가?"
"예, 형님!"
...........
(한 사람의 목소린 귀에 익구나...... 헌데 그는 누굴까? 아
하, 바로 전에 나를 찾아왔던 석장형이군. 헌데 그는 무슨 일
로 나를 찾아 왔을까........?)
금단선공은 어떤 자세로든 운공조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조식중에 다른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더군다나 운공조식중에 다른 신공들은 외침을 당하면 주화입
마에 걸리기 쉬우나, 금단선공만큼은 전혀 그런 위험한 기미가 없다.
그것은 금단선공이 그야말로 가장 완전한 단도지학이기 때문이다.
이박에도 금단선공의 특별한 효용은 많고도 많았다.
백상인은 운공조식을 마치고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는 두 사람이 늘어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과연 석장형이 분명했다.
백상인은 얼른 일어나며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어서 오시오 석형! 오늘 낮에는 인사를 못해서 미안하오."
석장형은 마주 포권하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할 것 없습니다. 수련중에는 잡담은 금물이니, 저도 백
형을 아는 체 할수가 없었지요. 그보다........."
석장형은 옆의 소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백형께 한 사람을 소개해 드리지요. 그는 소생의 의제로 이
름은 장우입니다. 삼국시대의 장비의 후예라는 사람으로, 천
명의 수련생들 중에서도 대단히 돋보이는 걸출한 인물입니다.
백상인이 바라보니, 그는 정말로 옛날의 장비처럼 우람하고
장대한 체구를 가진 소년이었다.
(안면이 좀더 우락부락하고, 얼굴의 수염이 길어지면 장비와
똑같겠군........!)
백상인은 내심 생각하며 포권했다.
"백상인입니다."
장우는 다소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답례하며 말했다.
"오늘 낮엔 당신이 돌아와서 반가왔습니다."
백상인은 미소했다.
"고맙습니다. 이토록 미거한 소생을 염려해 주시니."
이때, 석장형이 백상인에게 말했다.
"여기에서 이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거처로 가지 않겠습니까?"
백상인은 다소 눈을 크게 떴다.
"거처라니요? 그러면......."
석장형은 미소하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이 살아가지만, 거처만은 대부분 모여
있습니다. 웬만하면 백형도 우리와 함께 지내는게 어떻겠습니까?"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뭐, 달리 거처가 없으니 따르지요. 아무튼 이렇게 일
부러 신경을 써주시니 고맙습니다."
"하하..........!"
석장형은 웃으며 앞쪽을 가리켰다.
"자, 그럼 가십시다 백형!"
"........"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따라 나섰다.
길을 걸아가는 도중, 문득 석장형이 물었다.
"백형께선 혹시 신법을 연마하셨습니까?"
백상인은 즉시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거처는 이곳에서 아직 먼가보구나........!)
그는 내심 생각하며 대답했다.
"예, 약간은...... 하지만 대단치 않습니다."
석장형은 웃으며 말했다.
"저희들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요. 그럼 우리 좀더 빨리
갈까요?"
말과 동시에 그는 앞으로 쭈욱 미끄러져 갔다.
(대단한 신법이군!)
신법에서 한걸음씩 넓게 뛰어가기는 쉬워도, 저렇게 미끄러
져 가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특히 그 신법이 자연스럽고 부드
럽다는 것은 그가 이미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었다.
백상인은 내심 감탄하며 옆의 장우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그러한 신법을 펼치고 있었지만 부드럽고 유연함은
그만 못했다.
(그럼 나도.........)
백상인은 신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잠룡무고의 서고 안에 있던 여러 신법무예구결 중 표
풍어란보란것으로, 말 그대로 그것은 두 발을 빠르게 보법처럼
놀려,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었다.
그 빠르기는 석장형과는 같지 못해도 그래도 쓸만한 것이었다.
석장형은 백상인의 신법을 힐끗 바라보더니 웃으며 다시 물었다.
"백형도 대라신단을 드셨겠지요?"
(........?)
백상인은 의아해하면 석장형에게 되물었다.
"대라신단이라니요? 저는 그 말을 처음 듣는데, 대체 그게
무엇입니까?"
"처음 듣는다고요?"
석장형은 일순 어이없어하며 다시 물었다.
"그럼 백형의 그 일갑자가 넘는 공력은 모두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백상인은 미소하며 대답했다.
"그것은 어떤 기연에 의해서라고나 할까요........."
석장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그것이 아직 남아 있을 리가 없지요. 그 당시에 이미 다 써버렸으니......"
".........."
석장형은 백상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대라신단은 팔년 전, 소요성수께서 잠룡회를 위해 만든 것
으로 모두 일천 개였지요. 그 영약은 하나를 먹으나 열 개를
먹으나 똑같이 일갑자의 내력을 갖게 해주는 신약으로......."
백상인은 문득 궁금한 점니 일어 그의 말을 자르고 물었다.
"실례지만, 그 소요성수란 분은 어떤 사람입니까?"
이에 석장형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아니, 백형께선 그 유명한 소요성수도 모른단 말입니까?"
백상인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소생이 워낙 산골에서 살다온 사람이라........."
"하하........"
석장형은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그 분의 성은 백리요, 이름은 현도입니다. 일곡인 소요곡의
곡주이시지요. 게다가 무맹의 봉공원로원의 십이원로 중 한 분
이기도 합니다."
"............."
백상인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봉공원로의 이름을 한번 들
은 적이 있었다.
(그 분이 십이원로 중 한 분이라면 그 신분이 실로 대단하겠군.........)
백상인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장형은 그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아까 하다만 얘기를계속했다.
"그러니까 이곳의 일천 기재들은 일만 명의 인원중에서 선택
된 후, 훈련에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하나의 신단과 하나의 신
공을 전수받았지요. 그 중 하나의 신단이 바로 소요성수께서
만드신 대라신단입니다."
백상인은 문득 입을 열어 물었다.
"그 신공의 이름은 바로 천지양극귀원공이 아닙니까?"
석장형은 눈을 크게 뜨고 백상인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맞습니다. 백형도 그 신공을 익히셨군요?"
백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 이름만 들어 보았을 뿐, 그것을 익
힐 기회는 없었지요."
석장형은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우리들은 그래서 모두들 거의 이갑자에 가까운 내공을 지니
게 됐지만, 백형께선 따로 기연을 만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는 이갑자에 가까운 내공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
기엔 이 두 사람의 내공은 이갑자를 이미 넘어서 있을 것이다.)
백상인은 내심 그런 생각을 굴리며 묵묵히 신법을 펼쳐갔다.
잠시 그들간의 대화가 끊기자,
석장형은 백상인을 돌아보며 경쾌한 음성으로 한마디 했다.
"우리 이쯤에서 속력을 한번 내볼까요?"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음 순간, 그들은 신법의 속도를 배가하여 쾌속히 질주하기시작했다.
계곡, 그곳을 계곡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이상하고,
이를테면 이 거대한 계곡 잠룡곡의 한쪽으로 길쭉하게 들어
간 부분이라고나 할까?
백상인은 그곳이 잠룡곡의 머리모양부분에 해당되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석장형등과 함께 그곳에 다다른 백상이는 한 순간
놀라움과 경탄을 금치 못했다.
동굴,
그것은 천연동굴들이라고 생각되었는데, 그 무수한 동굴들은
이 계곡같이 움푹 들어간 곳의 양쪽 절벽면에, 그야말로 벌집
처럼 빽빽하게 뚫려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저 감탄하기에 너무도 신비로운 대자연의 조화였다.
(일월태극도 나탁이 잠룡곡엔 여러가지 신비로운 기질과 구
조가 있다더니 이것도 그 중 하나에 속하겟군...........)
백상인은 이렇게 내심 감탄하며 중얼거릴 때, 옆에서 석장형
이 그 동굴들을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이곳에는 믿으실지 모르지만 거의 만여 개에 달하는 천연동
굴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 것들 중 사용하기 괜찮은 곳을 골
라서 각자 숙소로 삼고 있지요."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굴이 만여 개나 된다는 말은 정말 과장이 아니었다.
계곡은 완만한 각도로 깊숙이 들어가있고, 그 계곡을 둘러싼
천장절벽의 아래는 모두 계속해서 벌집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석장형은 계속해서 신형을 날리며 말을 이었다.
"현재 계곡 좌측의 동굴들은 남자들이 쓰고 있고, 우측에는
여자들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
백상인은 시선을 석장형에게 돌렸다.
그의 말이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다.
(우리라니.......?)
석장형은 백상인의 마음을 짐작했는지 빙긋 웃으며 말을 이
었다.
"우리라고 해서 무슨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이
를테면 소수파라고나 할까요? 하하, 우리는 가장 안쪽에서 살
고 있습니다."
(소수파라........ 그럼 여기에도 수련생들간에 서로 파벌을
이루고 있단 말인가?)
사람은 혼자선 살 수 없기에 서로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도 서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게 되
니, 이러한 파벌이 일어남은 실로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사람이므로, 어쩔 수가 없겠지.........)
백상이는 내심 그렇게 생각을 하며 석장형에게 물었다.
"이곳의 파벌의식은 가한 편입니까?"
그러자 석장형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뭐 파벌의식이랄 것 까지는 없고, 그저 편한대로 모여 살
뿐입니다."
"그렇군요."
백상인은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의 마음은 다소 무거워져 있었다.
그는 석장형의 부인하는 말속에서 파벌의식이 어느 정도는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내심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이들의 파벌의식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 나는 오직 나
의 길을 갈 뿐이니........ 모든 현상은 마음에서 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내심 생각한 백상인은 다시 미소하며 석장형에겐 말했다.
"어쨌든 이곳은 참으로 신비로운 곳이군요."
석장형은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가기에는 최고로 좋은곳이지요. 동향이라서 햇빛이 잘
들 뿐만 아니라, 항상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바람도 잔잔
하며, 특히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만은 사시사철 따뜻한 기류
가 흐른답니다."
백상인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늘 따뜻한 기류가 흐른다고요? 그렇다면........"
석장형은 미소하며 그의 말을 받았다.
"이곳이 바로 전설의 음양상조지지란 말을 들었습니다."
백상이는 눈빛을 빛냈다.
"음양상조지지라고요? 그렇다면 이곳엔 온갖 기화이초가 무
성해야 할텐데 이토록 황페하다니 이상하군요."
석장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문제때문에 한때는 논란도 많았지만, 결국은 음양상조지
지가 틀림없다고 하더군요. 무슨 이유때문에 이렇게 바위뿐인
지는 모르지만............"
".........."
석장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사람이 누군줄 아십니까? 바로 뇌왕사
부죠."
백상인은 석장형을 바라보았다.
석장형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직 뇌왕사부도 못만나보셨다는 말입니까?"
백상인은 미소했다.
"제가 만나본 사람은 영왕과 비왕, 그 두 분 뿐입니다."
"그래요?"
석장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곧 만나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분은 그야말로 현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죠. 비록 천지통 제갈노선배의 위명에 빛을 못
보셨지만, 세사를 꿰뚫어보는 눈은 그분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백상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다가, 두 눈에 미미한 아채를
떠올렸다.
계곡의 끝,
그곳엔 거대한 천장폭포가 희뿌연 포말을 일으키며 장쾌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콰콰코카쾅칭놔-----..........!
지금은 한밤중이어서 그렇지, 대낮이었으면 정년 볼만한 광
경이었을 것이다.
흡사 벌집같은 동굴들은 그 폭포수의 좌우에도 예외없이 가
득 뚫려 있었다.
석장형이 말한 우리라는 파벌은 아마 그쪽에 주거를 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한밤중이다.
그 무수한 동굴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낮의 고된 수련으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해 수면에
들어간 듯 했다.
다만, 폭포수가 떨어지는 깊은 연못의 좌측에 하나의 화룻불
이 밝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화르르륵-----...........!
두닥탁탁...............!
화롯불의 옆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석장형등을 기다리고 있었는 듯 했다.
석장형은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왔습니다. 바로 저곳이죠!"
말과 동시에 그는 앞장서서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있던 두 사람은 석장형을 보자 일어서며 반가이 맞았다.
"아, 석형! 이제 오는구려."
"그 분은 모시고 왔습니까?"
석장형은 웃으며 백상인을 가리켰다.
"여기 이렇게 모시고 왔잖습니까, 이형, 호형!"
백상인은 장우와 함께 화룻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백상인이 가까이 다가가자, 석장형은 백상인에게 구 두 사람
을 소개 시켰다.
"백형! 이분들은 나와 함께 우리들의 생활을 이끌어나가는
귀한 분들이라오. 인사하지요."
백상인은 그으 말뜻에서 그와 이 두 사람이 이들 조직의 수
뇌임을 알아차리고, 곧 그들을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백상인입니다."
그러자, 그들도 백상인을 향해 마주 포권했다.
"이광리요."
"난, 호중산입니다."
백상인은 수인사를 나누며 그들을 유심히 살폈다.
일반적을 가나자리에서 특징이 뚜렷한 두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우나, 지금 이 두사람이야 말로 유난히 특별히 외모를 지
닌 사람들이었다.
쉽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생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우선,
이광리라는 사람은 몸이 대나무같이 말랐으면서도 키는 유난
히 홀쩍하게 컸다.
얼굴도 역시 깡마른 인상이고, 두 눈은 맑고 예리한 광채를
뿌리고 있엇다.
흡사 차디찬 한담의 기운같은 예기가 그에게선 느껴졌다.
이에 반해, 호중산은 키는 다소 작은데, 몸이 자나치게 뚱뚱
하고 둥굴둥굴했다.
그의 안색은 화기야 돌아 불그레하며, 살집 많은 둥그레한
그의 얼굴은 넉넉하고도 사람 좋은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호중산은 수인사를 끝내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석형이 왜그렇게 난리를 떠는가 했더니 바로 백형의 외모에
반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까?"
백상인은 미소하며 말했다.
"과찬의 말씀을........"
이때, 석장형이 웃으며 한마디 했다.
"이보게 호형! 자넨 내가 남자라는 걸 잠시 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하........!"
그들은 한차례 웃고는 화톳불 주위에 둥글게 둘러앉았다.
이어 이광리가 다섯 사람의 앞에 빈 찻잔을 하나씩 돌렸다.
알고보니 화톳불의 가운데에는 큰 통에 찻물이 가득 끓고 있었다.
석장형이 좌중을 둘러보며 한마디 했다.
"자, 그럼 한잔씩 드실까요?"
말과 동시에 그는 우수를 앞으로 내밀고 슬쩍 끌어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가운데 올려져 있던 큰 찻물통이 그대로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놀라운 허공섭물의 절기였다.
백상인은 눈빛을 빛냈다.
그는 그러한 절기가 최소 이갑자의 내공을 넘지 않고는 불가
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찻물통이 공주으로 떠오르자, 석장형은 여유있게 손가락을
움직여 찻물통을 조금식 이동하면 기울었다.
쯔르르르를.........
찻잔에 따라지는 찻물의 양은 알맞고 일정했다.
다섯 개의 찻잔에 찻물이 다 따라지자 석장형은 우수를 내렸다.
그러자 찻물통은 자연스럽게 한쪽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하하! 석형의 내력은 점점 더 심후해지는 듯 하오?"
호중산이 한마디 하자, 석장형은 웃으며 겸사의 말을 했다.
"하하........ 못난 솜씨일 뿐입니다."
이윽고, 그들은 찻잔을 들었다.
파릇한 빛깔속에 맑은향취가 싸아하니 혀끝을 말아온다.
"강남의 용정차로군요."
백상인이 말하자, 호중산이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차는 역시 뭐니뭐니 해도 용정차가 제일이지요. 황궁에서도
직접 이 강남의 용정차를 구해다가 쓴다고 하지 않습니까? 헌
데 백형은 실례지만 고향이 어딥니까?"
"특별히 고향이랄 것도 없짐나, 저는 태산에서 나서 줄곧 그
곳에서 자라왔습니다."
"그러니까 태산이 고향이로군요."
호중산은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다시 물었따.
"듣자하니 태산에 유명한 한 분의 거유가 계시다던데......
그 분의 성함이 죽림거사 고홍광이었지요 아마."
백상인은 눈빛을 가볍게 빛냈다.
(이 사람은 견문이 넓구나! 죽림거사는 비록 대우학이긴 하
나, 워낙 은둔하여 살아오신탓에 알아보는 사람이 적은데....)
호중산이 고흥광을 알았다면, 그건 이민 팔년 전이었을 것이다.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소생이 자라난 곳도 바로 그 죽림장이었습니다."
"호오! 그럼 형장께선 학문이 놀라우시겠군요?"
호중산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백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저 이름 석자 쓸 정도입니다."
"겸손하시군요!"
호중산은 가볍게 웃은뒤,
석장형과 이광리, 장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는 항주 출신이고, 이형은 소주, 장아우는 양주 출신입니다."
"........."
"그리고 백형께선 안휘성의 애유 석송계의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백상인은 호중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석송제 그분이라면 그 유명한 안휘대우가 아니십니까?"
호중산은 석장형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바로 저 석형이 그 분의 자제분이시지요."
백상인은 눈을 크게 떴다.
"아하! 원래 석형은 안휘대유의 자제분이셨군요?"
백상인이 새삼 포권하자, 석형은 쑥스러운 안색을 지었다.
"원 별말씀을! 단지 아버님을 잘 두었을 뿐이지요."
"하하하...........!"
호중산은 한차례 호탕하게 웃고나서 백상인에게 다시 물었다.
"백형께선 이 잠룡곡의 정세를 잘 아십니까?"
백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잘 모릅니다. 마침 궁금하던 참이니 호형께서 자세히 일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고마울 것은 없습니다. 이제 마악 그 얘길 하려던 참인......"
호중산은 미소한 뒤 말을 이었다.
"잠룡곡의 천명 수련생 중 대략 사백 명은 여자고 육백 명은
남자입니다."
".........."
"그 육백 명의 남자는 현재 두 파로 나뉘어 있지요. 그 중
하나가 강호명문의 후예들을 중심으로 한 사백 명 정도의 무
리..... 그리고 우리는 아무런 배경도 없이 외로운 사람들끼리
모인 인원은 대략 이백 명 가량 됩니다."
백상인은 물었다.
"그러면 수련생들은 두곳 다 단체생활을 하는군요?"
호중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허나 단체생활이라 해봤자 실제로 개인의 자유
를 구속하는 일은 거의 없죠. 단지 생활필수품 따위를 운반하
는 일등에 서로 돌아가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면, 저는 이부근에서 동굴을 하나 잡으면 되겠군요?"
호중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남은 것은 아직 많으니, 아무거나 하나 고르십시오."
호중산은 말을 하며, 한손으로 폭포부근의 절벽을 가리켰다.
백상인은 절벽의 둥굴들을 자세히 살폈다.
그 동굴들은 전체가 거대한 가운데의 폭포수를 감싸는 형국
이로 대략 이천여 개나 됐다.
(정말 동굴이 많기도 하군! 저중에서 안쓰는 것이 태반이겠
지. 기왕이면 가운데의 것으로.........)
내심 중얼거리던 백상인은 문득 눈빛을 빛냈다.
(저 안에도 동굴이 하나 있지 않은가? 저것은........)
거세게 떨어지는 폭포수의 안쪽,
지금은 옆에서 바라본 결과, 그 안쪽에 하나의 동굴이 있음
을 발견한 것이다.
백상인은 시선을 호중산에게 돌렸다.
이어, 막 입을 열려고 할때,
호중산이 먼저 그 뜻을 알아채고 말했다.
"백형도 그 동굴을 발견하셨군요. 허나 그 동굴은 사람은 살
지 않지만 결코 좋은 곳이 못됩니다."
백상인은 물었다.
"좋은곳이 못된다고 하심은?"
호중산은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 폭포수의 직접 닿아 있는지라 지나치게 소음이 크고,
땅이 눅눅하게 노상 습기에 젖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벌레들
이 우글거리지요. 게다가 그 깊이가 워낙 얕아, 불과 오장 밖에 안됩니다."
(소음이 심하고 습기가 있으며, 지저분하고 너무 얕다? 이건
잠자기에 가장 불리한 조건은 모두 갖춘 셈이군...........)
백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중산이 굳이 말리는 이유는 실로 당연했다.
허나, 백상이는 미소하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왠지 소생은 그곳이 마음에 드는군요."
호중산을 비롯한 사인은 한결같이 눈을 크게 떴다.
그들 모두는 한번씩 그곳에 갔다온 사람들이었다.
말일 불합리한 조건 어쩌구 하지만,
실로 그곳이야말로 잠자기에 최악의 조건이라는 사실은 그들
이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석장형이 나서서 웃으며 말렸다.
"그곳은 더럽고 벌레가 우글거려서 질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굉장한 폭포수리 때문에 잠을 자기 어려운 곳입니다. 기
왕이면 ........."
허나, 백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좋고 나쁜 것도 모두 마음에서 나온 허상일지니, 기왕에 수
련하기 위해 온 몸, 굳이 불편함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자, 백상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들
을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오늘은 이렇게 반가이 맞아주신 따뜻한 후의는 잊지 않겠습
니다. 이미 밤도 이슥했고 하니, 소생은 이만........."
석장형을 비롯한 사인은 따라 일어서며 함께 포권으로 답례했다.
"별말씀을! 앞으로 석형께 좋은 성취가 있길 빕니다."
호중산의 그 말을 들으며 백상이는 뒤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등을 바라보며 호중산이 이광리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여형, 당신이 보기에 그의 인물됨이 어떻소?"
이광리는 그를 향해 고개를 저어보였다.
"석형께선 너무 과한 칭찬을 하신 것 같소! 그는 겉모습만
아름다울 뿐, 무예에의 소질도 없어 보일 뿐만 아니라, 사고방
식도 다분히 이상적인 것 같소!"
호중산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러지요? 더욱이 그는 잠룡회의 인물도 아니지, 우리
가 신경쓸 필요도 없는 것 같소."
"물로이오!"
호중산과 이광리는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사라져
갔다.
백상인은 폭포수의 앞에 이르렀다.
동굴은 완전히 폭포수의 희뿌연 물막으로 차단되어 있어, 그
냥 걸어들어 가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그가 우연히 이 동굴을 발견한 것은, 앉아 있는 그 각도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깊이가 얕다고는 하지만, 겉이 이렇게 가려져 있으니 별 상
관은 없겠군..........)
백상인은 즉시 신법을 펼쳐 그 중 얇게 보이는 물막을 뚫엇다.
팍!
스스슥............
동굴안에 내려선 백상인은 전신이 온통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갑자의 내공을 성취하기 전가지는 계속 물벼락을 맞아야
겠군.)
이갑자의 내공을 성취해야 비로소 소위 호신강기라는 것을
연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백상인은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며 동굴의 내부를 살펴보았다.
동굴은 흡사 호리병형을 생겨 있어,
입구는 높이와 넓이가 가가 일 장 씩인데 반해, 내부는 높이
가 이 장에 넓이는오 장 정도로 생화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아까 호중산이 말한대로 몹시 지저분하긴 했다.
눅눅하게 젖어드는 습기와 온갖 악취나는 벌레들의 냄새..........................
특히, 지척에서 쏟아지고 이쓴나 천장폭포의 굉음은 고막이
멍멍하게 했다.
백상인은 미소했다.
(이곳이 이제부터 나의 보금자리로구나............)
그는 품속에서 화습자를 꺼내 한쪽에 불을 밝혀 놓은 뒤,
부지런히 동굴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청소라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본래 깨끗한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주위에서 청소와 빨래를 가장 자주
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지..........)
백상인은 옛 회상을 떠오리며 즐거운 기분으로 둥굴의 내부를 깨끗이 쓸고 털어냈다.
그때,
팟!
한줄기 예리한 소음과 함께, 동굴내부에 석장형이 나타났다.
헌데 그의 몸엔 전혀 물한방울 묻어있지 않았다.
(그는 과연 이갑자가 넘는 내공을 소유하고 있구나.....)
백상인은 내심 생각하며 하던 일을 멈추고 그르 바라 보았다.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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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하고있읍니다 .감사!!!~♡♥♡~
즐감하고 갑니다.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