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랬동안 기다리던 봄철 산불방지기간이 끝났습니다. 5월 5일(목)은 어린이날이지만 우리집은 해당사항이 없고 마침 5월6일(목)은 수업이 없는 날이어서 과감히 지리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연휴나 주말에 지리산의 대피소를 예약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장터목대피소 같은 경우는 3대가 덕을 쌓아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4월 21일 부지런히 세석대피소에 예약을 했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게 서대전역에서 새벽 0시41분에 구례구로 가는 무궁화 열차가 이미 매진되어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예약대기자로 올려놓고 기다리니 열흘 뒤에 좌석이 배정되었습니다.
지리산 종주는 노고단고개에서 시작하여 천왕봉까지 25.5km 구간의 산행입니다. 보통은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노고단으로 오르고(2.5km), 천왕봉에서 중산리(5.4km) 또는 백무동(7.5km)으로 하산합니다. 그러나 좀 더 품격있게 종주하는 사람은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고(2011년 3월 5일, 화엄사-노고단 참고), 천왕봉에서 중봉을 거쳐 유평 대원사로 하산합니다(화대종주). 가장 난이도가 높은 지리산 태극종주는 인월의 덕두산이나 운봉의 바래봉에서 출발하여 서북능선을 따라 노고단에 오르고(2011년 4월 23일, 지리산 서북능선 참고), 천왕봉에서 쑥밭재, 왕등재를 거쳐 함양쪽으로 하산합니다. 태극종주는 주행거리가 거의 50km에 가깝고 통행이 금지된 등산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태극종주를 할 정도면 매니아 급 등산가로 보시면 됩니다.
이번 산행의 첫째날은 새벽 4시에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반야봉에 잠시 들렀다가 세석대피소까지 약 24.9km를 걸었고(저녁 6시30분 도착), 두번째날은 새벽 5시30분경에 세석에서 출발하여 장터목, 천왕봉, 그리고 천왕봉에서 장터목을 거쳐 백무동으로 하산하였습니다(12.6km, 12시 20분 하산완료). 이번에는 여러분께 지리산을 소개하고 싶어 사진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자, 함께 즐거운 산행을 시작해봅시다.
지리산종주 등산로 이정표와 고도(인터넷에서 입수한 자료임)
용산에서 22:45에 출발하는 여수행 무궁화호 1517열차, 서대전에서는 익일 00:42에 출발합니다. 선반에는 배낭으로 꽉 차있고 자리가 없어 통로에도 놓여있습니다.
열차가 구례구역 가까이 왔습니다. 모두들 하차 준비에 바쁩니다.
성삼재의 등산로 입구(새벽4시). 구례구역에 도착하면 바로 택시로 성삼재로 이동합니다(합승, 1인당 만원).
노고단대피소의 노고할미(4시40분)
노고단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노고단고개로 올랐습니다. 이제 종주 등산로의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5시39분).
사람들이 츨발하지 않고 모여 있길래 보았더니 찍사들이군요. 아하! 일출을 기다리는 구나! 5시40분. 노고운해(老姑雲海)는 지리2경이지만 지난해에 본 것으로 만족합니다.
반야봉(왼쪽)과 천왕봉(가운데의 희미한 산) 사이로 아침해가 떴습니다. 뜻하지 않게 시간을 잘 맞추었군요(05시43분).
일출을 보느라 늦어졌지만 씩씩하게 출발합니다. 오늘의 목적지 세석까지는 앞으로 22.4km, 11시간은 가야 할 것입니다(05:43).
피아골삼거리(6시37분).
임걸령의 샘(6시45분)
노루목(7시 31분). 위로 올라가면 반야봉, 모른척하고 앞으로 가면 반야봉을 건너뛰는 지름길입니다. 잠시 망설였지만 오늘 날씨가 너무도 좋아 반야봉에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지름길에 비하여 최소한 1시간 30분은 더 걸어야 합니다.
반야봉(해발 1732m). 지리산 전체에서는 천왕봉(1915m) 다음이지만 지리산 서부의 최고봉입니다. 8시 34분. 반야낙조(般若落照)는 지리3경이지만 이것를 보려면 여기서 하룻밤 자는 방법외에는 없군요.
반야봉에서 본 지리산 서북능선. 왼쪽에 정령치휴게소, 큰고리봉, 세걸산
반야봉에서 본 천왕봉. 내일 오전에 도착할 것입니다.
운봉무덤. 전라도 운봉에 대대로 소금장수를 하던 집안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할아버지와 손자가 소금짐을 지고 지리산을 넘다가 할아버지는 지쳐서 돌아가셨고 손자는 돌아가신 그 자리에 할아버지를 모셨습니다.
삼도봉. 전남, 전북, 경남이 경계를 이루는 꼭지점입니다. 9시35분.
화개재. 왼쪽으로 내려가면 뱀사골 계곡입니다. 과거에는 뱀사골산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9시55분.
연하천대피소. 화개재에서 연하천까지의 4.2km 구간은 지리산 종주길에서 힘든 길로 소문나 있습니다. 연하천은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아침일찍 노고단을 떠난 등산객들이 점심도 먹고 쉬어서 갑니다(12시 42분 도착).
연하천에서 벽소령으로 가는 등산로에서 초입의 1km 정도는 한적하게 사색하면서 걷기 좋은 길입니다. 여기쯤 오면 세상의 일은 다 잊었고 산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나머지 구간은? ... ...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명신봉을 넘자마자 형제바위, 벽소령대피소, 세석평전, 장터목, 천왕봉이 모두 보이는 point가 있습니다.
형제바위.
헥헥...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오후 2시 56분, 성삼재를 떠난지 거의 11시간 경과). 오늘의 목적지 세석대피소까지는 6.3km, 지리산의 듬직한 봉우리 3개를 더 넘어가야 합니다. 벽소명월(碧宵明月)은 지리 4경이지만 아쉽게도 보름경에 1박을 해야 볼 수 있습니다.
벽소령에서 세석으로 가는 6.3km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힘든 구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의 저 또한 그렇지요. 그러나 가만히 생각보면 이 구간도 아주 운치있는 길입니다. 다만 세석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지치고 힘들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뿐이지요.
덕평봉 밑에는 선비샘이 있습니다. 샘 위에는 가묘가 있고 샘의 유래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영신봉을 넘으니 산 그림자 끝자락에 세석대피소가 보입니다(오후 6시 19분). 1982년 3월 처음으로 지리산에 와서 1박을 했던 곳입니다. 세석평전의 철쭉은 지리8경 이지만 지금은 이르군요.
2011년 5월 6일, 오전 5시 45분. 세석대피소를 떠나면서.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산 아래에서 구름이 올라오고 있군요.
세석을 떠나 잠깐 오르다 보니 세석평전이 구름속에 잠기고 있군요.
촛대봉도 구름이 덮어 버렸습니다.
촛대봉을 내려가다가 옜 생각이 나서 한장 ... 2011년 1월 2일~3일의 지리산 산행사진을 보시면 저 소나무 밑에 멋진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세석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지리산 종주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구름이 사방을 덮었군요. 그렇지만 구름이 덮은 봉우리도 연하선경의 일부입니다.
연하선경. 이번에는 조금 빨리 왔지만 야생화가 피는 작은 초원입니다. 한창 꽃이 필 때에는 연하봉 주위만 왔다 갔다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하봉은 바위 사위에 핀 야생화와 고사목, 운무 사이에 어우러진 바위가 멋진 곳입니다. 지리10경중 5경입니다.
연하선경, 야생화 초원.
장터목대피소. 이번 지리산 종주도 거의 끝나가고 있군요(오전 7시 32분).
제석봉. 천왕봉을 오를 때마다 반야봉을 바라보던곳. 오늘은 구름이 사방을 덮고 있군요.
통천문. 거쎈 바람이 불고 간간히 비도 뿌리는 날씨입니다. 저 문을 지나 철계단만 오르면 천왕봉입니다.
여기에 와야만 볼 수 있지요.
언제와도 멋진 곳. 오늘은 구름속에서 실루엣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구름속에 천왕봉이 보입니다.
천왕봉의 지리산종주 안내판.
이것으로 지리산종주는 마쳤습니다. 노고단고개에서 부터 27.5km( 반야봉 2km 포함), 2011년 5월 6일, 오전 8시 57분.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중에. 망바위.
소지봉
참샘.
하동바위와 구름다리. 하동바위는 행정구역으로는 함양군 마천면에 속하고 있습니다. 옜날에 함양원님과 하동원님이 내기장기를 두었다가 그만 함양원님이 져서 이 바위를 하동에 빼았겼고 그 때부터 하동바위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백무동의 등산로 입구. 이제 하산을 마쳤습니다. 오전 12시 14분.
백무동의 버스종점. 여기까지 내려와야 하산이 완료된 것이지요(오전 12시 21분). 12시 30분에 함양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기 때문에 점심도 못먹고 바로 떠났습니다.
오늘도 무시히 산행을 마쳤습니다. 어제는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고, 오늘은 구름속에서 거쎈바람과 간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행을 했지만 언제나처럼 즐거웠습니다. 오늘 사진을 따라 함께 종주하신 여러분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