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우리나라에서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알려져 있을 만큼 남녀노소 한 소절씩은 부를 줄 아는 장타령. 2002년 월드컵 당시 삼삼칠 박수가 국민의 음율이 되었듯 장타령 음율 역시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품바대회가 품바 발생지 일로 회산백련지에서 두 번째 기지개를 폈다.
품바는 1981년 일로읍 월암리 공회당(현 일로개발청년회 회의실)에서 민중의 애환과 80년 광주 민중항쟁으로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 주기 위해 일인극(김시라)으로 시작된 이후 각설이 패 대장의 일대기를 연극화하여 현재 5천여회이상 국내외에서 공연한 향토극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연극계의 큰 흐름을 주도해 온 작품이다. (편집자주)
제2회 전국 품바 명인대회 일로 회산백련지에서 날개
■ 16개 팀 출전 열띤 경연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일로 회산백련지에서 열린 제11회 백련불교문화대축제 행사 프로그램일환으로 16일과 17일 일로개발청년회(회장 윤재선)와 (사)백련불교문화원 주최로 제2회 전국 품바 명인선발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전국에서 8팀이 참가했던 것과 달리 양적으로 두 배 증가한 16팀(단체 4팀 포함)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예선을 거쳐 본선에서 5팀이 겨뤄 남기세 부부품바(서울)가 장원으로 명인이 됐다.
16일과 17일 열린 품바명인대회에는 1대 명인 최민 씨의 사회로 진행, 16일 10팀이 예선을 겨뤄 3팀이 본선에 올랐고, 17일 6팀이 예선을 거쳐 2팀이 올라 다섯팀이 7시부터 결선을 치루어 장원 남칠도(도지사표창 상금 400만원), 준장원 남궁철주(광주, 무안군수표창 상금 200만원), 장려상 김준체(보성, 백련문화원장표창 상금 100만원), 창작상 김종택(정읍, 민예총회장상 상금 70만원), 예술상 고재영(전남, 일로개발청년회장상 상금 70만원) 씨가 각각 차지했다.
한편 이번 품바대회 역시 지난해와 다름없이 4일간의 문화제 행사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관객이 참여해 품바 축제의 성공을 예고했고, 축제 전야제인 13일에는 제7대 품바 김기찬과 2대 고수 김태영, 그리고 1대 품바명인 최민이 출연해 일로에서 탄생한 연극‘품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 품바대회
‘품바’는 일로출신 고 김시라 씨(본명 김천동, 2001년 작고)가 걸인들이 일로읍 의산리 888번지 천사촌(天使村)에 모여 살면서 남의 것을 빌었지만 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눌 줄 알았던 각설이 대장 천장근과 그 가족들의 생활상을 1981년 연극으로 극화해 일로 공회당에서 처음 공연 후 전국 및 해외 등지에서 5천여회 공연돼 한국 기네스북에 올랐다.
하지만 김 씨가 고인이 된 이후‘품바’는 고향보다는 외지에서 더 인기를 누리면서 품바의 정통성이 훼손되는 경향이 없지 않았고, 경상도 지역에 모태를 둔 각설이와 혼용되면서 전국의 각종 축제나 행사 그리고 5일장 등 단골 프로그램으로 등장하는 흥미거리로 전락했다.
이에 지역의 뜻 있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품바축제 개최를 주장해 무안군민회와 일로개발청년회·인의예술회 등은 지난해 7월 신활력사업 일환으로 <일로품바 재조명 및 지역문화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고, 제10회 불교백련대축제 당시 품바 명인 선발대회 실패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시도했다.
그 결과 제1회 품바명인대회는 백련지 주무대의 객석을 가득 메우고도 부족할 만큼 관람객이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3천여명이 어울려 박수를 보내며 박장대소, 품바축제의 성공에 힘을 보탰다.
■ 품바는 시대 풍자로 민중의 애환 대변
품바는 일제 식민지시대부터 자유당 말까지 무안을 중심으로 전국을 누볐던 각설이대장 천장근의 인생역정을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녹여 온 거지들의 삶과 규율에 민족혼이 접목된 작품이다.
각설이는 깨우칠“각” 말씀“설”로 가진 것 없고 조롱의 대상인 거지들이 그 상황을 뛰어넘어 세상을 살아가는 민중들에게 가르침을 준다는 뜻이다. 여기에 김시라 씨가‘장타령’,‘각설이타령’에 일로 거지들이 함께 모여 살던‘천사촌’과 장타령, 민요를 각색하고, 시대적 배경을 넣어 연극‘품바’를 만들어 냈다.
이후 연극 품바는 군사독재로 인한 광주 민중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시작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노동자의 외침, 인권문제, 통일의 꿈까지도 풀어내면서 창과 춤으로 이어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슴속 체증까지 풀어 준다.
특히 일인극이지만 서사성을 갖추고 풍자와 해학을 빌어 날카로운 독설과 비판을 가하면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상호작용 장치는 자신도 모르게 배우와 함께 웃고 울며 즐기는 동안 주인공이 되다보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함께 하는 연극이 됐다.
개인기 위주, 소재단순 아쉬움
사전 대본심사, 음담패설 차단, 대회 격상 높여야
품바명인대회는 품바 발상지로서 명성을 찾고 무형의 자원을 관광 상품화 및 브랜드가치로 연결시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번 2회 대회 역시 지난해와 같이 품바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 였다.
그러나 대회 참가자들의 연극은 과거의 품바가 해학과 풍자로 민중의 가슴에 맺힌 한을 대변하고 풀어주었던 것과는 달리 상업적이고 현대적 음악을 가미한 개인적 만담에 가까운 대본이 다소 부자연스러움으로 눈에 띄었다.
또한, 대회취지와는 달리 장터 혹은 각종 잔치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외설 섞인 음담패설 및 몸짓도 많아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는 낯뜨거움도 있어 자칫 하위문화의 범주를 벗어날 수 도 없다는 점에서도 정체성 확보가 시급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전 대본 심사가 필요했고, 연극의 주제가 효 중심의 개인 사담이 아닌 다양한 주제 선정이 필요했다. 또한, 1인 연극 중심으로 팀당 25분씩 진행되다 보니 출연자들이 개인 사담과 시간 채우기 유행가도 많이 불러 자칫 노래자랑 분위기를 연출했는가 하면 관객들에게는 지루함도 안겨주는 부분도 지적됐다.
아울러 예선 후 곧바로 본선을 치르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져 결선에서 관객들이 일부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 예선없이 대회를 치룰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밖에도 출연자가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한 손으로만 하는 공연보다는 핀바이크를 사용하여 두 손을 모두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과 국악에도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듯이 각설이와 품바와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제기됐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출연자들이 팀마다 특색있는 공연을 펼쳤고, 일부 출연자들은 무대에서 내려가 객석에 있는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거나 무대로 끌어들여 관객과 함께하는 품바의 특성을 살렸고, 관객들은 익숙한 리듬이나 민요가 나오면 함께 따라 부르며 호응했다.
또한, 이들 가운데는 찰리채플린 모습을 한 품바의 판토마임, 삿갓 쓴 품바, 부부품바 등 전형적인 각설이 모습에서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끌었던 만큼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과거 품바와 신세대들의 구미에 맞는 현대 품바의 접목도 생각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2회 품바명인대회 심사위원은 한국민예총 남요원 사무국장, 2대 품바 고수 김태영 씨, 나영진 전 목포MBC 광고국장, 무안신문 박금남 대표가 맡았다.
“품바 발상지 일로 홍보대사 앞장”
제2회 전국품바명인대회 장원 남칠도ㆍ심명수 부부
“품바 발상지 일로에서 열린 품바명인대회 장원으로 뽑혔다는 게 더욱 기쁩니다. 앞으로 전국 및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나 행사에서 일로에 대한 홍보를 아끼지 않겠습니다”
제2회 전국품바명인대회에서 각설이 경력 18년을 가진 남칠도(38, 경기 이천생)·각설이 경력 12년에 일명‘삼순이’로 호흡을 맞춘 부인 심명수(부산생) 품바부부가 장원으로 뽑혔다.
예선전 첫날인 16일 10개팀 중 단체전(4팀)에서 유일하게 개인전 2팀과 함께 본선에 오른 이들 부부는 17일 6팀이 예선을 거쳐 올라온 2팀과 총 다섯팀이 본선을 겨뤄 영예를 차지했다. 하지만 부부는 지난해에 비해 참가한 팀이 두 배로 늘었고 실력도 쟁쟁해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남씨는“이번 대회 참가를 앞두고 일주일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나왔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아내가 잘 해서 큰 상을 받았고, 아내는 춤도 잘 춘다”고 공을 부인에게 돌렸다.
사실 부인 심씨는 부산 출신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도 어렵지 않게 소화해 내면서 공연 내내 애교스런 몸짓으로 할머니·어머니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많이 받았다.
특히, 이들 부부는 이번 대회에서 품바의 궁극적인 취지에 맞게 비유와 풍자에 주안점을 두었다. 현재 우리나라 현안 문제가 되고 있는‘수입농산물’과‘정치인 뇌물 수수 및 중앙정치판’등을 소재로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내 관객들에게 시종 웃음을 선사했다.
“품바는 신기가 있어 풀어내면 신이 난다”는 남씨는 팔도예술단 소속으로 일본, 중국, 멕시코 등 외국 공연도 자주 한다고 했다. 또, 일본에서는 수시로 공연을 하여 품바를 알리고 재외동포들의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고 있다.
이들 부부는 오는 8월4일부터 12일까지 일로 회산백련지에서 열리는 제11회 무안백련축제에 초청받아 앙코르 공연을 할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