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터널에서 오른 첫 봉우리 깃대봉
산에 들면
나는 나를 잊는다
재 지나고
봉 넘어
강 바라고 걸어
땀은 흐르고
흐르고 흘러
잊었던 나를 찾아
나는 네가 되고
너는 강이 되고
섬진강은
산줄기를
싣고
둥실둥실
떠나간다
푸짐한 아침 겸 점심
지난 밤 찜질방은 편안했다. 대한민국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바이러스, 메르스가 내 숙면에 도움을 준 것이다.
남원 시내를 벗어난 쏘나타하이브리드는 내비게이션이 잡아주는 길을 따라서 새벽어둠을 뚫고 고산터널을 향해 달렸다.
어둠속에서이지만 견두지맥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낯설지 않았다. 숲이 밝아지자 들뜬 발걸음으로 이슬 머금어 축축한 덤불숲에 뛰어들었다. 가시나무가 가슴 가득 안겨들었다. 화들짝 놀라 걸음을 돌렸다.
깃대봉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지리산에는 햇살이 들고 있었다. 길섶에는 산수국, 나리꽃, 까치수염, 엉겅퀴 등이 피어 화단이었고 길은 또 얼마나 잘 다듬어 놓았는지 가벼운 걸음은 사뿐사뿐 춤이 되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평탄한 임도에 자리를 잡았다. 서산의 주꾸미와 광주의 삼겹살을 같이 볶으니 그 이름은 쭈삼볶음이 되었고 상추, 고추, 참치가 합세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시간이 가는지 가야할 길이 남아 있는지도 생각하지도 않고 막걸리를 두병이나 비웠다.
형제봉을 넘고 재와 봉을 지났다. 이정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세워져 있어서 눈이 바쁠 지경이다. 견두지맥에도 천왕봉이 있었다. 지맥을 살짝 벗어나 발품을 팔아야하지만 그냥 지나 칠 수가 없다. 오르고 보니 가히 빼어난 봉우리이다. 둥근 동판으로 만든 대삼각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구름만 없다면 지리산 봉우리들을 하나하나 셀 수 있을 것이고 사방팔방 시야가 트이는 곳이다. 그늘이 없어 오랜 시간 머물지는 못했다.
선바위갈림길에서 다시 지맥을 이어간다. 헬기장, 누룩실재, 수양봉, 계산재, 무명봉, 바위봉, 산수재 숨 가쁘게 달리다가 갈미봉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구례군경계! 굼틀대며 섬진강에 빠져드는 견두지맥이 장엄한 광경으로 잡힌다. 이후 길은 여전히 부드럽다. 동산재를 지나고 과수원이 있는 까막재를 지나 살짝 올라가면 깃대봉이다. 이제 산행은 끝으로 달려간다.
포장도로에 내려서서 과수원 왼쪽으로 스며들었다가 국도에 내려서니 제비재이다. 든든한 지원군이 시원한 물과 음료수를 준비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갈증을 풀면서 자동차에 올라 병방산 옆구리에서 내렸다. 도라지밭을 지나 160m 낮지만 옹골찬 병방산에 오르니 섬진강 건너에 오산이 우뚝하고 구례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내려가야 할 병방리는 포근하게 느껴지는 작은 마을이다.
가파르게 병방산을 내려서는데 개들이 짖어댄다. 동쪽 물에 떠있는 예쁜 동범(東汎)놀이터는 먼저 떠난 자식을 기리며 부모가 만든 사연 있는 놀이터라 했다. 병방새마을구판장을 지나면 섬진강이다.
두 번으로 나누어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견두지맥종주이지만 광주, 나주, 대구, 서산(대산)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만나 이어온 산줄기이다 보니 의미가 새롭고 짧은 시간 우정은 돈독하게 다져졌다.
구례읍에서 목욕을 하고 그냥헤어지기 아쉬워 남원에서도 특히 추어탕을 맛나게 끓여낸다는 부산추어탕집에서 산행 중 득한 산도라지를 술에 넣고 나누었다.
남원시외버스정류장에서 이별의 인사를 나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눈을 감아보지만 쉽게 잠들지 못한다.
견두지맥에서 살짝 벗어난 천왕봉
산 행 날 짜 : 2015년 5월 28일 일요일
산행지 날씨 : 남원시 구름 많음(영상18도 - 영상29도)
산 행 거 리 : 도상거리 약18.3km(네비게이션거리 24.5km)
산 행 시 간 : 10시간 40분(밥 먹고 쉬는 시간 포함)
대 원 : 곡신불사, 덩달이, 동밖에, 스파
행 정 지 역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구례군 산동면, 광의면, 구례읍
견두지맥이 섬진강에 빠져든다.
마지막 봉우리 병방산
주요지점 통과시간
04시 40분 : 고산터널 앞 출발
(산동면과 고달면을 이어주는 도로)
05시 55분 : 깃대봉
(정상표석 해발고도691m, 삼각점 남원28 1991 복구)
06시 21분 : 비득재
(스테인리스 이정표)
06시 34분 : 도장봉
(스테인리스 이정표)
06시 59분 : 죽정재
(스테인리스 이정표)
07시 39분 : 두계치
(스테인리스 이정표)
07시 53분 : 신도(임도)
(임도에서 점심 1시간 주꾸미+삼겹살)
09시 18분 : 형제봉
(정상표석 해발고도622m 구례군)
09시 27분 : 중방재
(스테인리스 이정표 ; 두가리-중방리[2.4km])
09시 56분 : 고을넘이봉
(스테인리스 이정표)
10시 13분 : 천왕봉삼거리
(스테인리스 이정표 : 천왕봉300m전 안부)
10시 23분 : 천왕봉
(정상표석 해발고도695m, 대삼각점, 산불감시철탑, 스테인리스이정표)
10시 38분 : 선바위
(스테인리스 이정표)
10시 44분 : 헬기장
(스테인리스 이정표)
10시 53분 : 누룩실재
(스테인리스 이정표 : 유곡7.8km, 시동3.5km / 임도)
11시 07분 : 수양봉
(스테인리스 이정표 : 사동)
11시 23분 : 계산재
(스테인리스 이정표 : 상유1.8km)
11시 35분 : 무병봉
(스테인리스 이정표)
11시 52분 : 바위봉
(스테인리스 이정표 : 해발고도665m)
12시 21분 : 산수재
(스테인리스 이정표 : 산수동1.7km)
12시 47분 : 갈미봉
(정상표석 해발고도494.1m, 삼각점[구례308, 1985 재설], 스테인리스 이정표)
13시 20분 : 동산재
(스테인리스 이정표 : 독자마을1.8km, 동산마을1.7km)
14시 10분 : 깃대봉
(정상표석 해발고도241.7m, 삼각점[구례419, 2001복구]
14시 34분 : 제비재
(18번국도, 압록10km, 차량지원받음)
14시 56분 : 병방산
(정상표석 해발고도160m, 삼각점)
15시 20분 : 섬진강
(병방리 마을 끝)
섬진강
동밖에님 지도(펌)
동밖에님 지도(펌)
참고지도(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