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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4일, 목요일, Periche (4,280m), Mt. Kailash Lodge
(오늘의 경비 US $8: 숙박료 100, 국수 140, 저녁 200, 샤워 140, 환율 US $1 = 70 rupee)
오늘은 매우 긴 트레킹이었다. 아침 8시 15분에 Tengboche를 떠나서 오후 3시 반에 Periche에 도착하였으니 7시간 동안 트레킹을 한 셈이다. 그 중 한 시간은 길을 잘못 들어서 트레킹 코스에서 벗어나 있는 Dingboche 마을로 갔다가 산길을 넘어서 Periche로 오느라고 쓸데없이 소비했다. 고도가 4,200m를 넘으면서 머리가 약간 어질어질했으나 다행히 조금 있다가 괜찮아졌다.
오늘 Periche 가는 길은 장관이었다. Tengboche를 떠나서 Deboche, Pangboche, Shomare, Orsho, Dingboche 마을들을 거쳐서 Periche에 도착했다.
Periche에 도착하니 미국 교포 변호사 Jo가 반갑게 맞아준다. 우선 더운물 샤워를 하고 손빨래도 간단히 했다. 이 트레킹을 하면서 16일 동안 샤워를 못했다는 사람도 있다는데 나는 이틀에 한번 꼴로 하고 있다. 점심을 걸러서 저녁 5시쯤 숙소에 국수를 시켜서 먹었다. 가지고 있던 신라면 수프 분말을 조금 뿌려 넣으니 훨씬 맛이 났다.
좀 쉬다가 오후 6시에 Jo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우리 숙소에는 Everest 등반 그룹이 들어서 너무 복잡해서 근처 조용한 다른 숙소에 가서 먹었다. 그곳에는 캐나다에서 온 부자 여행객 (46세와 18세) 두 사람만이 묵고 있었는데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네팔 여행을 왔단다. 아들은 졸업 선물로 돈 $200을 원했는데 아버지는 여행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 한다. 이 아버지는 어떻게 그런 기상천외의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대단한 아버지가 아닐 수 없다.
Periche 가는 길은 장엄한 경치의 연속이다
넓은 캠핑장에는 캠핑을 하며 트레킹을 하는 그룹이 있다
털이 긴 yak 떼가 먼지를 일으키며 하산을 하고 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포터들
뒤돌아보니 멀리 Tengboche 불교 사원이 보인다
이 높은 곳에도 농사를 짓는다
척박해 보이는 밭에 거름더미들이 보인다
Pangboche 마을길에 어린이가 물을 길어가고 있다
멀리 계곡 너머로 Everest 산이 보인다
Shomare 마을 표지판, 고도가 4,000m를 넘었다
거대한 산사태가 났던 모양인데 혹시 그 밑에 마을이 묻힌 것은 아니겠지
밭을 가꾸는 사람들, 돌담을 쌓아서 귀중한 흙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한다
포터가 짐을 내려놓지 않고 잠깐 쉬는 모습이 특이하다, 지팡이로 짐을 바치고 있다
길을 잃어버리고 Dingboche에 갔다가 산길로 Periche로 가면서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보이는 Periche
2005년 4월 15일, 금요일, Periche, Mt. Kailash Lodge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100, 아침 145, 저녁 100, Diamox 200, 배터리 400, 환율 US $1 = 70 rupee)
어제는 잠을 잘 못 잤다. 숨이 가빠져서 잠을 제대로 못 자다가 새벽에 깨어나서는 더 이상 자지 못했다. 1999년 티베트에 갔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숨을 힘차게 쉬면 가슴 답답한 것이 없어지면서 잠이 드는데, 잠이 들면 숨을 정상적으로 쉬게 되고, 다시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해져서 깨어나게 되고,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잠을 못 잔다. 나중에는 일어나서 벽에 기대어서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밤에 누워있는 것보다 앉아있는 것이 좀 나은 것 같은데 왜 그럴까?
Jo는 오늘 아침 Lobuje로 떠났다. Jo는 아직도 기침을 하는데 서너 시간 거리인 Duglha에서 하루 밤을 쉬지 않고 7시간이나 걸리는 Lobuje까지 간다니, 좀 무리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Jo는 가이드와 함께 트레킹을 하는데 가이드 말이 등반객들 중 반 정도는 Duglha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나머지는 Lobuje까지 간단다. 나는 내일 Duglha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날 Lobuje로 갈 것이다. Jo는 어쩌면 Lobuje에서 다시 한 번 만날지 모르겠다.
Jo는 인도를 싫어하는데 그 중에도 북인도를 제일 싫어한다고 한다. 그곳의 인도 남자들은 외국 여자 여행객들의 몸을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만진단다. 한 번은 몸을 만지려는 인도 남자들을 피해서 인도 여자들 사이로 들어갔더니 인도 여자들이 쫓아내어 버리더란다. 인도 어린애들은 여자들이 어디에 전대를 차고 있는지 알고 있어서 전대를 채가려고 무조건 덤벼든단다. 남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여행자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못 들었는데 북인도는 그렇게 나쁜가? 아직 북인도 여행을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Lonely Planet 인터넷 포럼에서 그런 얘기를 읽은 적이 있으니 사실인 것은 틀림없다.
아침에 사람들이 다 떠나고 나니 숙소에는 나와 기침을 심하게 하는 젊은이 커플 두 사람뿐이다.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주위에서 하도 기침을 많이 하니까 나도 꼭 감기에 걸릴 것 같다. 특히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던 Jo가 기침을 많이 했다.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다. 제발 걸리지 말아야한다.
Periche는 바람 골인지 바람이 항상 강하게 분다. 오전에 3시간 정도 트레킹을 할 생각으로 나갔다가 바람이 너무 강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책을 읽으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후 3시에는 이곳에 있는 보건소에 가서 고산병 강의를 들었다. 이곳 보건소는 Everest 등반객들을 위해서 운영되는 곳인데 봄과 가을 등반 철에만 열고 자원봉사를 하는 의사 두 명이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오늘 강의를 한 사람은 미국 Colorado 주에서 온 30대 초로 보이는 젊은 의사다.
오늘 배운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AMS (Acute Mountain Sickness): 거의 모두가 경험하는 증상인데 치료만 하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증상: 전날 밤에 술을 많이 마시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끼는 그런 두통, 갑자기 식욕이 없어지고, 숨이 가빠서 잠을 잘 못 자고, 약간 어질어질하고, 기운이 없어진다. 치료: 48시간 동안 휴식을 취해서 증상이 없어지지 않으면 곧 하산 할 것. 약: Diamox, 250mg, 아침과 저녁 두 번 복용하면 치료에 더 도움이 된다.
2. HAPE (High Altitude Pulmonary Edema): 폐 안에 물이 차는 심각한 병이다.
증상: 숨 가쁨이 심해지고, 기침을 하고,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치료: 당장 보호자와 함께 하산, 혼자 하산하면 정신이 혼미해져서 길을 잃을 수 있다.
3. HACE (High Altitude Cerebral Edema): 뇌에 물이 차는 제일 심각한 병이다. 치료를 안 하면 12시간 내에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증상: 심한 두통이 생기고 (뇌에 물이 차서 뇌의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구토를 하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한 피로를 느낀다. 치료: 당장 보호자와 함께 하산해야 한다. 보호자가 꼭 필요하다.
바람이 강한 Periche 계곡, 멀리 오른쪽으로 내일 갈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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