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육지에 오면 약해졌던 것과 달리…
최근엔 엄청난 호우 · 강풍으로 큰 피해 몰고 와요
태 풍
그리스 신화에는 용의 머리 100개를 가진 괴물 티폰(Typhon)이 나옵니다. 무서운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사납고 격렬한 바람을 부리고 불을 뿜는 거인이죠. 태풍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typhoon'은 이 괴물에서 유래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풍을 '큰 바람'이라는 뜻의 '대풍(大風)'이라 불렀어요. 중국에선 바람이 강하고 빙글빙글 돈다고 해 '구풍(颶風)'이라 했죠.
태풍(颱風)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1906년부터입니다. 일본 학자들이 영어 'typhoon'과 발음이 비슷한 한자어로 바꿔 불렀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태풍을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하는데, 카리브해 연안에 사는 폭풍 신 우라칸(Huracan)에서 따온 미국식 이름이지요.
그런데 태풍은 이제 예전 같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태풍이 육지로 이동하고 나면 이내 약해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만든 기괴한 태풍은 육지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답니다. 2021년 8월 29일 미국 최남부 루이지애나주(州)에 수퍼 허리케인 '아이다'가 상륙했어요. 미국 기상청은 남부 인근 주에 경보를 발령했을 뿐, 이 허리케인이 미국 북동부 지역까지 큰 피해를 주리라 예상하지 못했죠. 그런데 3일 후 허리케인은 약 1100㎞를 북상해 뉴욕까지 이동했고, 엄청난 호우와 강풍으로 큰 피해를 남겼어요. 미 국립기상청은 사상 처음 뉴욕시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고, 통행금지를 선포했답니다.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지난해 5호 태풍 '독수리'가 푸저우성에 상륙했어요. 느린 속도로 장시성과 후베이성을 거쳐 허베이성 등 북동부 지역으로 1000㎞ 이상 북진하며 엄청난 양의 비를 뿌렸습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은 이틀 동안 비가 745㎜ 내려 140년 만의 폭우 기록을 세웠어요. 허베이성 싱타이시는 이틀 동안 1000㎜ 넘는 비가 내려 2년 동안 내릴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지요. 베이징 자금성이 물에 잠기는 등 수많은 건물과 논밭이 물에 잠겼고 자동차들은 떠내려갔어요. 중국 기상청은 태풍 '독수리'가 몰고 온 뜨거운 수증기가 이례적인 폭우를 만들었다고 밝혔답니다.
'사이언스타임스'에는 '기후 위기가 상륙 후 허리케인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어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이 더 많은 습기를 머금게 되고, 태풍이 상륙한 후 습기를 막대한 열에너지원으로 활용하면서 영향을 주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겁니다. 또 미 해양대기청은 태풍이 가장 강해지는 위도가 현재 적도 인근 해상에서 중위도 지방으로 북상한다고 분석했어요. 이로 인해 우리나라도 강한 태풍이 그대로 북상해서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앞으로 커진다고 하네요. 지난 해에도 태풍 '카눈'이 이례적으로 우리나라를 관통하며 한반도를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태풍에 더 착실히 대비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