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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귀신!
엄마가 시계를 샀다.
잠을 잘 자게 해 준다는 말에 지갑을 열었다.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요란했다.
시계를 산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속았어!
시계 소리 때문에 잘 수가 없어.
잠들기는커녕 밤마다 시끄러워 살 수가 없어."
엄마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계 소리만 듣고 있었다.
"엄마!
소리 나지 않는 시계를 사면 되잖아요."
하고 딸이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시계 장사 말을 믿고 산 시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계 소리는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늘을 밀어내고 내일을 맞이했다.
"은지야!
너도 시끄럽지?"
"네!
너무 시끄러워요.
찰칵찰칵
하는 소리가 시간을 씹어먹는 소리 같아요."
"호호호!
시간을 씹어먹는 소리 같다고."
"네!"
은지는 방에서 듣는 시계 소리가 커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공부를 하다가도 시계 소리에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은지야!
시계 소리는 왜 찰칵찰칵 할까?"
엄마는 시계 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소리 없는 시계는 시계가 아니라고도 했다.
시계는 무조건 소리가 나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주장했다.
"엄마!
엄마가 좀 이상해요."
"왜!"
"다른 사람들은 시계 소리가 나지 않는 걸 좋아하는 데 엄마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건!
동의할 수 없어.
시계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그게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시계는 처음부터 원래 소리가 났으니까 말이야."
하고 엄마가 말하자
"엄마!
처음에 만든 시계가 소리가 났다는 건 맞아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 시계를 원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소리가 나지 않는 시계가 지금은 필요해요."
"호호호!
딸 그런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
하지만
엄마는 말이야.
발명할 당시의 원래 그 모습을 좋아해.
소리 나는 시계를 좋아하는 건 시계는 시계다운 소리가 나야 한다는 거야."
"엄마!
소리 나는 시계를 좋아하면 잠도 잘 자야죠.
그런데
엄마는 시계 소리가 시끄럽다며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받잖아요."
딸은 엄마가 투정 부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
엄마가 투정 부리는 거 맞지."
"네!
시계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잠을 이루지 못하면 소리 나는 시계를 버리던지 꺼버리면 되잖아요!"
하고 딸이 말했다.
"딸!
그런 방법이 있는 건 알지.
하지만
살아있는 시계를 죽여서는 안 되지.
최소한
시계도 살 권리가 있단 말이야."
"엄마!
시계가 없어도 아침이 오잖아요."
하고 딸은 엄마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딸!
소리 없는 시계 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것보다 시계 소리 들으며 아침 맞이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넌 모를 거야."
하고 엄마는 시끄러워도 소리 나는 시계가 좋았다.
"엄마!
이제 자야겠어요."
하고 말한 뒤 딸은 이불을 당겼다.
'찰칵찰칵! 찰칵찰칵!'
불 꺼진 방 안에 시계 소리가 더 요란했다.
"마녀 마녀! 마녀 마녀!
악마 악마! 악마 악마!
토끼 토끼! 토끼 토끼!
천사 천사! 천사 천사!
아니야!
찰칵찰칵!
이게 제일 좋아."
엄마는 시계 소리에 맞춰 낱말 붙이기를 했다.
하지만
시계 소리는 역시 찰칵찰칵이 맘에 들었다.
"엄마!
그만하고 주무세요."
은지는 엄마가 궁시렁거리는 소리에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딸!
재미있잖아.
시계 소리에 맞춰 어둠의 마녀나 악마가 올 것 같아."
하고 엄마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계 소릴 들으며 놀았다.
"엄마!
이제 그만하세요."
하고 말한 딸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아무리 시끄러운 시계 소리가 나도 딸은 잠이 들었다.
"신기하단 말이야!
난 시끄러워서 잠이 안 오는 데 잘도 자다니."
엄마는 딸이 잠든 것을 보고 한 참 바라봤다.
'찰칵찰칵! 찰칵찰칵!'
어둠 속에서 시계는 멈추지 않고 세월을 밀고 또 끌어당기고 있었다.
"은지엄마!
새로운 시계가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어요.
오늘 시계방에 가볼까요?"
이웃에 사는 선희엄마가 전화를 했다.
"어디서 온 시계라고 해요?"
하고 묻자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에서 온 시계라고 했어요."
"소리 나는 시계라고 해요?"
"네!
모두 소리 나는 시계만 들어왔데요."
하고 선희엄마가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스위스!
거기서 온 시계도 찰칵찰칵 소리를 낼까."
은지엄마는 궁금했다.
그동안 소리 나는 시계는 모두 대한민국에서 만든 시계였다.
외국에서 만든 시계 소리는 어떻게 나는지 궁금했다.
그날 오후
은지엄마와 선희엄마는 시계방을 찾았다.
"사장님!
새로 들어온 시계 보여주세요."
하고 은지엄마가 말하자
"알았어요!
스위스에서 날아온 시계부터 보여드리죠!"
하고 말한 사장님이 둥근 시계를 꺼냈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스위스에서 온 시계 소리였다.
"아니!
찰칵찰칵 소리가 아니잖아요?"
하고 은지엄마가 물었다.
"네!
스위스에서 온 시계는 모두 째깍째깍 소리가 납니다."
하고 사장님이 말하자
"왜!
시계 소리가 찰칵찰칵 하고 나야지 째깍째깍 이 뭐예요?"
하고 선희엄마가 물었다.
"하하하!
시계 소리야 어떻게 나든 상관없죠.
시간만 잘 맞으면 되니까요!"
하고 사장님이 말하자
"무슨 말씀이세요!
시계 소리는 찰칵찰칵 나야 시계답죠."
하고 은지엄마가 말하자
"맞아요!
저는 찰칵찰칵 소리만 좋지 째깍째깍 소리는 맘에 안 들어요."
하고 선희엄마가 말했다.
"허허허!
스위스에서 째깍째깍 하고 날아왔는데 어쩌지."
하고 사장님이 말하며 시계를 상자에 넣었다.
"그럼!
파리에서 온 시계를 보겠어요?"
하고 사장님이 물었다.
"네!
보여주세요."
시계방 사장님은 파리에서 온 시계를 꺼냈다.
'착각 착각! 착각 착각!'
하고 소리가 났다.
"호호호!
착각 착각이 뭐야.
파리에서 온 시계 소리는 더 이상하잖아!"
하고 은지엄마가 말하자
"맞아!
시간을 착각하고 살라고 착각 착각 소리를 내는 걸까요?"
하고 선희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찰칵찰칵 하고 나는 소리 같은데요!"
하고 사장님이 말하자
"아니에요!
이 시계는 착각착각하고 소리를 내고 있어요.
저기!
벽에 걸린 시계 소리를 들어보세요.
찰칵찰칵 하잖아요."
하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은지 엄마가 말했다.
"소리가 비슷한 것 같아요!
두 분이 좀 특별해서 민감한 소리를 분별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사장님이 말했다.
"사장님!
저는 찰칵찰칵 소리가 좋아요.
스위스에서 오건 파리에서 오건 찰칵찰칵 하고 가는 시계가 오면 다시 전화 주세요."
하고 민지엄마가 말하자
"저도!
저도 찰칵찰칵 소리가 좋아요."
하고 선희 엄마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은 스위스와 파리에서 온 시계를 하나도 팔지 못하고 상자에 담았다.
"이상하지!
내 귀에는 찰칵찰칵 소리가 나던데."
사장님은 손님이 가고 난 뒤 시계상자를 열어 시계 소리를 들어봤다.
그림 나오미 G
"은지야!
스위스에서 온 시계 소리가 어떻게 나는 지 알아?"
하고 은지 방에 들어온 엄마가 묻자
"어떻게 나긴!
찰칵찰칵 하겠지."
하고 딸이 말하자
"아니야!
째깍째깍 하고 소리 났어."
"정말?"
"그래!"
하고 웃으며 엄마가 대답하자
"스위스에서 만드는 시계가 최고라고 했는데 왜 그런 소리가 날까!"
은지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은지야!
내가 생각해 보니까
스위스에서 비행기 타고 오면서 시계가 이상해진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찰칵찰칵 하고 날 소리가 째깍째깍 하고 소리 날 이유가 없지."
하고 엄마가 말하자
"엄마!
그럼 미국에서 오는 시계도 이상하겠다."
하고 말하자
"당연하지!
미국에서 온 시계는 촉각촉각 하고 소리가 날 거야!"
"그런 게 어딨 어요!
시계가 다 똑같은 소리가 나야지."
하고 딸이 따지자
"딸!
생각해 봐.
미국에서는 쌀밥보다 햄버거를 더 많이 먹으니까 시계 소리도 촉각촉각 하고 나는 거야.
대한민국처럼 쌀을 많이 먹는 나라 시계는 찰칵찰칵 소리가 난다고.
일본이나 중국,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나라 시계는 모두 찰칵찰칵 하고 난다니까."
하고 엄마가 말하자
"엄마!
태국은 가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하고 딸이 묻자
"태국산 시계를 봤지!
아랫마을에 사는 철수엄마가 태국에서 온 시계를 가지고 있어.
엄마가 그 시계 소리를 들어봤는데 찰칵찰칵 하고 소리 났어."
"엄마!
시계 소리에 너무 민감해진 것 같아요.
병원에 한 번 가보세요."
딸은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넌!
엄마 말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시계 소리가 얼마나 소중한 지 모르니까!"
하고 말한 엄마는 은지 방을 나갔다.
"여보!
당신은 미국에서 온 시계와 대한민국 시계 소리가 같다고 생각해요?"
하고 거실에서 텔레비전 보는 아빠에게 엄마가 물었다.
"시계 소리가 다 같지!
미국산이라고 다를까?"
하고 아빠가 말하자
"달라요!
달라도 너무 달라요.
내가 미국산 시계 소릴 들어봤는데 촉각촉각 하고 났어요."
"촉각촉각!
그게 어때서?"
"한국 시계 소리는 찰칵찰칵 하고 났어요.
그러니까 미국 시계 소리가 이상하죠!"
하고 엄마가 말하자
"찰칵찰칵 이든 촉각촉각 이든 시계가 가면 되었지 뭐가 문제라는 거야?"
하고 아빠가 묻자
"다르죠!
찰칵찰칵은 정확하게 가는 소리지만 촉각촉각은 왠지 좀 빠르게 가는 소리 같잖아요."
하고 엄마가 말했다.
"허허허!
시계 소리 때문에 싸우겠구먼!"
하고 아빠가 말하더니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키웠다.
"여보!
소리 좀 줄여봐요.
시계 소리가 안 들리잖아요!"
하고 엄마가 큰소리쳤지만 아빠는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찰칵찰칵!
째깍째깍!
촉각촉각!
착각착각!'
시계 소리가 다양하게 들렸다.
엄마는 시계에 어울리는 소리가 뭔지 알고 싶었다.
"이건 또 뭐야!
뻐꾹 뻐꾸기라니."
시계방에 새로 들어온 시계 소리였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더니 시계 소리도 이상해졌어!"
엄마는 정말 이상한 세상에 딱 어울리는 시계라 생각했다.
"하루가 너무 길어!
뻐꾹 뻐꾸기 뭐야.
도대체!
이런 시계 소리를 누가 만든 거야."
엄마는 찰칵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 시계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
"엄마!
내가 특별한 시계를 가지고 왔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은지가 말하며 가방에서 시계를 꺼냈다.
"뭔 데?"
"엄마!
이 시계 소릴 들으면 웃을 거예요."
하고 말하며 시계를 꺼내 엄마에게 보여줬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하고 시계 소리가 나며 바늘이 돌고 있었다.
"호호호!
딸랑딸랑이 뭐냐."
엄마는 웃음이 나왔다.
"딸랑딸랑! 딸랑딸랑!
이런 시계를 누가 만든 거야?"
하고 엄마가 말하자
"엄마!
상수가 가지고 온 시계 소리는 어떤지 알아요?"
"뭔 데?"
하고 엄마가 묻자
"촐랑촐랑! 촐랑촐랑!
하고 시계 소리가 났어요."
하고 딸이 말하자
"호호호!
너무 웃겨."
하고 말하더니
"또!
뭐가 있어?"
하고 엄마는 새로 나온 시계 소리가 궁금했다.
"엄마!
놀라지 마세요."
"알았어!"
하고 엄마가 대답하자
"밥 줘 밥 줘! 밥 줘 밥 줘!
이런 시계 소리도 있었어요."
하고 딸이 웃으며 말했다.
"뭐야!
시계 소리가 이상해."
엄마는 찰칵찰칵 시계 소리가 제일 좋았다.
다른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엄마는 꿈속에서 시계 귀신을 만났다.
"이봐!
어떤 시계 소리가 제일 맘에 들까?"
하고 시계 귀신이 말하더니
"출렁출렁! 출렁출렁!
히히히!
내 시계 소리 어때?"
"으악!
토할 것 같아요.
출렁출렁 이 뭐예요!"
하고 엄마는 시계 귀신을 붙잡고 말했다.
"그럼!
이 소리는 어때?"
하고 말하더니
'땡강 땡강! 땡강 땡강!
이 소리가 더 좋아?"
하고 시계 귀신이 물었다.
"으악!
다 싫어요.
시계 소리는 다 싫어요."
"그럼!
이 소리는 어떨까?"
하고 말한 시계 귀신은
'찰칵찰칵! 찰칵찰칵!'
하고 소릴 냈다.
"으악!
그 소리도 싫어요.
난!
소리 없는 시계가 좋아요."
하고 엄마가 꿈속에서 외쳤다.
"여보!
당신 꿈꾸는 거야?"
하고 남편이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흐릿흐릿 지난밤 꿈이 생각났다.
"내가 미쳤지!
시계 소리에 미치다니."
하고 말하며 아침을 준비했다.
"당신!
어젯밤에 꿈꿨어?"
하고 남편이 식탁에 앉으며 물었다.
"네!
시계 귀신을 만났어요."
"그래!
귀신이 뭐라고 해?"
"갈 때가 되었대요!"
하고 엄마가 말하자
"어딜!
어딜 가는 데?"
하고 묻자
"몰라요!"
하고 말하며 밥을 차렸다.
"우리 집에 시계 귀신이 들었군!"
하고 남편이 말하자
"네!
귀신이 들었네요."
하고 엄마가 짜증석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빠가 출근하고 난 뒤 엄마는 집안에 있는 모든 시계의 건전지를 뺐다.
그러자 집안이 조용해졌다.
"뭐야!
시계가 멈추지 않았잖아."
엄마는 귀신에 홀린 듯했다.
건전지가 없는데도 시계가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해!
시계가 멈추지 않다니.
정말!
시계 귀신이 들어온 거야."
하고 허공을 향해 외치자
"그래!
이 집에 시계 귀신이 들어왔지.
아니!
들어온 게 아니라 여기서 탄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하고 누군가 말했다.
"뭐야!
도대체 뭐야."
엄마는 깜짝 놀랐다.
집안에 걸린 시계마다 소리 없이 돌고 있었다.
"건전지가 없는데!
시계가 멈추지 않다니."
엄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멈추지 않는 시계를 보며 엄마는 무서웠다.
온몸이 늙어가는 걸 느꼈다.
"건전지!
다시 건전지를 껴야겠다."
하고 말한 엄마는 부랴부랴 시계마다 건전지를 넣었다.
'찰칵찰칵! 찰칵찰칵!'
시계 소리가 정상으로 들렸다.
다행이었다.
멈추지 않는 시계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순간이 사라진 듯했다.
"시계는 죽지 않는구나!
단 일 초라도 멈추면 안 되는 게 시계구나."
엄마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시계 소리에 민감한 마음이 사라지고 시간의 톱니바퀴 속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시간의 소중함!
그걸 잊고 살았구나."
엄마는 깨달았다.
시계 소리에 정신이 팔린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시계가 할 일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엄마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