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23일, 화요일, Cabanaconde, Hostal Valle de Fuego (오늘의 경비: 없음) 아침 6시 반에 약속 한대로 여행사의 Edgar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택시를 잡아서 Colca Canyon의 관문도시 Cabanaconde로 가는 버스가 떠나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여행사 연수생으로 4년째 일을 하고 있다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떠듬떠듬하는 영어지만 표현을 정확히 하고 내가 하는 말도 잘 알아듣는다. 스페인어로 하면 나에게는 스페인어 연습도 되고 좋으련만 자기 영어 연습을 위해서인지 꼭 영어로 한다. 페루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여행사가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모양이다. 여행사 직원에게 제일 중요한 기술은 외국어, 특히 영어 실력이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표를 사서 우리를 버스에 태운 후에 작별인사를 하고 간다. 아침 7시 반에 버스가 떠나서 Cabanaconde로 가는 동안의 풍경은 황량하다. 화산지대이기 때문인 것 같다. 버스가 고도 2,300m의 Arequipa에서 4,500m되는 고개까지 올라갔다가 3,300m의 Cabanaconde로 내려가는 동안 다행히 고산 증세는 못 느꼈다. 가는 동안 조그만 도시 서넛을 지났는데 도시마다 영락없이 성당이 있는 중앙광장이 있다. 길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마와 (Llama, 야마 혹은 라마) 알파카 (Alpaca) 떼도 많이 보인다. 남미 고원지대에 사는 야마, 알파카, 구아나코 (Guanaco), 비쿤야 (Vicuna), 네 가지 동물의 구별이 아직 잘 안 된다. 넷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 송아지만한 크기에 다리와 목이 길고 털북숭이의 귀엽게 생긴 동물이다. 할머니 한 분이 알파카 새끼 한 마리를 목줄을 매고 데리고 가는 모습이 정겹게 보인다. 산악지대라 계단식 밭이 많이 보인다. 철이 북반구와는 반대라서 이곳은 초봄이라 밭 여기저기 무엇인지 푸릇푸릇한 싹이 난 것이 보인다. 토질은 매우 척박한 것 같고 제주도같이 밭가에 나지막한 돌담이 있다. 오후 1시 반에 Cabanaconde에 도착하여서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조그만 숙소에 짐을 풀었다. 숙소 이름은 낭만적인 “Hostal Valle de Fuego - 호스탈 불의 계곡”이다. Cabanaconde는 인구 3,000의 소도시인데 주민은 대부분 원주민 인디언들이다. 전혀 백인 피가 안 섞인 것 같다. 도시 주위는 1,000m 이상 되는 산들로 둘러싸여있고 도시 밑으로는 깊이 1,000m는 족히 될 만한 Colca 계곡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인다. 정말 딴 세상 같은 곳이다. 그래도 관광도시인지라 조그만 호텔도 여럿 보이고 외국 배낭여행객들도 제법 많이 보인다. 이런 곳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세계 각처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일본 청년도 두 명이나 보였다. 잠시 후에 우리를 안내할 가이드 Edison이 나타나서 인사를 한다. 인상이 착해 보이는 30대의 Edison은 이 곳 토박이인데 애가 5살, 2살 둘이 있고 백인 피가 많이 섞였는지 백인 모습이다. 영어는 시원치 않았지만 Edison 영어와 내 스페인어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호텔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들면서 앞으로 4일 동안의 여정을 확인했다. 점심이 끝난 후 동네 구경을 가잔다. Colca 계곡 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가서 내려다보니 정말 장관이다. 내일 저 밑으로 내려간다고 생각하니 좀 아찔해진다. 2박을 할 Oasis Lodge도 계곡 밑에 아련히 보인다. Colca 계곡은 미국 Grand Canyon에 못지않은 규모인 것 같다.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오는 길에 축구장이 보인다. 페루는 어디를 가나 축구장이 있다. 이 도시 인구가 3,000이면 이곳 외에도 축구장이 더 있을 것이다. 축구장을 지나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고 밴드도 있어서 가보니 투우장이다. 1,000여명 이곳 사람들이 모여 있고 막 투우가 시작하고 있었다. 보고 싶던 투우를 이 산골에 와서 보게 되다니 예상 밖이다. 시골 투우라 옛날 영화에서 본 그런 화려한 수준은 아니고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 10여명이 소와 말을 몰며 재주를 보이고 있었다. 소 한 마리를 투우장에 끌어 내와서 빨간 망토로 한참 동안 놀린 다음에 밧줄로 머리를 묶어서 꼼짝 못하게 한 다음 한 사람이 올라타고 투우장을 몇 바퀴 돈 다음에 박수를 받고 내린다. 소에 쫓기여 투우사가 도망 다닐 때는 관중들이 재미있다고 웃어댄다. 거의 서커스 같은 분위기다. 소를 내보내고는 말 한 마리를 들여와서는 역시 밧줄을 던져 묶어서 꼼짝 못하게 한 다음 한참 올라타고서는 박수를 받고 내려온다. 이 말들은 길이 안든 말 같다. 이런 식으로 두어 시간 즐긴 다음에 끝낸다. 입장료는 없다. 관중 중에는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처녀들이 몇 명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뿐 아니라 개들도 수십 마리가 모였다. 동네 안팎에는 소, 말, 당나귀, 돼지, 닭 등 가축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한국의 옛날 시골 동네를 연상시킨다. 저녁 식사는 호텔 식당 벽난로 앞에서 먹었는데 옥수수 국, 연어 구이, coca 차가 나왔다. Coca 잎을 입안에 넣어서 즙을 내어서 먹는 법을 배웠는데 아무런 효과를 느끼지 못 했다. 연습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저녁 식사를 하는데 가이드 Edison이 나타나서 잠자리가 괜찮은지 뜨듯한 샤워 물이 잘 나오는지를 체크한다. 다른 호텔 직원들은 영어를 못하니 우리 돌보는 책임은 Edison의 몫인 것 같다. Edison은 내일 아침 7시에 만나기로 하고 돌아갔다. 여행지도 Colca 계곡 트레킹이 시작되고 끝나는 Cabanaconde 소도시 전경, 정말 산골이다 Cabanaconde에서 내려다 본 Colca 계곡 운 좋게 오늘 투우 공연이 열렸다, 이 소도시에 전용 투우장까지 있는 것을 보면 페루에는 투우가 큰 인기인 모양이다 투우사와 소가 서로 째려보고 있다, 싸울 준비가 다 된 것 같다 먼지를 내며 공격하는 소, 그런데 왜 공격을 하는 것일까? 빨간 색 망토 때문일까? 이 지역의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구경하고 있는 여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