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11월 3일, 월요일, Sucre, Hostal San Marcos (오늘의 경비 US $12: 숙박료 40, 점심 37, 식료품 15, 시내버스 1, 책 교환 3, 환율 US $1 = 8 boliviano) 어제는 춥고 비도 내렸는데 오늘은 약간의 높은 구름과 함께 맑고 온도도 23도 정도의 쾌적한 날씨였다. 3일간 이곳에 머물던 고등학생들이 아침 일찍 떠나면서 나를 보고 "Hasta luego - 또 봅시다" 하면서 작별인사를 한다. 외국 여행객이라 특별히 신경을 써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같았다. 암, 당연히 그래야지. 집사람은 오늘은 빨래를 하면서 쉬겠다고 해서 나 혼자 이곳 공동묘지 구경을 나갔다. 오늘은 "망자의 날" 명절의 마지막 날이라 길거리에는 아직도 닫은 상점들이 많았다. 우선 책 교환을 (Book Exchange) 해주는 El Germen이라는 음식점으로 갔다. 어제 막 끝낸 "Wanderlust"란 소설을 Stephen King (미국 제일의 공포 소설가) 소설 한 권과 바꿨다. Book Exchange는 외국 배낭 여행객들이 많이 묵는 호텔에 여행객들이 다 읽은 책을 남겨놓고 가면서 생겨난 제도인데 배낭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대부분 무료로 바꿔주는데 가끔 돈을 받는 곳도 있다. 주로 영어 책과 독일어 책이고 헤브루어, 일본어 책들도 보인다. 책을 바꾼 다음에 산 쪽으로 20여분 걸어 올라가니 Iglesia de la Recoleta라는 성당이 나온다. 성당 앞마당에 있는 전망대에서는 Sucre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남산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 같다. 이곳에서 어제 Tarabuco 관광할 때 만났던 네덜란드 부부와 30여분 동안 여행 얘기를 나누었다. 자기네는 은퇴를 해서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보통 한번에 2, 3개월씩 다닌다고한다. 내가 Sucre 다음에 가려고 하는 Potosi, Salar de Uyuni를 여행하고 내가 막 떠나온 Cochabamba로 갈 거란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필요한 여행 정보를 교환했다. 덕분에 Potosi와 Salar de Uyuni 여행을 쉽게 하게 생겼다. 나도 은퇴했다고 했더니 몇 살이냐고 묻는다. 내일이면 만 63세가 되니 아직은 62세라 그렇게 말했더니 나를 50대로 봤다한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을 항상 나이보다 젊게 본다). 고맙다고 하고 당신도 50대로 보이는데 복권이라도 당첨되어서 젊은 나이에 은퇴했느냐고 농담조로 얘기했더니 자기는 49세인데 정말 복권 당첨이 되듯이 자기가 일하던 EMC라는 회사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단다. 미국 회사 EMC의 네덜란드 지사에서 오래 일했는데 적지 않은 숫자의 주를 $3에 사서 $85에 팔고 은퇴했단다. 거의 30배에 판셈이다. 이 회사 주는 $150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5란다. 정말 운이 좋은 친구다. 지난 수년 동안에 내가 아는 대부분 사람들은 (나까지 포함) 주식으로 돈을 잃었는데 벌었다는 사람은 처음 만났다. 이 부부와 헤져서 공동묘지까지 20분 정도 걸어서 갔다. 걸어가면서 본 Sucre는 참 아름다운 도시다. 1538년에 설립되었으니 Pizarro가 Inca 제국을 정복한 후 5년 만에 세운 도시다 (인구 175,000, 고도 2,800m).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은 하나도 안 보이는 거의 100%의 colonial 건축 양식의 도시다. 볼리비아가 좀·더 잘살게 되고 그때까지 잘 보존만 된다면 근처에 있는 Potosi, Salar de Uyuni와 더불어 기가 막히게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도시다. 공동묘지는 많은 사람으로 붐비었다. 깨끗하고 나무, 꽃, 잔디로 잘 단장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본 공동묘지 중 제일 아름답다. 부자들의 묘와 빈자들의 묘가 금방 눈에 띤다. 부자들의 묘는 큰 저택 식이고 빈자들의 묘는 아파트 식이거나 연립 주택 식이다. 공동묘지 구경을 한참 하니 피곤해졌다. 그래서 볼리비아에 와서는 처음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점심 식사는 어제 갔던 중앙광장에 있는 Restaurant La Plaza란 음식점에서 했다. 집사람은 스파게티를 시키고 나는 Almuerzo del Dia를 (오늘의 점심) 시켰다. 치즈 빵, 야채수프, 카레 닭고기, 감자튀김, 쌀죽이 나왔다. 점심 후에는 대법원 근처에 있는 공원을 산보했다. 제법 큰 공원이었는데 어린이 놀이터에는 많은 어린애들로 축제 분위기였다. 호텔에 돌아와서 건넌방에 머물고 있는 프랑스 청년과 한참 얘기를 했다. 5개월 째 남미 여행을 하고 있단다. 남미에는 프랑스 여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전에 중국, 일본을 여행할 때는 프랑스 여행객들은 전혀 못 봐서 프랑스 사람들은 외국 여행을 잘 안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남미는 라틴 문화권이라 프랑스어만 가지고도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프랑스 여행객들이 많은 것 같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를 꼭 해야만 하는 나라들은 별로 안 가는 것 같다. 여행지도 부자의 저택 식 묘 전몰자들의 공동묘지 같다 빈자의 아파트 식 묘 또 다른 아파트 식 묘 탐스러운 장미꽃, 잠을쇠가 보인다 빈자의 아파트 식 고층 묘를 사용하려면 사다리를 빌려야 한다 Sucre 전경 전깃줄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가 힘이 든다 (나중에 포토샵으로 없앨 것이다, 그리고 없앴다) 조용한 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