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피는 마을
허충순
보름달 품은 만월 간밤에 내려와
노랑꽃물 확 뿌려
가지마다 무너질 듯 터졌네
관향은 둔 채 심은이 오간데 없는
나그네 나들이 밀려드는 노란동네
뭇나비 떼지어 빈 하늘 수놓네
도무지
눈 부시어
눈감아도 노오란 세상
늦은 봄
허충순
봄인데 꽃이 지네
나뭇가지 가지꽃 지면
처연히 기다리다 잎새 틔우는
오색매화 연이어 지우고
산수유 무리지어 떠가면
백목련따라 자목련 쓸쓸히 떨구네
먼 산 진달래
동산에 연달래 한바탕 물들면
개나리 울타리 진을 치고
하루 이틀 사흘
철따라 지켜내는 화초정신
하늘 가리던 벚꽃 천지에 흩나르네
이른 봄 가면
봄꽃이 따라가네
춘삼월 다가고
봄이 지면
봄꽃이 지고
봄날이 지네
풀꽃에게
허충순
너는
지난 봄날 훌쩍 다녀가고
이 참에는
빚 다른 줄기에 더 고운 꽃잎 달고
여럿 모여 있구나
나는 선 자리 이리도 뜨지 못하고
한해 두해
지는 해 우두커니 지켜보는
벌거숭이 상록수로 서있구나
그래
이맘때쯤 다시오는
네가 반가워
바람 따라 떠났다가
바람결에 만나는 게
넌지시 더 좋아
인연
허충순
돌이켜 보면
너만큼 나를
기쁘게 하기도
너만큼 나를
슬프게 하기도
뒤돌아 보면
나만큼 너를
외롭게 하기도
나만큼 너를
애타게 하기도
그 시절
그 한때
다 보낸 듯
너를 그리며
나를 보네
인생
허충순
내가 너를
너는 나를
우리는 우리를
좋아하다 그렇게 빠졌네
가고 오는 내일
오고 가는 오늘
너와나 숨 쉬는 지금
모든 날은 하루
꽃쟁이 사계절 화원에
차쟁이 긴세월 다실에
글쟁이 한평생 책방에
좋아하다 푹 빠지네
내가 나를
너는 너를
카페 게시글
2013년 제7집
허충순 산수유 피는 마을 외 4편
다정한 도공
추천 0
조회 25
13.06.22 21:2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