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정물화
고흐의 색채가 인상파의 그것처럼 광학적인 색채의 반응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은 <따라쟁이 고흐>에서 이미 다뤘던 주제입니다.
정물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되어질것 같습니다.
먼저 제 2장에 전시되어 있던 <밀짚모자가 있는 정물, 1881.11>입니다.
1881년은 고흐가 허그라는 곳에서 친적인 안톤 모브에게 그림의 기초를 배운 때입니다.
다른 연습은 일체 하지않고 소묘만 일년을 연습하고 처음 그린 유화라고 합니다.
이 작품을 보고 안톤 모브는 "이제부터 너를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다"라고 했고
고흐는 그 말이 교회에서 듣던 어떤 성경구절보다 기쁘게 들렸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__;)
도자기의 디테일한 표현이나 서투른 밀짚모자의 표현같은건
한참 나중에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구니에 가득찬 감자, 1885. 9>
이 작품은 색채와 인체에 대한 공부를 하던 뉴넨시절의 작품입니다.
감자를 모티브로 한 그의 작품으로 잘 아시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농부들의 감자를 먹는 손의 표현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후 위에서부터....
<꽃병의 수레국화와 양귀비, 1887. 여름>
<모과, 레몬, 배, 포도, 1887. 9-10>
<감자가 있는 정물, 1888.2-3>
초기의 작품과 비교해보시면 작품이 밝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색채를 의식하면서 어떻게든 자신만의 모티브를 표현하기위해서
시냑의 점묘는 너무 부드럽고 '파선'이 최선 또는 탁월한 선택이었던것 같습니다.
방법적인 시행착오와 연구를 하던 뉴넨과 파리시절을 지나
진정한 모더니즘의 탄생을 알리는 아를시절에 이렇게 감자가 변합니다.
고흐의 추종자였던 블라맹코로의 진화도 흥미로운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모과, 레몬, 배, 포도, 1887. 9-10>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갱의 의자, 1888. 11>
고흐는 철저히 자연과 현실에 바탕을 두고 창작을 했습니다.
고갱에게 상상력을 동원해서 작품을 그릴 것을 권유받고
그 의견을 받아들이려 애쓴 결과 탄생한 작품입니다.
인상파의 빛과 색채, 그리고 기법적인 시행착오와 고갱의 조언등을 통해
고흐는 내면을 표현하는 정점에 다다릅니다.
고갱의 의자에 그가 읽던 책과 밤을 상징하는 램프,
그리고 윤곽선을 뚜렷이 그린 표현기법까지 모든 것이 고갱과 그의 부재를 나타냅니다.
이 작품이 정물화인지 초상화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출품되지 않았지만 <고흐의 의자>와 비교해서 보면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흐의 저주>에서 다뤘던,
고흐가 테오의 결혼이라는 새로운 사태를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양파를 올려 놓은 접시가 있는 정물, 1889. 1>도 직접 봤습니다.
풍경화의 흐름을 통해서 고흐의 파선에 의한 기법을 봤다면
정물화의 흐름을 통해서 고흐의 내면표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봤습니다.
이즈음에서 고흐의 인물화라던가 실내화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지만,
이미 고흐시리즈에서 다뤘던 주제들이라 넘어가겠습니다.
*
덤으로 인상깊었던 작품 몇가지.....
고흐의 <뒤집어진 게, 1889. 1>라는 작품입니다. 소묘에 가까운 세밀한 유화입니다.
보는 순간 뒤러의 작품<1495>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카유보트의 <발코니 너머의 풍경, 1880>이라는 작품으로
당시 일본 우키요에 판화의 영향을 받은 획기적인 구도의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폴 시냑의 <브와 꼴롱브 근처의 철도환승역, 1885>이라는 작품으로
같은 주제를 점묘로 제작한 <브와 꼴롱브의 철도, 1886>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시냑은 1886년에 점묘화가로 전향합니다. 구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냑과 고흐는 같이 공업화가 진행된 도시속의 자연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으며,
고흐는 모네의 추종자였던 시냑에게서 인상파의 기법을 직접 전수받습니다.
*
이렇게 8시간 비행기연착에 동북관동대지진과 함께
고흐앓이를 일단락 지었습니다. (__;)
일단 올리던 거라 나머지부분을 올렸습니다.
제가 서양화반에 글을 계속 올리는 것도 좀 그렇네요-;)
사진이야기도 그림이야기도 출석부로 종종 뵙겠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다비다, 좋은데요 ^^; 다비다비다비다.. ^^; 저 감자먹는 사람들 직접 보려고 왕복 9시간정도 걸려서 다녀온적 있습니다. 고흐 작품 중에 제일 처음으로 직접 본 작품입니다. 좋습니다. 기회되시면 꼭 직접 한 번 보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