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고성아이언맨 70.3 대회를 앞둔 어느날, 무엇에 홀렸는지 구례대회 결재를 해버렸다. (*카드 앱으로 국제결재 할부신청을 미리 해두었기에 한번에 백만원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이엄마이자 직장인인 나는 참 좋지 않은 조건이다. 대회를 2주 앞두고 딸아이가 초경을 시작했다. 거의 일주일을 꼬박 붙어서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 '2주만 늦었어도 나는 구례를 못갔겠구나...'
나는 첫대회이고 완주가 목표이므로 대회에 대한 부담은 적었다. 나에게 풀코스는 그저 하얀 도화지 같았다. 그래도 목표는 있었다. 수영은 아주 천천히 편하게, 사이클은 무리하지 않고, 그리고 런에서 "퍼지지 않기"였다.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쓸수있는 힘과 에너지는 이미 정해져있으니 이를 잘 알고 나누어 쓰면 된다." 풀코수는 변수가 많다고 했다. 바이크 트러블도 있을수 있고 당일 컨디션도 영향이 크다. 아이에게도 집안에도 별 일이 없어야 한다. 경기 하루전에도 포기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널려있고 경기중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다. 완주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이 오기까지 훈련을 열심히 해오며 실력은 늘었을테니 어떤일이 일어나도 받아들일 수 있다. 다치지만 말자.
# 출발 준비
대회진행(체조)은 저 멀리서 하고있지만 난 그냥 뒤에서 대기한다. 수영을 준비할때는 다이소 1,000원짜리 일회용 슬리퍼가 좋다. 수영도열하고 입수를 위해 이동할때 진흙이나 잔디, 돌바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다. 일회용 슬리퍼는 출발 전에 그냥 버리면 된다. 그리고 한쪽 손에는 1.5리터 생수를 들고 조금씩 마시기도 하고 출발 직전에 슈트 속에 확 부어넣는다. 그러면 입수시 차가운 수온에 몸이 움츠러들지 않고 경기복과 슈트 자리를 잘 잡아주기도 한다.
# SWIM 3.8km
드럽게 길다. 가도 가도 끝은 없고 몸싸움 피하려 옆으로 빠지면 하염없이 빠진다. 숨차지 않게 적당히 팔을 저어간다. 수영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쓰는 것으로 계획했다.
# T1
자원봉사자 한명이 따라 붙어 선수를 의자에 앉힌 후 슈트를 벗겨주고 바이크 기어백을 바닥에 와르르 쏟아 필요한 물건을 찾아주신다. 물달라 하면 컵에 담아 주시고 썬크림 달라하면 발라주신다. 그런데 자원봉사자 분이 슈트를 벗기는 과정에서 얇은 경기복이 찢어져버렸다. 팀복이 망가져 노르웨이에서 들여온 경기복은 등판만 아주 얇은 천으로 되어있어 시원!! 정말 최고다!! 생각했었는데. 그 최고의 장점이 최악의 단점으로 뒤바뀌어버린것이다. 철인대회는 그런것 같다. 최고가 최악으로 뒤바뀔 수 있는... 무슨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 BIKE 180km
고성의 바이크코스를 잡아 쭉~~ 길게 늘려놓은듯하다. 내 가민상 획득고도는 800m 정도. 주말훈련때 획득고도에 비하면 높지 않다. (주말훈련 강도가 그만큼 쎘던것이다..ㅠ 고성대회가 600m정도) 그런데 예상치못한 바람이 큰 변수였다. 옆에서 불고 앞에서 불고 와~~난리가났다. 게다가 참가자 수도 적어서 100% 완벽한 독주로 바람을 뚫어야 했다. (평소에 서면에서 바람을 좀 뚫는 훈련을 했어야 했나보다..훌쩍~) 중간 퍼스널니즈 존에서 보름달빵도 먹고 죽도 먹고 과일통조림도 먹었다. 바이크 후반부에는 무슨짓을 해도 속도가 줄어든다. ㅎㅎㅎ 당연한것 아니겠나. 실망하지 않고 대강 살살 페달링으로 180km 완주.
# Run 42.2km
이제부터 본게임이 시작이다. 바꿈터에서 나오자마자는 잠깐 언덕이고 이후 8km정도 까지는 약 내리막이다. 해가 쨍하고 많이 더웠다. 바이크 퍼스널니즈 이후부터 속이 좀 불편했다. (너무 과식을 한 것 같다. 쩝~) 하지만 하프까지는 그닥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하프 이후로 토할 것 같고 속이 불편한 증상이 심해졌다. 하프 이후부터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스스로 "괜찮다. 아무리 느려도 걷지만 않으면 5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를 외쳤다. 30km 이후부터 페이스가 떨어졌던게 많이 아쉽다. 하지만 보급소를 제외하고 단 한순간도 걷지 않았다. 아주 짧지만 가파른 언덕도 여러개 있었고 모두들 그곳에서는 걸었지만 나는 1초도 걷지 않았다. (걷는게 더 빨랐으려나..쩝~) 오후 3시 런을 시작할때는 얼음물을 뒤집어 쓸만큼 더웠지만 해가 떨어지니 땀과 물이 고스라히 식었다. 추워지니 땀과 물에 젖은 경기복에 위경련이 날것처럼 배가 차갑고 가스가 차고 속이 불편했다. 토할것 같았는데 꾸역꾸역 참았다.
# FINISH
4랩을 돌아 4개의 팔찌를 차고 공설운동장으로 들어간다. 나는 사실 경험이 없어서 몰랐다. 늘 대회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들이 아이언맨 대회에서는 좋은 자리에 계시지 못하다는 사실을... 신작가님은 피니쉬라인 뒷편에 계셨다. 아이언맨대회는 수십달러를 내야만 공식포토를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철인운동하는 선배님들과 동호인들이 무료로 어마무시한 사진을 제공해주셨음에 새삼 감사했다.) 기다리고 계시던 우리 선배님들이 큰 소리로 알려주셔서 인생 첫 풀코스 완주에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 그리고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다.
올해 여성 슬롯은 여러가지로 운이 겹쳤다. 올해는 15장에서 35장으로 늘어난 첫해이다. 아마도 해외선수들에게 구례대회가 슬롯이 많다는 소문이 덜 났을테고 같은 날 일본대회가 겹쳐있어 일본참가자도 없었다. 나는 에이지 6위인데 1등언니, 3등언니가 슬롯을 포기했다. 지금이 아니면 여성이 하와이 월챔에 갈수 있는 기회는 2년뒤(참가는 3년뒤)가 된다. 그럼 50살이 넘어버리네..ㅎㅎ 이제 첫 완주인 내가 월챔에 가는것이 말이 안되긴 한다. 하지만 월챔조차 성장의 기회로 생각하고 기록과 상관없이 경험을 쌓고 즐길 수 있다면 가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슬롯의 수는 2년뒤에 또 어떻게 변할 지 모르고 일본인 참가자가 많아져 싹쓸이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전처럼 실력이 아주아주 월등해야 월챔을 가지는 않는다. 롤다운행사 현장에서 운만 따른다면 완주자 누구나 갈 수 있다. 이 운동의 정점에 월챔을 가고 싶은건 누구나 같은 마음이겠으나 그 정점이 나에게 최고의 기록은 아닌것 같다. (실력이 안되는 자는 운대가 맞을때가 정점 아닐까.. ㅋㅋ)
# Special Thanks...
해단식을 겸한 식사를 하며 선배님, 회원님들의 축하를 받다. 아...나에게도 풀코스 완주의 날이 왔다. 오픈워터 하다가 어찌어찌 클럽에 들어오고 작은 언덕조차 오르지 못해 옆으로 나자빠지던 나를... 내다 버리지 않으시고 아이언맨으로 키워내주신 선배님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심을 가지고있다. 클럽 주말훈련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훈련이 주는 에너지로 또 한주를 살아내는 일상이 참 소중하다. 클럽이 아니였다면...꿈도못꿨을 일이다. 한심한 나를 포기하지않고 (엄청난 인내심으로)하나하나 가르쳐주신 선배님들, 회원님들(커피, 맛난 밥, 아이스오미자, 아이스매실차, 토마토설탕절임 등등) 아니였다면 완주는 없었을터...한순간도 잊지 않고 지내야겠다.
첫댓글 첫 완주에 코나 슬럿까지..너무 대단하고 우리 클럽의 자랑이 되었네요^^ 완주기록이 아주 좋아서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화이팅!!
고생했네 첫완주에 기록도 좋고 내년에는 날라다니는날만남았네 내년에는제발우리버리지말고 끌고다녀 쫒아가지도못하지만
자우지간 축하하고 수고했어 내년에도 홧팅
첫대회 너무 잘해서 돈 많이 벌어야겠어
티티차 사야지 코나 대회접수비에 비행기값에 따님도 모시고 가야겠지 ㅎ ㅎ 그래두 즐거운 마음으로 잘 준비하셔~~^^
어마무시한 기록으로 철인 등극을 축하혀 대단하다는 말밖에 표현할말이 없네ㅎㅎㅎ
이제 돈들어갈일만 남았네~ㅋ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 잘하고 즐기길 바라네~~
춘천클럽이 좋은클럽임을 증명해주는 대형사고를~~ 우리 클럽의 경사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일단 축하하고부상없이 월드챔피언십을 즐길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3~24 동계훈련 시작으로 24년 구례대회까정 쉼없이 달려온 보상이라 생각합니다.
내년 코나대회도 금방 옵니다.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아니 될 것 같네요.
지금까지도 클럽 살림 챙기면서 정신없이 왔는데,내년 한해도 빨리 갈 것 같군요.
철인등극을 축하드립니다.
와 진짜 대단하십니다 선배님……….
짱 멋있어요
존경스럽습니다!!! ㅠㅠ
축하드립니다!!!!!!
진짜 멋있습니다!
즐기는 모습을 정말 본 받고 싶습니다!
내년 코나에서도 꼭 재밌고 멋있는 추억 만들어 오실 것이라 믿습니다 ㅎㅎ
노력과 꾸준함은 증명되는것같습니다 저도 운동하면서 가장힘든게 꾸준함인것같은데 총무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너무너무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건강히 같이 운동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꾸준한 노력으로 결국 해내는 총무님 너무 멋집니다.
그냥 완주한것도 아니고 어마 무시한 기록과 함께 월드챔피언십 출전권까지 ~~!!
진정한 철인이 된것을 진심 축하합니다 ^^
첫 킹코스 완주를 위해 인내와 끈기, 자신과의 싸움 이겨낸 아이언맨 남궁 정 님^^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
첫 완주가 많이 기억에 남을 거예요 ㅎㅎ
이 여파를 몰아 하와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