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나무를 키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라) 먹고 살 형편이 되어야..
돈에는 눈이 있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다 임자가 있다는 말이겠지요.
그래서 임자가 아닌 사람이 돈을 갖게 되면 지명대로 살지를 못합니다.
팔자에 없는 돈이 갑자기 굴러들어 오면 이걸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불면증에 시달려 몸을
망치거나 수백억대 복권에 당첨되고서도 노숙자신세로 전락하는자도 더러 있습니다. 반대로 먹을
거 입을 거 참아가며 평생 돈을 모아 창고에 쌓아놓고도 한푼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주위에 많습니다. 사람에 따라 돈이 가는 길이 이렇게 다른 모양입니다.
그렇더라도 돈이란 대단한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돈으로 못할 게 별로 없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돈을 벌기위해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돈을 버는 방법도 천차만별입니다. 어떤 이는 환경이 좋은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어떤 이는 공장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고요 시내 대리운전 10,000원
받아 30% 떼주고 시내뻐스 요금 왕복 2,600원 계상하니 하루저녁 4,400원 수익으로 호호 얼어
붙은 손 불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남이 다 자는 한밤중 쓰레기를 치우면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정말로 힘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종일 빈둥거리면서 남보다 월등하게 잘 사는
부류도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즉 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거지요. 그러나 그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일입니다. 남의 떡과 놓친 고기가 크게 보이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인간의 뇌 자체가 아무리 재미있는 걸 갖다 주어도 시간이 지나면 싫증이
나게 되어있고 남이 하는 일이 재미있어 보이도록 맹글어져 있습니다. 삼성의 이회장이? 현대
정회장이? 피겨여왕 김연아가 지 하고싶은 일 하면서 돈을 벌었을까요. 그 사람들 직접 만나서
한 번 물어보세요. 그럼 이렇게 대답할까요. “매일매일 행복해서 미치것슴다. 하루 해가 왜 이렇게
짧을까요!”
스포츠의 영웅들요? 그 사람들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보통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스트레스 감내하며 살아가고요 재벌의 오너들 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세계
일류 기업이 되었겠습니까. 그들은 끝없는 도전에 시달립니다.
애플에게, 중국의 샤오밍에게, 도요다에게....
오죽하면 삼성의 이회장이 25년전 마누라와 자식만 남기고 다 버리라고 했겠습니까.
솔직히 그 분들 사생활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독재 시대에는 절대권력자에게 한 번 찍히면
기업이고 인생이고 기양 날라갑니다. 강성 노조들은 매년 임금 올려달라고 장기 파업하고 공장
점거하고..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 하루에도 몇 번씩 들지 않겠습니까.
노키아 아시지요. 핀란드 조그마한 목재회사가 변신을 거듭하여 10년 전까지만 해도 휴대폰
하나로 세계를 주름잡고 자국경제의 30%이상을 쥐고 흔들었지요. 허지만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도전으로 하루 아침에 깡통을 찼습니다. 노키아가 당시 기존의 생산품을 과감히 버리고
스마트폰에 뛰어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모르긴 해도 애플과 삼성이 오늘날의 위치를
차지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겁니다.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안주하다가 순식간에 먹힌
거지요. 돈이란 남이 하지 않는 분야를 선점해야합니다. 모든 사람이 거기에 뛰어들면 이미
그 분야는 끝난 것입니다.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나무심어 돈을 번 때가 있었습니다. 반세기전 즉 60년대 민둥산 산림녹화와 새마을 운동에 국가
운명을 걸었을 때부터 IMF 전까지입니다. 우리 회원님들 중 혹시『종자밭』이야기 들어보신 분
있으실 겁니다. 반세기 가까운 얘기인지라 몇 분 알까마는 머리 일찍 트인사람들이 시골의 논밭을
임대내어 녹화사업용 묘목을 길렀는데요 덕분에 우리 어머님들 하루 종자밭 매어 용돈 벌이
심심찮게 한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고구마가 호구지책이었던 긴 겨울이 가고 봄 풀 푸르러
올 때가 되면 도시의 모목업자에게 위임을 받은 시골마을 지도자가 부락의 아낙네들에게
동원령을 내리고 아낙네들 콧노래부르며 풀을매고 묘목 솎아내는 작업인데요 스기목이라 불렸던
삼나무, 편백, 측백, 소나무(주로 리기다소나무), 아카시아 등이 수종의 주류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나무업을 했던 사람들 다 돈 벌었고요 제가 70년도 중반에 마산을 기점으로 도시생활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도 도시 근교에 살면서 소규모로 묘목을 길러 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접한
기억이 있습니다. 좌우지간 이때부터 시작해서 우리경제가 살아났던 80년대 이후 도시환경미화,
1,000만 호 주택공급사업 등이 겹쳤던 시기에 나무사업이 호황을 누렸었지요. 이제는 나무 심어
돈을 벌기가 많이 어려워 졌습니다.
25년 전 어느 지인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시골 사람들 형편이 어렵다는 말 중에 나온 얘기입니다.
『농사지어 돈 벌려고 하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여기서 그 양반의 “농사”라는 표현은 벼와 보리, 채소 등 보통작물을 의미하는 것이고 선진 외국의
기계농법이 아닌 우리 농촌의 낙후된 농사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재능과
풍부한 자본이 있는 사람 중 농사짓는 사람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대손손 배운 거 없고 비빌 곳
없어 할 수 없이 짓는 겁니다. 우리 할아버지대 아버지대에도 그랬습니다. 엄마, 형수 남의 집
모내기가면 일부러 조카애들 주렁주렁 업고 끌고 산넘고 내를 건너 점심 저녁 얻어 먹었던 기억이
지금 생각하니 배를 채우기 위한 서글픈 현실이었습지요.
반세기가 지난 요즘 농촌의 형편이 많이 나아졌다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산넘어 산입니다. 앞으로
농촌은 더 힘들어졌으면 힘들었지 나아질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른바 FTA라는 양자국간의 협정 그리고 경쟁력 없는 산업은 도태될 수 밖이없는 지극히 당현한 현실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중에는 보통사람과 다른 방향으로 소득과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10만평이 넘는 곳에 고구마를 심어 인터넷 등 대량 판매망을 확충한다거나 내 조카처럼 매년 수만평 임대부지에 메밀을 심어 판매하는 등 일반 농사꾼들과는 차별을 두고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소수지요.
10여년 전 농촌행 열차를 탄 사람들 중에는 사업이나 주식으로 가산을 털어먹고 잃어버린 옛날을
다시 찾을 거라는 마지막 기대를 걸고 나무를 택한 사람들이 더러있었습니다. 문제는 본전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거지요. 성목 1그루 자랄 넓이에 3그루를 심어놓고 이놈아 어서커서 돈이 되어
다오 밤낮으로 몸을 혹사합니다. 맘이 급한데 먹을 거 제대로 챙기겠습니까. 결과는 골병에 지병을
얻거나 접을 수 밖에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이런 농장 2천여평 인수해놓고 이놈들로 노후자금 만들어 보겠다고 잠시나마 기대와 희망에 부품었던 어리석은 저 같은 인간도 예외가 아니지요.
제 이웃 밀식으로 조진 농장들입니다.
형편이 어려우면 맘이 급해지고 결국 이런 화목을 양산합니다.
식재한지 10년도 넘었을 것 같은 25점대 왕벗나무.. 작년에 수형을 잡느라 위를 자르길래
헛수고하지 말고 빨리 베어내라고 했는데 아까운지 아직도 그냥 두었네요.
다시 말씀드리는데 나무라는 게 그렇게 생각대로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쪼달리는
사람이 몇 년 안에 환금하겠다는 생각을 갖고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중고참 회원님들 중 6∼7 년전 심어놓은 나무 팔아 돈 벌었다는 분 몇분이나 되는지 호구조사
한번 해봅시다. 모르되 아직도 매년 임대료에 인건비에 이거저거 들어가는 경비 때문에 욕 나오는
분 많을 겁니다. 이정도면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사람이 나무 심어서 되겠습니까. 나무라는 것은
기계에서 물건 찍어 팔 듯이 금방 돈되는 거 아니니 행여 갈길 바쁜 사람 이거 손대서는 더구나
안되고요 5∼60대 이전에 기반 잡아 산책길에 운동삼아 삽자루 톱자루 돌리면서 군고구마 삽결살에 막걸리 잔 비워가며 유유자적 인생을 논하다보면 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한 10년 놀고 먹어도 별 탈 안나는 분들만 나무 심으십시오.
강원도 야산에 이팝 십어놓고 10여년 유람하다 돌아보니 15점 성목 1만주.. 이팝 인기 최고조에
목대 35만원씩 팔아재끼는 재미로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어느 회원의 이야기를 재삼 소개하면서
이장 막을 내립니다. 다음 장은 수종선택, 소규모의 농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 금기 사안 등
그 다음 장에서 결론으로 전체장을 마감할까 합니다.
저도 오늘 모처럼의 여유를 갖고 하루를 쉽니다.
어쿠! 갑자기 문밖이 소란스럽습니다. 손주녀석들 몰려오는 소리....
회원 여러분 설 즐겁게 보내십시오. 끝
16. 2. 8 부산 최병희 드림(010-9662-2231)
손주들 세배로 한 해가 열리고...
세배돈의 매력은 예나 지금이나...
예. 돈 버는 사람 몇 사람입니다.
이게 현실인걸요
깊이 새겨야 할 조언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새로운 도전에 도움이 되는 말씀들을 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