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탱크에 대한 역사를 돌아보기 전에 일단 박스 안을 잠깐 들여다 보면..... (이미 말씀드렸지만 제가 구매했던 키트는 예전에 이미 조립하고 박스는 버렸고, 지금 보여드리는 키트와 박스는 eBay에 나온 경매 제품 사진들을 사용한 것입니다.)
(데칼은 미육군 버전 뿐만 아니라 이 탱크를 수입했던 서독 육군과 일본 자위대
데칼이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피규어들 부품이 보이시죠? 참고로 초기 키트에는 M1919 브라우닝 기관총이 측면에
장착용 화기로 들어갔었는데 근래 키트에는 피규어들이 빠지는 대신 람보가 들고
들이 갈겨 대던 M60 기관총이 옵션 부품으로 들어가더군요.)
( 미군 전차는 나치 독일 전차들에 비해서 휠 숫자가 워낙 적다 보니 조립하다보면
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 키트도 조립 자체는 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구요.)
(초기 모델이라서 모터와 기어 박스가 들어가 있습니다. 요즘 세대 모델러들은 이런
모터 구동 모델을 보면 도리어 이상하겠지요? 차체 안에 2A 배터리 두개를 집어넣어서
움직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타미야의 공식 작례입니다. 전면에 체스 말 모양과 "Have Guns Will Travel"이라고 써있는 것 보이
시죠? 이거 뭐 큰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1963년~1967년 사이에 미국 CBS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서부극 제목과 심볼입니다. 참 나 원..........미국 사람들 말하는 것 너무 심오한 의미
생각하면 머리만 아픈 것 같더군요......)
어쨌든 독특한 디자인과 깔끔한 키트, 그리고 피규어들을 세개씩이나 포함시켜주는 매력에 저도 오래 전에 한번 작업했던 키트입니다만....
사실 이탱크를 단순히 대공포를 장착했구나..... 공산 월남군 전투기들 꽤 많이 잡았겠네...... 뭐 이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물건이 아니더군요.
월남전에서 이 탱크는 비행기가 아니라 베트콩과 월맹군의 보병 부대들을 싹쓸이 해버리던 적들에게 가장 공포의 대상이 되던 무기들 중에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물건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탄생 배경부터 간략히 알아보면 앞글에서 언급했던 M41 워커 불독 탱크의 차체를 그대로 사용한 파생 모델입니다. M41은 원래 2차대전 직후에 경전차 개념으로 개발하였으나 차체가 너무 무거워서 엉뚱하게 M551 셰리단 탱크의 개발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설명 드렸었지요.
하지만 M41은 1964년부터 월남전에 배치되어 의외로 60년대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미육군 주력 전차로 활약하게 됩니다. 특히 월남 남부 민주주의 정부의 육군에 공급된 후에 단신의 월남 기갑병들이 조종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내부 구조로 호평을 받게 됩니다. 이런 특성은 월남 뿐만 아니라 이후 일본, 대만, 태국등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심지어 브라질,스페인 등 수많은 국가들로 수출되게 됩니다.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 중인 M41 탱크 - 2006년 태국 육군 소속)
바로 이 M41의 차체를 베이스로 개발된 M42 더스터 탱크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 GM에 의해서 생산되어 미군의 대공 방어를 목적으로 40mm 대공포 2문을 쌍동이로 올려놓았습니다. 22톤의 무게에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인 시속 72km로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합니다.
1952년부터 통산 3,700대가 생산되는데 여기서 한가지, 아래 두개의 사진을 보시면 묘한 사실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M42가 아니고, 2차대전 당시 M24 채피 경전차의 차체를 사용하고 대공포
포탑을 올린 M19라는 대공포 전차입니다. 이 포탑만 고스란히 떼어다가.....)
(차체는 M41 워커불독 탱크의 그것을 사용하고 포탑은 M19의 그것을 사용해서
만든 것이 바로 M42 더스터 탱크인 것입니다. 참 쉽지요 잉!)
1952년에 첫 생산을 시작한 M42 탱크는 당시만 해도 대공 미사일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이었으므로 적 전투기 공습시 매우 중요한 비중을 갖게 됩니다. 1956년에는 보다 완성된 설계로 업그레이드 시킨 M42A1이 생산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냉전은 미소 양국의 무기 체계 발전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도록 만듭니다. 특히 전투기는 제트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속 편하게 대공포로 쏘아대서 격추시키기에는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버렸고 그 결과 50년대 후반에는 호크 미사일과 같이 효과적인 대공 무기가 순식간에 M42의 밥그릇을 빼앗아 버리게 됩니다.결국 이미 사용 중이던 M42A1은 1963년에 모두 회수되어 미국 본토 각 주방위군에게 배속되는 신세가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인생 마감할 것 같았던 M42A1에게 뜻하지 않았던 재기의 기회가 오게 됩니다. 대공 무기로 미사일이면 만사가 해결될 줄 알았던 미군은 월남전에 투입되면서 월맹군의 구형 프로펠러 전투기나 헬리콥터가 저공 비행으로 접근하여 공격해오는 경우 미군이 보유한 호크 미사일로는 격추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불과 생산을 시작한지 10년도 안되서 무용지물이 되버릴 줄 알았던 M42A1은 이런 저속의 비행 물체를 격추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조건을 갖추었고, 그 덕분에 당장 월남으로 보내지게 됩니다.
(월남전에서 M42A!)
그런데 막상 월남의 전쟁 상황을 닥쳐 보니 베트콩이나 월맹군의 보병 부대가 밀림으로 엄폐된 지역에서 접근하여 공격해오는 경우 M42A1의 2개의 40mm 대공포를 발사하면 순식간에 시체 더미로 변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뜻밖의 전투 능력은 이 애물단지로 몰릴 뻔했던 탱크를 월남전에서 미군들에게 매우 고맙고, 꼭 필요한 지원 무기로 급부상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게다가 수시로 게릴라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수송 부대들을 호위해주는 지원 탱크로 훌륭한 역활을 수행하게 되면서 M41, M48 패튼, M113, M551 셰리던등 다른 참전 탱크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는 성공작으로 평가되게 됩니다.(우리는 이미 2차대전 프랑스 전선에서 롬멜이 대공포로 영국 전차를 파괴한 예를 알고 있습니다. "발상의 전환" 이것이 때로는 역사를 바꾸거든요.....)
사실 전투기 격추하라고 만든 대공포로 사람을 잡겠다고 밀림에 엎드려있는 베트콩들을 향해서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M42A1의 모습을 보면 적군 입장에서 공포 그자체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월맹의 공군 전투기들은 M42A1을 특히 표적으로 공격하여 많은 수가 공습에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사용 중인 대만의 M42A1 더스터 탱크)
이렇게 월남전의 스타 탱크로 미군들의 사랑을 받았고, 독일, 일본, 대만 등 여러 국가들에 수출되어 사용되었습니다. 노령의 탱크들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국가로 유명한 대만에서는 최근까지 국경일 퍼레이드 같을 때 M42가 위풍당당 등장한다고 합니다.
다음 글은 다시 2차대전 유럽전선의 한복판으로 달려가서 3호 전차 이야기를 들려드릴 생각입니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 잘 보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 "댓글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런 여러분들의 관심이 제게 큰 기쁨이 됩니다.
정말 재미있고 좋은 리뷰입니다 담편이 기대가 되네요^^
오호라....저렇게 달린놈이 대공포였구나... 어쩐지...^^
다음 번에는 3호 전차 언급하는 김에 나치 독일 전차 계보를 살짝 한번 흝어볼까 생각 중입니다만.....
전직 주재원이셨던 분께서 어찌 이리 풍부한 군사 지식이?
그냥 좋아서....관심이 있어서.....그냥 그래서 열심히 이것 저것 찾아보면서 저 혼자 즐겼지요.
음 대공포를 밀림에.... 후덜덜 정말 공포의 무기였겠네요.....
무서워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역시 미사일 만능주의는 지상에서도 열약했군요.
팬텀이 나중에 기총을 장착했듯이..총 없는 전쟁은 없을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