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죽력고 구매문의 063-530-7790
단골손님 한 분이 트위터로 월향 예약을 하셨다. 죽력고를 준비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가게에 출근한 직원한테 죽력고 재고 상황을 물어봤다. 한 병도 없다는 것이었다. 요즘 전통 증류주로 이름을 얻어가는 이 죽력고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무형문화재 송명섭 선생이 만드는 이 전통주는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입금을 해놓고도 며칠씩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맘에 안 들면 아예 대줄 수 없다는 답을 들을 때도 있다.
난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구한다. 나 자신이 그 술을 좋아해서다. 전통 소주(燒酒)의 진하고 담백한 맛에, 연한 대나무 줄기향이 묘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술을 일종의 디저트주처럼 마시는 게 좋다. 술자리의 마지막 순간에 몇 잔 들이키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거다. 오크통 향이 진한 셰리주를 디저트주로 몇 번 마신 적이 있는데, 거기서 단 맛은 빼고 향은 더한 정도의 감칠 맛이다.
죽력고에 얽힌 사연도 남다르다. 녹두장군 전봉준이 일본군에 잡혀 압송돼가던 중에 길에서 실신을 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군중이 집에서 죽력고를 한 대접 구해다 줬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나 의연하게 걸어가더라는 사연이다. 그 사연을 들으면 왠지 코끝이 찡해진다. 죽력고를 마실 때는 그 얘기를 꼭 곁들이는 편이다. 그래야 술맛이 더 난다. 왠지 전통주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고개를 드는 우리 민중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죽력고는 마실 때마다 다른 풀잎 냄새가 나서 좋다.
일부러 걸음 하겠다는 단골손님께 죽력고가 없다는 말씀드리기도 뭣하고 해서, 트위터로 긴급수배했다. 급히 한 병 사서 일단 대접해드리겠노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연을 올리자마자 답이 왔다. 서울 삼성동의 막걸리 바 ‘헬렌스키친’(t. 539~6067)이라는 곳이었다. 그 곳에 마침 죽력고 한 병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퀵서비스로 부쳐달라고 청하고, 얼마를 드리면 되겠냐고 물었다. 예상 외의 답이 돌아왔다. ‘죽력고는 맛을 아는 사람이 즐기는 게 좋죠.’
세상에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술에 대해 무한애정을 가졌거나 사람에 대해 무한배려를 일상화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갑자기 헬렌스키친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다. 애주가들로부터 호평 받는 신개념 막걸리 바였다. 좋은 막걸리들에 먹음직한 안주가 넉넉해보였다. 주변 사람들한테 한 번 같이 가자는 다짐을 받아두었다. 그 무렵 통사정한 끝에 죽력고 몇 병 얻게 되면 들고 가야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