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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익에 장착된 로켓탄들을 쏟아내는 F-94 스타파이어... 하지만
원래 F-94의 로켓탄 발사는 기수 주위에 둘러싸여 설치된 발사
장치에서 발사되었습니다. 이 황당한 발사 방식이 F-94 미공군 최초의
전천후 제트 요격기를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으로 기록되게 만들었습니다.
그이야기는 이글을 읽으시면 아시게 됩니다.)
(레벨 社의 F-94C 스타파이어 키트. 빈티지 키트이고 박스 아트도
아주 조잡한 수준입니다. F-94는 분명히 미공군 제트 전투기
계보에서 나름 의미있는 교훈을 남긴 기종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주먹구구식의 대응은 더 크나 큰 재앙을 부른다"는..............)
앞에서 소개했던 F-89 스콜피온의 경우 한국전쟁이라는 참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성능으로 감히 전선에 나설 입장이 못되었고 결국 최초의 미공군 제트 전투기로써 혁혁한 공을 세운 기종은 F-86 세이버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F-89과 비교하여 한국전쟁 초기에 나름 미공군의 한반도 상공에서 제공권 장악에 조금 기여를 하였던 F-94 스타파이어의 경우 분명히 제대로 참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F-89보다는 나았지만 F-80 슈팅스타, F-84 썬더제트와 마찬가지로 전쟁 초기에 공산군측 프로펠러 기종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지만 전쟁 발발 후에 6개월도 안되어 미그 전투기가 등장하자마자 전투기로써 더 이상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 한심한 1자형 전투기들(공교롭게 위의 3개 전투기들 모두 1자형 기종입니다.) 그룹에 속하게 됩니다.
F-94 스타파이어의 제작사인 록히드 社는 2차대전 기간 중에 추축국 전투기들에게 확실히 공포심을 안겨주었던 절대 강자 쌍발 전투기 P-38 라이트닝 전투기의 제작사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한편 제트 전투기로는 이미 F-80 슈팅스타가 미공군에게 선택되어 개발 진행 중이던 차에 F-94 스타파이어는 전투기 용도의 슈팅스타를 2인석으로 개조한 T-33 기종을 기본 설계로 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런 탓에 슈팅스타와 스타파이어의 외형은 매우 유사합니다.
(F-80 슈팅스타 전투기)
(F-94 스타파이어 요격기)
F-94는 전천후 요격기로 분류되는데 여기서 과연 "요격기"(Interceptor)란 "전투기"(fighter)와 무엇이 다른가 한번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2차대전 중에 가장 대표적인 요격기는 영국의 스핏파이어와 미국의 라이트닝이었습니다. 요격기라 함은 공군 기지에 지상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적의 전투기나 폭격기가 출현하면 급히 이륙하여 적기가 아군 진영이나 민간 지역에 공격을 가하기 전에 "요격" 즉 중간에서 공격하여 격추시키거나 퇴각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는 기종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전투기라 함은 적의 전투기와 공중전을 치뤄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요격기는 위와 같이 "기다리다"가 적기가 나타나면 그제사 이륙하여 공격하므로 "방어적"인 성격이 강했습니다. 당연히 이미 적진에서부터 비행해와서 속력이 붙은 적기가 있는 고공으로 단시간내에 날아올라가기 위해서 단시간내에 최대한 높은 고도로 날아올라갈 수 있는 속도와 고도 상승 능력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대신에 어차피 아군 공군기지의 지원을 받는 탓에 레이더 성능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고 마찬가지로 항속 거리가 길 필요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야간 폭격을 위해 상공에 등장한 적 전투기들을 격추 시키기 위해서는 야간 임무용 요격기의 역활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F-104 요격기는 대표적인 1950년대 제트 요격기였습니다.
마치 미사일에 작은 날개를 달아놓은 듯한 이 기종은 엄청난 스피드와
고도 상승 능력으로 요격 임무에 적합했는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으로 안정적인 비행 능력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록히드 社가 오늘 소개해드리는 F-94의 쓰디 쓴 실패의 고통을 겪은
후에 개발한 후속작이었습니다만.....)
하지만 워낙 뛰어난 전투기의 경우 굳이 일반적인 전투기 임무와 요격기 임무 모두 함께 수행할 수 있었는데 2차대전 중에 대표적인 경우가 P-51 무스탕 전투기였습니다. 2차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에 요격기가 별도로 분리되어 개발되기도 하였는데 1960년대에 들어와서 우수한 F-4 팬텀과 같이 일반적인 전투기 임무와 요격기 임무는 물론이고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전폭기 임무까지 전천후로 수행할 수 있는 기종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자 더이상 요격기라는 개념이 희미해져버리게 됩니다. 그이후 F-15 이글과 같은 출중한 전투기들이 등장하자 이런 구분은 더욱 더 의미가 없어져 버리게 됩니다.
(대한민국 공군의 F-4 팬텀 전폭기 - 우리한테 익숙한 "방위성금헌납기")
2차대전이 끝나고 미육군에 소속되었던 공군은 1947년 독립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당시에 강화된 레이다 장치를 탑재한 요격기로써 요즘에 수차례 언급되는 F-61 블랙 위도우와 F-82 트윈 무스탕이 대표적인 기종이었습니다. 모두 프로펠러기였던 탓에 이미 소련과의 냉전 대립 상황이 고조되는 가운데 당시 소련이 개발한 신형 폭격기 투폴레프社 Tu-4와 같은 강력한 상대를 맞서기 위해서는 신형 제트 요격기의 개발이 시급했습니다.
(2차대전 최고의 전투기 중에 하나로 꼽히는 P-51 무스탕 전투기 2대를
연결한 형태의 F-82 트윈 무스탕. 하지만 이미 시대는 급변하고 있었고
프로펠러 전투기/요격기들의 설 땅은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소련 투폴레프社의 Tu-4 전략 중폭격기. 한눈에 2차대전 일본 원폭 투하의
주인공 B-29의 복사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2차대전 중에 태평양
전역에서 소련은 미국에게 전쟁 지원을 위해 B-29 폭격기를 대여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해서 미국은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1944년
사고로 소련 진영에 B-29가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이기체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소련에서 보관하였습니다. 뜻밖의 행운으로 손에 쥐게 된 B-29는
소련 기술자들에게 철저하게 분석되어 Tu-4 폭격기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어쨌든 제트 요격기의 첫번째 선정 기종은 커티스 라이트 社의 XF-87 블랙호크였습니다. (이제는 시제기의 명칭에는 X가 앞에 붙는다는 것 모두 감을 잡으셨겠지요?) 하지만 이 기종의 성능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다급해진 공군은 마침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록히드 社의 F-80 슈팅스타 전투기를 2인석으로 개조하고, 기수를 좀 더 연장하여 레이더 장치는 물론 화력 강화를 위한 기관포를 탑재하고 발사 조종 장치까지 집어넣은 형태의 신형 요격기를 개발하도록 요구하게 됩니다.
(미공군이 창설되기도 전에 이미 양산 체제로 들어간 F-80
슈팅스타 전투기는 소련 전략 폭격기를 요격할 수 있는 제트
추진 요격기가 급히 필요했던 공군에게 가장 안전한 대안이었
을 것입니다.)
(F-94 스타파이어 요격기. 위에 F-80 전투기에 비교하면 기수가
길어졌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조종사 2인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구조의 콕핏 형태도 달라진 모습입니다.)
개조 자체도 이미 어느 정도 성능이 안정된 F-80 전투기에서 시작하므로 비교적 간단했습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F-94 요격기의 개발은 1949년 4월 최초의 시험비행을 성공리에 마치게 됩니다. 여기서 특이한 사항은 F-94와 설계의 모체가 되었던 F-80은 무려 75%의 부품을 공유한다는 사실입니다.
위에 언급된 F-80 대비 추가된 각종 전자 장치와 무기들은 F-94의 무게를 증가시켰고 좀 더 강력한 엔진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F-80의 J-33 터보젯 엔진은 앨리슨 J33-A-33 엔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생산 버전인 F-94A는 12.7mm M3 브로우닝 기관총 4정이 동체에 장착되었고 2개의 1,204리터 용량의 착탈식 보조 연료 탱크가 주익에 부착됩니다. 필요에 따라서 이 보조 연료 탱크 대신에 454kg 폭탄을 장착하여 전폭기로써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F-94A는 109대가 생산된 후에 1951년에 F-94B로 넘어가면서 356대가 생산됩니다. B형은 그 이전 버전에서 보다 신뢰성 높은 전자 장치와 엔진 개선을 거친 결과물이었습니다.
(한국전쟁 최고의 강자는 F-86 세이버였으며 이 우수한 전투기의
맞상대는 미그-15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1자형 전투기들이 그러했듯이 미공군의 선봉 주력 전투기는 F-86 세이버였고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1년 후인 1951년 3월에 F-94B형이 최초로 한반도에 배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한반도 상공에서 F-86 세이버와 미그-15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지 몇개월이 지난 후였고 비록 F-94가 임무 수행 중에 요행히 미그-15를 격추했던 기록도 있긴 하지만 세이버와 미그 두 기종을 제외한 미공군의 나머지 기종들은 제트기든 프로펠러기든 간에 북한군의 허접한 야크 전투기나 쌍엽기들을 쫓아다니며 격추시키거나 교량 폭격과 같은 폭격 임무 수행에 투입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미그-15가 등장하면 뒤도 안돌아보고 줄행랑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탓에 F-94와 F-80의 제작사인 록히드 社는 불과 양산을 시작한지 2~3년도 안되어서 퇴물이 되어버린 자사의 최초의 제트기들을 조금이라도 더 팔아볼 욕심으로 말하자면 甲인 미공군 측에 F-94의 C형 개발을 제안합니다. 즉 보다 강력한 J48 엔진으로 음속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가 가능해진 성능에 기관총을 아예 제거해버리고 기수에 로켓탄 발사구를 장치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F-94C 스타파이어의 기수 주위에 로켓탄 발사 구명들이
보일 것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엉뚱한 문제를 유발하는데
바로 기수 앞에서 로켓탄들이 발사되면서 발생하는 화염과
연기들로 인해서 정작 조종사의 시야를 가려서 위험을 초래
하였을 뿐만 아니라 엔진에 화재를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F-94C에 기수 주위에서 발사되는 로켓탄 발사 장치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실전 배치가
된 후에야 발견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이 짧은 동영상은 미공군 F-94 훈련 장면입니다. 1분 50초쯤에서 바로 "기수
주위 발사 장치"에서 발사되는 로켓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수에 배치된 로켓탄 발사 방식이 이런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자 한국전쟁에 투입된 F-94C형은 유일한 화력이었던 기수 배치 로켓탄 사용을 금지하게 되었고 대신 주익에 로켓탄을 배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주먹구구식의 대책은 이미 전쟁에서 사용할만한 기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F-94C형은 마지막 개조형으로써 더 이상 미공군의 주문이 끊기게 되자 록히드 社도 생산을 중단하게 됩니다. 1954년까지 미공군에서 보유했던 대부분의 F-94들은 미국 본토 방위군에게 인도되었는데 이렇게 소속이 바뀐 기체들의 상당수는 로켓탄들을 모두 제거하고 대신 2정의 기관총을 추가하여 총 8정이 장착된 상태로 사용했습니다. 1959년 미공군에서 F-94는 완전히 퇴출(?) 당했고, 공식적으로 미군 본토 방위군에서도 1960년에 퇴출 수순을 밟았습니다.
시간에 쫓겨서 허둥지둥 만들어진 F-94는 제대로 효과적인 화력을 한번도 보유해보지 못하고 완전한 "실패작"으로써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록히드 社가 초기 제트 전투기 역사에서 치욕스럽게 써내려간 F-94의 기록들은 반세기가 흐른 후에 현대전에서 최고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F-16 팰콘과 무적의 스텔스 전투기 F-117 나이트호크의 제작사로써 그 명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현대전에서 최고의 명작으로 기록되는 F-16 팰콘 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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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작가님 글 잘 읽었습니다. 무수한 사람들이 연구하고 검증하고 실험도 했지만 이런 어이 없는 일이 발생하네요, 비단 전투기에만 있는 일은 아니고 세상일들도 이런 일들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할 수 는 없겠죠!!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요즘에 좀 바빠서 자주 글을 못올리네요. 항상 관심 가져주시는 휴머니스트님 감사합니다.
스컹크웍스라는 비밀스런 조직이 없었는지 록마도 고전할때가 있었군요. ^^
록히드의 스컹크웍스 프로젝트가 초음속 정찰기 U-2, F-117 나이트호크 그리고 F-22 랩터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보면 정말 제트 전투기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네요.
어릴적 고무줄을 이용해 새총처럼 날리던 프라스틱 비행기가 있었는데 모습이 딱 F-80입니다.
많은 비행기를 만들어 보았지만 F-80과 F-94는 한번도 제작해보지못한 기종이군요.
잘 모르던 부분을 자세히 설명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캄사합니다. 고무줄 플라스틱 비행기 아! 그거 저도 어린 시절의 추억입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
캄사합니다!!!
이런 중대한 실수가 생기기도 하는군요. F-94 스타파이어만 보면 실패지만 후에 F-16의 성공에 기여(?)한 걸 보면 새옹지마같네요.
세상사 새옹지마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