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Bible)은 그리스어로 ‘그 책’이란 뜻의 τό βιβλίον(토 비블리온)이 어원입니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민족들은 ‘Bible’의 경우처럼 첫 글자를 반드시 대문자로 씁니다. 아무튼 그만큼 특별한 책이란 뜻입니다. 거룩하다는 뜻의 聖, Holly를 붙여 성서(聖書), the Holy Bible이라 부르기도 해요. 한국어로는 성서(聖書)이니, 한국사람은 이 책을 거룩하다 여기든 시시하다 여기든 자신도 모르게 예의를 갖춘 명칭을 사용하는 셈입니다. 특히 성경(聖經)이라 하면 종교의 경전으로 존중해서 읽는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남아 있는 바이블은 고대 여러 지방에서 발견된 두루마리 형태의 사본들을 학자들이 재구성한 것이죠. 따라서 이 책은 당연히 원본이 없습니다. 흔히 구약(Old Testament)이라고 하는 타나크 중에 가장 오래된 사본은 1947년과 1956년 사이에 사해 동굴에서 발견된 것인데, 이 사본은 너무 늦게 발견되어 우리가 읽는 책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예루살렘 '책의 전당(The Shrine of the Book)'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밖에 대영박물관, 바티칸 도서관, 카이로 박물관, 페테르스베르그 시립박물관 등지에 여러 종류의 바이블 사본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비록 사본이지만 종교의 권위 아래 채택된 바이블을 신앙의 중심으로 삼는 종교인은 매우 많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읽는 성서에 있는 장과 절 구분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독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13세기부터 시도된 것입니다.
바이블은 크게 구약(Old Testament)과 신약(New Testament)으로 나뉘며, 그 기준은 크리스트교 신자들이 구세주, 그리스도, 메시아 등의 별칭으로 부르는 예수입니다. ‘구약’은 하느님이 인류에게 구세주를 보낼 거라 약속했다는 뜻이고, ‘신약’은 구약의 약속대로 세상에 내려왔던 구원자 예수가 훗날 다시 인간의 세상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는 뜻입니다. 구약성서의 저자 집단이자 관리자인 유대 민족은 하느님의 약속이 인류 전체가 아닌 자기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했죠. 아마도 그들은 절대적 왕권을 행사하여 자신들을 천하 위에 군림하게 할 구원자를 기다린 듯싶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예수를 구원자로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크리스트 교회를 이루었습니다.
사실 바이블을 글감으로 삼는 일은 무척 부담스럽고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바이블은 신, 죽음, 사후세계, 부활, 재림 등 어느 것 하나 논리의 힘으로 확신할 수 없는 테마를 고루 다루는 매우 종교적인 문서입니다. 신앙을 지닌 사람들끼리도 해석의 차이로 피를 부르는 싸움을 할 정도입니다. 어떤 신자는 바이블을 문자 그대로 숭배한 나머지 우상의 위치까지 올려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바이블의 편집은 너무 허술합니다. 어떤 신자는 건전한 종교생활을 위한 묵상 자료로 활용합니다. 하지만 묵상 자료로 쓰기에 바이블보다 좋은 책은 인류 유산에 차고 넘칩니다.
바이블은 고대문서인 데다가 여러 사람이 여러 세대에 걸쳐 다양한 입장과 형태로 쓰고 편집한 책입니다. 당대는 물론 그보다 먼저 등장한 책들과 비교해도 완성도가 부족하고, 현대적 관점으로 보면 더욱 많은 한계가 드러납니다. 그런데 이 허술한 책은 시종일관 신비스러울 정도로 집요하게 한 사람 곧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킵니다. 바로 이 지점에 바이블의 권위가 존재합니다. 이 권위는 예수님이 하느님으로부터 왔으며 하느님의 성품을 지녔으며 인간과 하느님을 연결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라고 증언합니다. 그러니 바이블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이 세상과 그 지배자의 어두움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합니다.
<구약성서>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여호수아, 사사기, 룻기, 사무엘(상하), 열왕기(상하), 역대(상하), 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 이사야, 예레미야, 예레미야 애가, 에스겔, 다니엘,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댜, 요나, 미가, 나훔, 하박국, 스바냐, 학개, 스가랴, 말라기, [바룩, 토비트, 유딧, 마카베오(상하), 집회서, 지혜서]
* 구약은 율법서(תורה 토라), 예언서(נביאים 네비임), 성문서(כתובים 케투빔) 등 셋으로 나누는데, 그 첫 글자를 따서 타나크(תנ"ך)라 부르기도 한다. 타나크는 유대인뿐 아니라 기독교인, 이슬람교인에게도 경전으로 쓰인다. 읽는다는 뜻의 미크라(מקרא; Mikra)도 구약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 괄호 속의 일곱 권[바룩, 토비트, 유딧, 마카베오(상하), 집회서, 지혜서]은 히브리어 두루마리가 발견되지 않아 정경이 아닌 제2경전이라 부른다. 하지만 바이블을 읽는 사람은 이 책들도 빼놓아선 안 된다. 이 부분이 없으면 신약성서의 이해가 불완전해지기 때문이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사도행전, 로마서, 고린도(전후)서,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전후)서, 디모데(전후)서, 디도서, 빌레몬서, 히브리서, 야고보서, 베드로(전후)서, 요한(1,2,3)서, 유다서, 요한계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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