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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운원 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이운원
장미광장 ― 아름다운 장미 정원입니다.
장미꽃 ―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만든 꽃답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의 여왕입니다.
그러나, 장미광장에서 오래 머무르며 지켜보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울고, 천둥이 치고 , 서리가 내리고, 잠 못 이루는 것처럼,
" 한 송이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 사람 눈 띄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장미광장의 긴 의자를 닦고 있는 미화원 아주머니 세 분을 보았습니다.
날마다 그 시간에 보게 되는 분들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인지, 걷기를 너무 많이 해 내가 지쳐서인지,
무척 덥다고 느껴진 그 날따라 그 분들이 참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섰지만,
그 의자 옆에 쪼그려 앉아서 새벽부터 깨끗하게 걸레질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일부러 수고한다는 인삿말을 하고 헤어졌는데,
저 앞에서 빗자루를 든 미화원 아저씨가 화단에서 떨어진 나무조각을 쓸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 조각들이 화단 밖으로 흐트러질까봐 걱정했는데,
예상 밖으로 깨끗한 화단을 보고 안심했다고 말하는 사람들 뒤에는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장미광장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남자 두 분과 여자 네 분으로 짜여진 전담 조경팀이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 늦은 오후, 하루 일을 다 끝내고 돌아가던 그 조경팀 아주머니들이 걸음을 멈추고 가지치기를 다시 하는 것을 보고,
"쓸모 없는 곁가지를 보니까 퇴근이지만 그냥 지나치지 못하지요 ?" 하고 칭찬의 인사를 건넸더니 그 중 한 분이 하는 말,
"장미꽃이 정말 예뻐졌나요 ?" 하고 되물었습니다.
아차, 싶어 일부러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아주머니들이 새벽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가꾸셔서 사람들이 다 장미가 예쁘다고 감탄하고 있던데요. "
그랬더니 한 분이 하는 말, "아무도 장미가 예뻐졌다고 칭찬하는 사람 못 봤는데 …….
새벽에 출근,
일주일에 두 번 수건으로 입 가리고 농약 치고, 뽑아도 없어지지 않는 잡초 뽑고,
쓸모 없는 가지 골라 가시에 찔릴세라 가위로 자르고, 가을에 큰 꽃 보려고 꽃 따주고,
하루가 짧기만 한데 조경팀이 일하는 현장은 장미가 좋아하는 땡볕 밑 뜨거운 복사열 사납게 덤비고,
얼굴이 타고 팔이 타니 큰 모자, 얼굴 가리개, 긴 팔 옷 입을 수밖에 없어 온몸에 흐르는 땀, 악조건입니다.
어느날 밤, 창 밖을 내다 보니 <장미광장>이 암흑천지였습니다.
깜짝 놀라 "'불 꺼진 장미광장'" 사진부터 몇 장 찍은 후, 집을 나섰습니다.
꽃밭을 비추는 불빛이 없으니 장미광장은 가로등 없는 깜깜한 들판이나 마찬가지,
장미의 꽃 색과 조명의 아름다운 조화로 " 밤이 아름다운 장미광장 "의 주제는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았습니다. ^^^
다른 공사현장에서 고압선을 잘못 다뤄 일어난 정전 사고였지만,
땅 속에 묻은 조명이 누전으로 끊어져도 잘못이라고 탁하고, , 조명이 너무 밝다,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의견이 분분,
가을애 튼실한 꽃 보려고 전문가 모셔다가 전지작업 기법 전수 받아 헛가지 자를라 치면 왜 좋은 꽃 다 꺾느냐고 비난,
끊임 없이 민원이 이어지는 통에 이렇게 저렇게 하느라고 동분서주하는 장미광장 전담 직원들.
현장을 지켜보는 내 눈은 디카가 되어 찰칵찰칵 고생 많은 그 분들 촬영하여 내 기억 속에 저장했습니다.
우리 해설사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장미를 심고 물만 잘 주면 예쁜 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장미 가꾸기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정말 몰랐다."고.
새벽 운동 가는 길 장미광장에 들어서면,
새벽 6시에, 6시 반에, 7시에 벌써 출근해 장미의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배수 상태를 살피고, 병충해가 없나 잎과 꽃을 들여다 보는 전담직원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퇴근 시간이 언젠줄 모르지만 그렇게 새벽부터 시작한 일과가 햇볕 사그라지는 저녁 때까지 계속 되는 현장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그들이 안쓰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저 월급만 많이들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절로 듭니다.
장미광장은 꽃을 보호하기 위해, 내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 타고 들어오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안내판을 설치했지만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자전거를 탄 채 빠른 속도로 한바퀴 돌고 나가는 경우도 많고,
어떤 사람은 화단 사이사이를 곡예사처럼 누비며 짧은 시간 안에 장미꽃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러니 고생하는 사람은 경비원들,
장미광장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호루라기 소리 대신 손을 흔들며 자전거 뒤를 쫓아가지만,
사람의 발걸음이 자전거 바퀴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헛수고가 되고 맙니다.
또 자전거 타고 들어오는 사람을 멈추게 하고 협조를 구하면 못마땅한 표정으로 경비원을 쳐다보며 몇 마디 대꾸하다가
휙 하고 자전거를 탄 채 내빼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 장미광장 > 명판이 너무 화려하고 크다든가, 왜 공원 끝에다가 장미광장을 조성했느냐,
장미광장에 웬 그리스 신전이며 궁전 기둥이냐 등등 사람들의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고생하는 직원들 몹씨 힘들어 합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무척 덥습니다.
화단 한 쪽에서 장미를 뽑아 그늘로 옮기고, 그 땅 밑을 깊게 파는 작업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화단 밑의 배수가 제대로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공사입니다.
장미는 물을 자주 줘야지만 질척거리는 땅을 싫어하여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병충해가 심한 나무라서 흰가루잎 병은 기본, 진딧물도 날라오고(날개 달린 진딧물도 있습니다), 응애라든가,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총채벌레 , 검은 반점이 생기는 흑반병 등 방제약을 자주 뿌려줘야 합니다.
6월 4일 개장한 장미광장, 한 달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완할 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또, 9월이나 10월에는 작은 축제도 열 예정으로 있으니 계획도 잘 세워야 하고 때 맞춰 꽃도 잘 피워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장미꽃이 꽃의 여왕답게 꽃 중에서 가장 예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장미광장>을 오래 지켜보는 나는 장미꽃 저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장미꽃을 가꾸고 피워내는 ,
사람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사람들이 장미꽃보다 더 예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스피커에서 에디뜨 피아프의 샹송 <장미빛 인생>이 흘러 나옵니다.
장미광장에서 장미꽃을 가꾸는 모든 분들에게 보내는 내방객들의 감사의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당신이 입맞춤할 때는 최고로 행복해요.
그리고 나는 눈을 감고 장미빛 인생을 보아요.
당신이 나를 가슴에 안을 때, 나는 별천지에 있어요.
거기는 장미꽃 피는 세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