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당자사의 강점을 찾고, 그 강점으로 당사자 스스로 욕구를 해결해 가게 돕는 일을 현실을 잘 모르는 말이라고 하시는 분을 교육·연수를 통해 종종 만납니다. 담당하는 가정이 한두 가정 정도면 가능하겠지만, 수십 가정을 살펴야 하는 ‘현실’을 알기나 하냐고 따지듯 물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어떤 뜻에서 하신 말씀인 줄은 알지요. 그럴 때마다 현실을 모르지 않지만,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 알지 못한 채 지금 처한 ‘현실’만을 말할 수 없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섬기는 가정 중 한 가정이라도, 그 한 가정의 여러 가지 욕구 중 하나라도 도울 때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그 일을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 감사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그 일을 통해 다른 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하시기도 하고, 그 경험으로 다른 분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이 사례집에 소개한 여러 선생님의 이야기가 그 증거입니다.
그런데 김기철 선생님은 이를 성장통이라고 하셨습니다. 성장의 고통은 아프지만 통증이 사라지면 키가 조금 자라듯이, 당장은 업무가 늘어나는 것 같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가 싶지만, 그런 경험 후에는 사회사업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해석이 절묘했습니다. 이 글도 그 사회사업의 맛을 느끼던 시기에 보내주신 글입니다.
김기철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을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은 가족 이야기 「노임팩트맨」에서 읽었습니다.
뉴욕에 사는 콜린이 자신의 가족과 일 년간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고, 나중에는 전기까지 사용하지 않고 산 이야기 「노임팩트맨」. 그렇게 지구환경을 생각하며 살아가자고 온몸으로 실천하며 제안하는 그 역시 비판에 직면합니다. 특히 전구 하나 바꾼다고, 그것도 나 혼자 그리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냐며 전구를 바꿀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바꾸고, 정치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체제를 바꿔야 하는 것은 맞지만, 체제는 개인이 모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295쪽
길거리에서는 사람들이 농담을 주고받는다. 부딪치면 서로 미안하다고 한다. 서로 도우려고 한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개인적인 판단이 아니라 ‘업무적인’ 판단을 내린다. 제도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제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인간의 속성을 속속들이 반영해야 한다. 이 제도 안에서 우리는 찻길을 건너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을 만났을 때와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 …이제는 체제가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자. 우리 개개인이 모인 것이 체제이다. 296쪽
콜린 역시 이런 일에는 성장통이 따라오는데, 성장통에 관한 해석이 김기철 선생님의 그것과 똑같습니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식지의 다른 위기상황에 대해 정말로 대처할 마음이 있으면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습관 변화로 인한 불편함을 우리가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장통을 바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성장통 이면에 성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경제적 성장이 아니라…인간의 성장 말이다. 생활방식의 성장. 삶의 질의 성장.
다른 단계에서 그랬던 것처럼…처음에는 성장통이 찾아온다. 그런 다음 인간적인 성장이 찾아온다. 249쪽
지도자를 기다리면 안 된다. 우리가 지도자이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단체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시작하자. 지금 당장. 제발 부탁이다. 304쪽
그러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고 합니다.저도 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