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관문 동구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이바구를 나누다
부산 동구 이바구길
김민부 전망대에 서면 초량동 일대와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역과 국제여객터미널이 있는 부산광역시 동구는 부산의 관문이다. 1876년 부산항이 개항하면서 급진적으로 서구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동구는 역사와 문화가 호흡하며 살아 숨 쉬는 이바구(‘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 보물창고다. 초량동을 이어주는 ‘초량이바구길’과 범일동을
잇는 ‘이중섭의 범일동 풍경 그리고 마사코전망대’를 찾아 부산의 이바구를 들어보자.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남아 있는 초량동
부산역에서 지하도를 건너면 이바구길이 시작된다. 출발점은 할인마트 주차장 한편에 남아 있는 남선창고의 벽에서부터다. 남선창고는 부산 최초의
물류창고로써 수영성 관아건물의 목조를 뜯어서 만들었다. 경원(서울~원산)선이 개설되기 전까지 함경도산 명태를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었다.
100여m 거리에 1922년 김해 사람 최용해가 지은 (옛)백제병원이 모습을 보인다. 부산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으로 승승장구하다가
행려환자들의 인체표본을 전시했다는 이유로 손님이 뚝 끊겨, 급기야 1930년대에 주인이 야반도주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후 중국인이
‘봉래각’이라는 요릿집을 운영하다가 일본인 장교숙소, 예식장 등으로 쓰이는 등 역사의 흐름에 따라 그 용도가 변해왔다.
[왼쪽/오른쪽] 동구 이바구길의 시작점에 1922년에 지은 옛)백제병원이
있다 / 초량교회는 한강이남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교회로써 1892년에 설립되었다. 한국전쟁 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예배했다
초량주민센터를 지나면 1893년에 선교사 애덤슨에 의해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새워진 초량교회에 도착한다. 이 교회는 신사참배에 항거했던
주기철 목사가 한때 목회하던 곳으로써 항일독립운동사적 의의가 있다. 한국전쟁기간 중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예배하며 기도했다고 전한다.
교회 옆 담장갤러리에는 동구 출신의 인물들이 가족처럼 벽에 내어 걸렸다. 개그맨 이경규, 가수 나훈아, 음악감독 박칼린, 시인 유치환, 연출가
이윤택이 초량출신이다.
[왼쪽/오른쪽] 동구 이바구길의 옛이야기들이 벽면을 가득채운 초량교회 옆
골목 / 벽돌집들이 마치 벽처럼 다닥다닥 붙은 초량동 골목길
골목길 따라 생생한 이바구가 들린다
지금은 땅이 매립이 되어 바닷물이 뒤로 후퇴했지만, 과거에는 산복도로 주민들이 양철통에 물을 긷고 168계단을 올라야 했다. 뱃고동이
울리면 168계단을 단걸음에 뛰어 내려왔다. 목적은 단 하나 일감 때문이었다. 400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던 우물은 아직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물이 찰랑거린다.
[왼쪽/오른쪽] 높은 계단에 위치한 김민부 전망대 / 천재시인 김민부의 시 ‘석류’가 김민부 전망대
가는 길에 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면 15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천재시인 김민부 전망대다. 대표작 ‘기다리는 마음’은 가곡으로 잘 알려졌다.
이별과 만남으로 점철된 부산항의 기다림이 노랫말에 애잔하게 묻어있다. 카페에서 부산항을 바라다보며 기다리는 마음을 읊조리면
어떨까.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않고 /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흘렸네 (생략)
옛 건물들이 말끔해져서 여행자를 반긴다. 동구청에서 지역 어르신들에게 운영을 맡긴 이바구충전소와 168도시락국이 그곳이다.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한 2층 건물에서는 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만큼 전망이 탁월하다. 숙박료도 저렴한 편인데 1인에 15,000원이다. 168도시락국 역시
할머니가 차려주는 시락국밥이 3,500원이다. 깔끔한 시설에 정성스러운 손맛이 어우러져 찾는 이가 나날이 늘고 있다고. 배를 본떠 만든 이바구
공작소 역시 볼거리가 많다. 해방부터 월남파병까지의 역사와 산복도로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벽면에 가득하다. 덤으로 여행정보도 얻을 수 있다.
[왼쪽/오른쪽] 지역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168도시락국 식당내부전경 /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초량동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이바구공작소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이바구길
한국에 이렇게 훌륭한 의사가 있었다니……. 장기려(1911~1995) 박사 기념관 ‘더 나눔센터’을 돌아본 소감이다. 그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25년 동안 복음병원의 병원장을 지내며 1968년 의료보험의 효시가 된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만든
그의 유품은 병원 옥탑방에 남긴 청진기와 낡은 의사복이 전부였다. 가난한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헌신하였지만, 자신의 것은 무(無)에
가까웠다.
동구 이바구길 마지막 구간인 까꼬막에서 내려다 본 전경
계속해서 가파른 골목과 계단을 반복해서 오르면 우체통이 있는 옥상에 도착한다. 생뚱맞게 웬 우체통이냐 하겠지만, 이곳은 경남여고 교장을 두
번 역임한 청마 유치환(1908~1967)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관이다.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통유리창 건너편에는 왼쪽에
북항대교, 오른쪽에 남항대교가 영도에 어깨를 걸치고 있다. 카페에서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면 어떨까? 이곳에서
엽서를 발송하면 정확히 1년 뒤에 주소지로 배달된다. 느림의 의미와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겠다.
[왼쪽/오른쪽] 유치환 기념관 실내전경, 통유리창 너머 부산항이 조망된다 / 가파른 골목길에 그려진
어릿광대벽화
초량이바구길의 종착지는 ‘천지빼까리 카페’와 ‘까꼬막 게스트하우스’다. 부산사람이면 누구나 알아듣는 말이지만 외지인에게는 해설이 필요하다.
‘천지빼까리’는 너무 많아서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때 쓰는 말이고, ‘까꼬막’은 산비탈을 의미하는 부산 사투리다. 한편 동구 범일동에는
‘이중섭의 범일동풍경과 마사코전망대’라는 이름으로 이중섭(1916~1956) 거리가 조성되었다. 이중섭의 부조흉상이 있는 골목 갤러리를 지나면
희망의 100계단이다. 가족을 향한 사랑과 희망을 품고서 한 계단씩 올라보자. 그가 사랑했던 아내 마사코(이남덕)는 마사코 전망대로 거듭났다.
모두 400m 구간이다.
마사코(이남덕)전망대에 바라본 풍경
[왼쪽/오른쪽] 이중섭의 흉상이 ‘이중섭 범일동 풍경길’의 시작을 알린다. / 이중섭 범일동 풍경길에는
그의 작품이 벽에 전시되어 있다.
부산동구 초량 이바구길 안내도(출처:부산 동구청 홈페이지)
여행정보
이바구공작소
주소 :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 486번길
14-13
문의 : 051-468-0289
장기려박사기념 더 나눔센터
주소 :
부산광역시 동구 영초윗길 48 더나눔
문의 : 051-468-1248
초량교회
주소 :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상로 53
문의 : 051-468-1248 / www.choryang.org
기타정보
부산동구청 홈페이지 : http://tour.bsdonggu.go.kr/
1.주변 음식점
평산옥 : 돼지수육, 국수 /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중로 26 /
051-468-6255
할매곱창 : 곱창전골 /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동로 22-2 (수정동) /
051-467-4118
초량밀면 : 밀면, 왕만두 / 부산광역시 동구 중앙대로 225 /
051-462-1575
2.숙소
까꼬막 : 부산광역시 동구 망양로596번길 18
산복도로마을기업(까꼬막) / 070-7333-9195
프라임관광호텔 : 부산광역시 동구 중앙대로 399 /
051-465-4011 / korean.visitkorea.or.kr
국제호텔 :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로90번길 17 국제관광호텔 / 051-642-1330 /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