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백은 한국 최초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67』으로 대종상, 리메이크 작 『돌아온 영웅 홍길동』을 총감독, 제1회 좋은 영상물(95년)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겸손하다. 그는 국내 최초란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만화 단행본 작가, 국내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CF(진로소주) 연출자이다.
“음악가들이 화가를 무척 좋아하는 바람에 아마추어 애호가이면서도 아이작 스턴을 비롯한 세계적인 음악가와 교유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가들에게서 연주 모습을 스케치한 그림을 가끔 선물한다. 신화백은 내게 스케치 작품을 자발적으로 주곤 한다.
그의 건강비결은 “하고 싶은 것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이다. 그는 건강을 바탕으로 세상을 환상적인 세계로 만들어 버렸고, 실향의 아픔은 그를 고향을 동경하는 정감어린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의 생각 저 편에는 언제나 휴머니즘이 깔려있고, 인간을 깊게 사귀는 성찰적 자세가 들어가 있다.
언제나 우월이라는 단어는 그에게 없다. 그는 보통사람으로 언제나 살아 있다. 심오하고 은근히 향을 내는 침향은 우리에게 전염적 그리움으로 그에게 연관지어져 있다. 세월은 가고 신화백과 같은 보석이 우리에게 사라지면 우리는 더욱 그를 그리워 할 것이다.
“신화백님 다음 계획은요?”하고 물으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일화를 들면서 졸업하는 것 즉 죽는 것을 의미한다고 너털 웃음을 늘어놓으신다. 그런데 슈트라우스는 정말 그 다음해 돌아갔다고 했다.
그는 가벼운 가변성에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모든 장르의 예술가들과 친교를 나누면서 오늘도 바람처럼 가볍게 흔들리면서 우주라는 작은 공안에 갇힌 인간들의 애환을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베토벤의 ‘운명’같은 것을 한반도라는 ‘전원’에 담아내고 싶어 한다. 아직 내 뇌리에는 ‘뉴요커’에 실린 작은 카툰의 우스갯소리를 소개하는 작은 지휘자 신동헌 님의 인간적인 체취가 느껴진다.
장석용(영화평론가,인하대 강사,한국영화학회 대외정책이사) /서울스코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