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박종군>
“장도정신, 일편심을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중요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粧刀匠). 장도(粧刀)란 평상시 몸에 지니고 다니는 칼집이 있는 작은 칼로 여자들의 순결을 지키는 도구로서 알려졌지만,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정신적 지조, 즉 절개와 정절을 지키기 위해 과거 우리 조상들은 사대부(士大夫)의 성인이면 허리띠나 주머니끈에 매달아 일상적인 소지품으로 휴대 하고 다녔다. 또한, 조선시대 여인들은 ‘장도노리개’와 같이 장식용으로도 장도를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어지고, 볼 수 있었던 장도. 단순한 무기 차원을 넘어 우리민족의 정신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1년 2월 장도장 보유자로 선정된 박종군 선생. 우리민족의 정신적 상징, 장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장인, 장도장 박종군 선생을 만나보았다.
선생은 예로부터 철이 많이 나는 지역으로 유명했던 광양에서 중요무형문화재 명예 보유자이신 박용기 선생의 아들로 태어났다. 장인이셨던 아버지를 통해 장도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일찍 아버지의 가업을 잇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심해 그러지 못했다. 제대로 배웠으면 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미대에 진학했다.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장도 제작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도와 함께했다.
“장도정신은 일편심입니다. 도덕적 가치를 말하죠. 장도는 바르게 살기위한 칼, 나쁜 마음을 도려내는 칼입니다. 남을 헤치는 칼인 일본도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기 위한 칼인 한국 칼은 본질부터 다르죠. 예술입니다”
곧은 절개를 상징했던 우리 민족의 정신적 상징 장도. 선생의 말처럼 한국의 칼은 생존을 위한 남을 헤치는 칼인 일본도와는 정신적 본질부터가 다르다. 작은 칼에 남자의 경우 문구와 산수, 누각, 운학 박쥐 등을 새기고, 여자의 장도에는 꽃, 나뭇잎, 국화, 난 등을 새기는 등 예술을 가미한다. 실용성, 장신구, 예물용, 호신용 등 용도별로 구분되어 사용되었던 장도는 신분에 따라 다른 종류의 칼을 몸에 지녀 신분의 등위를 가리는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아름다운 정신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장인이자 이수자 아닐까요?”
선생의 부친 박용기 선생은 지난 60여 년 간의 장도를 향한 외길 인생을 걸어 오셨다. 그 옆에는 항상 박종군 선생이 함께였다. 장도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거기까지였다. ‘먹고 살기 위한 기술’을 배우고자 했다. 우리민족의 정신을 담은 장도를 제작하는데 그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담지 못하면 단순히 칼을 만드는 기술자일 뿐, 장인은 될 수 없다. 선생은 그 것이 항상 아쉽다.
현재 선생은 광양에서 광양장도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선생은 흔들리지 않는 곧은 마음, 일편심(一片心). 세상 사람들에게 일편심, 즉 ‘장도정신’을 심어주고 싶다. 지금까지 박물관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장도를 알리고자 했다. 선생은 박물관을 더 크게 늘려 교육, 전시를 활성화 시켜, 어린 학생들에게도 우리 장도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 나라를 넘어 해외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단다. 선생의 바람대로 외국의 어느 칼보다 훨씬 뛰어난 우리의 전통 칼, 장도가 해외에서 명품으로 인정받아 훨훨 날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