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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 | 乾 | 兌 | 離 | 震 | 巽 | 坎 | 艮 | 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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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 | 坎 | 坤 | 震 | 巽 | 中 | 乾 | 兌 | 艮 | 離 |
위 도표를 보면, 후천팔괘 中이 선천팔괘에서는 巽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또한 乾의 일을 離가 대행(代行)하고 坤의 일을 坎이 대행하는 것을 이른바 ‘감리작용’이라고 하는데, 위 표에서 보듯이 후천팔괘 坎과 離에 할당된 숫자, 그리고 짝이 되는 선천팔괘가 딱 들어맞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점을 명확히 이해하면 구궁에서 용사하는 팔괘의 행보(行步)와 다른 기문요소들의 포국이치를 암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세한 것은 주역 설괘전과 계사전을 통해서 각자 천착하시길 바랍니다. 어쨌든 동일한 소성괘일지라도 후천팔괘가 나타내는 상이 다르고, 그 다른 상으로 인하여 할당된 숫자도 달라진 것이며, 달라진 숫자가 구궁을 행보하며 드러내는 운과 기로 인하여 기문국이라는 현상계는 상극을 빚어냅니다. 상극의 흉함과 길함은 오로지 巽中에 달려 있습니다.
기문둔갑에서의 팔괘, 즉 생기복덕법의 포국은 중궁의 지반수에서 비롯합니다. 영원한 동처인 중궁에서 선천의 손풍(巽風)을 일으키고, 궁을 돌면서 팔풍(八風)을 불러들이는 과정이 포국입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기문학인들이 말하듯이 팔괘의 포국을 단순하게 “중궁이 살아가는 과정”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여기면 산에 손풍(巽風)이 스며들어 나무가 썩는 산풍고(山風蠱)의 허물을 짓게 됩니다. 예를 들어, 生氣의 본위궁이 艮궁이고 遊魂의 본위궁이 離궁인 것은 어느 정도 그럴 듯하게 말을 맞출 수 있으나 絶體가 巽궁을, 絶命이 乾궁을 본위궁으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끌어다 쓸 논거가 부족합니다. 즉, 팔괘 각각의 명칭이 표상하는 공능을 후천팔괘의 덕성과 온전히 일치시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도 역시 괘상과 괘덕을 갖고서 설명하겠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하도와 낙서의 상수학적 접근을 통한 성운(成運)의 이치와 구궁행보를 추적하여 그 머리와 꼬리를 잇는 구궁의 성도(成道)원리를 증득(證得)하는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비록 중궁지반수를 갖고서 생기복덕법을 구현할지라도 그 중궁지반수는 단순히 홍국수를 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巽이라는 구멍에서 나온 태극의 다른 모습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 구멍이 드러나야 바람이 불어 구궁 곳곳 빠짐없이 운과 기를 부여합니다. 그러므로 포국을 한 후에 만약 생기복덕법상의 팔괘가 가리키는 현상이 특정인과 특정 사건에 나타나지 않으면 그 사람과 그 사건과 관련된 기문국 자체가 허상이라는 뜻입니다. 그 허상은 망상이며 巽이라는 구멍 속으로 다시 들어가 기문국의 참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1.2 『주역』 「설괘전」 으로 풀이한 생기복덕법(生氣福德法)의 팔괘
기문둔갑에서 포국하는 ‘팔괘’는 이른바 ‘생기복덕법(生氣福德法)’으로서 생기(生氣), 천의(天宜)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절명(絶命), 귀혼(歸魂)으로 끝나는 여덟 개의 명칭입니다. 용어만 보아서는 이들을 왜 팔괘라고 하는지 쉽게 알 수 없고, 설사 이들이 속해 있는 艮궁, 震궁 등등의 본래의 궁(本位宮)과 연계하여도 자꾸만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듯해서 영 흔쾌하지 않습니다. 이에, 주역의 설괘전 제4장과 제5장에 나오는 말씀을 먼저 정독하길 권하면서 아래에 인용합니다. 아울러 기문둔갑 생기복덕법상에서의 본래의 궁에 속하는 팔괘를 괄호 안에 파란색으로 부기합니다.
雷以動之(뇌이동지)코 風以散之(풍이산지)코 雨以潤之(우이윤지)코 日以烜之(일이훤지)코 艮以止之(간이지지)코 兌以說之(태이열지)코 乾以君之(건이군지)코 坤以藏之(신이장지)하나니라.
우레로써 움직이고(天宜) 바람으로써 흩뜨리고(絶體) 비로써 적시고(歸魂) 해로써 말리고(遊魂) 艮으로써 그치고(生氣) 兌로써 기뻐하고(福德) 乾으로써 주장하고(絶命) 坤으로써 감추느니라(禍害)
帝(제)ㅣ 出乎震(출호진)하야 齊乎巽(제호손)하고 相見乎離(상견호리)하고 致役乎坤(치역호곤)하고 說言乎兌(열언호태)하고 戰乎乾(전호손)하고 勞乎坎(노호감)하고 成言乎艮(성언호간)하니라.
帝가 震에서 나와서(天宜) 巽에서 가지런히 하고(絶體) 離에서 서로 보고(遊魂), 坤에서 일을 이루고(禍害) 兌에서 기뻐하고(福德) 乾에서 싸우고(絶命) 坎에서 위로하고(歸魂) 艮에서 이루느니라(生氣).
제5장에서는 위의 제4장 말씀에 이어 ‘만물(萬物)’을 갖고서 부연하고 있는바, 그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괘에 속하는 생기복덕법의 팔괘를 괄호 안에 파란색으로 부기합니다.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우선 후천팔괘와 서로 비교하면서 개념을 연상해 보세요.
① 만물이 震에서 나오고, 그 震이 동방이라고 하였으니(萬物이 出乎震하니 震은 東方也ㅣ라) 곧 아침이면서 봄입니다. (天宜)
② 만물이 巽에서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萬物之潔齊也) (絶體)
③ 만물이 離에서 다 서로 본다고 하였는바(萬物이 皆相見), 서로 만나다보면 부딪힐 것이고 이때는 성인(聖人)처럼 모든 의견을 들어서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遊魂)
④ 만물이 坤에서 일을 하고(致役乎坤) 다 길러진다고 하였습니다(萬物이 皆致養焉) (禍害)
⑤ 만물이 兌에서 기뻐한다고 하였으며(萬物之所說也) 그것은 兌가 바로 가을이어서(兌는 正秋也) 결실을 보기 때문입니다.(福德)
⑥ (이곳에서는 ‘만물’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음과 양이 乾에서 서로 싸우며(戰乎乾), 서로 부딪힌다(陰陽相薄也)고 하였습니다. 이제 양은 늙고 쇠하여 노양(老陽)이 되었으니 힘이 붙은 음과 서로 싸워봤자 어린 소음(少陰)이 이길 수밖에요. 마침내 양은 사라집니다.(絶命)
⑦ 만물이 坎에서 다 돌아가는바(萬物之所歸也) 이것은 바로 만물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故로 曰勞乎坎) (歸魂)
⑧ 만물이 마치는 것을 이루면서 시작함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萬物之所成終而所成始也). 艮은 동북방에 놓인 괘이므로(艮은 東北之卦也) 북방 坎의 다음에 옵니다. 밤이 끝나고 아침이 오는 것이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곳입니다. ‘마침(終)’은 북방 坎의 물[水]이 더 이상은 아래로 흘려 내려오지 않도록 艮土의 제방 같은 흙으로써 물길을 막는 토극수(土剋水)에 해당하고, ‘시작(始)’은 동방의 震木이라는 나무가 艮土의 흙에 뿌리를 내리는 목극토(木剋土)에 해당합니다. 뿌리가 땅 속에 굳건히 자리 잡아야 새싹이 움트겠지요.(生氣)
지금까지의 살펴본 설괘전에서의 팔괘와 생기복덕법의 팔괘를 구궁에 표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때 각각의 궁은 이른바 생기복덕법에서 말하는 팔괘의 본위궁(本位宮; 제자리 궁)이며, 궁 안의 설명은 생기복덕법의 팔괘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설괘전의 말씀 가운데에서 선택한 구절입니다.
散, 潔齊 切體 (巽 木) | 烜, 相見 遊魂 (離 火) | 藏, 致役 禍害 (坤 土) |
動, 帝 天宜 (震 木) | 中 | 說, 正秋 福德 (兌 金) |
止, 成終成始 生氣 (艮 土) | 潤, 歸 歸魂 (坎 水) | 君, 戰 絶命 (乾 金) |
어떻습니까? 생기복덕법에서의 팔괘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감을 잡으셨지요. 기문둔갑 서적에서의 이런저런 복잡한 설명은 모두 위의 설괘전을 포함한 주역에 기초하고 있을 뿐, 특별히 따로 암기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위 도표와 설괘전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약간의 물리적 현상을 추가하여 기문둔갑 홍국요소로서의 팔괘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3 홍국요소로서의 팔괘
1.3.1 개념과 의의
가) 生氣 - 艮궁
艮괘(☶)는 아래로부터 첫 효(‘하효’라고 칭함)와 둘째 효(‘중효’라고 칭함)가 음효이고 셋째 효(‘상효’라고 칭함)는 양효입니다. 음효는 형상을 가진 것이니 하효와 중효는 땅으로 볼 수 있으며, 양효는 발산하는 것이므로 艮괘의 상효는 곧 땅에서 위로 솟아오른 모습입니다. 그래서 艮괘의 대표적인 상(象)은 산(山)이겠으나 중점은 산이라는 모양이 아니라 음의 위로 양이 솟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런 바탕에서 이해하면, 음습하고 의기소침했던 지난 시절에서 벗어나 불뚝 솟구쳐 재기하려는 의욕과 몸짓이 生氣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렇지만 그러한 의욕과 움직임은 먼저 무엇인가를 그쳐야하고(止), 그러한 그침은 이전까지의 무언가를 마쳤어야(成終)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成始).
‘그쳐야 할’ 무언가는 탐욕입니다. 坎괘의 물로써 상징되는 방자하고 방탕한 욕심을 토극수의 작용으로 제어해야 하는바, 이때의 土는 부드럽고 평평한 곤토(坤土)와는 달리 찰지고 높은 둑이어야 합니다. 주역 산택손(山澤損)괘의 대상전(大象傳)에서 “산 아래에 못이 있는 것이 損이니 군자가 이것을 보고서 분함을 징계하고 욕심을 막는다.(山下有澤이 損이니 君子 以하야 懲忿窒慾하느니라)”라고 하였으니,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분통이 터져 노기(怒氣)가 산처럼 솟구치므로 이것을 마치 산을 넘어뜨리듯이 분노를 징계하여야 하고, 더럽고 혼탁한 심신을 마치 오염된 웅덩이나 못을 메우듯이 흙으로 막는 것[窒]이 바로 산택손괘에서의 ‘덜어낼 손(損)’이라는 뜻입니다.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공자님께서는 군자가 생각하는 것이 아홉 가지가 있다는 구사(九思)를 말씀하였는바 그 가운데 “분노가 치밀 때에는 (뒤에) 어려움이 있을 것을 생각한다(忿思難)”라는 말씀에서 보듯이, 팔괘 生氣가 그릇되고 지나치게 현현(顯現)하면 그 뒤에 어려움이 닥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쳤어야 할’ 그 무언가는 목극토의 작용을 뜻합니다. 한낱 풀일지라도 흙 속에 뿌리를 단단히 내렸어야 봄에 싹을 틔우니, 커다란 나무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이때의 나무는 부드러운 巽木이 아니라 단단한 震木이므로 이러한 동방진목이 뿌리를 내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艮土의 역할입니다. 즉, 나무뿌리가 아무리 흙을 헤집어도 결코 흩어지지 않는, 극(剋)을 당하면서도 전혀 심신이 동요하지 않아야 팔괘 生氣는 제대로 작용합니다. 물론 生氣가 갖고 있는 기운이 그렇게 되도록 유도하겠으나 한 순간의 방심으로 간토가 흩어져 震木은 넘어지고 坎水는 넘쳐흘러 나무의 뿌리를 썩게 하듯이 기문국 전체의 운기(運氣)가 썩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生氣는 의욕이요, 다시 일어나려는 변화의 기운이지만 행여 삿되고 지나친 욕심으로 인하여 뒤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는 때이며 방위이고 그러한 운과 기를 갖고 있는 상태함수(state function)입니다.
나) 天宜 - 震궁
震괘(☳)는 세 가지 형태의 번개 가운데에서 ‘벼락’을 뜻합니다. 번개는 하나의 구름[雲]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과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 그리고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마지막 형태를 벼락이라고 합니다. 번개는 보통 소나기를 일으키는 구름(적란운)에서 비롯됩니다. 구름의 내부에 있는 조그만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들이 움직이고 부딪히면서 음전기를 띤 전하[陰電荷]가 생기고 주변의 공기는 양전하를 띱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체로 적란운의 상층부에는 양전하가 모이고 하층부에는 음전하가 모여서 둘 사이의 전위차(電位差)가 일정한 수준을 넘으면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곧 번개입니다. 이처럼 번개는 구름 속에서 나타나는 전위차 때문에 생기므로 대부분의 번개(90% 이상)는 구름 속에서 치지만 가끔 구름과 땅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즉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가 벼락이지요.
많은 전하를 가진 구름[뇌운]에서의 음전하가 점점 강해지면 그 음전하들은 땅을 향해 움직입니다. 이것을 ‘선도낙뢰(Leader)’라고 합니다. 리더는 빛을 뿜어내지 않습니다. 음전하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면 지면은 양전하로 유도되고 음전화와 지면의 양전하가 만나는 순간 양전하는 위로 솟구칩니다. 이것을 ‘귀환낙뢰’라고 하며 번개의 방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번갯불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빛을 내는 것이 번갯불입니다. ‘震괘’의 상효가 음효인 것은 뇌운 속 음전하를 뜻하고, 중효가 음효인 것은 지면으로 하강하는 음전하들이며, 하효가 양효인 것은 지면에 있는 양전하를 뜻합니다. 震괘를 활동성, 추진력 등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기세로써 하늘로 솟구치는 ‘귀환낙뢰’의 상(象) 때문입니다.
팔괘 ‘天宜’의 의미와 공능(功能)은 이처럼 ‘벼락’만 갖고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곧, 빠른 움직임과 빛이 핵심입니다. 도가(道家)의 경전 『음부경(陰符經)』에서는 “빠른 우레와 세찬 바람에 꿈틀거리지 않음이 없다(迅雷烈風 莫不蠢然)”라고 했네요. 천지의 조화에 의해 우레가 있고 바람이 있어, 만물이 그 속에서 생육되고 변화하며 꿈틀대니 그것이 곧 “없는 듯해도 큰 은혜가 생기는(天地無恩而生大恩)” 천지의 조화입니다. 이런 뜻에서 팔괘 ‘天宜’는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하늘의 큰 은혜로써 풀려나가는 운기입니다. 죄를 지어 교도소에 갇힌 사람이 사면되는 것은 작은 예에 불과하지요.
죄를 지어 떳떳치 못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리면 두려움에 떱니다. 벼락은 숨어있던 벌레들이 모두 움직여 땅 밖으로 구멍을 뚫고 나오게끔 큰 은혜를 베풀지만 한편으로는 “벼락 맞아 죽을 놈”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떳떳함[宜]’을 주관하여 살기(殺氣)로써 만물을 다스립니다. 한여름에 치는 천둥 번개에 곡식을 해치는 해충들이 사라지듯이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의 운세가 팔괘 ‘天宜’에 닿으면 그 병은 치유됩니다. 유년, 대운 등의 때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天宜’가 부설된 방위에 있는 병원,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면 하늘의 떳떳함과 상응하면서 병이나 상처가 깨끗이 낫습니다. 또한 天宜를 공을 세워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공명(功名)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이때는 당연히 그 天宜가 세궁에 있어야 할 것이고 아울러 다른 동처가 동궁하며 길문, 특히 生門이 함께 있으면 더욱 더 공명(功名)이 높다고 해석합니다.
정리하면, 天宜는 ‘떳떳할 의(宜)’ 자 그대로 하늘이 만물에게 떳떳함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하늘이 내려주기에 주역 설괘전에서는 ‘하느님 제(帝)’ 자를 써서 제출호진(帝出乎震)이라고 했고, 震괘의 상(象)에서 보듯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므로 음악, 잔치 등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며, 震괘 벼락처럼 만물이 깨어나고 풀려나가게끔 은혜를 베푸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엄청난 살기로써 진행되므로 일체의 옳지 못한 것은 天宜의 운기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요즘같이 거짓과 모함, 왜곡과 선동, 일탈과 불법의 망령된 짓거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아마도 팔괘 天宜는 큰 은혜를 베푸는 길함보다는 허망한 무리들을 징벌하는 살기로써 작용하는 일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역의 천뢰무망괘를 자세히 공부하면 天宜의 숨은 뜻을 좀 더 알 수 있습니다.
다) 切體 - 巽궁
震괘의 양효를 음효로, 음효를 양효로 바꾸면 巽괘(☴)가 됩니다. 음효는 외형을 갖추고 머물러 있으며 양효는 무형으로서 움직입니다. 즉, 손괘의 하효는 유형의 땅이며 중효와 상효는 모두 양효이기에 움직임이 매우 활발한 바람에 해당합니다. 주역 설괘전에서는 巽괘를 “바람으로써 흩뜨리고(風以散之)”, “만물이 巽에서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된다(萬物之潔齊也)”고 풀이합니다. 이 말씀에서는 ‘흩어질 산(散)’과 ‘깨끗하고 가지런함(潔齊)’을 키워드로 봐야 합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명을 방방곡곡, 삼라만상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바람이 하지요. 천명은 震괘에서 보았듯이 본래 살기를 띠고 있기에, 만약 그 무언가가 하늘의 명(命)을 거부하면서 바람이 전해주는 소식(消息)을 가로막으면 생물, 무생물 가리지 않고 다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몸이 잘린다.’는 ‘切體’는 흉한 뜻이 강한 팔괘입니다.
巽괘의 바람은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에서 화공(火攻)으로써 조조를 물리치기 위해 불러 온 동남풍입니다. 조조의 군대는 흩어졌고(散), 천하는 셋으로 깨끗이 나뉘어 가지런해졌습니다(潔齊). 팔괘 切體가 巽궁을 본위궁으로 한다는 것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패배가 말해주는 바와 같이 어떤 일의 ‘판결’을 의미하고, 그 판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크게 상처를 입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판결이든 상처든 결국 유형적, 무형적 변동을 뜻하므로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면서 그 변화가 빈번한 것이 팔괘 切體의 운기입니다. 그러나 본질은 만물을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하는 것에 있으므로(萬物之潔齊也) 흩어지는 것은 그릇된 마음과 그 마음이 빚어낸 삿된 행위와 그 결과물이며 가지런하게 되는 것은 타고난 천명입니다. 팔괘 切體가 아무리 흉의(凶意)를 강하게 품고 있다 손치더라고 그 흉의가 목표로 삼는 대상은, 흩어지지(散) 않는 욕심으로 몸을 가득 채운(集) 사람일 것이고, 색음·수음·상음·행음·식음 등의 오음(五陰)으로 더럽혀져 전혀 깨끗하지(潔) 못하며 천명과 더불어 가지런하지(齊) 못한 자들일 것이 확실합니다. 결국 누구에게는 切體가 두려운 팔괘이며 누구에게는 의욕적으로 성장하게끔 주변을 정리해주는 고마운 ‘시공간’일겁니다. 切體가 닿은 유년에 지나치게 욕심을 앞세워 일을 진행하지 말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설명으로써 당연한 통변일 뿐이지요.
정리하면, 切體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성장에 박차를 가하게끔 동남풍이 강하게 불어오는 단계입니다. 손풍으로 인하여 큰 상처를 입으면서 성패를 반복하다가 대부분은 실패의 판결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의 유년에 절대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됩니다. 切體 자체만으로도 흉한 기운이 많은데, 만약 死門과 동궁하거나 흉한 육의삼기 또는 삼살 등이 회동하면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내가 얼마나 비우고(散)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가(潔齊)에 달려 있습니다.
라) 遊魂 - 離궁
離괘(☲)는 중효 하나만 음효이고 나머지 상효와 하효는 양효로 되어 있습니다. 촛불 기타 연소하고 있는 물체의 화염(flame)의 바깥쪽은 뜨겁고 안쪽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습니다. 높은 것은 양이고 낮은 것은 음이니 화(火)를 離괘로 표현한 것은 놀랄 만큼 과학적입니다. 태양 역시 離괘로 보는바, 태양의 내부온도가 바깥보다 낮다는 것은 이미 알고있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離괘를 ‘걸릴 리(麗)’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태양이 하늘에 걸려 있는 모습이라고 대체로 해석합니다. 전혀 그릇된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불[火]의 산화반응, 즉 연료가 되는 물질에 붙어서(麗) 에너지를 빛과 열의 형태로 방출하는 모습이 불이므로 바로 이것을 취한 것이라는 설명이 더 낫지 않을까요. 불은 고온의 플라스마가 내는 전자기 파동이고, 플라즈마는 가연성 물질이 산소, 열과 결합하여 원자가 고온의 상태에 놓이면서 전자를 잃고 전리된 것입니다.
주역 「계사상전」 제4장에 “정기위물 유혼위변(精氣爲物 遊魂爲變)”이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음(陰)으로 된 精과 양(陽)으로 된 氣가 변하면 사물이 되며, 사물이 노닐다보면(遊) 쇠하여 없어집니다. 중음신(中陰身)이 부모의 정기를 받아 아이로 태어나는 모습, 즉 없음(無)에서 있음(有)으로 되는 것이 정기위물(精氣爲物)이면서 神이고, 이 세상에 소풍나온 사람이 실컷 노닐다가 죽는, 곧 있음(有)에서 없음(無)으로 바뀌는 것이 유혼위변(遊魂爲變)이면서 鬼입니다. 기문둔갑의 생기복덕법에서 말하는 遊魂 역시 계사전에서의 ‘유혼’과 다를 바 없지요. 그 본질은 ‘노닐다’입니다. 한곳에 진득하게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게끔 하는 팔괘가 遊魂이므로 변동이나 출행에는 길한 운기임에 틀림없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머물고 싶어도 왜 그런지 자꾸 밖으로만 돌면서 온갖 것에 현혹되어 안정되지 못하므로 흉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모두 내가 현재 처한 자리가 어떠냐에 달려 있습니다. 바른 자리에서 중도를 지키면(中正) 遊魂은 분명 길한 팔괘가 되겠지요. 유년에 遊魂이 왔으면 그때를 놓치지 않고 움직여 변화하고 이동하면 됩니다. 분묘와 관련한 점사국에서의 遊魂은 망자의 혼령이 불편한 상태를 뜻하기도 합니다.
주역 설괘전에서는 離괘에 대하여 “만물이 離에서 다 서로 본다고 하였는바(萬物 皆相見)” 육체적 동작이든 정신적 의욕의 발동이든 움직임을 뜻하는 팔괘 遊魂와 같은 맥락이네요. 그런데 이처럼 서로 만나다보면 부딪힐 것이니 만약 운이 쇠한 때에 遊魂이 들어오면 그 부딪힘은 처절한 패배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성인(聖人)처럼 모든 의견을 들어서 다스려야 하며, 독단적 처신을 삼가야 합니다. 물론, 태양처럼 빛이 나서 바깥으로부터의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離괘의 중효가 음효이어서 속이 빈 채 허영심에 들뜬 삶을 살기도 합니다. 오직 물에 젖어 음습한 곳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뽀송하게 말려주는(日以烜之) 긍정적 행동으로서의 遊魂이라면 흉함은 멀어지고 길함이 잦을 것을 확신합니다. 만약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날아다니며 산천초목을 태우는 불꽃같은 삶으로서의 遊魂이라면 주역 계사전의 유혼위변(遊魂爲變)처럼 쇠하여 죽어서 鬼가 되는 기문국입니다. 그리고 어떤 괘문성장이라도 마찬가지이지만 遊魂과 좋은 짝이 되면 길하게 작용합니다. 마음껏 밖으로, 밖으로 내달리며 노닐 수 있도록 팔문으로서 開門이 유년에 동궁하면 그 시기에 발전의 기미가 조성됩니다. 그러나 세궁의 원신이 되는 연궁이 아무리 길하여도 월궁에 遊魂이 놓이면 시소(seesaw)를 타듯이 길과 흉이 이랬다저랬다 할 것입니다.
마) 禍害 - 坤궁
坤괘(☷)는 상, 중, 하 모든 효가 음효입니다. 음의 부드러움과 음의 탁함이 ‘불행’과 ‘해침’을 뜻하는 팔괘 禍害와 관련 있지 않을까요. 주역 설괘전에서는 “만물이 坤에서 일을 한다(致役乎坤)”라고 표현했습니다. 坤이 속한 서남방은 정오를 지나서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곳이어서 저녁이 되기 전까지 부지런히 일을 많이 해야 하는 때입니다. 또한 坤이 땅이므로 논밭을 일구고 가꾸는 농부의 고된 삶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네요. 坤을 이렇게 이해하면 팔괘 禍害에서의 ‘害’를 단순히 ‘재앙’이라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일에 지쳐 힘이 고갈된 상태라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致役’에서의 ‘役’이 단순한 일(事)이 아니라 약간은 부림을 당하는, 마음에서 스스로 흔쾌하지 못하지만 ‘할 수밖에 없는’ 억지노동을 뜻하므로 나의 자유의지를 구속하는 것이 곧 禍害입니다. 어떤 것이 나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일까요. 먼저 관재(官災)가 있네요. 비단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았더라도 형사를 관장하는 기관에 불려 다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해로운 일입니다. 질환 역시 나의 자유를 구속한다고 여길 수 있으나 그것은 구속(拘束)과 박해(迫害)의 개념과는 다르므로 제외합니다. 군(軍)과 관련되거나 전쟁으로 말미암은 병화(兵禍)가 ‘박해’의 의미를 갖고 있는 禍害에 해당합니다.
설괘전에서는 또한 “坤으로써 감추느니라(坤以藏之)”고 말씀하시면서 坤의 덕(德), ‘藏’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坤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감추고 있을까요? 坤의 土는 화생토하고 토생금함으로써 화왕절과 금왕절을 중재하면서 경금(庚金)을 감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재가 없으면 뜨거운 삼복더위의 火기운이 金을 다 녹여서 가을걷이, 득의지추(得意之秋)를 기대할 수 없네요. 우리 학인들은 천간의 오행이 갑을 木 -> 병정 火 -> 무기 土 -> 경신 金 -> 임계 水의 순서대로 상생하면서 순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천간이 합(合)을 하면, 갑기합 土 -> 을경합 金 -> 병신합 水 -> 정임합 木 -> 무계합 火의 순서대로 순행합니다. 이처럼 천간오행은 삶과 죽음의 순환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생명이 움트는 木부터 시작하고, 천간합은 운(運)의 순환관계를 말하는 것이어서 음과 양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土의 運부터 시작하며 이것을 오운(五運)이라고 합니다. 이제 지지(地支)를 보겠습니다.
오행은 해자 水 -> 축 土 -> 인묘 木 -> 진 土 -> 사오 火 -> 미 土 -> 신유 金 -> 술 土의 순서대로 순행합니다. 그런데 지지의 오행은 子丑이 합하여 土로 화(化)하고, 寅亥가 합하여 木으로, 卯戌이 합하여 火로, 辰酉가 합하여 金으로, 巳申이 합하여 水로, 午未가 합하여 火土로 화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 두 개를 발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오행을 말할 때 그 순서가 木 -> 火 -> 土 -> 金 -> 水 라고 하지만 여기에서의 土는 지지에 있는 네 개의 토(진술축미) 가운데에서 미토(未土)만 해당된다는 것과, 천간과는 달리 지지의 육합에는 火土라고 하는 상화(相火)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相火는 계절이 가을로 들어갔음에도 대기에 남아있는 화기(火氣)인데, 이로 인하여 기후에 영향을 미칩니다. 즉, 한여름의 뜨거운 陽의 열기에서 곧바로 陰의 한기로 바뀌지 않고 자연스럽게 火와 水를 조정하는 감리작용(坎離作用)을 합니다.
지금까지 길게 설명한 까닭은 팔괘 禍害에서의 ‘禍’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禍害의 본위궁이 坤궁이고, 坤이 감추고 있는 것은 가을의 결실을 뜻하는 庚金이며, 이렇게 감추는 작용은 土로서는 未土가, 火로서는 相火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러한 감리작용(坎離作用)이 바로 설괘전에서 말하는 “만물이 다 길러진다(萬物이 皆致養焉)”고 할 때의 그 ‘길러짐’입니다. 오운육기(五運六氣)의 이론에 의하면, 주운(主運)과 객운(客運)이 있고, 주기(主氣)과 객기(客氣)가 있어서 만물의 생장염장(生長斂藏)을 주관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운과 기가 부족하거나(불급) 지나치면(태과) 팔괘 禍害에서의 ‘禍’가 발생합니다. 禍는 언제든지 다른 요소와 합하여 ‘액(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害’와는 다르게 취급합니다.
정리하면, 팔괘 禍害는 구속(拘束)과 박해(迫害)를 뜻하므로 관재(官災), 병화(兵禍)를 주관합니다. 아울러 열심히 일하면서 얻은 결과를 신중하게 갈무리하는, 이른바 감리작용(坎離作用)의 조화력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조화에 어긋나면 곧 액(厄)이 발생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 福德 - 兌궁
兌괘(☱)는 坎괘와 마찬가지로 물[水]이지만 그 상(象)은 다릅니다. 감괘의 초효가 음효에서 양효로 바뀐 것이 태괘인데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坎이 물이고, 兌 역시 물이지만 전자는 초효가 음효이고 후자는 초효가 양효입니다. 坎괘와 兌괘가 모두 땅 위에 있는 물의 모습을 가리킨다고 할 때, 坎은 땅을 상징하는 음효를 초효로서 가진 것이 언뜻 봐도 이치에 맞지만 兌의 경우는 양효가 초효이므로 그 초효가 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坎괘의 초효와 兌괘의 초효는 모두 땅을 상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두 괘의 초효를 어떻게 새겨야 할까요. 바로 에너지 개념을 가리킨다고 해야 두 괘에 일치하는 설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양(陽)은 움직임을 나타내며 그 움직임이라는 것은 에너지가 활성화된다는 것인바 물을 뜻하는 坎괘의 경우, 음효인 초효와 상효보다는 양효인 중효의 에너지가 더 활성화 상태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물은 다른 물질과는 다른 특징이 있는데, 보통 물질들은 온도가 내려가면 밀도가 커지지만 물은 그렇지 않습니다. 섭씨 4도를 기준으로 하여 이것 보다 온도가 낮으면 오히려 밀도가 작아집니다. 그래서 영하의 날씨에 얼음이 얼면 그 얼음의 밀도가 물보다 낮아서 물에 가라앉지 않습니다. 온도가 섭씨 4도를 지나 점점 높아지면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밀도가 낮아져 수증기로 증발합니다. 결국, 물은 섭씨 4도에서 밀도가 가장 높고 그 위와 아래의 온도에서는 밀도가 낮은데, 바로 이런 상태를 나타낸 것이 坎괘입니다. 즉 상효와 하효의 두 음효는 밀도가 낮은 에너지를, 중효는 밀도가 높은 에너지를 나타내고 있지요. 음효와 양효를 이렇게 밀도의 개념으로 볼 때, 이제 兌괘라는 연못의 심층부는 에너지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양효이므로) 그 위로 수면에 가까운 물은 坎괘의 상효에 해당하는 물처럼 에너지가 적거나 비어있음을(음효이므로) 알 수 있습니다.
팔괘 福德의 핵심은 ‘바로 가을이다(正秋也)’라는 것과 ‘만물이 兌에서 기뻐한다(萬物之所說也)’는 두 문장에 있습니다. 兌괘는 입[口]을 상징하는데 상효의 음효는 기뻐서 입을 벌려 웃고 있는 모습이지요. 계절로써 말하면 가을이고 하루로 말하면 해질 무렵 오후 다섯 시를 지나는 酉시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가을은 그동안 열심히 일한 대가를 받는 득의지추(得意之秋) 즉, 뜻대로 이루어지는 좋은 기회의 시기이며, 그 대가는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경금(庚金)입니다. 이 경금을 갖고 보석을 만들어 몸에 치장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잔치를 합니다. 이것이 福德이 아니면 무엇이 복덕이겠습니까. 생기복덕법에서의 모든 팔괘 가운데 여기의 福德이 가장 길하고 그 다음이 生氣입니다. 팔괘 福德이 동궁하는 육친은 그 육친의 성정에 따라 길합니다. 물론 팔문과 구성, 팔장 마저 길하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요. 관성에 붙으면 공직에 나아갈 것이고 인수에 붙으면 문서와 학업에 길하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福德을 이렇게 마냥 좋게만 여길 수 없는 까닭을 ‘正秋’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가을은 숙살의 기운이 팽배한 계절이므로 자기 스스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며 때때로 숙살의 기운을 띠고서 자기 자신을 징계해야 합니다. 앞서 兌괘는 연못을 뜻하고, 중효와 하효가 양효인 것은 밀도가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상(象)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을이 깊어져 겨울이 다가오면서 온도가 섭씨 4도 아래로 내려가면 물의 밀도가 낮아져 마침내 영하의 온도에서 얼음이 얼듯이 福德의 길함을 유지하려면 밀도 높은 심신단속이 이어져야 합니다.
사) 絶命 - 乾궁
乾괘(☰)는 상, 중, 하효 모두 양효로 되었습니다. 絶命과 무슨 관계일까요. 너무 강하면 안 되는 걸까요. 乾은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이니 이때는 음과 양이 乾에서 서로 부딪히며(陰陽相薄也) 싸웁니다(戰乎乾). 이 싸움은 시골 논두렁에서의 애들 싸움이 아니라 탁록(涿鹿)에서 황제와 치우가 치른 전투처럼 궁극에는 어느 한 쪽이 죽어야 끝납니다. 그래서 이때의 팔괘 명칭이 絶命이지요. 음양을 갖고서 말하면 양기가 시들해지면서 음기가 강하게 나오는 것을 뜻하므로 늙고 쇠한 노양(老陽)이 장성한 소음(少陰)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설괘전에서 “乾으로써 주장한다(乾以君之)”라고 한 것은 乾괘가 모두 양효이므로 강건함이 임금과 같아서입니다. 임금이라면 부(富)와 귀(貴)를 다 누릴 것인데 팔괘 絶命과 연결시킨 것이 영 못마땅하겠지요. 그러나 굳이 건괘 상구효 항룡을 언급하지 않아도 임금의 자리는 늘 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운과 기를 취한 것이 絶命이므로 만약 항룡의 허물을 짓지 않으면 절명까지 가진 않습니다. 항룡의 허물은 근본적으로는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지만 내가 처한 자리에서의 상태(기문국으로 말하면 수극)와 환경(거극, 승극)과 주위의 상황(흉한 육의삼기 격국, 삼살, 신살, 기타 흉한 기문요소)에 의해 항룡에 다다르게 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보검을 갖고 있어도 칼자루를 쥐지 못하면 내가 죽임을 당하는 것이 乾의 덕(德)입니다.
정리하면, 팔괘 絶命의 시기에서는 마치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듯 운과 기가 크게 바뀌는 과정을 밟습니다. 그동안 강성했던 양이 음에게 자리를 물러주는 것이며 그것은 서리 맞은 농작물처럼 심각한 피해를 남깁니다. 거의 죽음과 다름없습니다.
아) 歸魂 - 坎궁
앞에서 兌괘를 설명할 때 이미 坎괘(☵)의 상을 에너지와 밀도 개념으로써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歸魂과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혼으로 돌아간다.”라고 해석되는 歸魂에서 섣불리 흉한 기운을 추론해서는 안 됩니다. 설괘전에서 “坎에서 위로한다(勞乎坎)”라고 한 말씀에 주목하면 팔괘 歸魂은 그동안 애쓴 것을 위로하는 때에 해당합니다. 위로를 받는 존재의 정체성과 위로하는 방법에 따라 통변은 여러 가지이지만 결론은 “다 돌아가는 것(萬物之所歸也)”으로서 동일합니다. 아버지는 밖에서, 어머니는 집안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각자 최선을 다 한 후 저녁에 모든 식구가 모여 서로를 위로하면서 편하게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팔괘 歸魂입니다. 물론, 혹시라도 여러 곳, 여러 때에 겪은 갖가지의 사정으로 인하여 낙담하거나 실의에 빠졌을 때, 심지어 더 이상의 희망을 접고 단념하여 생을 끊으려 할 때의 상(象)이 歸魂이기도 하지만 부정적 욕망을 버리고 긍정적 사고로써 돌아가는 것 역시 歸魂입니다.
멈추려고 하나 멈출 수 없는 것을 유혼(遊魂)이라고 하였는데, 지금의 歸魂은 그 반대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바, 움직이려고 하나 나아가지 못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끝도 모를 만큼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한 경계까지입니다. 그 경계는 처한 상황과 때에 따라, 그리고 용사하는 대상과 목적에 따라 모두 다르게 설정됩니다. 죄를 지은 사람이면 도망가고 싶어도 잡혀서 구속될 것이니 어쨌든 그에게는 흉함에 속하고, 방탕하게 생활하는 사람이면 이제 그 방자한 물길이 방향을 틀어 돌아갈 것이며, 망자의 넋이라면 드디어 편한 음택에 들어가겠지요. 이렇게 歸魂을 이해하면, 세궁의 원신이 수극, 거극, 승극, 기타 흉한 괘문성장과 동궁하여 세궁을 도와주지 못할지라도 세궁에 歸魂이 있으면 원신의 흉한 영향을 피해 안정을 취하므로 길하게 봅니다. 또한 귀혼이 궁에 놓여서 다른 기문요소와 더불어 흉하게 작용하여 하는 일에 진전이 없을 때 그 귀혼을 충(沖)하는 시기가 오면 해결됩니다. 이것은 공망 또는 합(合)을 沖하는 경우와 동일한 이치입니다.
정리하면, 팔괘 歸魂은 글자 그대로, 그리고 설괘전의 표현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며, 어디론가, 어떤 상태로든가 돌아간다는 것은 위로받고 안정을 취한다는 의미입니다. 동(動)할 때는 동하고 정(靜)할 때는 정하여 때에 적절하게 맞추면 歸魂은 기문국의 구궁 모두를 비로써 적셔 줄 것입니다(雨以潤之).
1.3.2 기타 해석상 주의할 점
팔괘뿐만 아니라 모든 기문요소를 해석할 때 너무 세세하게 단법 위주로 살피면 엉뚱한 결과에 이릅니다. 당연한 말이지요. 앞서 생기복덕법의 팔괘를 주역의 팔괘와 비교하면서 그 괘상과 괘덕에 주목하였습니다. 오행은 사족이 될까 싶어 언급하지 않았으니 행여라도 소홀히 여겨 지나쳐 버리면 안 됩니다. 팔괘가 자신들 본래의 궁에 있거나 자신을 생하는 곳에 부설되면 그 역량이 커질 것이나 설기되거나 극을 당하는 궁에 오면 힘이 약해집니다. 또한 다른 괘문성장과의 관계에서 본말과 선후를 지켜 적용해야 합니다. 구성이 하늘을, 팔문이 인사를 관정하는 반면에 팔괘는 지리를 주관하므로 특히 궁의 오행과 그 궁의 은복지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에 맞게끔 통변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월령과의 생극관계 역시 다른 모든 기문요소와 마찬가지로 참작해야 할 사항입니다.
2. 팔괘의 포국방법
기문국에 팔괘를 포국하는 방법은 아래과 같습니다. (예: 중궁지반수가 3일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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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震괘 | ① 낙서수 3에 해당하는 震궁에서 震괘를 취한다. (3寅이 은복지지로 있는 艮궁이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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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離괘 | ② 일상생기(一上生氣) 震괘의 상효가 변하여 된 離괘궁에 ‘生氣’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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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乾괘 | ③ 이중천의(二中天宜) 離괘의 중효가 변하여 된 乾괘궁에 ‘天宜’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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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巽괘 | ④ 삼하절체(三下切體) 乾괘의 하효가 변하여 된 巽괘궁에 ‘切體’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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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艮괘 | ⑤ 사중유혼(四中遊魂) 巽괘의 중효가 변하여 된 艮괘궁에 ‘遊魂’이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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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坤괘 | ⑥ 오상화해(五上禍害) 艮괘의 상효가 변하여 된 坤괘궁에 ‘禍害’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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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坎괘 | ⑦ 육중복덕(六中福德) 坤괘의 중효가 변하여 된 坎괘궁에 ‘福德’이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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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兌괘 | ⑧ 칠하절명(七下絶命) 坎괘의 하효가 변하여 된 兌괘궁에 ‘絶命’이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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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震괘 | ⑨ 팔중귀혼(八中歸魂) 兌괘의 중효가 변하여 된 震괘궁에 ‘歸魂’이라고 표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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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신육갑질’은 하고 싶지 않지만....... 빠른 포국을 위하여 손가락을 사용하는 방법은 강의시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3. 포국사례
4. 포국통변
4.1 동처(動處)
가) 世궁
나) 年궁
다) 月궁
라) 時궁
마) 流年궁
4.2 정처(靜處)
가) 震궁
나) 兌궁
다) 艮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