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혁준어머니가 1월 아주 작은 입학설명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기록해주셨어요. 늦었지만 기록해주신 덕분에 글 다듬기를 조금 할 수 있었습니다. 덧붙인것도 있고 더 생각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날것으로 올립니다. 혁준어머니 고맙습니다.
대안교육과 맑은샘학교[2024년 1월 13일 아주 작은 입학설명회 자리]
-전정일
반갑습니다. 맑은샘학교 교장 전정일입니다. 상하반기 입학설명회에 아주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현재 신입생 3명, 편입생 7~8명 입학을 신청했어요. 학교 처지로 보면 편입생도 일정 수준 들어오는 게 좋은데 신입생을 더 초대하고 싶어서 겨울방학이지만 한 번 더 아주 작은 입학설명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올해, 내년 고민하는 분들도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따로 영상이나 ppt 없이 둘러앉아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채비했습니다.
먼저 맑은샘의 교육 철학을 담은 글을 읽으며 시작해볼까요.
아이들에게 삶을 주는 길은
일하는 삶을 가치 있게 여기고
자연 속에서 일하는 체험과 놀이, 공부를 가르쳐야
사람다운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공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기’, ’그리기’, ’글쓰기’이다.
-이오덕
궁금한 거 생각하실 동안 제가 대안교육과 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 역사와 현재를 잠깐 말씀드릴게요.
0. 대안교육과 맑은샘학교
맑은샘학교는 올해가 20년 차인 민간이 세운 교육기관으로 현재까지 문을 닫지 않고 행복한 교육공동체로 미래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교사와 부모가 힘을 모아 세운 교육 곳이기에 협동조합은 아니지만 공동육아처럼 협동조합 학교 정신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민간이 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한다는 것은 교육에 필요한 교육재정을 민간이 마련하고, 교사도 민간이 선발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아래 학교설립 자격 조건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철학과 교육방식으로 교육을 합니다. 그래서 비인가 또는 미인가 교육시설, 교육기관학교입니다. 국가로부터 교육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학력인정도 되지 않아 검정고시를 봐야 초등 학력이 인정되는 구조입니다.
맑은샘학교 교육정신은 “주인으로, 더불어, 앞날을 열자‘는 으뜸 구호에 잘 담겨있습니다. 이 바탕에는 이오덕 교육 사상이 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교육 철학에 따라 설립한 학교는 충주 이오덕 기숙학교 외에는 맑은샘학교 하나입니다. 그런데 초등은 기숙학교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 돌봄과 양육이 필요한 때라 쉽지 않아요. 이오덕 학교는 맑은샘학교 뿌리인 물이랑작은학교(2005년 과천시 중앙동 개교)에서 갈라져 간 학교입니다. 우리와 뿌리가 같고 그 교육방식으로 기숙학교를 하겠다고 교사들이 내려가 세운 학교는 이오덕 선생님 아드님이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그곳의 현재는 잘 모르니, 이오덕 교육 실천을 대안학교에서 실현하겠다고 설립한 맑은샘학교는 20년째 안정되게 교육과정을 발전시켜 운영하는 유일한 학교고 당연히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맑은샘학교처럼 일놀이와 글쓰기 교육을 아주 중요하게 펼치는 곳으로 프랑스 프레네 교육학을 꼽는 분도 있어요. 프레네 말고도 루소, 케르쉔슈타이너, 니일, 슈타이너, 듀이, 그룬트비와 크리스텐 콜, 몬테소리, 비노바바베, 간디, 수많은 아주 뛰어나 교육사상가들이 말하는 교육 정신은 거의 비슷합니다. 맑은샘학교 교육 철학은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꼽은 일놀이와 글쓰기, 자연속학교, 인지교과에 표현교과 바탕에 이처럼 이오덕 교육 사상과 생태주의가 깔려있습니다.
한국 대안학교의 초기 교육 설립 사상의 바탕은 사실 거의 비슷합니다. 뛰어난 교육사상가와 교육실천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 루소, 서머힐의 닐, 발도르프학교의 슈타이너, 존 듀이, 프레네, 몬테소리, 프레이리, 비고츠키, 많은 분들의 이론과 실천을 토대로 설립됐고 학교마다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있기에 학교마다 반영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민간이 세운 교육기관을 꼽을 때 옛날로 올라가면 서당도 있고, 근대로 보면 야학도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인가받은 형태로는 풀무학교가 있습니다. 1958년 설립된 풀무학교는 일제 강점기 ‘오산학교’가 뿌리입니다. 북쪽에 있다 6.25전쟁 뒤 남쪽에 세워진 풀무학교는 교육철학을 ‘위대한 평민을 기르는 교육’이란 으뜸구호을 말했어요. 덴마크 그룬트비 교육 철학이 한국 교육에 맞닿아 있는 출발쯤으로 볼 수 도 있습니다. 그래서 써머힐, 풀무, 그룬트비의 덴마크 교육, 존 듀이와 슈타이너, 비노바바베 같은 분들의 철학과 실천은 맑은샘학교에 모두 영감을 주었다고 봅니다. 이오덕 선생님도 뛰어난 교육사상가들의 책을 읽고 실천했을 것이니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거죠.
•자연보다 참되고 아름답고 훌륭한 스승은 없다.
•어린이는 자연 가운데 일하고 놀고 배워야 한다.
•일놀이(노작교육)는 교육과정을 세우는 데 바탕이요 뼈대이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으로 어린이 삶을 살찌운다 .
•마을이 학교다. 마을 가꾸기가 교육과정이다.
•삶이 교육이다.
•일놀이 교육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바탕으로 통합교육을 펼친다.
(교과통합, 성별통합, 학년통합, 장애통합...)
•전환교육과 삶의 기술(생활기술 또는 적정기술)로 교육과정을 살찌운다.
-맑은샘학교 교육과정 뼈대
한국 대안교육은 한국의 입시와 경쟁 중심의 교육현실로부터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1990년대 중후반 시작되어 2천년대 초반까지 폭발하듯이 늘어났습니다. 민주화 운동으로 세상의 변화가 일어나던 때이니 교육에서도 참교육 운동과 대안학교 설립 운동이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었습니다. 뜻있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공동육아를 만들고, 초등교육기관을 설립하던 때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민간이 초중등교육법상 학교가 아닌 법적 근거가 없이 학교라는 형태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당시 실정법 위반이었습니다. 2001년 최초 어린이학교로 개교한 산어린이학교 학부모들이 우리를 처벌하라고 말했지만 교육당국과 정부는 처벌하지 않고 사문화된 채로 민간의 교육기관 설립을 용인해왔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에 홍익인간 이념과 교육기본법에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대한민국 헌법 제 31조 제 1항 국민의 교육에 대한 권리)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교육의 공공성을 뒷받침하는 교육재정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죠. 올해 교육 예산은 전체 656.6조 예산에서 95조 7,888억원입니다. 문제는 이 예산이 대학교육예산 지원과 어린이집 지원까지 초중등교육예산에서 쓰겠다고 해서 말이 많습니다만 대안교육기관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1949년 <교육법>이 제정된 이래 1997년에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이 생겼어요. 의무교육을 법률로 정하고 있어 법에 따라 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교육기관은 학교로 부를 수도 없고, 재정지원과 학력인정이 없습니다. 교육법정주의에 따라 의무교육을 의무취학으로 보는 것이죠. 그런데 교육선진국이라는 덴마크는 의무교육을 의무취학으로 해석하지 않기에 학령기 모든 아동청소년에게 교육 수당을 똑같이 줍니다. 우리와 참 다르죠. 우리는 초중등교육법아래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아 교육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중등교육법 아래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홈스쿨링과 대안교육기관학교에 재학해도 학교밖청소년이라 불리고, 학교밖청소년지원조례(2011년),학교밖청소년지원에 관한 법률(2015년)이라는 이름까지 나온 거죠. 지금도 법률로는 대안교육기관 재학생은 여전히 학교밖청소년입니다.
대안교육, 대안학교가 법률로 정해진 역사를 잠깐 말씀드릴게요. 아시는 것처럼 1차 법제화는 1997년 간디학교가 설립되고, 1998년 ‘대안교육특성화중고등학교’로 지금의 산청간디고등학교가 최초로 인가를 받았고, 특성화 중학교 19개(공립5, 사립 14), 특성화 고등학교 25개(공립5, 사립 20)가 등장합니다. 아시는 태봉고, 이우학교가 보기학교들입니다. 지금은 실업계를 특성화학교로 부르면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의미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2차 법제화가 2005년도 초중등교육법 상 각종학교(60조 3항)에 따라 설립된 <대안학교>입니다. 법률에 대안학교란 말이 최초로 명시된 때가 그때입니다. 최근에 경기도교육청이 설립한 신나는학교가 보기입니다. 전국에 50개(공립22, 사립28)가 있어요.
맑은샘학교가 대안교육특성화학교나 각종학교인 대안학교로 인가를 신청할 수 없는 까닭은 신청요건이 교육시설과 교원자격, 교육과정들과 관련있습니다. 쉽게 말해 초중등교육법상 초등학교 교원은 교대 출신 교사만 되고 학교에 운동장이 있어야 해요. 각종학교에서 산학겸임교사나 시설을 완화했다 하더라도 자격 조건이 안됐습니다. 그래서 비(미)인가 대안교육시설, 대안교육기관으로 불려 왔어요.
이제 맑은샘학교는 경기도교육청 등록대안교육기관 맑은샘학교란 이름이 공식 명칭입니다. 2020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해 2021년 공포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약칭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에 등록을 한 교육기관입니다. 그동안 사문화되어온 법률 조항을 합법화한 특별법에 따라 학교 명칭을 쓸 수 있고, 부가세 면제와 입학유예를 법률로 보장해 대안교육기관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참 오래 걸렸습니다만 여전히 초중등교육법상 학교가 아니고 대안교육기관법상 대안교육기관학교이기에 학력인정과 재정지원은 없습니다. 어쨌든 교장과 학부모에게 부과할 수 있는 법적 제재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대안교육기관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것은 대한민국 법률에 따른 공식교육기관에 입학시키는 것입니다만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서 널리 알려 학부모들이 교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줄곧 말하고 있습니다.
짧게지만 맑은샘학교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냐를 말씀드렸습는데요. 맑은샘학교는 법률에 따른 공식교육기관이 되었지만 그동안 민간이 맡아온 교육재정을 이제는 국가가 맡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같은 타 법률에 반영이 되도록 하는 과제가 여전합니다.
민간이 세운 대안교육기관학교의 모든 자산은 현재 거의 다 학교 건물에 들어있습니다. 맑은샘학교도 그렇습니다. 약 13억에 지었는데 은행 대출 반 부모님과 교사들 십시일반 기부한 돈으로 재원을 충당했습니다. 무상 교육을 하고 싶은데 건물 대출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되니 여전히 재정문턱이라는 기부금제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또 달마다 교육비를 학부모들이 내고 교사는 급여를 낮게 책정하는데 사실 학교 운영비는 교사 급여가 거의 다입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거의 70프로 넘는 예산이 교사인건비입니다. 사실 교사만 있으면 교육은 이루어집니다. 맑은샘은 꾸준히 어려운 형편에서도 교사 수를 늘려 교육의 질을 높여왔습니다. 그런데 학생 수가 줄어들면 민간이 마련하는 재원은 한계치를 마주하게 되는데 요즘 대안교육기관학교의 현실입니다.
공교육의 시설, 지원과 견주어 보면 교육시설과 교사급여에서 정말 어려움이 많습니다. 맑은샘이 처하고 있는 어려움은 대안교육연대 모든 교육 현장에서 겪는 일입니다. 제가 올해 57개의 대안교육기관학교가 연합한 대안교육연대 대표를 맡게 되어 현재 우리 현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데요. 맑은샘이 마주한 과제가 대안교육 과제가 거의 같습니다. 시급히 공적 재정이 들어와야 합니다. 서울은 자치단체에서 교육재정을 일부를 맡아 교사 인건비를 오랫동안 지급해온 덕분에 우리 학교 같은 규모이면 1억이 넘는 예산이 지원됩니다. 후임 시장이 되돌리지 못하는 단계로 진입이 된 것이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서울시 교육청이 대안교육기관학교 인건비 41억을 모두 지원학고 교육활동 지원비를 집행한다고 해요. 가장 많은 대안교육기관학교가 등록된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아직 인건비 지원이 없어요. 교육부 특별교부금으로 한 해 8백만원쯤 나오는 프로그램 지원이 다입니다. 지역 교육청마다 편차가 심해서 더 어려운 곳도 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릴 때가 있을 것이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현재 맑은샘학교는 현황은 교사 7명, 특수보조교사 2명, 급식교사 1명, 방과후학교 교사 1명, 행정교사 1명, 재학생은 40명을 기준으로 30명대 후반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재학생만 (휴학 빼면) 38명, 졸업생이 66명입니다. 15기까지 졸업했으니 졸업생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학교 열고 마치는 시간은 기준이 8:50~3:30입니다. 12시부터 점심시간, 1시 10분부터 청소 시간입니다. 아침열기/ 오전 교육활동/ 점심/ 청소/ 오후 교육활동/ 마침회 로 구성되어 있고, 낮은 학년과 높은 학년이 함께 통합하는 과목과 전체가 함께 가는 자연속학교가 배치되어 있어요. 학년제를 기본으로 해마다 통합학년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교육이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워가는 일>이 교육이라는 학교 철학과 <주인으로, 더불어, 앞날을 열자>는 으뜸 구호에 담긴 정신과 바탕을 두고 크게 대표가 되는 교육과정 특징으로 세 가지를 말씀드려왔는데요.
교육이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으로 키워 가는 일“입니다. 이오덕 선생님 말씀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첫째는 몸에 병이 없는 사람, 둘째는 사람을 슬기롭게 하는 지식을 가진 사람, 셋째는 사람다운 넉넉한 감정을 가진 사람, 넷째는 도덕성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맑은샘은 일놀이 교육를 바탕으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자연속학교(자연속 여행기숙학교, 1년에 네 차례 1회 평균 5박 6일)로 표현, 인지교과를 통합하고 있습니다. 수학을 수학 시간에만 하는 것은 아니죠. 몸놀이, 바깥활동할 때 모든 활동 속에 수학이 들어가 있기도 하니 일반학교와 견주어 봤을 때 배우는 방식이 많이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때마다 자주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는데요. 부모님이 여러분을 왜 학교에 보낼까요? 집에서도 책을 읽고 컴퓨터로 필요한 과목을 공부 할 수 있는데 왜 학교 가서 배울까요? 물어봅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그동안 부모님과 교사들이 늘 들려주는 말처럼 함께 살기 위해, 주인으로 살기 위해 학교에 온다고 말해요. 물론 친구들하고 놀려고 학교에 가고,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는 말도 많이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학교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우리가 학교를 만든 까닭은 가정에서 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자연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힘이 미래사회를 살아갈 교육이 해야 할 일로 보는 게지요. 자기 앞가림을 생활에서 배우고, 함께 사는 법을 관계에서 배우고 사회성을 기르며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전인교육, 민주시민 교육으로 자신의 삶을 살찌우고, 자존감과 행복함으로 감성을 기르는 교육 속에서 자라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래서 맑은샘학교에서는 반복해서 연습하고 길러가는 게 듣기와 말하기, 태도와 감성입니다. 자연, 관계, 삶에서 모든 곳에서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힘 말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눈을 보고 귀기울여 듣고, 부드럽고 뚜렷하게 말하기는 날마다 아침열기와 마침회, 인지교과와 표현교과에서 배우고 익히고 있습니다. 맑은샘은 아주 작은 마을 속 학교입니다. 사실 나이에 따라 나누는 학년제의 바탕은 비슷한 발달단계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고 관계로는 또래관계 형성이 크지요. 그런데 맑은샘처럼 작은 학교는 또래보다 아래위 관계에서 배우는 게 더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맑은샘학교의 건물 구조는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가정 같은 학교를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한 학년 12명이 살 수 있는 구조로 지었는데 살아보니 또 좁네요. 학령인구 감소가 지금처럼이라면 사실 자연스럽게 더 작은 학교가 될 것이라 건물 크기는 크게 상관없을 수 있습니다만 교육에 필요한 공간이 늘 아쉽습니다. 어쨌든 층마다 다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 까닭은 아래위 학년이 서로 만나고 어울리는 장점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층마다 작지만 마루와 작은 도서관 구조가 기본입니다. 공간의 설계는 기대한대로 장점이 아주 살아나고 있습니다. 물론 나쁜 거 좋은 거 할 거 없이 형님에게 많이 배웁니다. 어릴 적 형님과 언니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이 훨씬 배움과 성장이 빠르다는 것은 살아보면 확인할 수 있고, 교육이론으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아이 하나가 보편인 세상에서 학교의 노릇이 더 큰 가정과 교육공동체에 있다고 본 대안교육기관의 탁월한 장점입니다. 큰 규모의 학교의 효율성과 견주어볼 때 이 세상 교육현장은 아주 작은 규모로 설계되고 운영되는 게 교육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게 세계 보편이고 보면 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는 말은 충분합니다.
저는 교육의 극을 오고 간 사람입니다. 사교육 현장에도 있으면서 중고에서 엘리트반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육 사업을 한 적도 있습니다. 결혼하며 내 아이가 자랄 쯤에는 아이들의 개성이 존중받고 행복한 교육이 학교에서 구현되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는데, 세월이 흘러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갈 때에도 경쟁과 입시위주 교육은 변함이 없고 교육불가능시대로 부를만큼 처참한 게 한국 아동청소년들의 교육 현실이었습니다. 지금 수많은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그린스마트학교가 시설은 나아져도 교육의 바탕을 실현하는 데로 가지 못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또한 개인으로 교육과 교사 노릇에 대한 갈망으로. 시골로 내려가려고 아내를 설득해서 시골의 기숙학교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시골기숙학교에 보내 2주간 겪어보기를 했더니 떨어지는 걸 너무 힘들어했어요. 끝내 무리한 욕심임을 깨닫고 도시형 학교인 맑은샘에 부모로 오게 됐고, 교사로도 살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부모의 보살핌과 함께 자람이 같이 가야 합니다.
여기 계신 부모들과 우리 아이를 바라볼 때 같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아주 잘 어울려 놀았고, 또한 영특했고, 책을 많이 좋아해서 인지교과 공부를 아주 잘했으면 하는 기대가 넘쳤어요. 그런데 아이들마다 자라면서 더 즐기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맑은샘과 산돌학교를 졸업하고 두 아이 모두 이십대 청년이 되어 제 삶을 개척해가고 있습니다. 세상 기준으로 부모 욕심으로 보면 대학 나와서 부모보다 더 윤택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을 수는 없어요. 부모의 자식 걱정은 죽을 때까지 가는 것임을 우리 어머니가 보여주시더군요. 자식을 키울 때 드는 불안과 걱정도 평생일겁니다. 아이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부모로서 인격을 수양하는 게 참 어렵습니다. 입시와 경쟁 속에서 자라기보다 협력 속에서 자신의 결대로 앞날을 열어가는 걸 지켜보고 기다려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여전히 제 삶을 꾸려가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 해줘야 할 게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만 다 큰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는 격려와 응원이 최선일 뿐이라는 교훈을 새기고 있네요.
학년 통합교육과 인지교육
우리 학교는 학년제를 바탕으로 통합학년을 구성합니다. 학년제의 장점은 같은 나이를 기준으로 비슷한 연령대가 갖는 발달단계와 특성으로 반을 편성하는 거죠. 통합학년의 장점은 아래 위가 어울릴 때 훨씬 성장과 발달이 빠르게 일어난다는 것이 보통입니다. 세계 교육의 가장 큰 흐름은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프로젝트 수업은 무지개학교, 일본의 키노쿠니학교, 독일 헬레나랑에학교에서 대표하는 교육방식입니다. 학년통합으로 식의주예술교과를 배워갑니다. 학교마다 다 다르지만, 초등과정에서는 3,4,5학년에서 통합학년을 구성해 집,밥,옷,예술 반으로 일 년을 지내며, 중등과정에서는 1-4학년 또는 2-4학년이 통합 학년으로 살며 모둠을 구성해 주제학습을 해나가는 방식입니다.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초가 되는 밥, 집, 옷 영역과 예술 영역에서 주제를 잡아갑니다. 맑은샘에서는 삶의 과정을 특별하게 배움으로 가져가는 건 일상으로 실천하기에 굳이 프로젝트로 구성하지 않아도 되는 작은 학교라 살림반으로 짜지 않고 주제학습이라 부릅니다. 굳이 프로젝트로 설명한다면 그 보기로 맑은샘학교 자연속학교는 1~6학년이 완전 섞여서 일주일을 사는 여행기숙학교이자 갯살림, 들살림, 산살림이 통합된 프로젝트이죠. 수영은 1~3학년 통합해서 가거나 몸놀이와 악기나 다양한 손끝활동이 학년마다 또는 학년 통합으로 같이 하니 일상인 셈입니다..
통합학년을 구성했다 하더라도 수학과목이나 역사 공부는 비슷한 연령대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학년으로 나눠서 수업을 합니다. 아시다시피 인지교과는 이해와 암기가 좀 빠른 아이들이 있어요. 아이마다 받아들이는 속도와 익힘이 시간이 다 다른 것도 한 몫 합니다. 인지교과는 통합으로 하더라도 학년과 개인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지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만 사실 많이 부족합니다.
맑은샘은 그리기, 글쓰기, 책 읽기, 여행을 큰 축으로 여깁니다. 교욱에서 책 읽기는 아주 중요합니다. 맑은샘은 어린이도서연구회의 책읽기 교육 정신을 학교에서 구현하려는 학교입니다. 층마다 작은 도서관을 꾸미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추천한 좋은 책들을 가득 채워놓았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책 읽는 버릇을 길러주느냐, 책 읽는 문화를 가꿔가느냐 인데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가정에서 부모가 늘 책을 보고 있으면 책 읽는 버릇도 도움될 겁니다. 맑은샘학교에서는 일과 놀이, 모든 교육활동 앞과 뒤는 반드시 지식이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슬기로운 지식이 있는 사람도 들어갑니다. 어느 나라 학교에서도 교육과정은 초등과정에서 이 정도는 배워야 하지 않느냐란 테두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요 과목과 선택 과목이 있고, 수업시수를 계획해 교과 수업으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론과 실천 속에서 대안교육 현장은 아이마다 타고난 결이 있고, 다중지능을 지니고 있으며, 저마다 취미, 개성에 따라 인지교과를 배우고 익혀가는 게 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맑은샘학교는 교육철학에서 슬기로운 지식이 중요하고, 인류의 위대한 지혜인 지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지교과를 중요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제가 대안교육연대 소속 현장의 교육과정을 둘러봐도 배우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인지교과에 공을 들이는 마음이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 아이가 수학 셈이 느리고, 구구단이 튀어나오지 않고, 학교에서 이런 것도 안 배웠나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렇죠 걱정과 불안이죠. 더욱이 중학교를 대안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보내려고 마음먹었을 때 5, 6학년 학부모님들은 더 걱정할 수밖에요. 현재 맑은샘 재학생 부모들도 영어와 수학을 학교에서 더 잘 가르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보이실 때가 많습니다. 저는 당연한 부모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우리 아이들이 영어와 수학 둘 다 잘하고 어느 중고등학교를 가던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 되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는 걸요.
어떻게 이것을 풀어갈까요? 저는 교육의 본질, 초등과정에서 길러야 할 자연/감성/버릇 이야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이 부모님들보다 더 높은 특성을 지닌 전문가들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더 끌어올리고 싶어 날마다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그런데 대안교육기관학교에서 인지교과는 학생들의 흥미에 기초하고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배우고 익힙니다. 이 과정은 아주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합니다. 아이마다 다른 익힘과 배움의 속도에서 더 두드러지는 교육방식으로 학생 수 대비 교사 비율이 교육의 질을 만들어내는 적절한 수라 할 지라도 충분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맞춤 수업을 하지만 부족하다는 고백입니다. 대안교육기관학교에 처음 온 교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게 일놀이에 바탕을 둔 인지교과 교육활동 조직입니다. 일놀이수학, 일놀이과학, 일놀이 국어, 일놀이 영어를 어떻게 구현할지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선배교사로부터 배운다지만 바로 내 교육방식으로 체화되지는 못합니다. 사실 연차가 쌓여갈수록 감을 잡아가는 건 공립학교나 대안학교나 비슷합니다. 그런데 공립학교와 맑은샘학교의 큰 차이는 교사들의 협력수업으로 배우고 익히는 연수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의 채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시 따로 말할 기회가 있겠지만 요약하면 대안교육기관 교사들은 전통의 교사 노릇보다 서너 배 아니 열배 가까운 노릇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고, 인지교과를 학교 철학과 어린이발달 단계에 맞게 재구성하고 아이들 학업성취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더 크게 요구받고 있지만 현실 처지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고백합니다.
저는 교사들의 부족함을 더 많은 연수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인지교과는 더 적극으로 맑은샘의 역사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6학년을 청소년과정으로 분리해낸 것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교육활동과 과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보기로 5,6학년의 경우 수업 시수를 재편성해야 하고 교사를 더 채용해야 합니다. 저는 맑은샘학교에서 영어교육 철학과 방법을 세우고 처음 영어 수업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그동안 5,6학년 2년 동안 영어를 가르치고 배워온 방식을 5년 전부터 줄곧 되돌아보며 방향을 제안하고 있는데 아직 실현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말과 글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 말과 글을 배운다는 생각과 외국어를 문화를 배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놀이와 흥미에 기초해야지 외국어를 암기와 시험으로 대하지 않으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부족함에 대한 제안인 셈입니다. 당장 재원이 확보되고 교사가 확보되면 높은 학년이라 말하는 4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교사회 안에서 토론으로 정리된 의견이 아닌 맑은샘 영어교육을 책임져온 영어 교사로서 개인 의견입니다.
다른 인지교과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자연에서 일놀이와 글쓰기로 삶을 가꾸는 교육을 바탕으로 인지교과 수업을 더 늘려갈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학교 시간표에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배우고 익히는 일반 초등학교와 견줄 필요 없이 과목성취도와 달성도에 따른 요구입니다. 교사들 역시 더 연구하고 토론할 주제입니다.
저는 우리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가끔 필요한 사람이라 세계 여러 교육 현장을 찾기도 했습니다. 서유럽, 북유럽, 아시아를 주로 갔는데요. 결론은 우리 학교가 훨씬 잘한다, 한국의 대안교육이 미래교육이라는 확신할 수 있었어요. 치열한 입시와 경쟁사회를 지향하는 곳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협력과 민주교육을 말하는 나라에서는 교육제도가 사회와 법률로 뒷받침되어 많이 부러울 때도 있었습니다만 교사들의 열정, 교육공동체를 가꾸는 부모와 교사의 헌신은 우리가 가장 뛰어나다고 스스로 자부했습니다. 물론 주관이고 우리보다 더 뛰어난 열정과 헌신이 있는 곳도 많습니다.
표현교과를 더 다양하게 싶은 마음이 늘 있습니다. 이건 재정과 관련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은데 공간과 재원이 부족하죠. 그래서 절실하게 필요한 공적 재정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우학교 같은 특성화 중고등학교는 국가교육과정과 대안교육과정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서 하교 시간이 아주 늦습니다. 국가단위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대표되는 교육체제의 혁신은 현재 입시와 경쟁위주 교육체제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교육에서 두 마리 토끼란 한 줄기입니다. 인성과 인격도야, 지식은 따로 떼어낼 수 없습니다. 교육에서 앎과 행함의 분리, 지식과 노동의 분리가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대안교육기관학교에서 인지교과와 표현교과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통합되고 실현되고 있는지 우리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 더 연구하고 토론해야 할 주제입니다.
우리 아이가 인지교과도 잘하고 표현교과도 잘하지만, 다중지능을 인정하면서도 학령기 의무교육(법으로 초중이 의무교육) 기간에는 국영수과사 공부를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와 교사 두 주체 모두 같습니다.
맑은샘에서 학년 통합으로 인지교과를 하는 보기는 수학의 날이나 높은 학년이 아래 학년을 도와 책을 읽어주거나 글을 쓰도록 도와주는 활동, 자연속학교에서 아래윗학년으로 통합해 함께 모둠을 구성하고 지도를 그리는 활동 때도 있습니다. 배움을 나누는 철학도 중요하지만 어린이가 어린이를 가르칠 때 배움과 익힘이 아주 보기도 좋고 실제 성취도 나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아래 공립학교에서는 쉽지 않은 방식이죠. 물론 시골 공립학교 간운데 아주 작은 규모학교에서는 가능합니다. 학년 통합 연령통합 교육의 장점을 잘 살려가고 안정되게 교육성과로 정리해 가야 하는 게 대안교육기관학교에서 할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한 학년 정원이 12명입니다. 교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적당한 인원 수를 열두 명으로 보고 그에 맞게 교육공간과 교육과정을 설계했습니다. 설립초기부터 작은 학교였으니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도 있을 겁니다.
우리 학교는 공립대안학교 설립의 보기(모델)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미래교육, 미래학교 이야기할 때 한국에서는 대안교육이 미래사회를 살아갈 역량중심,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경험이 쌓여있어, 공교육 혁신의 자양분이자 보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여러 교육청에서 강의와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가 보기인 셈이고, 설립추진위에 참여하거나 공립학교 교장과 교사 교육에도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맑은샘학교같은 대안교육기관학교 교사가 여러 공립대안학교 교장으로 가있기도 하고, 미래학교 설립 추진위에 참여해 공교육 혁신을 돕습니다. 그 덕분에 수많은 특성화중고등학교와 각종학교인 대안학교가 설립되었고, 공립형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의 설계가 가능했습니다. 몇 해 전 개교한 공립대안학교 학년 적정 학생 수를 15인으로 하도록 제안하거나 기숙형으로 공동체의식을 기르도록 하는 것도 기숙형 대안교육기관의 경험과 실천이 있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인구 감소가 심각합니다. 학령인구 감소 파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교육 현장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문 닫는 유치원, 어린이집이 늘고 있고, 대안교육기관학교 신입생 수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작은 학교가 더 작은 학교가 되어가는 겁니다. 학교와 교사를 유지하려면 적정한 학생 수가 필요한데 대안교육기관학교 처지에서는 교육재정이 심각한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반 중학교 진학에 어려움은 없는가
이 질문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습니다. 초등과정에서 대안교육으로 성장한 아이가 입시와 경쟁 속 중등학교에 들어갈 때 인지교과가 걱정이고, 작은 규모 관계에서 자라다 큰 학교에서 입시와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을까라는 걱정인 줄 잘 압니다. 저는 대안교육은 문제해결능력과 적응력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말을 해왔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스스로를 사랑하고 둘레와 관계를 맺는 교육 속에서 자라난 아이라면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입니다.
졸업한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아이들마다 다 달라요. 대안중등학교에 진학하면 특별하게 인지교과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안초등학교-대안중학교로 연결되는 연계성이 있는 거죠. 예전에 대안중등학교에 진학한 졸업생들이 영어와 수학의 경우 맑은샘에서 다 배운 것을 다시 배우더라는 이야기도 우스개소리로 들려주더군요. 물론 더 인지교과 수업 시수를 늘리고 공부량이 많은 것에 적응해가는 과정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학부모님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일반중등학교 가는 순간 입시에 따라 국영수과사 공부를 해야 하고 시험을 보는데, 초등과정에서 학원도 다니지 않고 많이 놀던 아이가 괜찮을지와 영어와 수학에서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니 그렇습니다. 일반초등학교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니 학습량이 많습니다. 삶을 위한 배움이냐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공부이냐와 상관없이 셈을 더 빨리 풀고 영어 단어와 문법을 훨씬 더 많이 아는데, 맑은샘 아이들의 보통 평균으로 볼 때 학습량이 많이 부족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충분하게 익히지 못하고 중학교에 가면 학업에서 좌절감을 느낄 것을 걱정하는 것인 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한 답변은 ”아이마다 다르다“였어요. 초등학교 때 영어와 수학같은 인지교과에 큰 어려움이 없는 학생은 중학교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는 졸업생의 말을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인지교과는 아이마다 배움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어른들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간지각능력이나 수리탐구 능력이 갑자기 변화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프로가 다니는 학교에서 99프로가 다니는 일반학교를 갈 때 아이와 부모는 걱정일 수밖에요. 교사도 걱정합니다. 그래서 저도 6학년 담임을 맡을 경우 일반학교 교과서를 전체로 훑고 문제도 풀어보며 중등학교 가기 앞서 초증과정 갈무리로 초등과정 인지교과 과목을 한 번 더 복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높은 학년의 경우 인지교과를 더 배우려는 욕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지교과는 높은 학년 때에도 사교육을 하지 말자는 정책은 아주 중요합니다. 사교육을 금지하는 까닭은 학교 철학과 관련 있습니다. 학원과 학교밖학습으로 인해 학교 생활과 아이들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 어린이는 많이 놀고 심심해야 학교에서 배움이 많다는 것, 어린이 발달 단계에서 교사와 부모의 학습 욕심이 아이의 배움의 속도를 넘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체능같은 표현교과를 5학년 때부터 학교 밖 학원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교에서보다 더 집중해서 배우는 기쁨을 스스로 느끼도록 열어놓은 교육방침과 달리 영어와 수학 같은 인지교과는 하지 말자는 것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학원이나 바깥학습은 숙제를 많이 내주어서 아이들에게 학교와 숙제와 학원숙제라는 이중의 숙제를 던져줍니다. 또 선행학습을 시도해 학교학습을 소홀히 하도록 촉발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많습니다. 학교 바깥 교육이라는 게 언제나 우리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절실하게 바라는 공부는 살려서 촉진되도록 보장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일반 중등학교를 진학하려는 아이와 학부모에게 일놀이와 자연 속에서 많이 놀게 하는 것이 얼마나 교육에서 바탕이 되고 중요한지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만으로는 불안과 걱정을 덜어줄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적극으로 탄력있게 학교에서 세운 인지교과 바깥교육 시기와 때를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저 개인의 생각이에요.
부모가 일반학교 갈 수 있도록 겨울방학에 인지교과를 하고 싶을 때는 ‘되도록 사교육을 자제해야 하는 약속’ 때문에 몰래 하거나, 교사와 상의하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현실로 있습니다. 학교 교육공동체 지식교육을 존중하며 아이의 불안을 덜어주는 방식을 적극 같이 고민해서 풀어가자고 제안드리기도 합니다. 올해 겨울방학에는 6학년 인지교과를 열심히 공부하도록 시범실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와 실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6학년이 겨울방학 때 학원을 가고 영어 수학 공부를 더 하겠다는 의지를 막는 것은 학교와 교사의 욕심 아닐까 혼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을 때 더 하도록 보장하는 게 교사와 학부모이고, 학교생활에 더 자신있게 더 긍정의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필요한 부분은 채워줘야 해요. 그러나 걱정스러운 부분은 아시는 것처럼 맑은샘학교도 숙제 많은 학교지만, 사교육에서는 숙제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학교 교육에 영향을 주고, 아이들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주셔야 해요. 저는 학교에서 배우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고 봅니다. 교사 처지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초롱초롱란 눈길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아실 겁니다. 학부모님들은 인지교과와 표현교과 어느 것이든 교사들과 정직하게 상의하면 오히려 쉽게 걱정과 불안을 덜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요새 오래된 교사로서 교육과정 관련해서 고민이 여러 가지인데요. 직업 특성상 대안교육기관 교사도 보수성이 있습니다. 학교 철학과 원칙을 지켜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당연한 속성인데, 변화의 지점에서 바꾸기가 어려울 때가 생기면 홍역을 치릅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아이들의 발달과정과 교육의 목적 목표 차시별 활동계획을 세워 과목과 시간표 구성을 하고 수업평가와 성취도 수준을 정리해내는 게 교사들입니다. 그런데 대안교육기관학교 교사들은 자연 속 일과 놀이로 삶을 가꾸는 교육에 방점을 찍는 게 보통이라, 인지교과 수업 시수 부족함과 맞불려 인지교과를 더 강화하는 방법을 학교 철학 속에 녹여내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현재보다 전환의 폭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고민의 과정으로 5년의 토론 결과 2020년 청소년교육과정을 내올 수 있었어요. 20주년을 맞이하며 교사들은 한 번 더 우리 교육과정을 점검하고 앞날을 위해 더 필요한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맑은샘의 경우 청소년 교육과정을 만든 까닭은(맑은샘은 6학년 교육과정이 청소년 교육과정이다. 1~5학년은 어린이 과정으로 분리) 청소년 의식으로 성장을 더 도모하자는 뜻이 큽니다. 오랫동안 지켜보니 아이들 성장이 빨라 청소년의식을 부쩍 키워야 할 때라는 판단으로 초등과정과 분리하는 시간표와 교육과정을 짜낸 것입니다. 자율, 자치 능력을 높이고, 인지교과를 안정되게 강화하려는 뜻이 밑바탕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기간을 더 늘리고, 공간의 분리까지 모색했습니다만 코로나로 일부가 좌절됐지요. 담임교사들의 구체화와 준비 역량에 따라 청소년교육과정의 성과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을 되돌아보며 촘촘하게 아이들의 의식 성장을 돕는 교육밑그림과 수업계획으로 아이들이 자신있게 앞날을 열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과목이든지 아이마다 성취도와 배움의 속도에 따라 세밀하게 지도하고 도울 수 있는지, 학교 밖 학습과 부모님들의 도움을 받아가는 것까지 포괄해서 그려낼지 방향을 잡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과정에서 학부모님들과 충분한 소통과 논의도 최종 결정하는 교사들의 교육과정 구성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어디에서나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 역시 해외나 국내 수많은 선배 교사들에게 교사에 대해 물은 적이 있고 지금도 물으며 교사로서 자세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들려준 이야기 가운데 교사의 자질로 꼽는 세 가지가 기억나는데요.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의 첫 번째 자질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교사의 자격 첫 번째가 사랑입니다. 더 이상 아이를 사랑할 열정과 용기가 없다면 아이들과 사는 현장을 떠나는 게 당연하죠. 그러니 교사는 끊임없이 아이들의 영혼에 생채기를 내지 않았는지 늘 반성하고 성찰하며 어떻게 아이를 사랑해야 하는지 묻고 또 물으며 공부할 수밖에요. 교사론의 핵심은 사랑이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며 인격으로 성숙해가는 교사로 성장하는 건 아시다시피 시간이 걸립니다. 부모가 되는 연습 없이 부모가 되어 큰 아이를 키우고 둘째 아이에게는 또 다른 방식을 찾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교사의 성장을 돕는 학부모가 될 것인지, 흔드는 학부모가 될 것인지는 사실 어렵습니다. 당장 교사에게 기대하는 상이 있고, 교사가 더 애써주기를 바라는 지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작은 교육공동체의 특성을 살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자주 소통하는 게 최선입니다. 아이 앞에서 끊임없이 교사를 칭찬하고, 교사와 만나서 용기를 북돋는 게 현명한 학부모일겁니다. 교사 또한 칭찬과 사랑을 받아야 더 힘을 내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교사의 두 번째 자질은 교사로서 전문성입니다. 과거처럼 일정 지식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노릇이 아니라 배움을 연결하고 촉진하고 삶에서 끌어내는 친구 같은 노릇이더라도 교사라는 존재는 아이들을 만나는 전문성이 있습니다. 교과 전문성으로 대표되는 것도 있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모든 것에 전문성이 뒤따라야 한다고 여기죠. 함께 배우는 자세는 중요하지만 교사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관찰하는 힘을 위해 던져야 할 물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납니다. 아이들과 아침 산책을 할 때 철마다 만나는 식물을 자연스럽게 알아차리도록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사는 식물의 한 살이를 들려줄만한 역량이 있느냐 문제이죠. 텃밭에서 심고 가꾸는 식물의 특성을 아이들의 언어로 이해 정도로 풀어낼 수 있는 역량, 밤하늘의 별을 우주와 천문학, 삶으로 연결하는 역량 말입니다. 모든 것이 박사급 전문가가 되라는 건 아니죠. 연결을 촉진하고 바라보는 눈길을 키워내는 역량을 말합니다. 삶에서 교과 전문성까지 끌어내는 노릇을 생각하면 공부하지 않는 교사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서 정체성을 세워나가기 어렵습니다.
세 번째 교사의 자질은 관계와 소통의 능력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까닭은 가정에서 배우기 어려운 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자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가정보다 큰 관계 맺기를 배우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기를 실천하는 교사 처지에서 정말 중요한 자질입니다.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아이들 양육을 책임지는 학부모와 소통과 관계, 마을 속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학교 밖 사람들과 관계와 소통은 교사에게 아주 큰 영향을 주고 교육에도 그렇습니다. 아이들과 관계 맺기에 실패하고, 학부모와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교사로 오래 살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관계 맺기와 소통에서도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작은 교육공동체는 교육을 인연으로 맺은 관계의 장점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만들어내는 게 교사일지도 모릅니다. 교육은 앞보다 뒤에서 일어난다는 말도, 교육공동체 문화가 숨어있는 교육과정이라는 말도 같은 이치일겁니다. 그러니 소통, 관계 맺기 또한 교사의 또 하나의 역량입니다.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교사에게 더 특별하게 부각되는 자질인 셈입니다. 학교는 관계에서 배운 교육을 확장시켜 주는 노릇을 해야 합니다.요즘은 두 자녀가 다자녀죠. 아이가 한 명 뿐인 가정에서 맺는 관계 확대는 대가족제도가 아니고서는 한계치가 있다고 해요. 위아래 한 식구처럼 지내는 맑은샘교육공동체학교 같은 곳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건 정말 축복이자 부모님들의 현명한 선택과 용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기 작은 규모 학교가 얼마나 탄력있게 대응할 수 있는지 확인한 바 있습니다. 큰 규모의 일반학교와 달리 맑은샘처럼 작은 대안학교는 수업과 관계의 결손이 없었어요. 물론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던 때니 세상 속에서 했던 교육활동은 축소하거나 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작은 학교 장점을 살려 모든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지금 우리사회와 교육계에서 마주한 현실은 급격한 인구감소, 학령인구의 감소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학교를 통폐합하고 교육 예산을 줄이는 쪽으로 가는 게 교육당국 기재부의 방향이에요. 이럴 때 과감하게 작은 학교 정책을 세우고 교사를 줄이거나 학교를 통폐합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돈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반대로 가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맑은샘학교의 장점은 제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하고, 함께 살아가는 민주주의 문화를 만들어준다는데 있습니다. 숨어있는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이 자라고, 아이들이 경쟁보다는 협력을 배우는 곳입니다. 자기 앞가림과 함께 살기는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합니다. 인성교육의 시작이죠. 인성교육과 지식교육은 따로 떼어 볼 수 있는 게 아니죠. 교육의 본질이 그렇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려면 병이 없는 생활, 슬기로운 지식과 사람다운 넉넉한 감정과 도덕성을 지녀야 건강할 수 있습니다. 학교 교육의 전부 아닌가요. 고대로부터 내려온 인류의 위대한 지식, 지혜를 배우는 면에서 인지교과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저는 학교를 설립한 사람은 아니나 맑은샘학교로 재개교한 해에 교사가 되었습니다. 처음영어교사로 아이들을 만나다 생활교사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이제 제가 가장 오래된 교사가 되었어요. 오래된 교사이기도 하지만 학교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을 하나하나 발전시켜온 사람으로서 해야 할 몫으로 교육과정 되돌아보기와 새로운 교육과정 설계를 꼽고 있습니다. 일종의 가지치기인데요. 후배 교사들이 가지치기를 할 수 있지만 역사성과 실천 경험이 차이가 있으니 제 몫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자연속학교를 현재 네 번으로 줄여내고, 청소년교육과정을 열어내고, 학년마다 일놀이와 과목마다 모둠마다 교육밑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교사회에서 함께 애써왔습니다. 교육과정의 과제를 큰 흐름으로 보면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어린이 삶을 가꾸는 교육을 좀 더 정교하게 구체 교과과목으로 정리해내고 인지교과를 좀 더 녹여내려면 인지교과에 대한 연구와 수업 시수를 더 늘려서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저는 맑은샘학교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18년째 영어교육을 해본 결과는 그렇게 해도 괜찮다에서 한 학년 아래로 내려도 괜찮다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영어 과목 교사 욕심일수도 있는데, 4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한다고 해서 우리 교육과정에 흔들림이 있느냐, 우리말글 교육에 문제가 있느냐, 학교 철학과 다르냐 물을 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기에 한 학년 내려도 괜찮다 생각하는 거죠. 아시는 것처럼 조기외국어교육은 50대 50으로 언어교육계에서 양분되어 있고, 우리 학교에서는 일찍 배우는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외국어교육은 필요할 때 배워도 된다는 생각으로 5,6학년만 영어 교육을 하도록 정책을 짰습니다. 저는 외국어는 문화로 배우고, 흥미와 동기가 오래 배울 수 있는 힘이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입니다. 시험중심의 외국어교육은 교육의 본질과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5,6학년만 하다가 4학년으로 내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이들의 영어 학습에 대한 되돌아보기 결과입니다. 가장 중심에 아이마다 영어에 대한 흥미과 관심이 다르고 습득 정도가 다르다는 데 주목한 것입니다. 발도르프학교는 1학년, 일반학교는 3학년부터 외국어 교육을 시작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살아보니 우리말 글을 늦게 배우는 아이 속도를 감안할 때 4학년부터는 외국어를 배워도 좋겠다 싶습니다. 현재 5학년부터 시작하니 더 아래 학년으로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교사를 모시는 재정이 필요하고 수업시간 배치가 되어야 해요. 체계 있게 내리기 위해 교사 충원 재정도 필요하지만 4학년 수업시간표로 들어갈 수 있는 전체 채비도 같이 가야죠. 재정이 없다면 자원교사나 교사회 안에서 풀어낼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해요. 현재 영어교육은 줄곧 토론중이고 영어교육을 설계하고 맡은 사람으로서 먼저 드는 혼자 생각입니다.
공간 좁고, 시설 열악한데 고학년이 힘들지 않나?
부족한 교육환경 가운데 교육 시설이 가장 미안한 거 맞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실도 더 커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현재 처지에서 살아야 하니 그에 맞는 장점으로 높은 학년들의 성장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높은 학년의 학교 만족도, 교육활동의 만족감을 높여 청소년의식을 키워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과천시 청소년쉼터같은 과천시 공공시설을 이용해서 초등과정과 공간의 분리를 생각했던 것도 같은 뜻입니다. 여전히 그런 방향으로 공간의 문제도 찾아보겠지만 당장 현실에서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니 의식의 성장 측면에서 더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맑은샘학교에서 형님은 형님 노릇을 하는 것, 동생들을 돌봐주고 이끌어주는 일을 합니다. 누구나 높은 학년이 되면 형님이 되어 이끄는 노릇을 해요. 물론 이끄는 노릇을 부담스러워하는 어린이도 있고, 동생들 돌보는 게 귀찮아 높은 학년끼리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6학년의 경우 청소년교육과정으로 분리한 것이고, 여행도 따로 가고 시간표도 달리 구성했던 겁니다. 여행도 동생들과 딱 한 번만 같이 가고 6학년끼리 분리해서 갑니다. 더 높은 수준에서 자율과 자치의 힘을 기르고 의식의 성장을 도모한 것인데 6학년 어린이들이 다 좋아합니다. 5학년부터 학년 여행 자연속학교를 배치해 따로 지내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5, 6학년만 학년 여행 자연속학교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 1학년은 형님들을 그렇게 좋아하고 부러워해요. 그래서 1학년 한 어린이는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6학년 교실에서 달려갑니다. 우리 6학년은 또 1학년을 그렇게 귀여워하고 좋아해요. 스스로 마음 내어 돌보고 살펴주는 것과 학교 교육으로 동생들과 섞인 모둠에서 이끄는 부담감과 동생들 신경 쓰지 않고 동무들끼리 마음껏 노는 재미는 다르죠.
특수교육 친구가 있는가
장애통합교육은 현재 학교시설과 학교 교사들 처지만큼 하고 있습니다. 맑은샘은 자격증 있는 특수교사가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 초기에는 모든 교사가 특수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통합교육 연수를 해왔습니다. 장애통합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 교사회, 교육공동체의 채비가 필요합니다. 학교교육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통합교육과 부모님의 학교 밖 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 두 축으로 짜여있습니다. 사실 낮은 학년 아이들은 본능으로 서로를 알아보죠. 신체장애와 눈에 띄는 장애는 금세 압니다만 아이들 처지에서 어려운 게 경계성입니다. 높은 학년이 되면 아이들이 특별한 이해가 필요한지 물어오기에 학부모와 교사회에서 함께 채비해 특성을 잘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아이들 수준에서 어려운 관계 맺기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은 사실 피해야 해요. 하지 말라는 것을 줄곧 하고, 함께 사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고 익히는데 어려움을 지닌 어린이들은 사실 서로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그동안의 경험에 나온 교훈이었습니다. 낮은 학년 때는 모두 외계인 처지라 사실 서로 비슷하게 성장하고, 애써 다름과 차이를 모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중요한 철학인 ‘어울림, 함께 살기 교육’은 날마다 모든 교육활동과 생활에서 이루어집니다. 같음과 다름, 차이와 차별, 경계들은 꾸준히 날마다 익혀가는 게 중요하죠. 교육공동체 식구도 우리 아이가 만나는 동무 관계의 축을 이해하고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아이들끼리 일이 생겼을 때 슬기롭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없는 순간에 아이들끼리 일이 일어나죠. 맑은샘학교는 장애통합교육을 위한 채비과 지원체계를 갖추고 장애비장애통합교육을 시작하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공부를 하며 함께 살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여러 학교에서도 큰 파고를 넘었죠. 우리도 진한 교훈을 얻는 과정이 서너 차례 있었죠. 세상의 장애 비율은 10%라고 해요. 그런데 바깥의 시설이 안 받쳐주니까 우리가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드물죠. 장애비장애통합교육의 장점 가운데 비장애아동이 훨씬 도움받는 게 많다는 데 주목해서 우리학교를 포함한 대안학교에서 초기부터 장애통합교육을 했고, 여러 경험이 쌓여 이제는 보조교사와 지원체계를 고민하고 학교마다 장애통합교육을 실천하는 역량을 점검하게 된 상황입니다. 우리 학교는 40명을 기준으로 현재 2명을 장애정원으로 받았습니다. 입학과정에서 면담과 전문가 상담 차례를 거쳐 학교에서 채비하고 교사들이 알아야 할 것들을 확인해 개별화교육계획서를 세웁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지만 우리 학교에 입학할 때 학교에서 바라는 기대치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죠. ‘어울려 살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치부터 ‘좀 더 아이들이 자극을 받고 바깥 치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비장애 아이들과 별 차이 없이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처럼 여러 가지를 입학할 때 상의해서 입학을 합니다.
현재 담임교사가 주 교육활동을 수행할 때 하나하나 아이들에게 지원이 들어갈 때 보조교사가 함께 살핍니다. 담임교사와 보조교사는 날마다 아침에 의사소통해서 하루 흐름을 살피고, 보조교사는 퇴근시점에 날마다 통합 일지를 쓰며 관계의 발달의 측면에서 아이의 말, 행동 특성을 기록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교사들도 함께 살피고, 1년 단위 개별화교육계획서를 마련할 때 도움을 받습니다. 사실 모든 아이들마다 개별화교육계획서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보통은 발달단계 특성으로 이해할 뿐이죠. 그래서 지금은 장애비장애통합교육에 한해서 개별화교육계획서를 쓰고 있습니다. 많이 부족해서 늘 연수하고 공부하지만 현실에서 또 부족함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표현교과 쪽 사교육은 어떤가?
아이들은 인지교과나 표현교과 모두 저마다 타고난 결과 발달 속도가 있습니다. 재능으로 보면 인지교과 쪽도 그렇고 표현교과 쪽도 재능입니다. 다중지능을 이해하는 분들은 금세 이해하실 겁니다. 운동, 음악, 축구, 요즘은 5~6세부터 일찍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고들 해요. 다양한 경험을 해서 재능을 발견하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맡겨 키워줄 수 있는데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는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많은 대안교육기관학교에서 사교육을 권하지 않은 까닭은 인지교과로 보면 선행학습 폐해 때문이고, 따로 배운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랑하거나 뽐내는 게 아이들 관계에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도 있습니다. 저는 다양한 체험을 하는 건 좋으나 배움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반대하는 편입니다. 절실함과 간절함도 중요한 배움의 동기이거든요. 너무 많은 정보와 자극, 체험양은 아이를 주눅 들게 하거나 좌절감을 맛보게 할 수 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 어린이들은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새 것에 민감하고 자극과 흥미는 즐거움이죠. 그래서 체험에 그치지 않고 교육을 한다면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아이의 결과 발달 속도, 밟아야 할 단계를 살펴서 목표와 계획을 세우게 되는 거죠.
어린이 가운데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교사는 적극 발굴해야 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 또한 그렇습니다. 여러 사교육 프로그램이나 체험 가운데 내 아이의 재능을 살펴보기 위해서 다녀본다고 해서 잠깐 만에 그 재능을 발견되지는 않는 게 보통이죠. 길게 함께 살면서 보면 교사에게 아이들의 재능이 눈에 띕니다.
사교육을 권장한 학생이 있어요. 절대 음감이었습니다. 한 번 들으면 음을 기억하고 악기도 바로 배우니 학부모님께 이 재능을 잘 살려 예술중을 보내면 어떠냐 추천했지만 부모가 보내지 않더군요. 또 한 번은 몸놀이를 같이 해보는데 한 아이가 예사롭지 않아 역시 우리 학교보다는 체육특기생으로 키워보자고 했으나 그 학생의 부모도 별로 뜻이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게 교사의 할 일이죠. 학부모와 교육공동체도 같습니다. 교사는 그런 영역이 있다면 상의해서 제안할 것이고, 학부모도 아이에게 그런 재능이 있는 거 같으면 제안하셔야 해요. 교사에게 알려줘야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혹시나 키우고 싶은 재능은 교사와 상의하면 됩니다. 표현교과도 학기 중에는 바깥교육을 하는게 현실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3:30~4:00에 마치고 여행이 철마다 있는 학사일정이 있기 때문에 5학년 때부터 스스로 공부로 선택해서 하도록 하고 있죠. 그만큼 절실하게 참아온 세월이 있어 더 열심히 하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어린이들이 학교 말고 다른 곳에서 배우는 게 있다면 학교 교사에게 알려주는 게 교육지도에 좋습니다.
우리의 교육과정은 완성형이 아닙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워가려는 교육철학은 변하지 않죠. 현재 교육 현장에서 행동주의와 구성주의 이론들이 모두 들어와 있잖아요. 바탕은 교육의 본질에 있습니다. 닐의 자유, 존 듀이의 경험, 슈타이너의 인지학 모두 사람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 가에 대한 철학 아닐까요. 수많은 교육사상가들과 교육실천이 대안학교 설립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학교마다 교육철학이 있고 교육과정을 세워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열심히 배울 때가 있었어요. 우리학교도 학교 설립 때부터 슈타이너의 젖은 그림 그리기, 선 그리기를 매력 있는 공부로 꼽고 교육과정에 넣었으니까요. 과천에는 발도르프교육을 처음 시작한 과천자유학교가 있었고(지금은 청계발도르프학교입니다), 프로젝트, 살림반 교육을 하는 무지개학교, 일놀이와 글쓰기로 대표되는 맑은샘학교, 세 학교 교육과정이 정말 다르죠. 그런데 대안교육의 가치는 같았어요.
표현교과 가운데 지금 하고 있는 악기 수업도 학교 재정과 관련이 있어요. 바이올린과 해금 가운데 해금을 선택했고, 태권도와 택견 가운데 택견을 선택한 것도 우리가 인연을 맺은 교사와 학교 재정과 관련 있습니다. 타악은 교사들 채비가 되어있어 괜찮았지만 운동 기술과 전문 강사가 필요하다 싶으면 적극 모셔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과목 선생님은 전문가에서 최고치에 있는 분을 모셔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현재 교사들이 우쿨렐레, 풍물과 사물놀이 타악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타악은 장단과 가락을 익히는 기초입니다. 기타도 한 적이 있어요. 교사들이 가르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지면 더 많은 과목이 열릴 수 있죠. 그런데 오케스트라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 아시다시피 우리학교 공간이 너무 좁고 오케스트라를 해볼 재정과 이끌어줄 아는 교사가 없었어요. 9년째 꿈의학교같은 주말학교를 열어보니 예술가들과 관계가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영국에서 그림 공부하신 분께서 철마다 오셔서 학교의 그림을 바꿔주시고 명화 감상을 돕는 교육을 해주시는 것도 그 덕분입니다. 꿈을 꾸기 위해서 재정만 마련되면 여력이 있습니다. 표현교과는 더 넓혀가야 합니다. 좋은 표현교과 꼭지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열어낼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 아이들에게 선택지가 표현교과를 꿈꾸고 있습니다.
대안교육기관학교마다 집밥옷같은 영역을 다루던데 시대에 뒤떨어진 가르침 아닌가.
어느 대안교육현장이든 말씀처럼 식의주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삶을 위한 교육을 위해서는 우리 삶의 바탕인 먹고 자고 입는 것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죠. 우리가 먹는 게 어디에서 오고, 우리가 입는 게 무엇인지, 우리가 사는 곳을 배우는 것은 사실 인류 역사이자 우리 삶의 기본이죠. 삶과 괴리된 교육이 문제이니 삶에서 출발하겠다는 의지로 보시면 됩니다. 다른 측면으로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요. 대안교육현장에서 말하는 자유, 생명, 평화, 민주, 협력, 자율, 자치는 왜 중요할까요?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교육 가치이기 때문에 철학으로 담아 모든 교과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집 밥 옷 예술로 다시 돌아가서 삶의 바탕인 식의주와 예술 영역에서 온 몸을 써서 생산과 협력의 기쁨을 누리는 교육활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철학이 담겨있지만, 우리 뇌를 가장 발달시키는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모든 교육 현장에서 보편으로 중요하게 여긴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시대에 손뜨개와 톱질 낫질이 교육에서 필요한가요. 컴퓨터 활용 능력을 기르고 코딩을 가르쳐야 되지 않아요? 저는 요즘 많은 곳에서 이야기되는 미래교육이 무엇인가 되묻습니다. 미래교육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해요. 교육에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역량으로 꼽는게 이른바 4c(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협력),6c(비판적 사고력, 창의적혁신, 의사소통능력, 협력, 자신감, 콘텐츠)라는 것인데요. 그러면 맑은샘의 수많은 일놀이와 손끝활동은 미래교육 역량과 어떻게 연결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손뜨개와 농사교육, 수공예활동을 하며 일과 놀이로 감각을 깨우고 자연스럽게 협력을 배우는 과정에서 창의력도 나오고, 비판적 사고력도 길러집니다. 6c 역량이 모두 길러집니다. 뇌과학에서도 증명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부지런히 손발을 놀리고 감각을 깨우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놀이와 주제로 삶의 바탕이 되는 공부를 하는 것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가장 큰 힘이 될겁니다.
또 다르게 이야기 해보자면 위대한 학교는 자연이고 자연이 선생이라는 것인데요. 갈수록 미세먼지와 방사능들로 교육활동이 위축되거나 기후위기와 감염병 시대를 살아갈 미래사회를 생각하면 답답합니다만 자연에서 감성을 기르고 자연에서 일과 놀이로 아이들은 자라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분은 없을 겁니다. 자연은 우리의 뿌리이기도 하고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가는 인간의 본성은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죽이는 인류 문명을 반성하고 새로운 전환을 말하지만 자본의 탐욕에 기초한 인류 문명은 멈출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자연이 더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해마다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아이들과 여행을 가지만 언제 갈 수 없게 될지 모를 처지에 놓인 게 우리 아이들입니다. 어른들 탓이라 정말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죠.
자연으로 가면 과학과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자연에서 왔으니 그것을 끌어내는 공부는 아주 소중하고, 미래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기르는데도 탁월합니다.
그런데 맑은샘 같은 경우는 교사와 부모에게서 실험과학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주로 생태과학에 방점을 찍어온 것인데요. 과학의 핵심은 관찰과 호기심에 있습니다. 아침 산책을 하며 만나는 자연과 철마다 떠나는 여행에서 만나는 자연에서 교사는 끊임없이 과학 이야기를 꺼냅니다. 선생마다 저마다 다르지만 저는 높은학년 담임을 맡을 때 아침에 읽어주는 책으로 과학자와 수학자의 삶을 들려줬습니다. 그리고 과학자와 수학자가 했던 걸 똑같이 실험해보죠. 에라토스테네스처럼 그림자로 길이를 재보고, 뉴턴 이야기처럼 사물을 떨어뜨려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날마다 자연과 책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과학을 일상으로 만나는 것을 부모님을 잘 모를 때가 있죠. 발도르프는 아이들의 공책에 죽 쓰니까 안다 그래요. 물론 우리는 좀 더 야성을 기르고 싶고 글로 정교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죠.
계절학교에서 씨실 날실을 반복해서 엮어가며 직조를 하며 아이들은 엮는다는 뜻을 이해합니다. 밧줄놀이를 하면서 ‘출렁거린다’ 것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죠. 초등교육의 핵심인 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그런 데에 다 들어있습니다. 디지털이 해줄 수 없는 영역이 그런 부분이죠. 앞으로 미래사회 교육에서 변치 않아야 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손끝활동이 미래교육 역량과 관련 있습니다.
구체로 과학이야기를 할게요. 먼저는 겨울방학 때 학년마다 과학 밑그림을 짜게 되어 있습니다. 일반학교에서 하는 실험과학과 과학 낱말은 모두 익혀야 하기에 구체 밑그림에 반영합니다. 교사마다 다르게 실험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막걸리를 만들며 액체 기체 고체 공부를 하거나 열기구를 만들어보고 열기구를 타러가는 활동으로 기체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발효빵을 만들 줄 아니 빵 만들기도 자주 했죠. 두부 만들기는 일반학교에서도 하는 편인데, 맑은샘처럼은 못하죠. 맑은샘은 콩 심는 것부터 하잖아요, 콩을 심고 거두는 과정으로 콩의 한 살이를 이해하고, 거두는 수고로움을 경험하죠. 콩을 불리고 갈아, 두부를 만들어서 먹습니다. 생태, 텃밭, 자연에서 과학을 많이 하지만 실험 과학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족한 것은 부모님들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교사도 열심히 연구하고 연수를 해서 더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반학교 교과서를 쓰지는 않지만 교육과정이 교사의 머릿속에 모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교사는 모두 숙지해야 됩니다.
부모의 고민
일반학교는 취학통지서 받으면 맑은샘학교 입학할 때처럼 교육철학이나 교육과정, 교사, 교육공동체문화를 살피지 않고 그냥 보내죠. 그렇게 해도 갈 수 있는 공교육 체제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교육철학과 교사를 잘 몰라도 자격증있는 교사이고 인가된 학교니 믿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대안학교는 99프로가 가는 곳이 아닌 소수자가 정말 용기를 내서 가는 곳입니다. 그런데 민간이 설립한 까닭으로 교육비도 내야 하고 부모로서 불안을 다스리며 애써 용기내어 더 고민해서 대안교육기관학교를 보냅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중요한 게 끊임없는 사랑일겁니다. 그래서 부모가 가정교육에서 못하는 걸 해주는 학교 교육과 교사를 찾아내 보내는 것이 요즘 시대 부모의 중요한 노릇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부모가 줄 수 있는 선물 말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공동체문화와 사랑과 행복이 있는 곳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평생을 가는 힘이 아닐까요.
불확실성 시대에 애들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학교와 교육공동체 장점을 극대화시켜 살아오는 우리는 미래교육 모델학교입니다. 미래교육 모델에 재정지원이 들어오지 않아서 불안한 거지, 대안교육기관법에 의해 공식으로 교육청에 등록을 하고 인정을 받은 등록 교육기관입니다. 교육청이나 교사들에게 대안학교와 대안교육 경험을 많이 가르쳐드리는 입장이 된 게 오래 됐습니다. 교육선진국이라는 북유럽 서유럽 훌륭한 교육기관 찾아봐도 비슷합니다. 저는 대안교육연대 소속 현장은 모두 식구라고 말을 합니다. 볍씨학교, 벼리학교, 무지개학교, 수원칠보산자유학교, 산울어린이학교, 산학교... 모두 정말 좋은 학교들입니다. 학부모 처지로는 쉽지 않은 선택지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온 교육공동체는 여전히 함께 가꾸고 지켜가야 할 교육공동체 문화가 있습니다. 부모는 사실 평생 불안을 내려놓지 못합니다. 초등 시기가 부모로서 직장일, 학교일 제일 많을 때입니다. 이때가 부모로서 가장 선물 같은 시기라는 게 참 어렵죠. 저 멀리서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며 환한 웃음으로 달려오는 아이들을 안아 번쩍 들어 올린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나중에 보세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가서 쑥 크면 안아보자고 할 때 용돈 줘야 합니다. 대안교육기관학교는 들어오셨다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곳입니다. 맑은샘의 장점처럼 일상으로 협력수업을 하고, 일반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면 모든 아이의 특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편입니다. 그래서 40명 한 반에 담임교사가 여섯 일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창의력 키우기 수업은 어떻게 하는가?
학교에서 하는 일상과 모든 흐름이 창의력과 관련 있습니다. 창의력이란게 무엇일까요? 사전에서 찾아보면 <창의성(創意性, 문화어: 창발성, 영어: creativity)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발견하거나 기존에 있던 생각이나 개념들을 조합하여 새로이 생각해내는 특성> 입니다. 창조성(創造性)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에 관한 능력을 창의력(創意力), 창조력(創造力)이라고 한다고 나와있어요. 한 마디로 창의력은 기준을 세우고 규칙을 찾아내고 연결하는 능력이 아닐까요. 맑은샘에서 하는 교과공부와 교실너머 공부를 살펴보면 창의력을 키우는데 특화되어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누가 일방으로 지식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끌어내지 않고 일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앎과 행함을 통일해서 실천하려는 삶을 가꾸는 공부들은 그대로 창의력과 연결됩니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이 나옵니다. 일상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협력해서 공부하는 버릇을 기르는 학교에서는 자율과 자치, 의사소통능력, 비판적사고력, 협력,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찾아내고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담아냅니다. 너무 광범위하고 흔한 말일까요? 굳이 한두 과목으로 설명하자면 여행과 글쓰기로 예를 들 수 있겠네요. 맑은샘의 여행은 자연속학교라는 교육과정으로 대표됩니다. 학년여행과 전교생이 함께 가는 여행 모두를 말합니다. 글쓰기는 어린이 삶을 가꾸는 공부로 모든 교과를 통합합니다. 맑은샘의 모든 공부는 온 몸을 쓰며 감각을 깨우며 함께 땀 흘려 일하는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일놀이교육과정을 중심에 두고 여행과 글쓰기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온 몸과 손을 놀려 감각을 깨우며 뇌 발달을 정교하게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창의력은 이러한 학교 전체 일상에서 일어납니다. 창의력을 체험하고 단계마다 발전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학교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야기 나누는 방식, 대화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서로 생각을 끌어내고 공감하는 데서 창의력이 시작됩니다. 과정에서 자세히 보고 관찰하는 그리기, 한 번 더 되새기고 뇌를 정교한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글쓰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공감하는 듣기를 바탕으로 하는 말하기는 중요한 창의력 키우기 공부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창의력은 교실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자연에서 시작됩니다.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교과를 통합하는 맑은샘 공부는 모두가 창의력과 관련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교사는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끊임없이 기준을 세우고 규칙을 찾도록 도우려면 그만한 삶의 역량과 채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교사 연수의 과제가 있습니다. 맑은샘 또한 부족한 게 많습니다만 우리는 교사들이 협력해서 부족함을 채워내고, 교육공동체가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행복한 미래교육현장입니다.
발도르프학교와 차이는 무엇인가. 발도르프는 경쟁률이 센데 어떤 차이가 있는가? 왜 발도르프학교를 더 사람들이 선호할까?
입학설명회 자리에서 정말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가까운 학교 교육과정과 견주어 맑은샘은 어떤 교육과정을 지니고 있는지, 교육철학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슈타이너의 사상과 발도르프학교를 생각해봤을 때 맑은샘은 그만한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같다고 생각해서 정성을 다해서 대답해왔습니다. 발도르학교 교육과정을 질문한 게 아니고 맑은샘은 그만한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을 지니고 있는지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으로 이해합니다. 발도르학교 특징은 발도르프학교 설명회에서 들으면 되는 것이지 맑은샘학교에서 들을 건 아니죠. 그런데 발도르프와 차이를 묻는 까닭은 발도르프학교에 대한 궁금함을 맑은샘학교 선생은 어떻게 풀어내는지 듣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지만 본질로는 맑은샘학교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이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것 아닐까요?
제가 발도르프학교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게 많기 때문에 참 어려운 물음입니다. 저는 물론 발도르프 학교의 매력 있는 교육과정과 교사를 알기는 하지만 슈타이너 교육사상과 발도르프학교 교육과정을 체계있게 공부하거나 배운 적이 없어서 잘 모릅니다. 그래서 여러 발도르프학교를 방문하고, 발도르프학교 선 그리기와 습식수채화 연수를 꾸준히 받기도 했습니다. 독일, 영국, 덴마크의 받도르프학교를 방문해서 직접 교사를 만나고 아이들을 만났지만 그래도 잘 모릅니다. 인지학과 신지학, 괴테의 색채론을 아직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이야기는 잘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주시면 됩니다.
얼마 전 발도르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학교마다 다들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때에 발도르프학교는 그나마 신입생 모집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터라 우리도 맑은샘발도르프학교를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그 까닭이 무엇일까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 웃으면서 한국에서 발도르프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까닭은 두 가지로 결론을 냈어요. 우스개 소리로 들으셔도 됩니다. 하나는 발도르프학교는 세계 곳곳에 약 2000여개의 학교가 있고, 유네스코에서 미래교육 학교모델로 꼽은 매력있는 교육과정이 있는 학교인데, 그 유명세만큼 세계 곳곳의 생기는 체인처럼 보편성을 획득해가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최근 중국에서 발도르프가 엄청나게 발달하고 있다. 중국은 민주라는 말을 못 쓴다. 민주교육이라 부르지 않고 발도르프 교육이라 부르고 있다.) 실제는 맑은샘학교는 몰라서 못 오는 분들도 있으니 전세계 체인점의 홍보효과 장점이 있다는데 서로 동의, 둘째는 조기외국어교육 때문인데 우리나라로 보면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하는 곳은 발도르프학교라 학부모에게 매력 있을 수 있다는 거죠. 한국 상황에서 부모와 같은 영혼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8년 담임제나 오이리트미와 수공예, 인지학으로 대표되는 슈타이너 사상과 발도르프학교의 교육방식에 빠진 분도 있지만 한국 학부모들에게 조기외국어교육 정책과 매력있는 교육과정의 보편성과 체계가 더 다가갔지 않았을까 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어디 가서 대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니 우리끼리만 웃으며 나눈 이야기일 뿐입니다. 발도르프학교의 아름다운 교육 예술을 맑은샘학교도 학교 설립 때부터 받아들여 선 그리기와 젖은 그림 그리기라는 습식수채화를 꾸준히 교육과정에 반영해 교사연수를 했어요.
먼저도 이야기했지만 한국 대안학교 설립에 큰 영감을 준 위대한 교육사상가와 유럽의 작은 학교들이 있습니다. 모든 학교 설립 이념에 슈타이너, 써머힐의 니일, 듀이 사상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면 이상할 겁니다. 완성된 교육과정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좋은 것은 다 가져와서 하나하나 구성한 교육과정이라 서로 비슷한 게 아주 많습니다. 실제 위대한 사상가들이 한 이야기는 거의 일맥상통하는 철학과 바탕이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학교마다 특성화 특화된 교육과정으로 실천하며 발현되어 매력 있는 교육과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발도르프는 독일에서 시작되었잖아요. 그런데 영국, 독일, 어느 곳이나 발도르프학교가 많습니다. 유럽은 공교육 체제 안에서 교육재정이 모두 분배되기 때문에 한국의 대안학교와 다르죠. 철학과 방식은 비슷해도 학교 운영체계와 재정 구성이 다르다는 겁니다. 덴마크처럼 누구나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곳도 국가의 재정 지원이 75%이상 되니 1년짜리 기숙학교 애프터스콜레가 250여개나 있고 그룬트비라는 밑바탕 교육철학은 다 같아도 모두 다른 교육과정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발도르프는 슈타이너 교육사상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2천여개가 넘는 유초중 교육기관이 특색있는 교육과정으로 운영됩니다. 비슷비슷해도 다 다른 교육과정과 처지에 맞게 유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게 발도르프학교 성공 비결이라는 영국토트네스 발도르프학교 대교교사 말이 떠오르네요. 유럽과 우리나라에서 발도르프의 차이가 먼저는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봅니다.
구체로 그러니 슈타이너 발도르프학교의 철학과 교육에 장점이 있듯이 이오덕사상을 실천하는 맑은샘학교 철학과 교육에도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맑은샘학교처럼 자연속에서 일과 놀이로 어린이 삶을 가꾸고, 글쓰기와 자연속여행기숙학교를 여는 학교는 세계에서도 드물어요. 그러니 그동안 여러 곳에서 생태전환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우리말글교육을 주제로 사례 발표를 하고 강의를 했습니다. 발도르프학교에도 간적이 있습니다. 우리도 발도르프학교에서 배웁니다. 아시는 것처럼 발도르프학교는 슈타이너 교육사상과 아동발달 체계에 맞게 교육을 예술로 구현해 영혼을 살찌우는 아주 매력있는 완성형 교육과정을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끊임없 이 공부하고 배우는 학교이죠. 맑은샘은 인류의 가치 있고 뜻있는 교육들을 살펴보고, 우리의 교육 실천 가운데 우리다운 교육 철학과 목표, 내용, 방법을 이루어 가는 걸 밑바탕규칙(정관)에 밝히고 있습니다. 인류의 뜻있는 교육 가운데 슈타이너가 있고, 써머힐의 니일, 덴마크의 그룬트비와 크리스텐콜, 이오덕이 있습니다.
이런 배경과 특색을 바탕으로 학교를 선택하시면 되지 싶습니다. 학교마다 교육철학, 교육과정, 실천하는 교사, 교육공동체와 문화를 보시고 교육환경을 두루 살펴보시고 선택하고 판단하셔야 할 몫이네요. 초등과정 6년을 다녀야 하니 아이의 기운과 결을 잘 보고, 그에 알맞은 학교의 교육과정을 선택하시는 수고로움이 학부모의 큰 몫이겠습니다.
국가 재정 지원은 어떤지
민간이 설립한 법정 대안교육기관이지만 대안교육기관법에는 아직 학력인정과 재정지원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재정지원을 명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있습니다. 과정에서 생기는 재정지원의 사각지대를 현재는 자치단체가 풀어주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경기도 대안교육기관은 서울의 대안교육기관처럼 교사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도 힘들었지만 언제나 지금이 가장 어렵습니다. 조만간에 재정지원이 될 거라고 예상은 합니다만 시기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신입생감소로 예상보다 빠르게 대안교육기관이 재정어려움으로 문을 닫거나 교사들이 떠나는 사태가 시작되고 있어요. 견뎌야 하는데 말이죠. 덴마크에서 한 달 동안 지낼 때 덴마크 친구들이 저에게 참 많은 격려를 하더군요. < 너희는 월급도 그리 적고 국가 재정 지원도 없는데 학부모들과 돈을 모아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니? 교육 열정이 너희가 세계 최고다. 그러니 국가도 언젠간 변할 것이다. 조금 더 기다리고 참으라.’는 이야기를 만나는 분마다 들려주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을 때마다 고맙고 눈물이 나고 그랬네요. 지금은 아시는 것처럼 대안교육연대 대표를 맡아 틈나는 대로 교육부와 교육청을 만나는 자리에 참석하고 국회 상황을 듣고 있어요. 그 과정을 견디고 힘을 내서 교육정신을 지켜가야 합니다.
현재 맑은샘을 포함한 대안교육기관의 재정 형편은 예상하다시피 많이 어려워요. 수입과 지출 면에서 보면 공적 재정이 들어오지 않음으로 인해 학부모들과 교사들에게 교육재정의 무게가 그대로 가고 있습니다. 사실 재정의 거의 다가 교사 인건비이지만 학생 수가 감소했다고 해서 바로 교사 수를 줄일 수는 없어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걸어다니는 교육과정인 교사들을 지켜야 대안교육 역량을 보존해 지속가능한 교육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회서처럼 인건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고, 바깥 지원과 공적 재정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교육재정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어요. 공익법인 cms로 인해 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어렵습니다.
교육비를 인상하는 학비인상과 교사급여 동결 방식으로는 감당할 규모를 넘어섰기에 공적 재정을 확보하려고 더 애쓰고 있어요. 바깥 재정 지원을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에 참여하지만 행정서류가 많아 행정전문 인력 도움을 받아야 지속가능한 방식이 될 겁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안교육기관이 명시되지 않는 한 이런 한시적 공모사업의 한계를 느끼며 공모사업을 신청하는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죠. 물론 공적 재정이 들어오면 그만한 행정서류와 지출증빙 보고가 뒤따라오고 회계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위해 행정실과 행정교사 노릇이 아주 중요합니다. 앞날을 생각한다면 현재 행정실을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고 일을 더 안정되게 맡아서 이끌어갈 인력이 절실한만큼 채용 재정을 마련해야 하죠.
과천에서는 자치단체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보편복지 차원에서 급식재료비를 지원하고, 특수교육지원을 특성화프로그램 강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교육청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교육재정의 몫을 자치단체가 주민복지 사무로 해결하고 있는 셈입니다. 더 많은 예산지원을 했던 서울시도 있었지만 과천시도 꾸준히 초중등교육법 밖 청소년들의 학습권을 위해 지원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조례, 국회의 대안교육기관법 개정과 타법률 개정이 해결될 때까지 교육공동체의 자립의지로 어려운 기간을 버텨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려운 처지이지만 학교 안에서도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장학 재정을 편성해 더 늘려가고 있고, 교사자녀는 전액 교육비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급해 공적교육기관의 몫을 다해가고 있습니다. 밥선생님을 지난해부터 모셨고, 학부모들의 참여와 애씀으로 급식의 질을 높이고 있어요.
낮은 학년 책걸상은?
낮은 학년부터 책걸상을 쓸 수는 있지만 현재는 3학년부터 책걸상이 있는 교실을 쓰기 시작해요. 1,2학년도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움직임이 다양한 학년 특성을 고려해 교실 쓰임새가 훨씬 편하고 필요할 때 꺼내고 넣고 앉아서 쓰고 하는 게 편해서 1, 2학년은 다리 없는 의자를 학생들이 꺼내 쓰도록 구조를 짜고 있습니다. 허리 바른 자세가 바로 책걸상을 쓴다고 만들어지지는 않아요. 읽고 쓰고 그리는 자세와 밥 먹는 자세가 중요하죠. 쉽지는 않지만 바른 자세와 버릇을 강조하는 학교답게 일찍부터 잘 먹고 잘 듣고 잘 발표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걸 날마다 실천하고 있습니다. 차츰 교실에서 집중하는 힘이 길러지면 불편한 자세로 오래 집중할 수 없음을 자연스레 알아가죠. 어쨌든 일찍부터 책걸상을 제안하는 뜻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AI시대에 맑은샘교육이 유효한가
(이석 아버지 답변인데 좋아서 허락받고 올려요)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한테는 최대한 스마트폰을 덜 사용하게 하려고 집안에서도 노력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그러하다. 특히, 최근 코로나 3년 동안 일반 학교에서는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었지만, 이는 회사 다니는 어른들 입장에서도 적응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하물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그러한 화상교육이 매우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도 우리 맑은샘학교는 작은 학교의 이점을 최대한 잘 살려서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잘 지나갔다. 디지털교육도 중요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기본적인 교육에 충실하는 것. 즉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 유명 IT기업가들은 오히려 집안에서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을 억제시킨다. 그만큼 어렸을 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이석아버지 말씀처럼 맑은샘교육은 디지털 방식보다는 아날로그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미래교육이 에듀테크에 달려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교육의 본질, 교육의 바탕을 말할 때 도구와 방법은 교육철학과 교육정신에 따라 잘 쓰면 되는 것이지 디지털 도구가 교육의 전부를 말할 수 는 없습니다. 관계를 확장하고 자연과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감성과 버릇을 AI가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디지털 교육 방식이 의미를 지니려면 교육철학에 어울리는 그만한 섬세한 교육과정을 실천할 교사부터가 시작입니다. 전통으로 내려오는 교사의 역할과 상은 지금은 변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돌봄과 교육을 뗄 수 없듯, 지식 전달과 지식 검색을 할 수 있는 힘,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와 패드를 사용해 인터넷의 지식을 찾아내고 AI를 부릴 수 있는 정확하고 섬세한 질문 능력을 어떻게 교육에서 길러줄지 먼저 생각해보자는 뜻입니다. 디지털 문명의 파고를 외면해서도 교육의 시대적 사명을 다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필요한 디지털 교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전히 우리는 토론중이고 앞으로도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쓸 겁니다. 1인 1pc정책과 영상학습이 나쁜 건 아닙니다. 온라인+오프라인의 결합을 시도해 전세계에서 프로젝트를 만들어 인재를 키우려는 미네르바대학같은 일련의 흐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초등과정에서는 그 장점을 잘 알고 부작용을 잘 알고 있는 어른들이 슬기롭고 현명하게 접근해야 할 영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