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학교장·엄마품 멘토링제·지원센터 개설
618개 초·중·고교 운영1만2000여 강좌 개설… 문화예술교실 등 인기
부산의 방과 후 학교가 '제2의 학교'로 성장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 방과 후 몇 개 과목을 수업하던 정도에서 지역 전 초·중·고에서 아주 다양한 강좌를 도입,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아예 '방과 후 학교'에 교장을 따로 두는 제도도 도입됐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동래초등학교는 이달부터 일과시간과 방과후 등 교장이 2명이 됐다. 일과시간 때의 실제 교장선생님 외에 방과후학교를 맡은 김아미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도입한 '방과후 학교장제'에 따른 것이다. 올해 48개 학교에 방과후 교장선생님이 임명됐다. 퇴직 교원 중에 선발했다. '방과후 학교장'은 방과후학교 강사 관리부터 학부모 상담, 교육과정 관리 등을 담당한다.
지난 10일 지역 방과후학교들의 운영을 지원하는 '부산방과후학교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동래구 서동초등학교 별관에서 문을 연 이 센터는 보다 효율적인, 그리고 질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 관리하는 일을 한다. 방과후학교 위탁기관 인증제를 비롯, 방과후 명강사 인증제, 방과후 우수프로그램 인증제, 학생 개별관리 프로그램 보급, 방과후 강사 관련 직무연수, 방과후 온라인관리시스템 등의 지원도 한다.
부산시교육청 평생교육복지과 하승희 장학사는 "분기별로 위탁업체에 대한 학부모, 학생의 만족도를 조사해 만족도가 낮거나 운영상 문제가 드러난 업체에 대해서는 인증마크를 철회할 방침"이라며 "수업 내용의 만족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도 '방과후학교'에 동참하고 있다. '방과후 엄마품 멘토링제'를 올해 새로 시작했다. 팀당 5명 안팎의 학부모가 참여해 시간을 서로 조율, 학부모 멘토 1명당 5명 내외의 학생을 방과후에 학교 등지에서 돌보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맞벌이 가정을 위한 것인데 방과후 시간에 숙제지도, 생활상담 등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 주기 위해 마련했다.
또 이달부터 200개 초등학교에 방과후학교 행정도우미로 각 1명씩의 학부모들이 배치됐다. 이들 학부모는 방과후학교 강사 복무현황 관리, 학생 출결관리, 방과후학교 운영일지 작성 등의 업무를 보면서 일정급여를 받는다. 또 오는 4월 말부터는 중학교 53개교에도 학부모들이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로 투입된다.
시교육청 이금순 장학사는 "학부모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 방과후학교의 안정적 운영에도 도움이 되는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교육전문직·학교장·교사 등으로 구성된 시교육청 방과후학교 컨설팅단이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채널과 차원에서 각급 학교의 방과후학교 운영과정에서의 장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방과후학교의 강좌 역시 다양해지고 질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를 키워드로 창의발상·조형활동·퍼포먼스·언어교육 등의 융합 교육을 해온 부산문화재단은 올해 15개 초등학교에 '문화예술교실'을 개설하기로 했다. 이는 작년 8개 학교에 비해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그리기·만들기·체육·음악·영화·사진·연극·글쓰기·동화구연 등을 놀이와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이 프로그램이 워낙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지역 618개 전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방과후학교의 강좌는 1만2000~1만300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 2008년 말 1만200여개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이다. 강좌 참여 학생 수는 30여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학생 수 48만6000여명의 70% 이상일 것으로 교육청측은 보고 있다.
또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도 올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84억원에 불과했던 예산을 올해는 120억원가량으로 크게 늘여 지원대상이 지난해 2만9000여명에서 올해 3만3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시교육청은 "대상 범위를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서 차상위계층 자녀로까지 확대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교육청은 부산아이파크와 2008년부터 공동 운영해 온 '방과후 축구교실'을 확대 운영하기 위해 어린이 4만명들의 특기적성 개발 지원을 한국맥도날드로부터 받기로 하고 지난 21일 협약을 맺었다. 또 시교육청은 SK그룹이 방과후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사회적 기업 '행복한 학교'를 부산지역에서 출범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시교육청 평생교육복지과 정철수 장학관은 "강좌만 개설해 학생들이 수업만 받는 방과후학교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관리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세련되게 방과후학교가 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보다 완성도 높은 방과후학교 형태와 운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