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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 하권
7. 봉지품(奉持品)
그때 바사닉왕은 부처님의 신통변화로써 천 개의 꽃으로 된 대(臺) 위에서 두루 비추시는 여래와 천 개의 꽃잎 위의 천 분의 화신불(化身佛)과 천 개의 꽃잎 속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께서 각각 반야바라밀다를 설하시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한량없는 반야바라밀다는 식(識)으로 알 수 없고 지혜로 알 수 없는데, 어떻게 모든 선남자가 이 경 가운데서 밝게 깨달아 알아서 남을 위하여 연설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들으라.
처음 인(忍)을 익힘에 금강정(金剛定)에 이르기까지 법답게 13관문(觀門)을 수행함이 다 법사를 의지하여 이루어지는[建立] 것이니,
그대들 대중은 마땅히 부처님같이 공양하고 백천만억 하늘의 아름다운 향과 꽃으로써 받들어 올려야 한다.
선남자여, 그 법사란 습종성(習種性) 보살이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십주행(十住行)을 닦아 불ㆍ법ㆍ승을 뵙고 보리심을 발하여 모든 중생을 불쌍하게 여겨 이익하고 안락하게 하고,
스스로 자기 몸의 6계(界)의 모든 근원[根]이 일체가 무상하고 고통이고 공하고 나란 것이 없음을 관찰하여 생사와 열반의 업행(業行)을 알면,
나와 남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고 풍요하게 하며,
부처님을 칭찬하거나 부처님을 헐뜯는 것을 들어도 마음이 안정되어 움직이지 아니하고,
부처님이 계시거나 부처님이 계시지 않거나 마음이 안정되어 물러나지 않는다.
3업(業)을 그르침 없이[無失] 6화경(和敬)을 일으켜서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으로 중생을 조화롭게 조복(調伏)하여 부지런히 십지를 배워서 신통으로 교화하여 이롭게 할 것이다.
하품(下品)은 팔만사천 바라밀다를 닦는다.
선남자여, 습인(習忍) 이전에는 십천겁(十千劫)을 지날 동안 10선행을 행하며 물러갔다 나아갔다 한다.
비유하면 가벼운 털이 바람 따라 나는 것과 같이,
만약 인위(忍位)에 이르면 정정취(正定趣)에 들어가서 5역죄를 짓지 아니하고 정법을 비방하지 아니하며,
나라는 것과 법의 모양이 다 공함을 아는 까닭에,
해탈의 위치에서 일 아승기겁을 머물러서 이 인(忍)을 닦고 익혀 능히 바라밀다의 수승한 행[勝行]을 일으킨다.
또 성종성(性種性) 보살은,
분별이 없는 데 머물러서 10혜관(慧觀)을 닦으니,
재물과 생명을 보시하기 때문이요,
청정한 계를 지키기 때문이요,
마음을 낮추어 겸손하기 때문이요,
나와 남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요,
생(生)과 사(死)에 어지러움이 없기 때문이요,
모양이 없음[無相]이 매우 깊기 때문이요,
있음[有]이 환(幻)과 같다고 통달했기 때문이요,
과보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요,
걸림 없는 해(解)를 얻었기 때문이요,
생각생각에 부처님의 신통력을 나타내기 때문이요,
네 가지 전도된 것[四顚倒]과 세 가지 선하지 못한 근[三不善根]과 삼세의 혹업(惑業)의 열 가지 전도된 것을 대치했기 때문이다.
나와 남과 지견(知見)은 생각생각에 허망하니,
이름도 거짓이요[名假], 사물을 대하여 받아들이는 것도 거짓이요[受假], 법이란 것도 거짓[法假]이어서 모두 얻을 수 없음을 깨달아,
나와 남이라는 모습이 없어서 진실한 관[眞實觀]에 머무른다.
중품(中品)에서 팔만사천 바라밀다를 이(二) 아승기겁 동안 닦고 익히어 모든 수승한 행을 행하여 견인(堅忍)의 위(位)를 얻는다.
또 도종성(道種性) 보살은,
견인(堅忍) 중에 머물러서 모든 법성(法性)을 관하여 생멸(生滅)이 없음을 얻고,
4무량심(無量心)으로 능히 모든 어둠을 깨뜨리고,
항상 여러 부처님을 뵙고 널리 공양을 일으키며,
항상 모든 부처님이 머무는 회향(廻向)을 배우며,
닦는 선근은 다 실제(實際)와 같이 능히 삼매에서 널리 불사(佛事)를 일으키어, 가지가지의 몸을 나타내어 4섭법(攝法)을 행하고 분별함이 없는 데 머물러서 중생을 이롭게 교화한다.
지혜는 밝고 밝아 매우 깊게 관찰하여 일체의 행원(行願)을 널리 닦고 익히어 능히 법사가 되어 유정(有情)을 길들인다.
5온(蘊)과 3계(界)와 2제(諦)를 관찰하여 나와 남이란 모양이 없는 여실한 성품[如實性]을 얻는다.
비록 항상 최상의 진리[勝義]를 닦지만 삼계에 생(生)을 받으니,
왜냐하면 업의 익힌 과보가 아직 다 없어지지 않은 까닭에 사람과 하늘 가운데서 도에 수순하여 태어나기 때문이다.
상품(上品)에서 팔만사천 바라밀다를 닦고 익히어 삼 아승기겁동안 두 가지 이익[二利]을 닦고 광대한 이익을 행하며,
모든 삼마지(三摩地:三昧)를 잘 조복(調伏)하고 훌륭한 관찰에 머물러 생사를 벗어나 열반에 들어가는 행을 닦아[出離行] 능히 평등한 성인의 지위를 증득하는 까닭이다.
또 환희지(歡喜地)의 보살마하살은,
어리석은 범부의 지위를 넘어서 여래의 집에 태어나 평등인(平等忍)에 머문다.
처음 무상(無相)의 지혜로 승의제(勝義諦)를 비추어, 한 모양으로 평등하여 모양도 아니요 모양도 없으니[非相無相],
모든 무명을 끊고 삼계의 탐욕을 멸하여, 미래의 한량없는 생사가 영원히 생기지 않기 때문이요,
대비를 으뜸으로 삼고 모든 큰 서원을 일으켜, 방편의 지혜에서 생각생각마다 한량없는 훌륭한 행을 닦고 익히어, 증득함도 아니요 증득하지 아니함도 아닌 일체를 두루 배우기 때문이요,
머물지도 아니하고 머물지 아니함도 아니하니 일체지를 향하기 때문이다.
생사에 행하되 마(魔)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요,
나와 내 것을 여의어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요,
나와 남의 모습이 없이 항상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요,
원력(願力)이 자재(自在)하여 모든 정토에 태어나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이것은 처음 깨닫는 지혜라, 같지도 아니하고[非如] 지혜도 아니며, 있는 것도 아니요 없는 것도 아니며,
두 가지 모양이 없는 묘용(妙用)의 방편이라 전도됨도 아니요, 머무는 것도 아니요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고요함도 아니요,
두 가지 이로움을 자재하니, 물과 물결같아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아니하며,
지혜로 모든 바라밀다를 일으키니, 또한 같지도 다르지도 아니하며,
사 아승기겁에 백만의 행원(行願)을 만족하게 닦고 익히니, 이 지(地)의 보살은 삼계의 업을 익힌 것도 없고 다시 새로 짓지도 아니하며,
지혜의 힘으로 말미암아 따라서 서원으로 태어나는 까닭이다.
생각생각에 항상 보시바라밀다를 행하고 보시와 애어(愛語)와 이행(利行)과 동사(同事)하여 광대하고 청정하게 능히 잘 안주(安住)하여 중생을 이롭게 한다.
또 이구지(離垢地)의 보살마하살은,
4무량심과 가장 훌륭한 적멸로 성냄 등의 습기를 끊고 일체행을 닦는다.
이른바 살해하는 것을 멀리 여의고,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아니하고, 마음에 욕심이 없고, 진실한 말을 하고, 화합하는 말을 하고, 부드러운 말을 하고, 조복시키는 말을 하고,
항상 버리는 마음을 행하며,
항상 자비심을 일으켜 정직한 마음에 머물며,
고요하고 순수한 선으로 파계하는 번뇌[垢]를 여의며,
자비관(慈悲觀)을 행하여 생각생각에 앞에 나타나며,
오 아승기겁에 계(戒)바라밀다를 구족하고 청정하며,
뜻이 용맹하여 영원히 모든 번뇌[染]를 여윈다.
또 발광지(發光地)보살마하살은,
분별함이 없는 데 머물러 무명의 어둠을 멸하고,
모양이 없는 인[無相忍]에서 3명(明)을 얻어, 삼세가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음을 다 알고,
4정려(靜慮)와 4무색정(無色定)에 의하여 분별없는 지혜[無分別智]로 차례로 수순하여 훌륭한 선정을 구족하여 5신통을 얻어,
현재의 몸으로 크고 작게 하거나 숨고 나타남을 자재로이 하며,
천안(天眼)이 청정하여 모든 취(趣)를 다 보고,
천이(天耳)가 청정하여 온갖 소리를 다 들으며,
타인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 중생의 마음을 알고,
과거세에 살았던 한량없는 차별을 능히 알며,
육 아승기겁 동안 일체의 인욕(忍辱)바라밀다를 행하여 큰 총지(總持)를 얻어 이익되게 하고 안락한다.
또 염혜지(焰慧地)보살마하살은,
순인(順忍)을 수행하여 영원히 미세한 신견(身見)과 변견(邊見)을 끊어 섭수하는 것이 없는 이요,
끝없는 보리분법(菩提分法)을 닦고 익히어, 4념처(念處)ㆍ4정근(精勤)ㆍ4신족(神足)ㆍ5근(根)ㆍ5력(力)ㆍ7각지(覺支)ㆍ8정도(正道)를 구족하고 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18불공법(不共法)을 성취하고자 하여 칠 아승기겁 동안 한량없는 정진(精進)바라밀다를 닦고 익히어 해태함을 멀리 여의고 널리 중생을 이익하게 한다.
또 난승지(難勝地)보살마하살은,
4무소외로 진여에 수순하여 청정하고 평등하여 차별의 모습이 없으며,
소승의 낙(樂)을 끊고 열반을 구하며,
모든 공덕을 모으고 모든 진리[諦]를 자세히 관한다.
이것은 고성제(苦聖諦)ㆍ집성제(集聖諦)ㆍ멸성제(滅聖諦)ㆍ도성제(道聖諦)와 세속제와 승의제와 한량없는 진리[諦]를 관하고,
중생을 이익하게 하기 위하여 기예(技藝)를 익히나니,
문자와 의약의 처방과 찬탄하고 읊으며[讚咏] 놀이하고 웃으며[戱笑] 재주와 주술[呪術], 외도들의 다른 논(論)과 길흉의 상을 점치고 하는 등에 하나도 착오가 없으며,
다만 중생에게 손해되거나 괴롭히지 아니하며,
이익되게 하는 까닭에 다 열어 보여서 점점 무상보리에 안주하게 하며,
모든 지(地) 가운데서 도에서 나오는 것과 도에 장애됨을 알고 팔 아승기겁 동안 항상 삼매를 닦고 모든 행을 개발한다.
또 현전지(現前地)보살마하살은,
위의 순인(順忍)을 얻어 3해탈문(解脫門)에 머물러,
능히 삼계의 모인 인[集因]과 모인 업에 거친 작용의 모양[麁現行相]을 다하며,
대비를 일으켜서 모든 생사의 무명의 어두운 덮개와, 업의 모임과, 식(識)의 종자ㆍ명색(明色)ㆍ6처(處)ㆍ촉(觸)ㆍ수(受)ㆍ애(愛)ㆍ취(趣)ㆍ유(有)ㆍ생(生)ㆍ노사(老死) 등은 모두 나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관찰하니,
무명의 업과(業果)는 있는 것도 아니고[非有] 없는 것도 아니어서[非無], 하나의 모양[一相]과 모양이 없음이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 아승기겁 동안 백만의 공(空)과 무상(無相)과 무원(無願)의 삼매를 행하여 일체 반야바라밀다를 얻어 끝없는 빛을 비춘다.
또 원행지(遠行地)보살마하살은,
무생인(無生忍)을 닦아 법에 차별이 없음을 깨달아,
모든 업과(業果)의 미세한 작용의 모양[細現行相]을 끊고 멸진정[滅定]에 머물러 수승한 행을 일으킨다.
비록 항상 적멸하나 널리 중생을 교화하고, 성문(聲聞)에 들어감을 보이고, 항상 부처님 지혜를 따르며,
외도와 같이함을 보이고 마왕이 되는 것을 보이며,
세간에 수순하되 항상 세간을 벗어난다.
십 아승기겁 동안 백만삼매를 행하여 선교방편으로 널리 법장(法藏)을 펴며 일체를 장엄하여 다 원만하게 한다.
또 부동지(不動地)보살마하살은,
무생인에 머물러 체(體)에 증감이 없으며,
모든 공용심(功用心)을 끊고 마음이 적멸하여, 몸의 모양[相]이나 마음의 모양이 없어 마치 허공과 같다.
이 보살에게 불심(佛心)ㆍ보리심(菩提心)ㆍ열반심(涅槃心)이 다 일어나지 않는 것은 본래의 서원인 까닭이다.
모든 부처님께서 가호[加持]하여 능히 일념 사이에 지혜와 업을 일으키되 평등하게 쌍조(雙照:둘다 긍정)하여, 10력(力)의 지혜로써 말할 수 없는 대천세계의 모든 중생을 따라 널리 다 이롭고 즐겁게 하며
천 아승기겁 동안 백만의 큰 서원[大願]을 만족히 하며,
마음과 마음이 나아가 일체종자[一切種:아뢰야식]와 일체지지(一切智智:佛智)에 들어간다.
또 선혜지(善慧智)보살마하살은,
위의 무생인에 머물러 마음과 마음의 모양을 멸하고,
지혜의 자재함을 깨달아 무애의 장애[無碍障]을 끊고,
대신통력을 갖추고 10력(力)과 4무소외를 닦아,
능히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잘 수호하며,
걸림 없는 지혜[解]로 법의 뜻과 말씀의 변재를 얻어 널리 정법을 연설하여 끝도 없고 다함도 없으며,
일 찰나 사이에 말로 다할 수 없는 모든 세계 가운데서 모든 중생의 어려운 물음을 한 음성[一音]으로 해석하여 널리 다 기쁘게 하며,
만 아승기겁 동안에 능히 백만 항하의 모래와 같은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을 나타내어 무진한 법으로 원만하게 이익되게 한다.
또 법운지(法雲地)보살마하살은,
한량없는 지혜로 신심을 낼 때부터 사유하고 관찰하여 백만 아승기겁을 지나면서 널리 한량없는 도를 돕는 법[助道法]을 닦아 모아 끝없이 큰 복과 지혜를 늘리고,
업을 자재하는 것을 깨달아 신통의 장애됨을 끊고,
일념 사이에 능히 시방의 백만 아승기 세계의 미진수 국토를 두루 다니며,
일체 중생의 마음의 행에 상ㆍ중ㆍ하의 근기가 있음을 알고,
삼승(三乘)을 설하여 널리 바라밀다를 닦고 익히게 하여, 부처님께서 행한 10력과 4무소외에 들어가서 여래를 따라 점점 적멸에 의지하게 한다.
선남자여, 처음 습인(習忍)에서 금강정에 이르기까지 다 일체 번뇌를 조복하는 모양이 없는 신인[伏一切煩惱無相信忍]이라 이름하며,
승의제(勝義諦)를 비추어 점점 조복하여 멸하되,
생멸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멸이 없는 것을 얻나니,
이 마음이 만약 멸하면 곧 무명이 멸한다. 금강정 앞에 있는 지견은 다 지견[見]이라 이름하지 못하며,
오직 부처님만이 단번에 일체지를 갖추어 가지는 지견만이 지견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선남자여, 금강삼매가 현재 앞에 나타날 때에도 또한 아직 능히 무등등(無等等)과 같지 못하니,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높은 대에 올라 널리 일체를 두루 보면 이에 보지 못할 것이 없는 것과 같다.
만약 해탈위에 오르면 하나의 모양과 모양이 없음은 생함도 없고 멸함도 없어, 진제(眞諦)와 같고 법성(法性)과 같으며, 공덕의 창고[藏]가 가득하여 여래의 위에 머문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 경을 받아 지니고 해설하며, 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가서 유정들을 이롭고 편안하게 하고 실상을 통달하게 하되, 나의 현재와 같아 다름이 없다.
선남자여, 시방 법계의 일체 여래는 다 이 문에 의하여 성불한다.
만약 이것을 벗어나서 성불한다고 말하면 이는 마군들이 말하는 것이며,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너희들은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믿고 이해해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고자 게송으로 설하였다.
저 복인(伏忍)보살은
불법을 장양(長養)하여
13심(心)을 견고하게 하였으니
불퇴전이라 한다.
처음 평등한 성품 깨달아
여러 부처님 가문에 태어나고
처음 깨달음 얻으면
환희지라 한다.
더러움에 물듦과 성냄 등의
가지가지 때[垢] 멀리 여의고
계(戒)를 갖추어 공덕 청정하면
이구지(離垢地)라 한다.
무명의 어둠 깨어 없애면
모든 선정 이루어
지혜의 빛으로 비추니
발광지(發光地)라 한다.
청정한 보리분법(菩提分法)은
신견(身見)과 변견(邊見) 멀리 여의고
지혜의 불꽃 활활 타니
염혜지(焰慧地)라 한다.
실답게 모든 진리[諦] 알고
세간의 모든 기예(技藝)
가지가지로 많은 중생 이롭게 하니
난승지(難勝地)라 한다.
연(緣)하여 생기는 법을 관찰하여
무명에서 늙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능히 그 매우 깊음 깨달으면
현전지(現前地)라 한다.
방편의 삼마지(三摩地)로
한량없는 몸 나투어
선교(善巧) 교묘하게 온갖 중생 대하면
원행지(遠行地)라 한다.
모양 없는 바다[無相海]에 머물러
일체 부처님 가호로
자재로이 마군 무너뜨리면
부동지(不動地)라 한다.
네 가지 걸림없는 지혜 얻어
한 음성[一音]으로 일체를 연설하여
듣는 자 다 기뻐하면
선혜지(善慧地)라 한다.
지혜는 짙은 구름같이
법계에 두루 가득하여
널리 감로법으로 씻어주면
법운지(法雲地)라 한다.
번뇌 없는 세계[無漏界]에 만족하여
항상 청정한 해탈의 몸이
적멸하여 불가사의함을
일체지라 한다.
부처님께서 파닉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滅度)한 후 법이 없어지려 할 때 일체 유정이 악업을 짓는 까닭에 모든 국토에서 가지가지 재난이 일어난다.
모든 국왕들이 자신과 태자ㆍ왕자ㆍ후비ㆍ권속ㆍ백관ㆍ백성과 모든 국토를 보호하려면 마땅히 이 반야바라밀을 받아 지니면 다 안락을 얻을 것이다.
나는 이 경을 국왕에게 부촉하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에게는 부촉하지 아니하니,
왜냐하면 왕의 위력이 없으면 능히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항상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해설해야 한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교화하는 대천(大千)세계에는 백억의 수미산과 백억의 일월(日月)이 있는데, 하나하나의 수미산에 사천하가 있으며 이 섬부주(贍部洲)에는 열여섯 큰 나라와 오백의 중간 나라와 십만의 작은 나라가 있으니,
이 모든 나라 안에 만약 일곱 가지 재난이 일어날 때 모든 국왕이 재난을 없애기 위하여, 이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가지고 해설하면 일곱 가지 재난이 곧 없어지고 국토가 안락할 것이다.”
바사닉왕이 아뢰었다.
“무엇을 일곱 가지 재난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째는 해와 달이 궤도를 잃어 햇빛이 변하여 백색ㆍ적색ㆍ황색ㆍ흑색이 되며,
혹은 둘ㆍ셋ㆍ넷ㆍ다섯 개의 해가 함께 비추며,
달빛이 변하여 적색 황색이 되며,
일식이나 월식이 나타나며,
혹은 해무리가 겹쳐서 하나ㆍ둘ㆍ셋ㆍ넷ㆍ다섯 겹으로 나타난다.
둘째는 별들이 궤도를 잃어 혜성(慧星)ㆍ목성ㆍ화성ㆍ금성ㆍ수성ㆍ토성 등 모든 별이 각각 변하며 혹은 같은 시간에 다 나타난다.
셋째는 용의 불과 귀신의 불ㆍ사람의 불ㆍ나무의 불ㆍ큰 불이 사방에서 일어나 만물을 태운다.
넷째는 시절이 변하나니, 추위 더위가 항상 고르지 아니하여 겨울에 비가 오고 번개가 치며,
여름에 서리와 얼음과 눈이 내리고,
흙과 돌의 산과 모래ㆍ자갈이 비같이 내리며,
때가 아닌데 우박이 내리고, 붉고 검은 물이 내리어 강과 하수가 범람하고, 돌이 흘러가고 산이 떠내려간다.
다섯째는 폭풍이 자주 일어나 해와 달을 어둡게 가리고, 집이 뽑혀 가고 나무가 뽑히고 모래가 날고 돌이 굴러간다.
여섯째는 천지에 햇빛이 강하여 못이 마르고 초목이 말라 죽고 온갖 곡식이 자라지 못한다.
일곱째는 사방에서 도적이 침입하여 나라 안팎에 병사가 다투어 일어나니, 백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대왕이여, 내가 지금 간략하게 이와 같이 모든 재난을 설하였다.
또 해가 낮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달이 밤에 나타나지 아니하고,
하늘의 가지가지 재앙으로는 구름과 비와 눈이 없고,
땅의 갖가지 재앙으로는 땅이 진동하며 갈라지는 일이 있으며,
혹은 다시 피흘리는 귀신이 나타나고 새ㆍ짐승들의 괴이한 일이 생긴다.
이와 같은 재난이 한량없고 끝이 없으니,
하나하나의 재난이 일어나면, 다 이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해설해야 할 것이다.”
그때 열여섯 국왕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 다 놀라 두려워함에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천지에 이런 재앙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섬부주의 크고 작은 나라 읍(邑)의 모든 백성들이 부모에 불효하고 스승과 어른을 공경하지 아니하고, 사문ㆍ바라문과 국왕ㆍ대신들이 정법을 행하지 아니하는 까닭이니, 이 모든 악함으로 말미암아 이런 재앙이 일어난다.
대왕이여, 반야바라밀다는 능히 일체의 모든 불법과, 일체 보살의 해탈법과, 일체 국왕의 위없는 법과, 일체 유정의 생사를 벗어나는 법이, 마니 보배와 같이 몸에 온갖 덕을 갖추어 능히 독룡(毒龍)과 모든 악한 귀신을 누르고,
능히 사람의 마음을 따라 구하는 것을 만족하게 하여 능히 전륜왕의 이름난 여의주에도 응하여 주며,
능히 난타(難陀)와 발난타(跋難陀) 등의 모든 큰 용왕으로 하여금 단비를 때맞추어 내리게 하여 초목을 윤택하게 한다.
만약 어두운 밤에 높은 깃대 위에 두면 빛이 천지를 비추어 밝기가 해 뜨는 것과 같다.
이 반야바라밀다도 또한 다시 이와 같다.
그대들 모든 왕들은 마땅히 보배 깃대와 번개를 만들고 향을 태우고 꽃을 흩어 널리 크게 공양하며,
보배함에 경을 넣어서 보배 책상에 두었다가 만약 행사할 경우는 항상 그 앞에서 인도할 것이며,
경이 있는 곳에는 칠보의 장막을 치고 온갖 보배로 자리를 만들고 경을 위에 올리고, 가지가지로 공양하며 부모 섬기듯 할 것이며, 또한 모든 하늘이 제석천을 받들어 섬기듯이 할 것이다.
대왕이여, 내가 보건대 모든 나라 일체 사람의 왕은 다 과거 오백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여 제왕이 되었으며,
일체 성인으로 도과(道果)를 얻은 이는 내생에 그 나라에 태어나서 큰 이익을 주게 될 것이지만,
만약 복이 다하여 도가 없을 때는 성인이 버리고 가서 재난이 다투어 일어날 것이다.
대왕이여, 만약 미래세에 모든 국왕이 정법을 세우고 삼보를 보호하는 자는 내가 오방(五方)보살마하살 대중이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하게 할 것이다.
동방의 금강수(金剛手)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청색의 빛을 놓으며 4구지(俱胝)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남방의 금강보(金剛寶)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마니(摩尼)를 가지고 태양 빛을 놓으며 4구지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서방의 금강리(金剛利)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검을 들고 금색 광명을 놓으며 4구지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북방의 금강약차(金剛藥叉)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요령을 들고 유리색 광명을 놓으며 4구지의 야차와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중방의 금강바라밀다보살마하살은 손에 금강륜(金剛輪)을 가지고 오색 광명을 놓으며 4구지 보살과 함께 가서 그 나라를 보호할 것이다.
이 다섯 보살마하살은 각각 이와 같이 한량없는 대중과 함께 그대들 나라에 큰 이익을 줄 것이니, 마땅히 형상을 세워서 공양하도록 하라.”
그때 금강수보살마하살 등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본원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어서,
시방세계 일체 국토에 만약 이 경을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해설하는 곳에는,
우리들이 마땅히 각각 이와 같은 권속과 함께 일념 사이에 곧 그 곳에 가서 정법을 수호하고 정법을 일으키어,
그 나라에 모든 재난이 없게 하고 병난[刀兵]과 질병 일체를 다 없앨 것입니다.
세존이여, 우리들은 다라니가 있어서 능히 가피력으로 옹호할 것이며,
이는 일체 부처님 본래의 처소에서 수행하는 가장 빠른 문이니,
만약 사람이 들어서 한 번만 귀를 스쳐 지나가도 있던 죄장이 다 소멸될 것인데, 하물며 다시 읽고 익히어 날카로운 칼날과 같이 걸림없이 통하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법의 위력으로 마땅히 나라의 경계안에 영원히 여러 재난이 없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곧 부처님 앞에서 이구동성으로 다라니를 설하였다.
나모라다나 다라 야야 나모아리야 베 로자나 야 다타 아다야라하 뎨 삼먁삼몯다 야 나막아 랴- 삼만다발나라 야 모디사다바 야 마하사다바 야 마하가 로니가야 다-냐 타 기야 나바라 니 볘 아가사 야구세 바라 뎨바 나바뎨 살바몯다 바로기제 유아바리니삽파 녜 엄피 라나라바아 혜 뎨리야돠- 바리니십바 녜 모디잔다산자나니 살바 비쇄가비색하뎨 달마사 아라삼보뎨 아모가실라 바녜 마하삼만다바나라보미 녈 리- 뎨 미야 갈라 나 바리바라 바니살바싣다 나마사하리 뎨 살바모디살다바 산자나니 바아바디 몯다 마뎨 아라니가라내 아라나가라내 마하바라 기양 바라미뎨사바하
그때 세존께서 이 말을 듣고 나서 금강수 등 모든 보살의 말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만약 이 다라니(陀羅尼)를 지니고 외우는 이는,
나와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다 항상 가호하고,
모든 악한 귀신이 부처님처럼 공경할 것이며,
오래지 않아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대왕이여, 나는 이 경을 그대들에게 부촉한다. 비사리국(毘舍離國)ㆍ교살라국(憍薩羅國)ㆍ실라벌국(室羅筏國)ㆍ마가다국(摩伽陀國)ㆍ파라니사국(波羅泥斯國)ㆍ가비라국(迦毘羅國)ㆍ구시나국(拘尸那國)ㆍ교섬시국(憍睒彌國)ㆍ반차라국(般遮羅國)ㆍ파타라국(波吒羅國)ㆍ말토라국(末土羅國)ㆍ오시니국(烏尸尼國)ㆍ분타발다국(奔吒跋多國)ㆍ가시국(迦尸國)ㆍ첨파국(瞻波國) 등의 이와 같은 일체 모든 국왕들은 다 응당히 반야바라밀다를 받아 가질 것이다.”
이때 모든 대중의 아수라(阿修羅) 등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재난의 일을 듣고 온 몸의 털이 쭈뼛해져 다 같이 높은 소리로 외쳐 말하였다.
“원컨대 우리들은 미래에 그 나라에 태어나지 않겠습니다.”
그때 열여섯 왕이 곧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 8승처(勝處)와 10일체처(一切處)를 구족하고 복인(伏忍)ㆍ언인(言忍)ㆍ무생인(無生忍)을 얻었다.
그때 일체 하늘과 사람의 대중과 아수라 등이 만다라꽃ㆍ만수사꽃ㆍ바사가꽃ㆍ소마나꽃을 흩으며 부처님께 공양하고, 그 종성(種性)에 따라 3해탈문(解脫門)과 생공(生空)ㆍ법공(法空)ㆍ보리분법(菩提分法)을 얻었으며,
한량없고 수없는 보살마하살은 구물두꽃ㆍ파두마꽃을 흩으며 부처님께 공양하고 한량없는 삼매가 다 앞에 나타나며 순인(順忍)ㆍ무생법인(無生法忍)에 머무는 것을 얻었으며,
한량없고 수없는 보살마하살은 항하사의 모든 삼매문을 얻었으며 진속(眞俗)이 평등한 무애의 지혜를 갖추고 항상 대비를 일으켜 백만억 아승기 부처님 세계의 먼지 수[微塵數]와 같은 세계에 널리 중생을 이익하게 하고 현재의 몸으로 성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