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담감로미론 상권
8. 정근품(淨根品)
음탕한 욕심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마음과 상응하는 것을 번뇌라고도 하며 결박(詰縛)이라고도 한다.
이를 제거하는 것에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억제함[制]이고, 둘째는 제거함[除]이며, 셋째는 지혜로 끊는 것이다.
무엇을 억제함이라 하는가?
만약 무루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 계율을 지키는 것과 사유로써 음탕한 욕심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물리쳐 (이들을) 받지 않는 것을 억제함이라 말한다.
무엇을 제거함이라 하는가?
선정을 얻어 음탕한 욕심과 분노와 어리석음, 선하지 않은 법을 떠나는 것을 제거함이라 말한다.
무엇을 지혜로 끊음이라 하는가?
깨달음의 뜻으로 괴로움과 집착[苦習]을 반연하는 것을 끊는 것을 끊음이라 말한다.
만약 억제함이나 제거함의 경우라면 어떤 때는 청정하고 어떤 때는 청정하지 않으나,
무루의 지혜로 끊는다면 이를 청정하다고 말한다.
스물두 가지 근(根)은,
모든 외입(外入)의 남근(男根)ㆍ여근(女根)ㆍ명근(命根)ㆍ
고근(苦根)ㆍ낙근(樂根)ㆍ우근(憂根)ㆍ희근(喜根)ㆍ호근(護根)ㆍ
신근(信根)ㆍ정진근(精進根)ㆍ염근(念根)ㆍ정근(定根)ㆍ혜근(慧根)ㆍ
미지근(未知根)ㆍ이지근(已知根)ㆍ대지근(大知根)과,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내입(內入)의 6근이다.
남자의 모습과 남자라는 인식을 남근이라 말한다. 여자의 모습과 여자라는 인식을 여근이라 말한다.
3계 가운데 살아가는 모습을 명근이라 말한다.
6식(識)과 상응하는 즐거운 느낌을 낙근이라 말한다.
5식과 상응하는 괴로운 느낌을 고근이라 말한다.
의식과 상응하는 즐거운 느낌을 희근이라 말한다.
의식과 상응하는 괴로운 느낌을 우근이라 말한다.
의식과 상응하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을 호근이라 말한다.
모든 선법 가운데 믿음을 신근(信根)이라 말한다.
정진근ㆍ염근ㆍ정근ㆍ혜근은 이와 같다.
견고한 믿음과 견고한 법의 도에 속하는 무루의 아홉 가지 근(根)을 미지근이라 하고,
신해탈(信解脫)과 견도(見到)의 도에 속하는 무루의 아홉 가지 근을 이지근이라 하며,
무학도(無學道)에 속하는 무루의 아홉 가지 근을 대지근이라 한다.
무엇을 근의 뜻으로 삼는가?
힘이 있고, 이익이 있는 것을 근이라고 말한다.
6정(情)과 남근ㆍ여근ㆍ명근의 아홉 가지 근은 세계 가운데 힘이 있고, 이익이 있다.
다섯 가지 느낌의 근[五痛根]은 번뇌를 낳는 힘이 있고, 이익이 있다.
신근 등의 다섯 가지 근은 선법 가운데서 힘이 있고, 이익이 있다.
세 가지 무루의 근은 도 가운데서 힘이 있고, 이익이 있다. 도를 얻기 때문이다.
모든 근은 각각 힘이 있고, 이익이 있다.
스물두 가지 근의 몇은 욕계에 묶이고, 몇은 색계ㆍ무색계에 묶이고, 몇은 묶이지 않는가?
네 가지 근 즉, 남근ㆍ여근ㆍ우근ㆍ고근은 욕계에 묶인다.
다섯 가지 근 즉, 안근ㆍ이근ㆍ비근ㆍ설근ㆍ신근(身根)은 색계에 묶인다.
유루의 희근ㆍ낙근은 욕계와 색계에 묶인다.
유루의 호근ㆍ의근ㆍ명근과 신근 등의 다섯 가지 근의 모든 것은 3계에 묶인다.
무루의 의근ㆍ호근ㆍ희근ㆍ낙근과 신근 등의 다섯 가지 근은 묶이지 않는다.
이들 아홉 가지 근이 합쳐진 것이 세 가지 무루근 즉, 미지근ㆍ이지근ㆍ대지근이다.
스물두 가지 근의 몇은 수(受)이고, 몇은 불수(不受)인가?
낙근 등의 다섯 가지 근과 신근 등의 다섯 가지 근, 모든 무루근은 불수이고,
나머지 다른 근은 혹은 수이고, 혹은 불수이다.
스물두 가지 근의 몇은 선함이고, 몇은 선하지 않음이고, 몇은 무기(無記)인가?
신근 등의 다섯 가지와 세 가지 무루근의 여덟 가지 근은 선함이고,
안근 등의 다섯 가지 근과 남근ㆍ여근ㆍ명근의 여덟 가지는 무기근이다.
여섯 가지를 마땅히 분별하면 의근과 낙근 등의 다섯 가지 통근은 어느 때는 선함이고,
어느 때는 선하지 않음이며, 어느 때는 무기이다.
스물두 가지 근의 몇은 유루이고, 몇은 무루인가?
신근 등의 다섯 가지와 낙근ㆍ희근ㆍ호근ㆍ의근은 어느 때는 유루이고, 어느 때는 무루이다.
뒤의 세 가지 근은 오로지 무루이다.
열 가지 근인 안근ㆍ이근ㆍ비근ㆍ설근 신근ㆍ남근ㆍ여근ㆍ명근ㆍ우근ㆍ고근은 유루이다.
(태생, 난생, 습생의) 세 가지 태어남은 최초에는 두 가지 근인 신근 및 명근을 얻는다.
화생은 때에 따라서 여섯 가지ㆍ일곱 가지ㆍ여덟 가지가 된다.
무형(無形)은 여섯 가지이고, 하나의 형[一形]은 일곱 가지이며, 형(形)은 안근 등의 다섯 가지 큰 및 남근ㆍ여근ㆍ명근의 여덟 가지이다. 나머지 근들은 차례로 얻는다.
색계 가운데서는 최초에 6근과 5정(情), 명근을 얻는다.
무색계 가운데서는 최초에 한 가지인 명근만을 얻는다.
욕계의 무기심(無記心)에서 점차 명(命)을 다하면 네 가지를 버리고 혹은, 어느 때는 여덟 가지, 어느 때는 아홉 가지, 어느 때는 열 가지를 버린다.
만약 선심(善心)에서 죽는다면 아홉 가지, 혹은 열세 가지, 혹은 열네 가지, 혹은 열다섯 가지를 버린다.
스물두 가지 근의 몇은 진리를 보는 것으로 끊고, 몇은 사유로 끊고, 몇은 끊지 못하는가?
네 가지 근 즉, 의근ㆍ낙근ㆍ희근ㆍ호근은 어느 때는 진리를 보는 것으로 끊고, 어느 때는 사유로 끊고, 어느 때는 끊지 못한다.
세 가지 무루근은 끊지 못한다.
나머지 근들은 사유로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