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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3권
7. 탄생하는 품[誕生品]
그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태 안에서 열 달을 다 채우고 탄생하려 할 때에 수단 왕궁에서는 먼저 서른두 가지의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났느니라.
첫째는 모든 큰 나무는 꽃을 머금어 피려 하였고,
둘째는 모든 못 안의 우발라꽃[優鉢羅花]과 구물두꽃[拘物頭花]ㆍ파두마꽃[波頭摩花]ㆍ분다리꽃[棼陀利花]이 모두가 꽃술을 머금었고,
셋째는 모든 작은 꽃의 떨기가 나기는 했으되 아직 퍼지지는 아니하였고,
넷째는 저절로 여덟 줄로 나란히 선 보배 나무가 있었고,
다섯째는 2만의 보배 광이 땅에서 솟아 나왔고,
여섯째는 왕궁 안에 저절로 보배 아기(牙旗)가 생겼고,
일곱째는 땅 속에서 또 한량없는 보배의 병이 나와 향기로운 기름이 가득 담아졌고,
여덟째는 설산 산중으로부터 한량없는 사자의 새끼가 와서 가비라성을 둘러싸고 기뻐 뛰며 외치면서 저마다 성문을 지켰고,
아홉째는 거기의 사자들도 온 백성을 해치지 아니하였고,
열째는 5백의 흰 코끼리 새끼가 설산으로부터 왕의 궁전 앞까지 와 닿았느니라.
열한째는 한량없는 하늘의 어린아이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채녀들에게 안겨서 뒹굴며 재미있게 놀았고,
열두째는 여러 용녀(龍女)들이 반몸만 나타내며 손에 미묘한 여러 보배 영락을 가지고 공중에 서있었고,
열셋째는 10천의 천녀들이 저마다 공작 깃의 부채를 가지고 공중에 나타났고,
열넷째는 10천이 보배 병들이 향수를 가득히 담아 여러 가지의 꽃을 띄우며 허공에 나타나서 가비라성을 빙빙 돌았고,
열다섯째는 10천의 천녀들이 저마다 보배 병을 받들며 허공에 나타났느니라.
열여섯째는 10천의 천녀들이 저마다 당기ㆍ번기ㆍ보배 일산을 가지고 공중에 나타났고,
열일곱째는 한량없는 하늘의 여러 채녀들이 하늘의 악기를 가지고 공중에 나타나서 아직 치거나 울리지 아니하였고,
열여덟째는 온갖 향기 바람이 모두 아직은 나부끼지 않고 가만히 머물렀고,
열아홉째는 강물과 모든 물들이 잠잠하여 흐르지 아니하였고,
스무째는 해와 달과 모든 별들이 다 운행하지 아니했느니라.
스물한째는 불사성(弗沙星)이 달과 합하려 하였고,
스물두째는 왕궁의 전당에는 저절로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어졌고,
스물셋째는 온갖 등불과 횃불이 죄다 빛을 잃었고,
스물넷째는 모든 누각과 전당이며 망루 위에 갑자기 마니주(摩尼珠) 보배들이 꾸며지면서 축 늘어져 달렸고,
스물다섯째는 여러 보배 광이 갑자기 저절로 열렸느니라.
스물여섯째는 악한 날짐승과 괴이한 길짐승들이 모두 소리를 내지 못하였고,
스물일곱째는 공중에서 묘한 소리를 내면서 ‘잘 낳으소서, 잘 낳으소서’ 하며 외쳤고,
스물여덟째는 일체 인간들이 하는 사업을 모두가 다 쉬어 버렸고,
스물아홉째는 높고 낮은 땅이 죄다 편편해졌고,
서른째는 모든 큰 길거리와 작은 길거리와 놀며 다니는 길까지도 저절로 부드러워지면서 꽃을 뿌리며 꾸며졌고,
서른한째는 모든 아이 밴 여인이 아이를 낳되 어려움이 없고 모두가 편안함을 얻었으며,
서른두째는 사라(沙羅)나무 신이 반몸만 나타내어 합장하고 공경하였느니라.
먼저 이와 같은 서른두 가지의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났느니라.
그때 마야 성후는 보살의 거룩한 신통력으로 곧 보살이 장차 탄생하려 함을 알고 초저녁에 수단왕에게 나아가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대왕은 이제 저의 청을 들어주소서.
오래부터 용비원(龍毘園:룸비니)에 나아가려 했나니
저를 꺼리거나 시새움 내지 마소서.
곧 가서 잠깐 동안 놀이하겠습니다.
대왕은 부지런히 법을 생각하시고
여러 고행 닦아서 고달프시며
저는 이 청정한 사람을 배었기에
궁중에 있는 지 또한 오래입니다.
나무들 우거져서 처음 무성하므로
이때 바로 동산 숲을 구경할 만하오며
철은 바야흐로 봄이라, 매우 아름다우매
채녀들과 함께 서로 재미있게 놉니다.
뭇 새들 지절거려 노래 부름과 같고
지는 꽃은 곳곳에 가득 찼나니
원컨대 대왕은 빨리 칙명하시어
때맞추어 그 좋은 동산에서 놀게 하소서.
왕은 성후의 이런 말을 듣고
기뻐하며 곧 신하들에게 칙명을 하되
빨리 좋고 미묘한 연(輦)을 꾸미고
용비원도 장엄하여라.
또 2만의 코끼리를 멍에 메되
빛깔은 흰 눈 같고 모양은 산처럼 하며
마니주 보배로 그 몸을 빛내고
순금 그물로 그 위를 덮어라.
코끼리는 다 여섯 어금니 갖춘 것으로 하여
양 가에는 값진 방울 엇걸어 드리우며
또 2만 마리의 빠른 말을 가져다가
붉은 갈기 흰 바탕에 은과 눈과 같이 하며
굴레는 금 안장에 보배 방울 그물에다
그 말 빨라 바람같이 달리게 하라.
2만의 훌륭한 군사 죄다 씩씩하고
원수와 적을 꺾고 진영 호위할 만하게
갑옷ㆍ투구ㆍ무기를 각기 차리고
투륜(鬪輪) 잡고 견삭(羂索)까지 같이 가져라.
성후가 타고 갈 모든 연여(輦輿)는
마니 보배들도 사이사이 장엄하고
또 수레에 여러 좋은 음식 실어서
위에는 아름다운 휘장으로 덮어라.
또 거병(車兵)도 용맹하고 씩씩한 이 거느리되
갑옷 입고 모든 병기 가질 것이며
또 한량없는 모든 수레에
진기한 뭇 보배를 실을지어다.
또 그지없는 여러 묘한 보배로써
룸비니를 둘러싸며 새겨 빛이 나게 하고
또 구슬 보배와 비단으로써
동산 안의 좋은 숲을 꾸며 놓아라.
곳곳에 다 이름 있는 꽃을 뿌려서
제석천의 환희원과 같게 해 놓고
너희들은 갖가지로 꾸미기를 마치면
빨리 와서 나에게 알려야 한다.
신하들은 임금의 칙명을 받자마자
즉시 물건 갖추어서 모두 일해 끝내고
복과 수명 훌륭하신 왕께 아뢰며
칙명한 대로 모두가 벌써 모았네.
왕은 이 일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곧 대궐에 들어가 나인에게 칙명하되
만약 나를 따라가기 좋아한다면
너희들도 마땅히 다 꾸며야 한다.
향냄새 비단 무늬 고운 의복은
부드럽고 미묘하여 마음 기쁘게 하고
구슬ㆍ패물ㆍ영락으로 몸소 몸을 꾸미어
저마다 백천 가지 악기 가져라.
거문고와 비파며 소저ㆍ퉁소ㆍ공후들을
치고 불며 묘한 소리 나오게 하고
천상 인간 남녀들이 만약 들으면
모두가 좋아하며 기쁨 내게 하여라.
성후가 앉아 갈 보배의 수레에는
다른 사람 가까이 못하게 하고
여러 채녀들만이 잡고 모시어
온갖 나쁜 형상 모두 치우라.
네 가지 병사 모두 왕문 앞에 모이자
왁자함이 파도 소리 들림과 같고
성후가 처음에 궁전 문을 나서매
상서롭고 미묘한 게송을 모두 부르네.
연은 왕궁에서 절로 새겨 꾸미고
달려 있는 보배 방울 방울 소리 떨치는데
그런 뒤에 백천의 여러 천인들
그 위에 사자좌를 펴 깔았네.
수레 곁에 네 가지 보배 나무 벌렸는데
가지 잎과 꽃과 열매 모두가 무성하고
또 상서로운 새 있어 소리 곱고 맑은데
나부끼듯 춤추며 와서 모이네.
당기ㆍ번기ㆍ일산ㆍ그물ㆍ하늘 옷들이
높이 솟아 둘러싸며 두루 장엄하였고
하늘의 채녀들은 공중에 있으면서
기쁜 마음으로써 찬탄을 하네.
성후가 이때 보배 연에 오르니
삼천세계가 여섯 종류로 진동을 하며
제석천은 깨끗이 길을 치우고
사천왕은 내려와서 수레 모시네.
대범천왕은 길잡이 되어
모든 나쁜 형상들 치워 없애며
한량없는 백천의 여러 하늘들
공경하고 예배하며 우러러보네.
이런 하늘들이 와서 일하며 모심 보고
부왕은 크게 기쁨 내며 말하기를
성후가 배고 있는 그 아이는
틀림없이 하늘 중의 하늘[天中天]이리라.
이미 그를 위하여 사대천왕과
제석천과 범왕과 여러 하늘이
그지없는 크신 공양 널리 베풀었으나
이때 틀림없이 부처 이룰 것이다.
삼계의 모든 중생으로서
이런 공양 받을 만한 이는 아예 없나니
가령 제석ㆍ범왕과 모든 용이며
사천왕 등이 이 공양 받았다면
감당할 수 없으므로 머리가 깨졌거나
혹은 이 공양 때문에 죽게 되지만
가장 훌륭하신 하늘 중의 하늘만이
인간 천상의 묘한 공양 받을 만하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8만 4천의 상병(象兵)ㆍ마병(馬兵)ㆍ거병(車兵)과 보병은 모두 다 단정하고 씩씩하여 겨룰 만한 적이 없는 이들인데 갑옷과 투구를 입고 갖가지로 장엄하여 병기를 붙잡고서 성후를 호위하였으며,
6만의 석가 성바지의 채녀들도 시중하며 둘러쌌고, 왕의 권속들도 어른이거나 어린이거나 공경하며 호위하였느니라.
또 6만이나 되는 왕의 채녀들은 풍악을 잡히면서 가지가지로 노래하고 춤을 추었으며,
또 8만 4천의 하늘 동녀들과 8만 4천의 용녀, 8만 4천의 건달바녀, 8만 4천의 긴나라녀,
8만 4천의 아수라녀 등의 이러한 모두가 여러 가지 보배로써 스스로 장엄하고 뭇 풍악을 잡혀 노래하고 춤추며 칭송하면서 불모를 시중하여 룸비니 동산에 나아가 좋은 향수로써 그 땅에 두루 뿌리고 하늘 꽃을 흩었느니라.
동산 안 풀과 나무는 제철이었거나 철이 아니었거나 간에 가지와 잎ㆍ꽃ㆍ열매가 죄다 피고 익어서 장엄하고 자못 훌륭한 것이 마치 제석천의 환희동산[歡喜園]과 같았느니라.
그때 성후는 동산에 도착하여 노닐고 거닐면서 자상하게 살피다가 바차 보배 나무[波叉寶樹]에 이르렀는데,
그 나무는 가지와 잎이 우거지고 산뜻하여 윤기가 나며 천상의 꽃, 인간의 꽃이 둘레에 피었고, 살살 부는 바람에 움직이면서 향기가 자오록하였느니라.
또 여러 채색과 마니주 보배로 꾸며졌고, 나무 아래는 두루 하게 땅이 편편하여 손바닥과 같았으며,
나 있는 여러 풀들의 그 빛깔은 푸른 감색(紺色)이어서 마치 공작새 꼬리와 같고 즐거운 촉감이 느껴져서 가린다(迦隣陀) 옷과 같았느니라.
과거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들도 모두 오셔서 이 보배 나무 아래 앉으셨느니라.
이때 백천의 정거천(淨居天)의 천자들은 그 마음이 고요하여져서 혹은 땋은 머리를 드리우기도 하고, 혹은 보배 관을 쓰고 이 나무 아래 이르러 성후를 둘러싸고 기뻐하며 예배하고 하늘 풍악을 잡히면서 찬탄하는데,
곧 보살의 거룩한 신력으로 그 나뭇가지와 줄기가 바람에 쏠려 내려오면서 이에 머리를 조아리고 성후의 발에 예배하였느니라.
그때 성후가 내쏜 몸의 광명은 공중의 번개와 같았는데, 나무를 우러러 보며 오른편 손으로써 나무의 동쪽 가지를 더위잡고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면서 단정하고 엄숙하게 사는지라,
이때 욕계의 6만 백천의 하늘 채녀들은 성후 처소에 가서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였느니라.
비구들아, 알라. 보살은 태 안에 있으면 사위와 같은 갖가지 공덕과 신통 변화를 이룩하다가 열 달을 다 채우고 어머니의 오른편 겨드랑이로부터 편안하고 조용히 탄생하면서도 바른 생각과 바른 지각(知覺)이어서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제석과 사바세계 주인인 범천왕은 공경하고 존중하여 몸을 굽히며 나아가 한마음 바른 생각으로 곧 두 손으로 교사야(燆奢耶) 옷을 덮고 보살을 받들었나니, 그 일을 마치고는 바로 보살이 태 안에 있을 때에 살던 보배 궁전을 가지고 범천(梵天) 궁전으로 돌아갔느니라.
그때 보살은 탄생한 뒤에 사방을 자세히 살피되, 마치 사자와 대장부(大丈夫)같이 편안하고 자상하게 쳐다보았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보살은 많은 생 동안에 선근을 쌓고 모은지라, 이때 바로 깨끗한 하늘 눈을 얻어 일체 삼천대천세계 국토의 성과 읍이며 모든 중생들이 지니는 마음과 행을 살펴보고 죄다 환히 알았느니라.
이렇게 아시기를 마치고, 다시 이 중생들이 지니는 계율ㆍ선정ㆍ지혜와 여러 선근이 ‘나와 똑같은가’를 자세히 살피셨나니, 비로소 시방의 삼천대천세계에서는 그와 똑같은 중생이 하나도 없었음을 보았느니라.
그때 보살은 잘 스스로가 생각하고 헤아리며 바른 생각으로 부축을 받지 아니하고 몸소 동쪽으로 일곱 걸음을 걸었는데, 발자국마다 모두 연꽃이 났느니라.
보살은 이때에 두려워하지도 않고 떠듬거림도 없이 말하였느니라.
‘나는 온갖 선한 법을 얻어 중생들을 위하여 말하리라.’
또 남쪽으로 일곱 걸음 가서 말하였느니라.
‘나는 천상과 인간에서 공양을 받을 만하느니라.’
또 서쪽으로 일곱 걸음 가서 말하였느니라.
‘나는 세간에서 최고로 존엄하고 최고로 수승하니, 이는 곧 생노병사를 다한 최후 한계의 몸이니라.’
또 북쪽으로 일곱 걸음 가서 말하였느니라.
‘나는 일체 중생들 가운데서 위없는 우두머리가 되리라.’
또 아래쪽으로 일곱 걸음 가서 말하였느니라.
‘나는 일체 악마를 항복 받고, 또 지옥의 모든 세찬 불과 여러 고통 주는 도구를 없애고 큰 법 구름을 베풀어서 큰 법 비를 내려 중생들이 다 안락을 받게 하리라.’
또 위쪽으로 일곱 걸음을 가서 말하였느니라.
‘나는 일체 중생들의 존경과 숭배를 받으리라.’
보살이 이 말을 할 때에 그 소리는 널리 일체 삼천대천세계에 들렸나니,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보살은 많은 생 동안에 선근을 쌓고 모으다가 맨 나중의 생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므로 으레 이와 같이 신통 변화를 하느니라.
비구들아, 알아야 한다.
이때 일체 중생은 뛸 듯이 기뻐하였고, 대지(大地)는 진동하는데도 중생들은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제철 아닌 약나무는 다 무성하고 공중에서는 미묘한 음성이 났으며, 이슬비가 내리고 갖가지 하늘의 꽃과 향을 비처럼 내리며 진주와 영락이며 훌륭한 의복이 이리저리 날뛰면서 서서히 떨어졌느니라.
또 화창하고 미묘한 향기 바람이 불어 깨끗하고 부드럽고 즐거운 촉감이 생겼으며,
구름도 없고 안개도 없고 연기도 없고 티끌과 어두움도 없으며,
공중에서는 맑고 화창한 범음(梵音)이 들렸는데, 보살의 모든 공덕과 법을 찬양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보살이 큰 광명을 놓자 한량없는 백천의 갖가지 기이한 빛깔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찼고,
일체 중생으로서 이 광명을 만난 이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쾌락함이 끝이 없었으며,
모든 해와 달과 여러 대범왕과 제석천과사천왕이며 그 밖의 천인들이 지닌 광명은 죄다 나타내지 못했느니라.
이때 일체 중생들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근심ㆍ슬픔ㆍ놀람ㆍ두려움을 멀리하고 선하지 못한 여러 악과 죄와 장애도 떠났으며,
병들어 괴로워하는 중생은 모두 나아 버리고,
배고프고 목마른 중생들은 다 배가 부르고,
미치광이와 취하고 어지러운 이는 다 깨 버리고,
여러 감관의 불구자는 원상으로 되고,
가난한 이는 재물을 얻고, 얽매인 이는 벗어나고,
지옥 중생들은 다 휴식을 얻고,
축생 중생들은 모두 서로 해치려는 마음이 없어지며,
아귀ㆍ중생들은 다 배가 차도록 실컷 먹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아승기 백천 구지 나유타 겁 동안 모든 선한 행을 닦으며 힘써 나아간 힘 때문에 처음 탄생한 때에 바로 시방을 각각 일곱 걸음씩 갈 수 있었나니,
모든 부처님 여래의 위력이 여기에 더한지라 땅은 변화하여 금강이 되었고 보살이 밟았지만 빠지거나 갈라지지 않았느니라.
이때 세계의 중간에 있는 깊숙하고 어두운 곳은 죄다 크게 밝아져서 그 가운데 중생들은 저마다 서로 가 보게 되었느니라.
또 이때 여러 하늘들의 음악은 미묘한 소리를 내었고, 여러 가지 하늘 꽃과 가루 향ㆍ타는 향을 비처럼 내렸으며, 꽃다발과 값진 보배와 장엄하는 꾸미개들이며 훌륭한 의복은 구름처럼 내려와서 일체 중생들은 다 훌륭하고 평안한 쾌락을 느꼈나니,
보살이 세간에 나타남에는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서 지닌 공덕은 불가사의하다.
만약 자세히 말하려 하면 겁(劫)이 다하도록 하여도 다하지 못하느니라.”
그때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보살이실 때에도 오히려 그러한 훌륭하고 희유한 일을 이룩하셨거늘 하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시게 된 뒤오리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세상 중에 어떤 비구들로서 몸의 계율과 마음의 지혜를 닦아 익히지 아니하여 어리석고 무지하고 교만하고 떠받들고 들떠서 마음이 어지러워 법의 계율을 쫓지 않으며, 탐내고 구하는 것이 많고 바른 법을 믿지 않으며, 사문의 때[垢]만을 갖추고 사문과 비슷한 이러한 비구들이,
만약 보살이 깨끗하게 태 안에 들어갔음을 듣고도 믿어 받지를 않고 도리어 함께 모여 비방만을 더하며 말하였느니라.
‘보살이 태 안에 있을 적에 어머니의 오른편 겨드랑이에 살면서 비록 고름과 피에 더러워지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어찌 이런 큰 공덕이야 있었겠느냐?’
이런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보살이 쌓고 모은 공덕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또한 보살이 영험을 나타내어 태 안에 들며 이와 같은 자못 훌륭하고 깨끗한 한량없는 공덕을 지니어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서 세상에 나오는 것도 모르리라.
아난아,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에는 천상에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미묘한 법 바퀴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서만이 부처가 됨을 나타내 보이시느니라.
왜냐하면 만약 천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면 인간 안의 중생들이 모두 생각하기를,
‘내가 이미 하늘이 아니었거니, 어찌 부처님 도를 닦고 익힐 수 있겠느냐’라고 하여 곧 기가 꺾여 물러나리니,
이런 이치 때문에 인간에서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것인데,
그러나 저 어리석은 법을 도둑질하는 무리들은 보살의 불가사의한 일도 분명히 모를 뿐만 아니라 더욱 비방하고 망령되이 억측까지 하느니라.
아난아, 어리석은 사람들은 오히려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덕(德)도 믿지 않는데, 하물며 보살의 신통(神通)을 믿을 수 있겠느냐. 이렇듯 비구로서 이익과 명성에 탐착한다면 이는 죄구(罪垢)에 깊이 빠지는 길이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길,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 만일 어리석고 졸렬하여 이 경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죄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 어느 곳에서 태어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부처께서 말씀하시길
“아난아, 만일 미래 세상에 이와 같은 악비구가 있어서 이 경을 비방한다면, 이는 중죄(衆罪)를 쌓고 쌓아서 사문의 법을 떠난 것이니라.
아난아, 비유하면 인간이 불보리(佛菩提)를 멸하고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를 헐뜯는 것과 같으니, 그 죄가 적다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이에 아난이 대답하기를,
“죄가 매우 큽니다. 세존이시여”라고 하였다.
부처께서 다시 말씀하시길
“아난아, 만일 중생 중에서 이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이가 있다면, 그 죄가 이 사람들과 같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에 아난은 이 말을 듣고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서 다음과 같이 큰소리로 대답하길,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저는 저 사람의 행동이 이처럼 악하고 심신을 미혹하게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하였다.
부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길,
“만일 중생 중에 불보리를 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러한 악행 때문에 마땅히 아비 대지옥 속에 떨어지리라.
아난아, 미래 세상에 어느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이러한 대승 경전을 비방하면 그 사람이야말로 죽어서 틀림없이 아비 대지옥 속에 떨어지리라.
아난아, 너는 여래의 공덕을 한계 짓거나 헤아려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여래의 공덕은 매우 깊고 넓고 커서 측량하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만약 어떠한 사람이 이 경전을 듣고 믿어 받고 좋아하여 기쁜 마음을 내면 이러한 사람들은 곧 깨끗한 수명을 얻고 큰 이익을 얻으리라.
그 사람은 1생 동안만으로서 헛되이 버려짐이 아니요,
이미 선한 행을 닦고 이미 진실을 얻었으므로 세 가지 나쁜 길을 떠날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제자들이 될 것이며,
이미 깊은 믿음을 얻었기에 공양 받을 만하고 모든 성현에 대하여 마음으로 청정함을 내며,
또한 온갖 악마 그물을 찢어 없애서 나고 죽는 벌판을 뛰어넘을 것이며,
근심 고통의 화살을 뽑아 버려 잘 귀의할 줄 알아 훌륭하고 묘한 즐거움을 얻으리라.
이러한 사람들은 매우 있기 드문 일이어서 세간의 위없는 복밭이 될 만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법은 매우 깊어 믿기 어렵거늘 능히 믿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알아야 한다.
이런 사람은 조그마한 선근으로 이와 같은 믿음을 성취하게 된 것이 아니니라.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 여래들께서 일찍이 그 사람을 위하여 많은 생(生) 동안 선지식이 되었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또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을 비록 못 뵙고 다만 명호만을 듣는다 하더라도 곧 믿음과 기쁨을 내기도 하며,
혹 어떤 사람은 부처님 명호를 듣지는 못했는데 여래를 뵙게 되어 곧 믿음과 기쁨을 내기도 하며,
혹 어떤 사람은 비록 보고 듣게 되더라도 믿음과 기쁨을 내지 않기도 하며,
혹 어떤 사람은 듣거나 뵙거나 모두 믿음과 기쁨을 내는 이들이 있느니라.
아난아, 믿음과 기쁨을 내지 않는 이를 제외하고 그 밖의 이런 사람들은 많은 생 동안에 모두 여래께서 선지식이 되어 그들을 위하여 성취하고 해탈 시켜 받아들여 주시는 줄 알아야 하리라.
아난아, 나는 옛날 보살의 도를 닦을 때에 여러 중생들이 나에게 오면 나는 모두를 받아들여 그 두려움 없음[無畏]을 베풀었느니라.
너희들은 이제 깨끗한 믿음을 내어 애써 닦아 익혀야 하며, 너희들이 해야 할 것은 죄다 이미 열어 나타냈고, 또한 너희들을 위하여 교만의 화살을 뽑아 버렸느니라.
아난아,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오랫동안 친한 벗과 이별을 한지라 백 유순을 지나가면서 멂을 무릅쓰고 찾다가 서로 만나게 되면 잠깐 동안이나마 이별했었다는 생각에서 오히려 기뻐하거늘, 하물며 일찍이 부처님을 만나게 되어 여러 선근을 심다가 이제 다시 부처님을 뵙고 친한 벗을 삼게 되면 기뻐하지 않겠느냐.
아난아, 알아야 하리라.
미래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다 생각하시기를,
‘이 모든 사람들은 이미 과거의 여래께서 선지식이 되어 주셨고 이제 다시 나를 만났으니, 나와 이 사람은 역시 친한 벗이 되어 마음으로 기뻐한다.
마치 어떤 사람이 친한 벗을 만날 때에 마음으로 기뻐하면, 그 벗이 벗을 만날 때에도 기뻐함과 같으니라’라고 하시느니라.
아난아, 만약 어떤 중생이 이 경전에 조금이라도 믿음을 내면, 나는 이 사람을 미래의 부처님께 부탁할 것이며,
그 부처님도 다음과 같이 생각하리니,
‘이 중생들은 바로 나의 친한 벗이다’라고 하여 그 소원대로 만족시킬 것이니,
마치 어떤 사람이 여러 친한 벗들은 많은데, 오직 아들은 하나뿐인지라 마음으로 매우 애련히 생각하다가, 그 사람이 오래지 않아 병들어 목숨을 마치려 할 제 그 친한 벗들을 불러 그 사랑하는 아들을 부탁하면, 그 벗들은 부탁을 받고 자기 자식같이 여기는 것처럼,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죄다 이는 친한 벗이므로 이 중생(衆生)을 미래의 부처님들께 부탁하느니라.
아난아, 나는 이제 너를 깨우치노니, 너는 여기에 깊이 깨끗한 믿음을 내어야 하며, 부지런히 닦아 익힐지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탄생할 때에 한량없는 백천 구지 나유타 하늘의 채녀들이 하늘의 아름다운 꽃과 바르는 향ㆍ가루 향과 꽃다발과 의복이며 여러 가지 꾸미개를 성후 위에 흩으매 구름처럼 내려왔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때 떠난 광명[離垢光]이 탄생하려 할 적에
천녀들은 6만 인인데
모두가 찬송하는 노래 읊으며
보살의 어머니를 찬탄하였네.
모두가 성후 앞에서
기뻐하면서 말하기를
원컨대 근심 걱정 하지 마소서.
우리들이 공양을 감당하리라.
부처님 탄생하여 크게 뛰어나
더할 나위 없는 큰 의왕[大醫王]되리니
풀과 나무와 꽃과 잎을 펴놓고서
인간 하늘 모두가 공경하리라.
대지는 여섯 종류로 진동을 하며
소문은 시방에 두루 하리니
이러한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성후는 지금 낳으시네.
허공의 모든 악기는
치지 않아도 저절로 나며
백천의 정거천들이
귀명하면서 기뻐하는구나.
이제야말로 성인이 나와
세상을 위하여 나루와 다리 되매
사천왕과 제석과 범왕들이며
그 밖의 여러 하늘 무리들
몸 굽혀 모두가 둘러싸고서
다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내네.
그는 사람 가운데 사자(師子)이므로
어머니의 오른 겨드랑이에서 나오실 적에
광명은 아주 깨끗해지며
빛남이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네.
제석천과 범천왕은 손으로 바치는데
백천 세계는 몹시 울려 흔들리며
세 가지 나쁜 길의 여러 중생은
고통 떠나 모두가 안락하였네.
하늘 옷과 하늘 꽃들은
허공에 널리 꽉 차고
모든 부처님의 정진 힘으로
이 땅은 금강이 되었느니라.
길잡이가 발 디딘 곳은
상서로운 연꽃이 걸음 따라 생기며
두루 일곱 걸음 걸으셨을 때
미묘한 범음성(梵音聲)이 연출되었네.
나는 큰 의왕이 되어
나고 죽고 병듦을 없앨 것이니
나는 세간 안에서
아주 높고 가장 훌륭하니라.
범천 제석천의 모든 하늘들
공중에 있으면서
손으로 향수 받들고
보살에게 뿌렸느니라.
용왕은 두 가지의 물을 내려서
차고 더움을 잘 알맞게 하고
여러 하늘은 향의 물로써
보살을 목욕시켰네.
삼천대천세계
온통 모두가 진동을 하며
하늘들은 흰 일산 지니고
아울러 흰빛의 구슬인 끈 가져서
널리 허공을 덮고
모두 보배로써 장엄하였네.
갖가지 공양 거리 가지고
사람 사자에게 공양하면서
수단왕에게 보고하기를
왕은 뭇 상[衆相] 지닌 아들 나으셨으므로
왕족을 더 자라게 하실 것이며
전륜왕 종족에서 나셨는지라
당연히 전륜왕 되어
네 개의 천하를 통솔할 것입니다.
아셔야 합니다, 석가 성바지에서
때에 5백의 아들 태어났나니
모두가 용맹스럽고 씩씩했으며
힘은 나라연[那羅延]과 같으옵니다.
또 왕에게 보고하기를
남종 여종 각각 8백 인이요
말은 2만 마리 새끼를 낳았고
소는 6만 송아지 낳았나이다.
코끼리 새끼는 2만 마리며
동ㆍ서ㆍ남ㆍ북의 모든 국왕은
한꺼번에 모두가 경하(慶賀)하는데
그의 숫자 또한 2만입니다.
여러 왕은 모두가 다정하게 달라붙어
머리 조아리며 아뢰옵기를
장합니다, 가장 뛰어난 왕이시여.
저희들은 종이 되기 원하나이다.
코끼리 왕은 그 그물로 장식하여
뛸 듯이 좋아하며 왕궁에 닿았으며
소들은 갖가지 빛깔 지니어
단정하고 매우 사랑스럽습니다.
준마(駿馬)는 흰 마노(瑪瑙)와 눈과 같으며
갈기와 꼬리는 모두 금빛이니
대왕의 종족을 더욱 나타냄이므로
왕은 스스로가 가 보셔야 합니다.
모두 여러 가지 좋고 상서로움은
모두가 보살의 힘 때문이니
천인들은 공덕을 보고
모두 다 기쁨을 내어
원을 내기를 보리 구하여
빨리 위없는 과위(果位)에 오르리이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탄생하시자,
수단왕은 갑절이나 더욱 훌륭하게 법과 행을 행하고 와서 구하는 이를 보면 온갖 것을 주었느니라.
여러 종족 성바지 가운데서는 한꺼번에 이때 2만이나 되는 딸을 낳았는데 그 딸들 가운데서 야수다라(耶輸陀羅)가 우두머리이었으며,
또 여러 종과 하인들이 낳은 아들과 딸의 수효가 각각 8백 인이었는데 그 여러 사내아이 가운데서 차닉(車匿)이 으뜸이며,
준마가 낳은 새끼 수가 2만 마리인데 그 망아지들 가운데서 건척(乾陟)이 우두머리요, 흰 코끼리가 낳은 새끼의 수도 2만 마리며,
4백 구지 종류의 나무 가운데서 보리수가 첫째였는데, 이때 처음 난 것의 이름은 아설타(阿說他)이며, 4주(洲) 안에 전단림(旃檀林)이 생겨 가비라성 네 변두리에 저절로 5백의 동산이 나타났으며, 5천의 보배 광은 땅으로부터 솟아 나왔으니, 위에서 말한 것과 같으니라.
온갖 사물은 맡은 바 부서에서 기록하여 보살에게 이바지하려고 하였느니라.
이때 수단왕은 여러 권속들과 함께 모여서 생각하기를,
‘나의 아들이 태어나자 온갖 사물이 죄다 더욱 자라고 성취되는구나.
나는 아들의 이름을 살바실달다(薩婆悉達多)라 지으리라’ 하고,
이어 갖가지 의복과 음식으로 보살의 이 이름을 경하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탄생하자 성모(聖母)의 오른 겨드랑이는 그대로 회복되어 예와 같이 되고, 하나의 우물 가운데서 세 가지 샘이 솟는지라 보살의 어머니를 목욕 시켰으며, 또 못 가운데서 묘한 향내 나는 기름이 나오는지라 성후의 몸에 발랐느니라.
5백천(百千)의 하늘 채녀들은 저마다 보배 병에 좋고 향내 나는 기름을 가지고 성후에게 와서 위문하기를,
‘안온하게 아들을 탄생하셨나이다. 겉에 상처가 없으시기 원하옵니다’ 하였고,
또 5백천의 천녀들은 저마다 훌륭한 하늘 옷을 가지고 보살에게 공양하면서 성후를 위문하되,
‘안온하게 아들을 탄생하셨나이다. 겉에 상처가 없으시기 원하옵니다’ 하였고,
또 5백천의 하늘 채녀들은 저마다 보물 꾸미개를 가지고 보살에게 공양하면서 성후를 위문하되,
‘안온하게 아들을 탄생하셨나이다. 겉에 상처 없으시기 원하옵니다’ 하였고,
또 5백천의 하늘 채녀들은 저마다 훌륭한 악기를 가지고 치고 불고 타고 노래하며 보살에게 공양하면서 성후를 위문하되,
‘안온하게 아들을 탄생하셨나이다. 겉에 상처 없으시기 원하옵니다’ 하였으며,
이 남염부제의 일체 외도와 5통(通) 선선은 공중에 날아 수단왕의 처소에 와서 왕에게 아뢰기를,
‘왕은 복과 덕이 있는 아들이 탄생하였사오니, 좋고 상서로움이 한량없으며 종족이 더욱 흥성하겠나이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탄생한 뒤에 룸비니 동산에서 일곱 낮 일곱 밤 동안 사람과 하늘들은 갖가지 미묘한 풍악을 아뢰어 공양하고 존중하며 찬탄하였느니라.
또 갖가지의 훌륭한 음식을 마련하여 모든 석가 성바지의 일가는 죄다 모여 길하고 상서로움을 찬탄하면서 죄다 보시를 하여 공덕을 지었으며,
3만 2천의 이름 있고 훌륭한 지혜 지닌 바라문들에게 공양하며, 그 구하는 대로 모두를 만족하게 하였느니라.
범왕과 제석은 변화하여 단정한 마나바(摩那婆)의 몸이 되어 대중 모임 가운데의 첫째 자리에 앉아서 길하고 상서롭고 미묘한 찬탄을 하고 있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탄생하자, 마혜수라(摩醯首羅)가 정거천에게 말하였느니라.
‘보살은 이미 백천 아승기 구지 나유타 겁 동안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ㆍ방편과 들음이 많음[多聞]을 닦아 익히고 크게 사랑함과 크게 가엾이 여김과 크게 기뻐함과 크게 버림을 이룩하였으며,
마음으로 언제나 온갖 것을 이롭게 하기를 바라고 이미 과거 모든 부처님에게서 깊이 선한 바탕을 심어 그로부터 탄생한지라 백 가지 복의 상호로써 저절로 꾸며졌으며,
용맹스럽게 결단하여 모든 선한 행을 닦고 악마를 항복하며 이미 깨끗하고 미묘한 서원을 잘 성취하셨으므로 대지당(大智幢)이라 이름 지으셨나니,
삼천대천세계 안에서 큰 길잡이가 되시고 하늘과 인간이 공양하며 복덕을 쌓고 모아 뜻의 즐거움이 더 자라며,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멀리 떠나 끝까지 다하였습니다.
감자(甘蔗)의 훌륭한 성바지에 태어나서 머지않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세간을 깨달으시리니, 나와 그대들은 함께 거기에 가서 공양을 하고 공경하여 존중하며 찬탄해야겠습니다.
그것은 모든 다른 천자들의 교만과 들뜸을 끊어 없애기 위함이니, 그 하늘들에게 오랜 생 동안에 이익을 얻게 하고, 안락을 얻게 하고, 보리를 증득하게 하려는 까닭입니다.
또 수단왕을 뵈옵고 길하고 상서로움을 찬탄하며 종족을 경하하며 보살은 틀림없이 부처님이 되리라는 것을 널리 말씀하십시다.’
그때 마혜수라 천자는 12백천 하늘들에게 둘러싸여 광명을 번쩍거리며 가비라성을 비추면서 수단 왕궁에 나아가 보살에게 예배하고 백천 번을 돌고 공경하며 받들고 수단왕을 경하하면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크게 기뻐하셔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왕의 태자 상호가 장엄하여 일체 세간과 천인들 가운데서 모습과 광명과 도덕과 이름이 죄다 자못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은 보살은 틀림없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입니다.’
그러하느니라, 비구들아. 마혜수라와 정거천의 천자는 큰 공양을 베풀며 보살은 틀림없이 부처가 될 것이라 함을 말하고, 도로 본래의 처소로 돌아갔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처음 탄생하고 이레를 지난 뒤에 마야 성후는 문득 목숨을 마치고 삼십삼천에 가 났으며,
이레가 지난 뒤에 보살은 가비라성에 돌아왔는데, 의식과 장엄의 자못 훌륭함이 성후께서 룸비니 동산에 가실 적보다 갑절이나 더하였느니라.
백천 구지의 5백천의 천녀들은 다 보배 병에 향수를 담아 받들었고,
5백천의 채녀들은 공작새 깃의 부채를 가지고 차례를 지어 갔으며,
5백천의 채녀들은 향수를 땅에 뿌리며 앞을 인도하고 갔으며,
5백천의 천녀들은 앞에서 비를 들고 땅을 쓸면서 갔으며,
5백천의 채녀들은 갖가지 영락으로써 그 몸을 장엄하여 차례를 지어 갔으며,
5백천의 천녀들은 보배 꽃다발을 가지고 차례를 지어 갔으며,
5백천의 채녀들은 여러 가지 보배 도구를 가지고 차례를 지어 갔느니라.
5백천의 바라문들은, 여러 보배 방울을 가지고 길하고 상서로운 소리를 읊으면서 차례를 지어 갔고,
2만 마리 큰 코끼리들은 갖가지로 장엄하여 차례를 지어 갔고,
8만의 보배 수레는 당기ㆍ번기ㆍ휘장과 일산으로 장엄하고 미묘하게 하여 모시고 따르면서 갔고,
4만의 보병(步兵)은 죄다 갑옷과 투구를 입고 모두 의식에 쓰는 무기와 물건을 잡고 모시면서 줄지어 갔느니라.
또 색계의 높고 훌륭한 하늘들은, 구지 백천 나유타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을 잡고 공중에서 공양하면서 갔으며,
또 욕계의 하늘들도 구지 백천 나유타 보배의 당기ㆍ번기ㆍ일산을 잡고 공중에서 공양하면서 갔으며,
또 욕계의 하늘들은 갖가지 하늘의 모든 보배 도구로 보살의 수레를 장엄하였으며,
또 2만의 여러 하늘 채녀들은 보살을 모셨느니라.
이때 인간과 하늘의 채녀들이 죽 줄을 지어 가되, 하늘이 싫어하지 않고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도 않았나니,
이것은 보살의 거룩한 신력 때문이었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가비라성의 5백 석가 성바지들은 저마다 궁전을 이룩해 놓고 합장하여 공경하고 머리 조아리면서 수단왕에게 청하기를,
‘거룩하고 거룩하옵니다. 온갖 것이 이익을 이루나이다. 원컨대 하늘 중의 하늘[天中天]을 저의 궁전으로 거동하게 하소서’라고 하기도 하였고,
‘원컨대 맨 위의 길잡이를 저의 궁전으로 거동하게 하소서’라고 하기도 하였고,
‘원컨대 기쁘고 즐거우신 이를 저의 궁전으로 거동하게 하소서’라고 하기도 하였고,
‘원컨대 좋은 이름 지닌 이를 저의 궁전으로 거동하게 하소서’라고 하기도 하였고,
‘원컨대 두루 밝으신 이를 저의 궁전으로 거동하게 하소서’라고 하기도 하였고,
‘원컨대 견줄 이 없으면서 같은[無等等] 이를 저의 궁전으로 거동하게 하소서’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원컨대 공덕과 광명과 갖추어진 상호로 장엄하신 이를 저의 궁전으로 거동하게 하소서’라고 하기도 하였나니,
이런 찬탄과 이익을 이루는 일로 말미암아 보살을 이름지어 살바실달다라 하였느니라.
이에 수단왕은 여러 석가의 뜻을 가엾이 여겨 즉시 보살을 데리고 여러 석가의 궁전으로 들어가 넉 달씩을 지나고서 모두 두루 돌아다닌 연후에야 비로소 보살을 데리고 자기 궁전으로 돌아왔나니,
자기 궁전에는 하나의 큰 궁전이 있는데 이름은 보장엄전(寶莊嚴殿)이라 하며, 보살은 그 궁전에서 살았느니라.
때에 수단왕이 여러 친족과 장로와 노인들을 나라의 혼인에 간여 시키려 하여 불렀더니, 죄다 와서 모인지라 말하였느니라.
‘나의 아들은 어린아이로서 일찍 그 어머니를 잃었으니 젖을 먹여 기르도록 맡겨야 할 터인데 이제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겠습니까.
누가 항상 곁에서 보호하여 생명을 보존할 수 있게 하겠으며,
누가 인자한 마음으로 나를 위하여 잘 보살피며,
누가 잘 길러서 점점 자라게 할 수 있으며,
누가 귀애하여 어루만지며 제 아들 사랑하듯 할 수 있겠습니까?’
때에 5백인의 석가 성바지 부인들이 있다가 나아가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왕태자를 잘 기르겠나이다.’
여러 석가의 늙은이들이 모두 함께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이 젊어 색정이 한창이요, 마음이 들떠 있어 때맞추며 태자를 길러 낼 수 없다.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는 사이가 가까운 이모요, 인자하고 지혜롭다. 오직 이 한 분만이 길러 낼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여러 석가 종족은 다 함께 화합하여 마하파사파제를 청하여 양육하는 이로 삼았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몸소 보살을 안아다가 이모에게 맡기며 말하였느니라.
‘잘 오십시오, 부인이여. 그의 어머니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마하파사파제는 왕의 칙명을 받든 뒤에 서른두 사람에게 양육하는 보모로 명하였나니, 여덟의 보모는 안고 일으키며, 여덟의 보모는 젖을 먹이며, 여덟의 보모는 몸을 씻기며, 여덟의 보모는 즐겁게 놀리는 임무를 맡겨 보살을 양육하게 하였느니라.
마치 흰 달이 초하루부터 보름에 이르기까지 깨끗하게 뚜렷이 차는 것 같고,
또한 니구다(尼拘陀) 나무가 살찌고 기름진 땅에 심어져서 무럭무럭 잘 자라게 함과 같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수단왕은 또 석가 종족과 함께 모여 의논하였느니라.
‘나의 이 태자를 전륜왕으로 만들어야 하겠소. 집을 떠나 부처님 도를 이루게 해야 하겠소.’
때에 아사타(阿斯陀)라 하는 5통(通) 선인이 있었는데, 외족(外族)인 나라(那羅) 동자와 같이 설산에 살았느니라.
보살이 탄생할 때에 한량없는 희귀한 상처를 보았고,
또 허공에서 모든 하늘들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찬탄하는 말을 들었으며,
또 공중에서 갖가지의 향과 꽃과 가지가지 옷을 비처럼 내리며 인간과 천상이 오가면서 기뻐함을 보고,
곧 하늘 눈으로 두루두루 자세히 살피다가 가비라성의 수단왕의 태자를 보자 복과 덕의 광명이 세간을 밝게 비추며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을 성취하고 있었는지라,
이 일을 보고 나서 나라 동자에게 말하였느니라.
‘너는 알아야 하리라.
남염부제 안의 가비라성에 수단왕 태자의 복과 덕의 광명이 시방 세간을 널리 비추는데, 이는 큰 보배로다.
서른두 가지 모습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으므로 만약 집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다스리고 7보를 이룩하며, 천(千)의 아들을 갖추고 대지를 통솔하되 바다 끝까지 다하며, 법으로써 만물을 부리고 칼과 병사를 쓰지 않고도 저절로 항복을 받을 것이다.
만약 집을 떠나면, 부처를 이루되 다른 이로 말미암아 깨닫게 되지 않으며, 하늘과 인간의 스승이 되어 이름이 널리 들리고 온갖 것을 이롭게 하리라. 나는 이제 너와 함께 가서 뵙고 예배해야겠다.’
때에 아사타 선인은 나라 동자와 함께 마치 기러기처럼 공중으로 날아가서는 그 신족(神足)을 거두고 왕성으로 걸어 들어가며 수단 왕궁에 나아가 문 아래 서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느니라.
‘너는 들어가 알리되, 아사타가 와서 왕께 나아가겠다고 하라.’
때에 문지기는 왕에게 나아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문에서 아사타라는 선인이 알현하기를 원하옵니다.’
왕은 이것을 듣자 궁전을 쓸고 닦고 하여 묘한 자리를 펴 놓고 선인을 인도하여 들였느니라.
선인이 닿아 왕에게 주원(呪願)하였다.
‘길하고 상서롭고 높고 귀하신 이여, 원컨대 더욱 오래 사시고 법으로써 임금 노릇을 하십시오.’
왕은 이때 갖가지 향과 꽃으로써 선인을 공양하고 그를 맞아들여 자리에 앉히며 선인이 앉은 뒤에 왕은 말하였다.
‘큰 선인이시여, 늘 찾아뵈려 생각했으나 원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잘 계셨습니까, 어디서 오셨습니까?’
선인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거룩한 아들을 두셨다 하기에 제가 뵙고 싶어서 일부러 여기에 왔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나의 아들이 마침 잠을 자고 있으니 잠깐 기다려 주십시요.’
선인이 말하였다.
‘이러한 정사(正士)는 자기 성품을 깨달은지라 본래 잠이 없는 것입니다.’
비구들아, 알아야 하느니라. 보살은 이때 선인을 생각하였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느니라.
왕은 몸소 안아 가지고 선인에게 주었다.
선인은 무릎을 꿇고 받들어서 두루 하게 자세히 살피면서 보살의 몸을 보매, 상호를 완전히 갖추어 범왕과 석제환인과 사대천왕보다 뛰어나고 광명이 빛나서 백 개 천 개의 해보다 나은지라,
이것을 본 뒤에 곧 일어나 합장하고 공경하여 예배하며, 이런 대장부가 세상에 나오셨음은 전에 없던 일이라 하여 갖가지로 찬양하며,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보살을 받들고서 생각하기를,
‘이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구나’ 하며,
자신이 한스러운 것은 쇠약하고 늙어서 여래를 만나지 못하여 언제까지나 오랜 생 동안 늘 바른 법에 헷갈릴 것이므로, 이에 슬퍼하고 원통히 여겨 흐느끼면서 목메어 울었느니라.
때에 수단왕은 아사타 선인이 이렇게 슬퍼하시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왕과 이모와 모든 권속들은 죄다 슬피 울면서 선인에게 말하였느니라.
‘나의 아들을 처음 탄생할 때에 이미 상을 보는 이를 불러 길흉을 점치며 물었더니 모두가 크게 기뻐하면서 기특하다고 하였는데, 이제 큰 선인께서는 이와 같이 슬피 우십니까?
우리들 권속은 의심이 없지 아니합니다. 길하고 흉한 일이면 원컨대 나에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때에 아사타 선인은 눈물을 닦으면서 말하였느니라.
‘원컨대 대왕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지금 슬퍼하며 한탄한 것은 딴 뜻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나이 늙어 죽을 때가 다가왔는지라 바른 법을 듣지 못하고 부처님 계실 때를 보지 못함을 슬퍼한 것입니다.
대왕은 아셔야 하리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번뇌의 불꽃에 타고 해 입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단 이슬의 법 비를 뿌리어 꺼 없앨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들이 삿된 소견의 벌판 가운데 가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열반의 깨끗한 길을 보일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들이 번뇌의 감옥에 매여 있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용서하여 벗어나게 할 것이며,
한량없는 중생들이 생사에 닫혀서 절로 나올 수 없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방편의 문을 열어 주실 것이요,
한량없는 중생들이 번뇌의 화살에 맞아 다친 것을 부처님께서는 뽑아 주어 이런 고통을 면하게 하실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우담꽃[優曇花]은 때에 한 번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시면 피는 것처럼, 역시 그와 같아서 내가 이제 한스러움은 이때를 보지 못하고 자연히 복을 잃게 되리니, 그 때문에 슬퍼합니다.
대왕이시여, 만약 사람으로서 부처님께서 보리좌(菩提座)에 앉아 악마를 항복 받고 법 바퀴 굴리심을 만난다 하면, 이런 사람이야말로 반드시 훌륭한 과보로 얻은 줄 아셔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이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만나 바른 가르침을 받들어 지니며 아라한을 얻을 터인데, 나는 그때 이런 일에 참여하지 못할 것을 한탄하여 그 때문에 슬퍼한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위타(圍陀) 가운데에 기록된 바로는 왕의 태자는 틀림없이 전륜성왕은 되지 않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른두 가지 거룩한 이의 몸매[三十二大人相]가 아주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무엇을 서른두 가지라 합니까?’
선인이 말하였다.
‘서른두 가지 모습이라 하면,
첫째는 정수리에 살상투가 있으며,
둘째는 소라 같은 머리카락이 오른편으로 꼬부라지고 그 빛깔은 검푸르며,
셋째는 이마가 넓어서 펀펀하며,
넷째는 두 눈썹 사이에 난 털 모양은 희기가 흰 마노와 눈과 같으며,
다섯째는 속눈썹이 소의 것과 같으며,
여섯째는 눈동자가 검푸르며,
일곱째는 마흔 개의 이가 가지런하고 빛나면서 깨끗하며,
여덟째는 이가 가지런하여 성기지 않으며,
아홉째는 이의 희기가 군도화(軍圖花) 같으며,
열째는 목소리가 맑으며,
열한째는 음식 맛 가운데서 좋은 맛이 생기며,
열두째는 혀가 부드럽고 얇으며,
열셋째는 뺨이 사자의 것과 같으며,
열넷째는 두 어깨가 원만하며,
열다섯째는 몸의 크기가 7주(肘)며,
열여섯째는 앞의 부분이 사자의 가슴과 같으며,
열일곱째는 네 개의 어금니가 산뜻하고 희며,
열여덟째는 살결이 보드랍고 매끄럽고 황금색이며,
열아홉째는 몸이 바르고 곧으며,
스무째는 팔을 펴면 손이 무릎까지 내려가며,
스물한째는 몸매가 원만하여 니구다(尼拘陀)나무 같으며,
스물두째는 털구멍마다 하나의 털이 나며,
스물셋째는 몸의 털이 오른편으로 돌면서 위로 쏠려 나며,
스물넷째는 남근(男根)이 오므라들어 몸 안에 숨어 있으며,
스물다섯째는 넓적다리가 고르고 길며,
스물여섯째는 장딴지가 이니 사슴왕[伊尼鹿王] 것과 같으며,
스물일곱째는 발꿈치가 둥글며 바르고 발가락이 가늘면서 길며,
스물여덟째는 발등이 높아서 불룩하며,
스물아홉째는 손발이 보드랍고 매끄러우며,
서른째는 손가락과 발가락에 모두 그물 같은 막(膜)이 있으며,
서른한째는 손바닥과 발바닥에 각각 수레바퀴 형상이 있어 바퀴의 통과 테가 원형으로 되어서 천 개의 살이 완전히 갖추어지고 광명이 번쩍거리며,
서른두째는 발바닥이 판판하여 모두가 땅과 맞닿은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왕의 거룩한 아들은 이 서른두 가지 거룩한 이의 모습이 갖추어져서 분명하게 나타났나이다.
이러한 모습은 오직 부처님에게만 있고 전륜왕에게는 있는 것이 아니옵니다.
대왕의 거룩한 아들에게는 또 여든 가지 모습이 있으므로 집에 있으면서 전륜왕이 되기에는 합당하지 않으며, 반드시 집을 떠나 부처님 도를 이루게 되어야 하리이다.’
왕은 말하였다.
‘큰 선인이시여, 무엇을 여든 가지의 모습이라 합니까?’
선인이 말하였다.
‘여든 가지의 모습이라 함은,
첫째는 손톱과 발톱이 모두 높고 불룩하며,
둘째는 손톱 발톱이 구릿빛 같으며,
셋째는 손톱 발톱이 아름답게 번쩍이며,
넷째는 손금이 아름답게 번쩍이며,
다섯째는 손금이 결이 깊으며,
여섯째는 손금이 분명하게 나타나며,
일곱째는 손금 끝이 가늘며,
여덟째는 손과 발이 굽지 않으며,
아홉째는 손가락이 가늘면서 길며,
열째는 손가락이 원만하며,
열한째는 손가락이 점점 가늘며,
열두째는 손가락이 굽지 않으며,
열셋째는 힘줄과 맥이 드러나지 않으며,
열넷째는 복사뼈가 나타나지 않으며,
열다섯째는 발바닥이 편편하며,
열여섯째는 발꿈치가 둥글고 바르며,
열일곱째는 입술 빛깔이 붉고 좋아서 마치 빈바(頻婆) 과일과 같으며,
열여덟째는 소리가 굵거나 거칠지 않으며,
열아홉째는 혀가 부드럽고 빛깔은 구리와 같으며,
스무째는 소리가 우레 소리 같고 청아하고 온화하며,
스물한째는 모든 감관이 완전히 갖추어졌으며,
스물두째는 팔이 가늘면서 길며,
스물셋째는 몸이 깨끗하게 꾸며져서 좋으며,
스물넷째는 신체가 부드러우며,
스물다섯째는 신체가 평평하고 바르며,
스물여섯째는 몸에 모자란 데가 없으며,
스물일곱째는 몸이 점차로 가늘면서 곧으며,
스물여덟째는 몸이 동요하지 아니하며,
스물아홉째는 몸 부분이 서로 알맞으며,
서른째는 무릎 바퀴가 원만하며,
서른한째는 몸이 가볍고 미묘하며,
서른두째는 몸에 광명이 있으며,
서른셋째는 몸이 비뚤어졌거나 굽음이 없으며,
서른넷째는 배꼽이 깊숙하며,
서른다섯째는 배꼽이 비뚤어지지 않으며,
서른여섯째는 배꼽이 제자리에 알맞으며,
서른일곱째는 배꼽이 깨끗하며,
서른여덟째는 몸이 단정하고 엄숙하며,
서른아홉째는 몸이 아주 깨끗하여 두루 광명을 내어 모든 어두움을 깨뜨리며,
마흔째는 다니는 것이 코끼리와 같으며,
마흔한째는 노닐며 걷는 것이 사자와 같으며,
마흔두째는 다니는 것이 소와 같으며,
마흔셋째는 다니는 것이 거위와 같으며,
마흔넷째는 다니는 데에 오른쪽으로 다니며,
마흔다섯째는 배가 원만하며,
마흔여섯째는 배가 묘하고 좋으며,
마흔일곱째는 배가 비뚤어지지 않았으며,
마흔여덟째는 배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으며,
마흔아홉째는 몸에 검은 사마귀가 없으며,
쉰째는 어금니가 둥글고 바르며,
쉰한째는 이가 희고 가지런하여 촘촘하며,
쉰두째 네 개의 어금니가 똑 고르며,
쉰셋째는 코가 높고 길면서 곧으며,
쉰넷째는 두 눈이 밝고 깨끗하며,
쉰다섯째는 눈에 눈곱이 없으며,
쉰여섯째는 눈이 아름답고 묘하며,
쉰일곱째는 눈이 길면서 넓으며,
쉰여덟째는 눈이 단정하며,
쉰아홉째는 눈이 푸른 연꽃과 같으며,
예순째는 눈썹이 가늘면서 길며,
예순한째는 보는 이가 모두 기쁨을 내며,
예순두째는 눈썹 빛깔은 검푸르며,
예순셋째는 눈썹 끝이 점점 가늘며,
예순넷째는 두 눈썹이 머리가 가늘어서 서로가 이어졌으며,
예순다섯째는 뺨 모습이 펀펀하고 원만하며,
예순여섯째는 뺨이 죽은 데가 없으며,
예순일곱째는 뺨이 허물할 데가 없으며,
예순여덟째는 몸에 죽은 데가 없으므로 흠잡을 곳이 없으며,
예순아홉째는 모든 감관이 고요하며,
일흔째는 눈썹 사이의 털 모양은 빛나고 희고 산뜻하며,
일흔한째는 이마가 넓고 편편하여 바르며,
일흔두째는 머리의 정수리가 원만하며,
일흔셋째는 머리카락이 아름답고 검으며,
일흔넷째는 머리카락이 부드럽고 가늘며,
일흔다섯째는 머리카락이 엉클어지지 않으며,
일흔여섯째는 머리카락이 향기롭고 깨끗하며,
일흔일곱째는 머리카락이 윤기가 나며,
일흔여덟째는 머리카락에 다섯 개의 만(卍)자가 있으며,
일흔아홉째는 머리카락 무늬는 소라의 모양이요,
여든째는 머리카락이 난타월다길륜어(難陀越多吉輪魚)의 모양이 있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이 바로 거룩한 태자의 여든 가지 모습인데, 만약 사람으로서 이와 같은 여든 가지 모습을 이룩하면 집에 있는 것은 마땅하지 않고 반드시 집을 떠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야 합니다.’
때에 수단왕은 아사타 선인의 이러한 말을 듣고 몸과 마음이 태연하여지므로 뛸 듯이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살에게 절을 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그대는 제석천과 모든 하늘이 되므로
일체가 공경하며 머리 조아렸으며
그리고 일체의 신선이 되므로
모두 와서 공경하며 존중했으며
모든 세간의 탑묘(塔廟)가 되는지라
나도 자재왕(自在王)에게 절하느니라.
비구들아, 수단왕은 아사타 선인과 나라 동자를 위하여 갖가지의 음식과 훌륭한 의복을 마련하여 베풀고 오른편으로 돌며 예배하였느니라.
때에 아사타 선인은 나라 동자의 왼편 어깨를 어루만지면서 허공으로 올라 떠나가면서 동자에게 말하였느니라.
‘오래지 않아서 부처님께서 세상을 나오실 터이니, 너는 나아가서 출가를 구하고 오랜 생 동안에 큰 이익을 얻을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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